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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를 안다고 생각했는데
15년 차 수의사와 2년 차 보호자 사이에서
홍수지
산디 2019.1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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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목차

들어가는 말

1장 - 잘 키우고 있는 걸까?
:: 돌봄 노동의 시작

고양이가 아니라 개였다
수의사가 꾸는 개꿈
이건 반드시 해야 해 - 배뇨, 배변 가리기
나는 어른일까 아닐까
똥 먹는 개
내 귀에 삑삑이
먹었구나
산책, 솔직히 귀찮지만
옛날의 개, 오늘의 개

2장 - 수의사의 개는 행복할까?
:: 15년 차 수의사와 개

수의사의 개는 행복할까?
저 회사 다녀요
보호자 소개 - 고민 많은 15년 차 내과 수의사
파이 소개 - 시끄러운 작은 개
비비 소개 - 통통한 겁쟁이
첫 환자
짖는 개
개를 직장에 데려간다면
냄새로 알아가는 세상
처음부터 무는 개는 아니었는데
나는 안락사를 결정할 수 있을까?
죄책감과 작별하기

3장 - 내가 선택한 가족
:: 개와 함께 사는 일

고양이 책이 아니라 왜 개 책일까
개들 사이의 우정
내가 선택한 가족
3인 가족의 개 vs 1인 가구의 개
개의 수명
다시 키울 수 있을까?
개 없는 주말
첫사랑 개
주말의 가족 여행
보호자와 수의사 사이에서

저자 소개 1

어릴 적 집 마당에 늘 개가 있었다. 그럼에도 수의사라는 직업이 존재한다는 건 고등학교 때 대학 학과 소개 책자를 보고 처음 알았다. 그때 수의사가 되기로 결심했다. 엄마는 어릴 적에 내가 죽은 쥐를 맨손으로 잡은 일화를 들며 내게 수의사가 천직이라고 했다. 진료가 고단할 때면 밥벌이의 어려움이라고 생각했고, 가끔 일에서 보람을 느낄 때면 내 직업에 감사했다. 그 세월이 꽤 축적되었지만 아직 천직인지는 모르겠다. 아마도 더 많은 세월의 더께가 필요할 것 같다. 저서 『개를 안다고 생각했는데』도 수의사를 천직으로 받아들이는 과정의 일부다.

품목정보

발행일
2019년 11월 15일
쪽수, 무게, 크기
267쪽 | 300g | 130*185*16mm
ISBN13
9791190271035

책 속으로

꽤 오랜 기간 임상수의사로 살아왔고 일말의 의심도 없이 개에 대해서 잘 안다고 생각했습니다. 그간의 경험을 통해 보호자에게 ‘이런 부분을 신경 써서 교육하시고 주의하셔야 한다’고 설명도 곧잘 드렸습니다. 그래서 저는 제가 개를 쉽게! 잘! 키울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습니다. ‘개 키우는 게 뭐 그리 어렵다고’라고 생각했습니다. ‘명견으로 키워보리라’ 하며 야심 찬 목표를 세우기도 했습니다. 어찌 보면 제 생각을 깨트려주기 위해 애들이 저한테 온 건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듭니다. 네, 와장창 깨졌습니다. 이 책은 그 과정의 기록입니다.
--- p.5

눈치챘겠지만, 나는 파이와 비비를 만나기 전까지 배뇨, 배변 교육을 직접 해본 적이 없었다. 그동안 책에서 본 내용과 경험상 알게 된 것들을 버무려서 상담을 해준 것인데, 다행히 보호자들이 내 얘기를 찰떡같이 잘 알아듣고 성실하게 이행한 덕에 좋은 결과가 나온 것이다. 막상 파이와 비비를 교육하려니 긴장이 됐다. 훈련이 안 된 개와 보호자의 생활이 어떤지 너무 잘 알고 있었고, ‘그래도 수의사의 개인데’라는 강박도 따라왔다. 그렇게 고난의 행군이 시작되었다.
--- p.33

가끔 애들을 친구 집에 맡기면 조금 허전하기도 했지만, 사실 좀 편했다. 그동안 애들을 돌보느라 스트레스가 상당했던 것이다. 애들이 온 뒤로 저녁 약속은 거의 안 잡았고, 혹 약속이 있는 날은 아침에 애들과 같이 병원에 출근해서 저녁을 챙겨주고, 약속이 끝나면 다시 병원에 와서 애들을 데리고 집으로 갔다. 게으름을 피우고 싶어도 그렇게 할 수가 없다. 애들은 일상생활을 온전히 내게 의존하고 있기 때문이다. 혼자 사는 사람이 개를 키우면 안 된다고 말하고 싶지는 않다. 하지만 예상하는 것보다 좀 더 힘든 건 확실하다.
--- p.68

개들이 나이가 들면, 지금으로 치면 젊은 나이지만, 엄마는 어딘가로 전화를 했다. 얼마 뒤 주름이 깊게 팬 초로의 아저씨가 낡은 오토바이를 타고 와서는 우리 집 개를 녹슨 철제 우리에 넣고 사라졌다. 보통 이 일은 내가 학교에 간 사이에 벌어졌으나 하굣길 집 앞에서 한 번 목격한 적이 있다. 엄마에게 안 보내면 안 되느냐고 울먹이며 사정했지만, 나이 든 개는 사람 말을 다 알아들어서 같이 살면 안 된다는 엄마의 이상한 논리에 설득돼서 개의 삶이란 원래 그런 것이구나 했다. 얼마 뒤 새 강아지가 왔고, 오토바이 타고 떠난 나이 든 ‘헌 개’는 금세 잊혔다.
--- p.89

생활의 질이 좋아진 대신 규칙도 생겼다. 정해진 장소에서 대소변을 봐야 하고, 집에 낯선 사람이 들어와도 짖으면 안 된다. 이도 닦고, 목욕도 자주 한다. 이제는 혼자 나갈 수도 없다. 나가더라도 항상 줄에 묶인 채 보호자와 함께 움직여야 한다. 보호자가 재촉하는 탓에 좀 더 냄새를 맡고 가고 싶어도 그럴 수가 없다. 길 에서 낯선 개를 만나도 탐색의 시간을 충분히 가질 수 없다. 마당에 살던 개가 누렸던 자유가 지금의 개에게는 없는 것이다.
--- p.91

접종 시기가 되면 직접 애들한테 주사를 놓는다. 주사 바늘을 찌르면 애들이 정말 깜짝 놀라며 나를 쳐다본다. 대체 뭐 하는 거냐고 항의하는 것 같다. 보통 동물병원에 내원하는 개들은 이미 이곳이 심상치 않은 곳이라는 걸 인지하고 온다. 대부분 긴장한 상태지만, 낯선 사람(나)이 좀 아프게 해도 든든한 보호자가 옆에 있어서 위로를 받는 듯하다. 나한테 안겨 있을 때는 얌전하다가 보호자에게 넘겨주자마자 나를 향해 으르렁거리는 건 믿을 만한 곳이 생겼다는 뜻이 아니겠는가. 우리 애들에게는 없는 경험이다.
--- p.103

애들을 키우면서 이해하게 된 것들이 많다. 개들에 대한 이해도도 높아졌지만, 보호자에 대한 마음의 거리도 조금은 가까워졌다. 질문이 많던 보호자도 이해가 되고, 비만견의 보호자가 간식을 줄일 수 없는 마음도 알게 되었다. 그동안은 질병만을 주목했다. 질병에 접근하고 진단하고 치료하는 과정이 재미있고 즐거웠다. 환자들의 고통에 주목하지 않은 것은 아니었지만, 감정적으로 바라보지 않는 것이 일하는 데 더 도움이 되리라 생각했다. 수의사로서 좋은 결과만 원했기에 환자, 보호자, 그들이 처한 환경에 대한 이해가 부족했다. 오히려 내가 더 환자를 걱정하고 있다는 착각을 하기도 했다. 약을 제때 못 먹였거나 예약한 날짜에 오지 않은 보호자에게 화가 나기도 했다.

--- p.267

추천평

“원장님이 키우시는 아이들은 참 행복하겠어요, 아파도 걱정이 없겠네요….” “만약 원장님 아이라면 어떻게 하시겠습니까?” 저자와 마찬가지로 18년 차 임상수의사이자 냥이 멍이의 집사인 제가 거의 매일 듣는 말입니다. 보호자 입장에서는 당연한 질문이지만 정작 주인공인 우리 냥이 멍이의 생각은 어떨지 항상 궁금하곤 합니다. 이 책은 ‘보호자와 수의사 사이에서’의 진솔한 경험과 고민, 그런 과정을 통해 한 사람의 수의사이자 보호자로서 성숙해가는 작가의 모습을 통해 반려동물과 함께 살아가는 바로 우리 자신을 투영해볼 수 있는 유일무이한 책입니다. 수의사, 보호자, 늘 그 자리에 있는 반려동물들과의 여정을 함께하고픈 모든 분들께 권합니다.
- 김성수 (VIP 동물의료센터 원장)
배려는 호의와 예상의 결합! 호의가 전달되기 어려운 것은 예상이 자주 어긋나기 때문이다. 이 힘든 소통과 교감의 대상이 동물이라면 더욱 어렵다. 이 글은, 어쩌면 당연한 그 숱한 실패 가운데, 기적처럼 성공한 반려동물과의 교감에 대한 내밀한 기록이다. 반려동물과의 동거에 힘겨워하는 이들은 힘을 얻을 것이고, 이미 성공하고 있는 반려인이라면 미소 띠며 자부심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 이원영 (우리아이동물병원 원장, 『동물을 사랑하면 철학자가 된다』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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