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iu Kakiya,かきや みう,垣谷 美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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權炅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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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리짓 존스와 도나, 그리고 유코
처녀가 애를 낳아도 할 말이 있다 미혼인 여성이 임신해서 홀로 출산할 권리가 있을까요, 없을까요. 아기 아빠가 누군지 분명하든 혹은 누구인지 분명하지 않든지 간에 말입니다. 아니면, 여성 혼자 출산을 결정하고 책임을 떠맡는 것이 바람직할까요, 혹은 바람직하지 않을까요. 40세 여성이 아기를 낳는다? 결혼도 하지 않고? 아기 아빠에게 알리지도 못하고 혼자서? 처음 이 책을 훑어보며, 아, 이거 난감한 설정이구나 싶었습니다. 입에서 저절로 ‘어떡하려고?’ 소리가 새어 나왔습니다. 하긴 제 주위를 둘러봐도 노처녀 노총각들이 넘쳐납니다. 결혼을 했든 안 했든, 숨만 쉬고 있다면 나이를 먹는 것 아니겠습니까. 특히 여성의 경우라면 마치 과일나무의 북방한계선이 있는 것처럼, 임신할 수 있는 한계선이라는 게 분명 존재하니 조바심을 느끼게 되는 건 당연합니다. 아, 어쩌면 좋아. 임신해버렸어! 이 소설의 주인공 유코는 겨울이 되면 마흔이 됩니다. 일본식 나이(병원카드에 찍히는 만 나이)가 그렇다는 얘기니까 한국식 나이로는 아마 41~2세쯤 되는 나이일 겁니다. 시골에서 자란 유코는 도쿄로 대학을 진학하고 졸업 후 여행사에 입사해서 이제 17년차 된 과장대리. 아시아지역 상품개발을 위해 평소 귀엽게 여기던 28세의 미혼인 남성 부하직원과 출장을 갑니다. 캄보디아의 밀림은 끝없이 펼쳐지고, 숨 막히는 더위 속에서 갑자기 먹구름이 부풀어 올라 엄청난 스콜이 쏟아집니다. 온몸은 비와 열기에 뒤덮이고 열대과일과 함께 곁들인 달콤한 와인 몇 잔의 힘을 빌려 은은한 달빛 아래 하룻밤 불장난 같은 일이 벌어집니다. 하지만 곧 큰일이 터집니다. 귀국 후 어느 날, 유코는 자신이 덜컥 임신해버렸다는 사실을 알게 되는 겁니다. 어쩌면 좋을까요. 당신이라면 어쩌시렵니까. 당신이 사십 세 싱글이라면, 회사 후배와 해외 출장을 가서 불장난 같은 일이 벌어지고 뜻하지 않게 임신해버렸다면? 유부남이지! 불륜이지? 유코는 자기의 임신이 자신에게 처음이자 마지막 기회가 아닐까, 라고 생각하게 됩니다. 소설은 처음 몇 페이지에서 이미 부하직원과의 사건이 벌어지고 임신 사실을 알게 되는 급박한 구조입니다. 훨씬 천천히 재미있게 멜로를 풀어도 좋을 텐데 말이죠. 그러나 작가의 시선은 임신 이후에 초점이 맞춰져 있습니다. 뱃속에 아이를 어떻게 할지 유코는 고민에 빠집니다. 친언니는 불륜을 벌인 것이 아니냐며, 그 사람의 아내 입장에서 생각해보라며, 눈에 불을 켜고 닦달을 합니다. 불임으로 고생하는 회사 동기는 ‘몇 번이나 했어?’ ‘체온은 재고 한 거냐?’며 공격적인 질문을 퍼부어 댑니다. 직장상사의 야릇한 시선, 가족 친척 친구들과의 오해와 갈등이 끝없이 벌어집니다. 아이를 낳는다면 호적은 어떻게 할지도 큰 문제! 드디어 유코는 자신을 둘러싼 모든 사회적인 불합리와 정면으로 마주하게 됩니다. 유코에게 어떤 해결방법이 있을까요. 어떤 현명한 결정을 내리게 될까요. 브리짓 존스와 도나가 당당할 수 있는 세상 르네 질위거 주연의 로멘스 코미디 「브리짓 존스의 베이비」, 이 소설과 비슷하지만 정반대의 경우입니다. 영화의 주인공인 브리짓도 역시 43세의 노처녀. 뮤직페스티벌의 광란 속에서 우연히 원나잇을 즐깁니다. (열대든 술이든 음악이든, 들뜬 열기가 문제입니다!) 그런데 브리짓이 며칠 후 또 다른 남성과 원나잇을 하는 겁니다. 문제는 얼마 후 임신 사실을 알게 된 브리짓이 누가 아빤지 모른다는 것. 브리짓에게는 유코가 가진 고민 같은 것은 없습니다. 주위의 동료나 친구들의 축하 속에서 자신도 누군지 모르는 아빠가 대체 누굴까 궁금해할 뿐입니다. 유코의 주된 고민인 호적, 가족, 양육, 직장에 대한 고민은 없는 걸로 보입니다. 바슷한 콘셉트로 역시 대단한 인기를 끌었던 뮤지컬 영화 「맘마미아」가 있습니다. 여주인공 도나(메릴 스트립) 역시 홀로 아이를 낳아 키웠습니다. 이제 딸의 결혼식이 다가옵니다. 딸은 엄마의 일기 속에서 자신에게 세 명의 아빠 후보가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됩니다. 그리고 딸은 세 명을 모두 자신의 결혼식에 초청하는 겁니다. 공교롭게도 엄마인 도나 역시 이십 년 전, 며칠 간격으로 세 명의 남자와 일(?)을 벌였던 겁니다. 도나 역시 임신과 출산에서 유코와 같은 고민은 없었을까요. 극중에서는 보이지 않았습니다. 남성 중심 사회에서 싱글맘으로 살아남기 자, 여기 40세 한국 여성이 비혼인 채 임신했다면 어떻게 될까요. 브리짓 같을까요, 도나의 처지일까요, 유코와 비슷할까요. 아마 유코보다 더 힘들면 힘들지, 더 나은 처지에 놓일 거라 상정하기 힘듭니다. 사상 최저의, 전 세계 최저 출산율의 나라, 그러나 눈앞의 인구절벽이 두려우면서도 아직도 해외입양을 보내는 나라가 한국입니다. 유코 같은 여성의, 혹은 어린 미혼모의 아기도 넉넉하게 사회일원으로 품어주고, 길러내는 사회가 되어야 하지 않을까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이 소설 『40세 미혼 출산』은 별별 에피소드가 가득한 ‘유코의 새 인생 만들기 프로젝트’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