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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독자에게
I. 뉘른베르크 시계공 II. 연기 III. 평화의 침묵은 이럴 겁니다 IV. 유럽의 심장 V. 마치기 위한 노래 해설 지은이에 대해 옮긴이에 대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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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날 밤 유대인 가족 초상화 앞에서 제가 썼던 단어 하나하나는 반복할 수 있을 겁니다. “나는 정상적인 도시를 보았다.” 비정상적인 것은 전혀 보지 못했습니다. 보지 않은 것을 만들어 낼 수는 없었습니다. 만약 그 사람들이 저를 도와주었다면 진실을 썼겠지요. 단어 하나, 표정 하나. 저는 썼습니다. “누구나 유대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독일이 취한 조치에 대해서 자유롭게 판단할 수 있다. 만약 이 보고서가 이 일을 둘러싼 미스터리를 해소하는 데 도움이 된다면 그것으로 충분할 것이다.” 오늘 저는 이곳에서 두려움을 느낍니다. 하지만 그때 제가 썼던 내용에 대해 용서를 구하지는 않을 겁니다. 다시 쓴다 해도 단어 하나하나를, 그 내용을 그대로 썼을 겁니다. 그리고 또 서명했을 겁니다. 저는 제가 본 것을 썼고, 그곳이 천국이라고 말하지는 않았습니다. 다음 날 저는 의약품 세 상자를 보냈습니다. 일주일 뒤에는 수용소에서 보내온 편지를 받았습니다. 사령관과 고트프리트 시장이 감사를 표하며 서명한 편지였습니다.
--- 본문 중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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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멜베크(Himmelweg)’는 ‘천국으로 가는 길’을 뜻하는 독일어로, 제2차 세계대전 당시 유대인들이 수용소에서 가스실로 이동한 길을 말한다. 그 길은 곧 죽음으로 가는 길이요, 극단적인 두려움이나 공포를 경험해야 하는 길이었다. 왜 600만 명으로 추산되는 어마어마한 수의 유대인들이 그 길을 걸어가 죽어야만 했을까? 어떻게 사람들은 그렇게 많은 유대인들이 죽음으로 내몰리도록 내버려 두었을까? 그것도 가장 문명화한 지역의 심장부에서.
세계사에서 유례를 찾기 힘든 이 비극을 소재로 후안 마요르가는 특유의 심도 깊은 연극적 상상력을 풀어낸다. 참상을 전하거나, 희생자나 가해자의 입장을 전하기보다 일어났을지도 모르는 일을 연극적으로 상상하며 한없이 나약하면서도 잔인한 인간의 부조리한 면을 들추고 있는 것이다. 프리모 레비는 한 번 일어난 일은 다시 일어날 수 있으며 기억하지 않는 과거는 다시 반복될 수 있다고 성찰했다. 이 작품은 세계사적 비극을 유대인과 독일인만의 문제로 치부하거나 이미 끝난 일로서 간과하지 않기를 바라는, 프리모 레비의 성찰에 대한 깊은 지지다. 우리에게 마요르가는 묻는다. 무관심과 비겁함으로 끔찍한 현실에 가면을 씌우는 일에 동조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