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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로망주의보
서울 부부의 제주살이
박순애
소모(somo) 2012.09.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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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목차

첫째 장 서울에서 제주까지
제주로 떠나는 신혼여행
제주에서 집 구하기
부모님(아빠) 설득하기
이사 준비
짐을 꽁꽁 싸매고 이사
제주에서 맞는 새해
새로 시작하는 생활

둘째 장 제주에서 보내는 1년
-겨울
제주 겨울 신고식
한밤의 제주
버스 타고 자연휴양림까지
처음 올레에서 만난 영화배우
천 원의 가득 찬 행복. 도립미술관
배로 하는 여행
화사안 겨울 꽃. 동백
-봄
살랑살랑 오는 봄
첫차, 애마 순심이
사람이 그리울 즈음 만난 할망
청보리가 남실 춤을 추는 가파도
청춘, 자전거여행
두 번째 등반, 한라산에서 길을 잃다
초보농사꾼의 상추 재배기
쑥 캐기
-여름
파란 바다와 함께 오는 여름
놀거리가 가득한 경마공원
공짜로 하는 체험활동. 보말잡기
여름나기
트럭 아저씨와 같은 모자
넙치는 어디 있나요
도심 속 휴식처 한라수목원
여름의 가장 큰 걱정거리, 태풍
제주 뉴스를 말씀드리겠습니다
-가을
가을이 오는 소리
엄마와 함께 제주도
엄마와 제주여행
제주 시청
표선해수욕장 모래 게
제주 버스 여행
젖어들기
-다시 겨울
다시 겨울
차귀도 배낚시
무와 당근 서리
노랗게 변한 엄지손톱
중문 겨울이야기 축제
멍청이 일기예보
제주의 사계절

셋째 장 제주 일상
택배가 오긴 올까
매일매일 밥해 먹기
손님맞이
도서관에 책 주문하기
멋진 경치는 조수석 몫
동네 주민이 되어가는 기분
마트쟁이 남편씨의 변화기
하귤 서리
제주의 습기
비올 때, 흐릴 때, 안타까울 때
깨알 같은 문화생활
조개 캐서 라면 끓여 먹기
부모님과 안부전화
모두가 삼춘
빈티지 같은 지역 축제
우쿨렐레와 개, 그리고 커피 한잔

넷째 장 다시 서울로, 혹은
다시 시작된 집 구하기
위미 우리 집
단독주택에서 살기

다섯째 장 시골에서 살기
우체부 아저씨와 통성명
탄내 나는 수건
좋은 이웃을 만나는 것도 복불복
아침을 깨우는 건 참새와 꿩
인사하기
밤9시 마을회관 방송
제주의 벌레
바다의 천연 양식장. 미역과 톳
열병 같은 고사리 꺾는 시간
꿈은 이루어진다
떡이 먹고 싶다
하루 일과
까만 별이 쏟아지는 밤
질투쟁이 남편씨
부부싸움 후 갈 곳이 없다
땅에 심어야 농사
제주 사투리
서울과의 시차
우리 마을에 편의점이 생겼어요
열쇠가 필요 없는 집
이웃, 할머니
귤꽃 냄새
서울 생각

제주 생활의 작은 팁
ㆍ제주에서 집을 얻는 방법 : 마당 있는 집과 아파트
ㆍ쇼핑하기
ㆍ문화생활하기
ㆍ덧붙이기

에필로그

저자 소개 1

한신대 문예창작학과를 졸업하고 11번가 도서 MD로 근무했다. 지금까지 떠난 여행 중 남편과 처음으로 함께한 제주도 버스 여행을 제일로 꼽는다. 오래도록 버스를 기다리던 시간과 어깨의 무거운 짐. 조금 헤매기도 하고, 그러다 불쑥 만나게 되는 제주의 예쁜 모습들. 그때의 느린 여행이 기억에 오래 남아있다. 지은 책으로 느린 삶과 소박한 시간들을 담은 제주살이 이야기 『제주로망주의보』, 뚜벅이들을 위한 맞춤 여행법 『제주 버스 여행』등이 있다.

품목정보

발행일
2012년 09월 27일
쪽수, 무게, 크기
328쪽 | 361g | 135*190*30mm
ISBN13
9788997256037

책 속으로

할머니네 집은 딱 우리가 제주에서 얻고자 했던 그런 집이었다. 지붕 색이 주황색, 초록색인 전형적인 농가주택. 비행기에서 내려다보면 푸근할 만큼 예쁜 색색의 집들 중 하나였다. 조금 허름하긴 했지만 누추하지는 않았다. 작은 거실에서 내다보니 마당에 나무가 한그루 보였다. 열매가 맺혀 있는 게 꼭 배 같았다. 배나무 같아요. 하고 말하자 배나무가 맞다고 하셨다. 이 집을 지을 때 함께 심었는데 몇 해 전부터 열매를 맺기 시작했다고. 배가 그렇게 오랜 시간에 걸쳐 열매를 맺는지는 처음 알았다. 아마 나 같으면 나무를 잘못 심었나 보다, 하고 진즉 다른 나무로 바꿔버렸을지도 모르겠다. 오랜 끈기로 맺은 배처럼 화사하고 고운 세화에서 만난 할머니. 커피를 다 마시고 갈 길이 멀어 금세 일어나자 서운하신지 명절에 놀러온 손주 배웅하듯 차 타는 곳까지 따라나오셨다. 들어가시라고 몇 번 말씀을 드려도 끄떡없이 서 계시더니 차가 출발하고 나자 멀리서 손을 흔들며 계셨다. 할머니네 집에서 커피가 아닌 밥을 얻어먹었으면 푸릇푸릇 생기가 도는 황금 밥상을 볼 수 있었을까. 돌이켜 생각하니 괜스레 아쉬운 마음이 든다. 그 집에서는 문을 꼭 닫지 않아도, 이웃들과 데면데면하게 인사를 해도 어쩐지 푸근할 것 같다. 이제는 배가 많이 익었을까.
--- p.66

낮 동안 소란스러웠던 축제의 현장은 겨울해변다운 한산한 모습으로 변해있었다. 곳곳에서 숯불에 귤을 굽고, 등불 하나씩을 나눠줬다. 우리는 하나의 등불에 함께 소원을 적고 구운 귤을 까먹으면서 등불 날릴 시간을 기다렸다. 구운 귤은 유자차 맛이 났고 생각보다 맛있었다. 하지만 찬 귤만 먹던 사람들은 쉬이 손을 대지 않았고, 등불에 소원을 적느라 바빴다. 행사요원들은 호객꾼들처럼 “구운 귤 드세요.”라며 사람몰이를 했다.
“바람이 바닷가 쪽으로 불어야만 등불을 날릴 수 있습니다. 해변 쪽으로 오면 나무를 다 태워버려요.”
등불을 날리기에 앞선 진행 요원의 말에 모두 한마음으로 바람을 바다로 떠밀었다. 하지만 시험 삼아 몇 번 올린 등불은 번번이 해변으로 날아왔고, 그마저도 훨훨 위로 날지 못하고 다시 모랫바닥으로 곤두박질쳤다. 행사요원은 안 되겠다 싶었는지 집에 기념으로 등불을 가져가시란 말까지 했다. 하지만 사람들은 듣는 둥 마는 둥 각자 불을 빌려 와 붙여 올렸고, 그 중 등불 하나가 훨훨 날아 올라갔다. 해변 가까이 와서 불안했던 등불은 방향을 틀어 다시 바다로 날아갔다. 모든 사람의 소원을 담은 것처럼 모두의 시선을 따라 이동하면서. 사람들은 그제야 너나 할 거 없이 등불을 올렸고, 남편씨와 나도 한 아저씨의 도움을 받아 겨우 등불을 날렸다. 등 안에 있는 양초에 불을 붙이고 열기가 종이 안에 고루 전달되도록 오래 잡고 있어야 했는데, 성급한 사람들이 손을 일찍 떼어서 자꾸 고꾸라진 것이었다. 우리가 올린 등불도 훨훨 바다로 안전하게 날아갔다. 애니메이션 라푼젤의 환상적인 모습만큼은 아니었지만, 드문드문 올려진 등불은 경건하게 느껴질 만큼 아름다웠다.
--- p.173

우리 집은 열쇠가 없다. 처음 위미 집을 보러 부동산 사장님과 찾았을 때는 주인집 딸이 있어서 몰랐는데, 오후에 둘이서 다시 찾은 집엔 아무도 없었고 심지어 문은 살짝 열려있기까지 했다. 우리는 괜히 주춤하면서 멀찌감치 떨어져 더 수상스럽게 집을 훔쳐봤었다. 그 뒤 1년이 지나 집주인이 바뀌고 새로운 세입자가 들어와 살고 있을 때도 역시나 문은 열려 있었다. 그땐 몰랐다. 그냥 그 집은 열쇠가 없는 집이라는 걸.
(중략)
서울에 좀 오래 다녀와야 할 일이 있는 날. 마침 옆집 할머니를 만나서 집을 좀 봐주십사 부탁했다.
“이 동네는 원체 깨끗한 동네라 별일 없을 껴.”
“그래도 혹시 무슨 문제가 있으면 저희 전화번호 드릴 테니까 연락 좀 주실래요?”
“없어, 없어. 원체 깨끗한 동네라.”
할머니는 별일 없을 거라며 단호하셨고, 결국 우리는 평상시처럼 문단속을 하고 서울로 가기로 했다. 그나마 대문은 안에서 잠그고 창문을 통해 빠져 나왔다. 그것만으로도 꽤 안심이 됐다. 서울에서 볼일을 보고 2주 정도 뒤에 집을 다시 찾았을 때 다시 옆집 할머니를 만났다.
“이제 와?”
“네. 저희 오늘 내려왔어요.”
“내가 그간 없는 사이에 집에 별일 있나 몇 번씩 들여다봤어.”
“정말요? 고맙습니다.”
할머니는 별일 없을 거라며 장담을 하신 것과 달리 우리가 없는 사이 담 너머로 집안을 들여다봐주고 살펴주셨다. 생각해보니 우리가 이사 오기 전에 앞집 아줌마와 딸이 우리를 수상쩍게 여기기도 했고, 간혹 비가 올 때는 누군가가 널어놓은 빨래를 집안으로 들여놔주기도 했다. 이웃들이 이웃해있고, 조용하게 관심을 가져주니 집에 별일이 있는 것이 더 이상한 일인지도 모르겠다. 할머니 말씀대로 집은 우리가 나갔던 모습 그대로 별일 없이 잘 있었다.

--- p.304

출판사 리뷰

눈 뜨니 제주, 참 좋다 !

“눈을 들면 어디나 바다가 있다.
남편씨와 나의 제주 아지트 생활의 시작이다.”
-
그리고 그들 인생에 내려진 ‘제주로망주의보’는 여전히 발효 중이다.

연애 시절, 제주여행에 나섰던 부부는 그곳의 풍광에 온통 마음을 빼앗겼습니다. 단순한 여행이 아니라, 살아보고 싶다는 마음이 들었고, 제주도에서 1년을 살아보자 생각했다 합니다.
한창 꿈에 부풀었던 시절을 회상하며 저자는 말합니다.
-
남편씨는 어땠는지 몰라도 솔직히 나는 그때까지만 해도 정말 제주에 내려가 살 수 있을지는 별로 실감하지 못했다. 너무나 허황되고 먼 곳의 일만 같았다. 그래도 제주에서 살 수 있다는 말은 달콤하기만 했다.
-
그러나 떠날 준비는 차근차근 잘 이루어졌지요. 잘 다니던 회사에 과감하게도 사표를 낼 수 있었으며, 양가 부모님에게 허락을 구했고, 우여곡절 끝에 제주에서 집을 구하는 일까지. 결혼 후 제주로의 이사를 감행하며 부부의 제주살이는 시작되었습니다. 신혼보다 달콤한 그곳에서의 삶이었습니다.

처음 그들이 제주에 도착한 계절은 겨울이었습니다. 야자수가 단지를 감싸고 있는 중문의 아파트에서 시작된 그들의 이야기. 따뜻한 남쪽 섬의 혹독한 겨울로부터 화사한 봄과 파란 여름을 거쳐 여행하기 좋았던 가을을 지나 다시 겨울을 맞이했습니다. 그렇게 제주에서의 사계절은 절반의 여행과 절반의 일상이 존재하고 있었지요. 1년을 계획한 제주살이였지만, 마음은 제주에 머물고 싶다고 뭉그적거립니다.
결국 다시 집 구하기에 나섰고, 마치 운명처럼 1년 전 아쉽게 놓쳤던 매물 중 하나였던 위미의 단독주택을 만나게 됩니다. 이런저런 이유들로 갈팡질팡한 마음이 들던 밤, 그들은 편리한 중문 생활을 버리고 위미에서 잘 살 수 있을까 고민을 합니다.
-
우리는 선뜻 결정을 내리지 못했다. 중문의 편리함을 버리고 위미에 가서 잘 살 수 있을까, 새삼 걱정이 됐다. 한적한 도로에 감도는 어쩐지 스산한 기운도 염려가 됐다. 갈팡질팡 고민 끝에 저녁 무렵 버스를 타고 위미에 가서 마지막으로 그 집을 엿봤다. 도로는 한산했지만, 집 앞 골목에는 가로등이 초롬하게 빛나고 있었다.
그리고 그 집에서 다시 제주 1년을 더 살기로 결정했다.
-
그렇게 텃밭이 있는 단독주택에서 다시 시작된 제주생활.
조금 더 제주에 가까워졌고, 조금 더 다른 제주를 살게 되었다.
물론 여행과는 다른 제주에서의 일상은 낯선 즐거움이 가득하기도 했고, 한정된 공간 안에서의 지루함에 빠지게도 했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소박한 삶이지만 경쾌한 날의 연속이라는 점이다. 바다는 멀지 않고, 열쇠가 필요 없는 집에 익숙해졌으며, 귤나무의 하얀 꽃에선 참으로 향기로운 냄새가 난다는 것도 알았으니까.

삶을 여행처럼 살 수 있는 선물 같은 제주에서의 생활,
매일매일 눈 뜨면 제주인 인생이 참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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