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 소장하고 있다면 판매해 보세요.
차은실의 다른 상품
|
거북은 혼자 잘 해낼 수 있을까?
오랫동안 일러스트레이터로 활동해 온 차은실 작가의 첫 창작 그림책 《무슨 일이지?》가 향 출판사에서 나왔습니다. 이미 ‘반달 그림책’으로 새로운 작가를 발굴해온 ‘그림책향’이 맛있는 그림책을 펴내고 싶어 만든 ‘향’ 출판사의 첫 그림책이기도 합니다. 이 그림책의 흐름은 간결합니다. 무슨 일이 생겼는지 확인하려고 달려간 동물들 앞에, 모래 구덩이를 빠져 나오려는 거북이 나타납니다. 동물들은 저마다 장기를 살려 거북을 도와주려 하지만, 어린 거북은 이를 마다하고 마침내 스스로 구덩이를 헤쳐 나오지요. 이 그림책은 처음부터 무척 숨 가쁘게 넘어갑니다. 동물들이 툭툭 던지는 말은 재미도 있고, 웃기기도 합니다. 어린 거북이 모래 구덩이를 빠져나올 때면 감동이 넘쳐 눈물이 앞을 가립니다. 그만큼 귀엽고 활기차고 자신감이 넘치는 그림책입니다. 하지만 자연에서 거북이 태어나 바다로 가는 과정을 보면 너무 처절하고 눈물겹습니다. 어미 거북은 바다에서 100미터쯤 떨어진 모래 구덩이에 알을 낳습니다. 하지만 이 알의 80~90%는 깨어나기도 전에 죽어 버리지요. 알에서 깨어나더라도 온 힘을 다해 100미터나 떨어진 바다로 달려가야 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갈매기나 대머리수리 같은 바다 새들한테 잡아먹힙니다. 태어나자마자 이처럼 거친 자연을 이겨내야 하는 마당에, 이 어린 거북은 설상가상, 모래 구덩이에 빠지고 맙니다. 그런데 “혼자 할 수 있어요.”라니요. 이런 한가한 말이 어디 있나요? 이 말은 수많은 보호막에 쌓여 사는 사람들한테나 어울리는 말이 아닐까 싶어요. 어린 거북은 너무너무 안타깝게도 누구의 도움 하나 없이 끝내 혼자 이겨내야 합니다. 그게 현실이니까요. 저마다 자기 장기를 살려 도와주고 싶지만, 어린 거북의 고군분투하는 모습을 그저 지켜볼 수밖에 없는 동물들의 모습도 안타깝기는 마찬가지지요. “아!” 마침내 어린 거북이 구덩이를 헤쳐 나옵니다. 그때 동물들은 짧은 숨을 내뱉습니다. 이미 잡아먹히고도 남을 시간이었지만, 스스로 운명을 개척해 이룬 탈출! ‘잘 지내’라는 말이 주는 미안함 “잘 지내!” 동물들은 뒤도 돌아보지 않고 달려가는 어린 거북에게 마지막 인사를 건넵니다. 어린 거북이 사라진 바다 쪽을 묵묵히 지켜보며 말이지요. 이 어린 거북은 정말 무사히 잘 지내고 있을까요? ‘잘 지내’라는 말과 사라진 거북을 뒤로 하고 책장을 덮으면 이 물음이 머릿속을 가득 채웁니다. 거북의 ‘잘 지냄’과 인간의 ‘잘 지냄’은 어떻게 다를까 생각해 봅니다. 아마 사람들이 나누는 이 인사에는 ‘편안하게, 아프지 말고, 모자람 없이’라는 뜻이 들어 있을 겁니다. 거북에게는 어떨까요? 아마 한 가지 더 붙여야겠지요. ‘죽지 말고.’ 이 그림책의 마지막 장면에는 거북의 모습이 보이지 않습니다. 그게 더 가슴을 먹먹하게 합니다. 동그란 비닐이 목에 걸려 썩어가는 거북, 단단한 껍데기가 쩍쩍 갈라진 거북, 하얀 비닐을 뱃속에 가득 품은 채 죽은 거북. 뉴스는 하루가 멀다 하고 인간이 만든 재앙의 결과를 알려줍니다. 하지만 인간은 그 심각성을 깨닫지 못하지요. 당장 눈에 보이지도 않고, 조금씩 눈에 보여도 금세 머릿속에서 사라지니까요. 우리한테 심각한 상황이 닥칠 때쯤이면 이 지구는 이미 아무도 살 수 없는 상태가 된다는 걸 알기만 한다면 참 좋을 텐데요. 차은실 작가와 향 출판사의 첫 그림책 《무슨 일이지?》의 어린 거북도 부디 비닐과 해파리를 가려 먹으며 잘 지내면 좋겠습니다. 혼자 힘으로 모래 구덩이를 빠져나와 힘차게 바다로 달려갔듯이, 힘차게 바다를 헤엄치다 다시 알을 낳으러 모래밭으로 올라오면 좋겠습니다. 작가의 말 그림책을 공부합니다. 매일 주어진 시간 동안 조금 더 다르게 생각하고, 조금 더 주변의 놀라움을 찾으려 노력합니다. 이 책은 스스로 더 앞으로 나아가고픈 작은 마음으로 만들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