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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스니아 내전으로 고국으로 돌아가지 못하고 미국 땅에 남아 미국에서 이방인으로 살아온 작가의 자전적 이야기다. 어딘가에 속하지 못하고 늘 구분지어지는 삶이 어떠했는지 생생하게 들려준다. 수많은 작가들과 편집자들을 울린 에세이답게 오래도록 여운이 남는다. - 에세이 MD 김태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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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사의 말 ― 9
타인들의 삶 ― 11 소리와 영상 ― 36 가족 만찬 ― 44 카우더스 사건 ― 54 전시의 삶 ― 78 마의 산 ― 85 있을 수 없는 일을 있게 하라 ― 92 강아지들의 삶 ― 100 나의 삶이라는 책 ― 117 만보객의 삶 ― 123 시카고를 떠나기 싫은 이유: 무작위로 뽑은 미완성 리스트 ― 152 신이 존재한다면 굳센 미드필더리라 ― 158 그랜드마스터들의 삶 ― 173 개집에서의 삶 ― 197 수족관 ― 212 옮긴이의 말 ― 244 |
Aleksandar Hem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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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지 모든 것이 전처럼, 전에 이미 그랬던 것처럼 변치 않기만을 바랐다. 세상은 조화로이 내게 속해 있었고, 실은 내가 거의 세상이나 다름없었다.
--- p.12 어떤 차이라도 이를 지적하는 순간 나이와는 상관없이 이미 존재하는 차이들의 체계, 순전히 제멋대로에 내 의도와는 무관하며 직접 선택하지도 않은 정체성들로 짜인 네트워크에 빠져버린다. --- p.21 조제피나 숙모는 주변에 넘쳐나는 반증에도 불구하고 인간은 근본적으로 선하다는 믿음을 어떻게 해서인지 여태 간직하고 있었다. 그녀에 따르면 저격수도 원래는 선한 사람이었다는데, 그 이유는 자신과 남편의 머리 위로만 총질을 하고다 지켜보고 있으니 집 안에서 너무 함부로 움직이지 말라고 경고도 해줬기 때문이랬다. --- p.124 “문제는 네가 어디 속하느냐가 아니라, 무엇이 네게 속해 있냐는 거야.” 그때 내 나이 스물일곱(하고도 반) 살이었고 사라예보는 내게 속해 있었다. --- p.135 경험을 공유했고 또 공유할 수 있을 익숙한 얼굴들로 가득 찬 사라예보의 도시 풍광에 비하면, 내가 이해하려고 애쓰던 시카고는 익명을 좇는 일들로만 채워진 암흑한 곳이었다. --- p.139 이민자들은 우리가 정한 규칙대로 흘러가는 축구를 하면서 위안을 찾았다. 우리가 여전히 세상의 일부인 것 같은 느낌이 들었고, 그 세상은 미국이라는 나라보다 훨씬 컸다. --- p.161 나는 희망을 빌어주는 사람들과 말하는 게 힘들었고, 그들의 이야기를 들어주는 것은 더더욱 힘이 들었다. 친절하게도 사람들은 도움이 되려했고, 아내와 나는 그들의 이러니저러니 하는 소리를 싫은 내색 없이 견뎠다. 그들은 그저, 그런 얘기 말고는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모르는 것이었다. --- p.232 우리 부부가 자주 듣던 진부한 위로의 표현은 “뭐라 할 말이 없네요”였다. 그러나 아내와 나 사이에는 할 말이 없지 않았다, 전혀. 우리 부부의 경험을 표현할 길이 없다고 한다면, 그건 사실이 아니었다. 아내와 나는 지금 벌어지고 있는 일들이 얼마나 두려운 지에 대해 서로 할 말이 너무나 많았다. --- p.233 엘라가 끝도 없이 쉬지 않고 밍거스의 모험 이야기를 펼쳐내는 것을 보면서, 나는 이야기를 향한 욕구가 우리 정신 속 아주 깊은 곳에 새겨져 있으며 언어를 만들고 흡수하는 메커니즘과 떼려야 뗄 수 없이 얽혀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이야기를 위한 상상?즉 소설?은 생존을 위한 기본적이면서 진화된 도구였던 것이다. 우리는 이야기를 하면서 세상을 이해하고 허구적 자아와 소통하면서 인간으로서 알아야 할 지식을 얻는다. --- p.236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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갑작스러운 내전의 발발, 잃어버린 일상과 사라예보의 기억
그 속에서 피어난 삶에 관한 연민과 사랑 알렉산다르 헤몬의 인생 이야기는 사라예보에서 출발한다. 다양한 인종과 종교를 가진 사람들이 모여 사는 곳인 만큼 어린 헤몬은 ‘다름’에 대한 고찰을 보다 빨리 시작한다. 첫 번째 글 〈타인들의 삶〉에는 어린 시절 매일 함께 먹고 자고 놀던 친구를 ‘터키인’이라는 단어 하나로 울리는 장면이 나온다. 헤몬은 농담으로 내뱉은 말이었지만 누구도 웃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그 자리에 있던 모두가 그 단어를 경멸적 의미로 사용하고 있었다. 너와 나를 구분하고 타자화하는 이 ‘차이’의 얄팍함이 결국 수십만 명을 살상하고 수백만 명을 난민으로 내모는 전쟁을 만들었다. 사라예보에 깊게 드리운 내전의 그림자는 시카고에 머물던 헤몬에게도 영향을 끼친다. 가만히 앉아 고통받는 가족들을 지켜봐야 했으며, 연구소에 갇혀 위성 지도로 무너져 내린 건물들을 찾아내고, 아는 사람이 아무도 없는 도시에서 홀로 다음 삶을 준비해야 했다. 이 알 수 없는 전쟁에서 그는 마음의 평안을 주던 ‘마의 산’을 잃었고, 포격을 미리 예견하고 가족들의 목숨을 몇 번이나 구한 강아지 ‘돈’을 잃었으며, 어릴 때부터 뛰어놀던 골목과 여자 친구를 기다리던 이름 모를 건물을 잃었다. 이뿐 만이겠는가? 그는 삶의 절반을 잃었다. 임박해온 전쟁을 감지하고 불안과 공포에 시달리는 작가의 심리를 묘사한 문장들에는 전쟁의 무의미함, 실향한 난민들의 고단한 삶, 그럼에도 서로를 아끼고 사랑하는 사람들의 따뜻함이 녹아있다. 각박하고 긴급한 순간에도 사람을 연민하고 삶을 사랑하는 그들의 태도는 불안하고 힘든 삶에도 우리 곁에는 늘 따뜻한 이웃이 있음을, 그래서 그들의 고통에 다시 한번 귀 기울여야 함을 확인시켜준다. 그러나 어떤 차이라도 이를 지적하는 순간 (…) 직접 선택하지도 않은 어떤 정체성들로 짜인 네트워크에 빠져버린다. 누군가를 타자화하는 순간, 타자가 되는 것은 바로 나 자신이다._21p 아름답지만 차가운 도시 시카고, 이방인의 언어로 생명을 불어넣다 후반부에는 타국에 정착한 난민들의 삶, 일상에서 누구나 겪는, 혹은 겪을 수 없는 경험을 다룬다. 노천카페에 앉아 서너 시간만 보내면 동네 소식을 다 접하는 작은 도시에 살던 헤몬은 서로 안전거리를 두고 일부러 떨어져 살게 만든 시카고를 힘들어 한다. 어떻게든 새로운 도시와 친해지기 위해 만보객의 삶을 자처하며 직접 발로 여기저기를 누빈다. 그가 보고 느낀 시카고의 여름과 겨울, 호숫가의 사람들, 길에 울려 퍼지는 노래들에 관한 단상은 잡지 지면에 실렸고 〈시카고를 떠나기 싫은 이유〉에 소개되어 있다. 시카고의 삶에 적응하기 위해 그가 열심히 한 활동은 이민자 축구 모임이다. 모든 스케줄과 빨래를 관리하는, 왜 이토록 희생하는지 알 수 없는 독일인과 올림픽에 계주 선수로 출전했던 나이지리아인, 프레스코화를 복구하다 부자가 된 이탈리아인 등 여러 사연을 가진 이민자들은 그의 선택하지 않은 삶에 새로운 버팀목이 된다. 그는 이들과의 패스에 성공했을 때 느껴지는 발끝의 얼얼함으로 외로움을 견딘다. 그 순간만큼은 누군가와 진정으로 연결된 듯한, 그 무엇보다 강렬한 따뜻함이 전해지기 때문이다. 사랑하는 사람을 잃는 슬픔, 그 너머의 날들을 위한 기록 난민이자 이방인으로서의 결핍을 제외하고도 그의 인생에는 다양한 우여곡절이 있었다. 한 번의 이혼과 재혼을 경험했고, 가장 사랑하는 어린 딸을 희귀병으로 잃는다. 태어난지 9개월 밖에 안 된 아이에게 어느 날 갑자기 암 선고가 내려지고 헤몬 부부의 평화로운 일상은 산산조각 난다. 그는 하루에도 몇 번씩 심장이 덜컹 내려앉는 병원생활을 하며 아무도 공감해주지 못하는 자신의 일상에 대해 써내려간다. ‘희망을 빌어주는 사람들’과 말하는 게 힘들었고 감히 아름다운 내일을 상상하지도 못했으며, 그저 지금 내뱉는 딸의 한숨 한숨이 계속 이어지기만을 간절히 바랐다고 털어 놓는다. 자신의 품에 안겨 곤히 잠들던 사랑스러운 딸을 어쩔 수 없이 먼저 보내야했던 한 아빠의 가슴 저미는 고통을 표현한 〈수족관〉은 수많은 평단의 찬사를 받았으며 눈물 없이 읽어내기 어렵다. 내게 가장 중요했던 것은 바로 내 품에 안긴 내 딸이 내뱉는 한숨 한숨의 강렬한 현실성이었고, 내가 부르는 자장가 세 곡에 곤히 잠드는 내 딸의 잠이라는 구체성이었다. 나는 바라지도, 감히 상상하지도 않았다. 이사벨의 미소와 웃음 그 이외의 것은. 아이가 살아있는, 고통스럽지만 여전히 아름다운 삶 그 너머의 것은._236p 누구나 인생에 한 번쯤 아무에게도 이해받지 못하는 순간이 온다. 수족관에 갇힌 물고기가 아무리 소리쳐도 밖에서는 평온해 보이는 것처럼 어디선가 누군가는 우리가 모르는 고통을 감내하고 있을 것이다. 여기서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한 장 한 장 책장을 넘기며 수족관 안팎을 오가던 누군가의 막연한 삶을 상상하며 공감해주는 것, 그리고 타인의 언어로 된 수족관의 벽을 허물며 그들과 함께 호흡하고 살아가는 또 하나의 존재가 되어주는 것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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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직히 말하면 알렉산다르 헤몬은 우리 시대의 가장 위대한 작가다. 그의 문학은 깊고 민첩하며, 웃기고 고급스럽고, 혹독하고 분노에 차 있으며 날것에 궁금증이 많다. 이 책은 헤몬의 다른 책들과 마찬가지로 우리 시대의 아리아다. - 칼럼 매캔 (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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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렉산다르 헤몬을 미국 작가로 분류할 수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내가 제일 좋아하는 미국 작가 중 한명이라는 건 확실하다. 『나의 삶이라는 책』을 읽기 전에는 그가 논픽션을 잘 쓸 거라는 예상은 전혀 하지 못했다. 하지만 이 새로운 책은 그의 최고의 작업물이다. 헤몬의 글이 재미있을 땐 모든 일에도 불구하고 웃을 수 있으며, 슬플 땐 읽다 일어서기조차 어렵다. - 존 제러마이아 설리번 (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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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필 모음집이 나오면 대개 의심의 눈초리로 보게 된다. 누가 인생의 풍랑을 그리 자주 겪었겠느냐는 것이다. 그러나 알렉산다르 헤몬의 『나의 삶이라는 책』을 읽고도 그런 주장을 하는 이는 아마 없을 것이다. - LA 타임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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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삶이라는 책』에 수록된 에세이들은 집이라는 공간이 갖는 의미에 관한 것들이다. 여유와 진심이 담긴……. 특히 마지막 장에서는 소설이 닿을 수 없는 공간까지 손을 뻗는다. 담담하게 절제된 고백의 페이지를 한장 한장 넘기다 보면 독자들은 어느새 잊지 못할 경험을 하게 된다. - 인디펜던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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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르한 파묵이 이스탄불이라는 도시에 그랬던 것처럼 헤몬은 사라예보라는 도시에 생명을 불어넣는다. 그것도 그동안의 사라예보 이미지와는 전혀 다른 방식으로…. 블라디미르 나보코프처럼 헤몬 역시 가망 없는 공간을 언어로 소생시킬 줄 아는 작가이다. - 옵서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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