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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부 책축제의 오랜 여정
인류 최초의 책, 최초의 책축제 집합적 학습의 전통과 구비문학 축제 지식의 저장소에서 상상력의 바다로 대화하는 인간 : 살롱에서 독서 클럽까지 도서전의 시대가 열리다 책축제: 새로운 시대의 지식 공유 플랫폼 2부 책축제는 어떻게 운영되는가 새로운 세상을 상상하라 책축제는 문학축제다 저자는 왜 책축제를 찾는가 독자는 왜 책축제에 오는가 책축제의 갈래와 이름 어린이 책축제 누가 책축제를 운영하는가 책축제는 어떻게 기획할까 나만의 특색을 갖춘 책축제 책 축제장은 어떤 모습일까 책 판매는 책축제의 부대행사일 뿐 예산은 얼마가 필요한가 책축제의 경제 효과 좋은 책축제는 권위있는 문학상과 함께 책축제 이름에 언론이 들어가는 이유 협업이 필요하다 진화하는 국제 네트워크 3부 지구촌의 책축제 세계 최초의 책축제: 첼트넘 문학축제 인도에서 부는 변화의 바람: 자이푸르 문학축제 저자 라이브 이벤트의 전통을 뿌리 내리다: 에든버러 국제 책축제 시인의 고향마을을 시의 나라로: 레드버리 시 축제 이매진 더 월드: 헤이 페스티벌 실낙원에 피어난 문화의 꽃: 마이애미 국제 책축제 활자문화 신도의 순례지: 간다 고서축제 출판만화인들의 성지: 앙굴렘 국제 만화축제 작가 부스가 중심을 이루다: 생루이 책축제 전 세계가 함께 기리는 책축제: 세계 책의 날 희망이 없던 시골 마을의 재생 전략: 클룬스 책축제 |
李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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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험 많고 지혜로운 노인이 부족의 젊은이들에게 하늘의 별이며, 사후세계며, 다른 부족과의 전투며, 사냥에서 만난 낯선 동물의 세계를 지그시 눈 감은 채 들려주는 장면을 떠올려보라. 원시 동굴에서 노인은 다름아닌 책이었다. 원시 동굴의 화톳불 언저리는 오늘의 책축제장이었다. -14쪽
그리스의 판아테나이아 제전에서는 『일리아스』 『오디세이아』 같은 서사시 낭독 경연이 펼쳐졌다. 오늘날 세계 도처에서 열리는 책축제는 서로 얼굴을 마주보고 지식을 교환하던 선사시대의 유습이자, 구비문학축제의 전통에 대한 향수 때문 아닐까. -23쪽 문자가 없던 시절은 말할 것도 없거니와 문자의 시대가 도래한 이후에도 대화는 진리를 탐구하는 중요한 수단이었다. 교양을 탐하는 지배계급과 인문주의 전도사들의 이해가 일치해 탄생한 공간이 유럽의 17~18세기를 풍미한 살롱이다. 여럿이 함께 책을 읽고 토론하는 문화는 살롱, 카페, 독서 클럽을 거쳐 제2차세계대전 이후 책축제로 진화한다. -43쪽 에든버러에 이어 1988년 영국 헤이온와이에서 책축제가 시작되었다. 에든버러 국제책축제와 헤이 축제는 현재 전 세계 책축제 가운데 가장 명성이 높은 축제다. 그리고 많은 사람들 이 성공적인 안착이 쉽지 않을 것이라고 우려하였음에도 보란 듯이 세계 최고의 책축제로 성장하였다. 그 후 영국 전역에 두 축제를 본뜬 책축제가 우후죽순처럼 생겨났다. 이 같은 흐름은 영어권 나라를 시작으로 전 세계로 퍼져나가고 있다. -68쪽 책축제가 서구 사회에서 붐을 일으키는 것은 이북이 증가 하고 인터넷의 영향력이 지나치게 확대된 데 대한 반작용이라는 분석이 있다. 몹시 흥미로운 이야기다. 독자들이 범람하는 인스턴트 정보에 식상해 하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그럴수록 저자를 만나 이야기를 듣고 함께 토론하는 아날로그 모임에 대한 욕구는 강렬해진다. -72쪽 마을 외곽의 풀밭에 자리한 축제장을 보고서야 ‘탁 트인 들판을 유유자적’하며 ‘세상을 개조할 영감’을 상상해 보자는 그들의 말이 한층 실감이 들었다. 태곳적 모습 그대로의 밤하늘과 우리 시대의 가장 앞선 지식인들. 서로 어울릴 것 같지 않은 부조화야말로 새로운 것을 잉태해 낼 탯줄이 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76쪽 “헤이에 머물 때면 내가 마치 페미니스트 운동의 한 부분 이 된 것처럼 느껴진다. 서로 다른 아이디어와 의견이 끊이지 않고 이어지는 모습은 얼마나 흥미진진한가. 배우고 받아들여 야 할 것이 천지라는 사실을 실감하는 순간 어찌 격한 감정에 사로잡히지 않을 수 있으랴. 정말 역동적이고 낙관적이며 큰 희망을 갖게 된다.” -91쪽 “축제에 어느 저자를 초청할 것인지 결정할 때 여러 가지 것들을 고려합니다. 마이애미 국제책축제는 단순한 문학행사가 아니라서 저자가 중요합니다. 저작물의 질과 사회의 평가, 전문가 리뷰, 판매를 두루 살핍니다. 잘 알려져 있고 상업적 성 공을 거둔 저자와 잘 알려지지는 않았지만 좋은 책을 낸 저자들의 목록을 균형 있게 하려고 노력합니다.” -119쪽 얼핏 보면 외국의 책축제는 매우 우직해 보인다. 저자와 독자가 만나는 행사 위주이기 때문이다. 마치 야구에서 직구만을 던지는 투수 같다고나 할까? 요모조모 잘 포장해 상품성을 높이려는 시도는 별반 눈에 띄지 않는다. 큰 축제일수록 더욱 그렇다. 그들이 강조하는 것은 프로그램의 질이다. -125쪽 위스콘신 책축제는 규모나 예산에서 대략 평균치에 가까운 책축제의 모습이 아닐까 싶다. 2018년에 16회째를 맞이하였으니 제법 안정감도 갖추었다. 매년 11월 초에 4일 동안 개최되는데, 저자 프로그램에 대략 만 명을 조금 상회하는 청중이 참가한다. 총예산은 25만 달러다. -142쪽 외국의 책축제들은 프로젝트 파트너 개념이 보편화되어 있다. 큰 축제의 경우는 프로젝트 파트너만 수십 개에 이른다. 대학, 박물관, 독서운동 단체, 작가 단체, 언론에서부터 외국의 문화기관까지 다양하다. 최근에는 해외 책축제와 교류하는 프로그램이 속속 등장하고 있다. -164쪽 세계 최초의 책축제인 첼트넘 문학축제는 영국을 넘어 이제 세계에서 가장 사랑 받는 문학축제의 하나가 되었다. 책축제가 많기로 유명한 영국에서도 자타가 공인하는 4대 책축제의 하나다. -178쪽 자이푸르 문학축제는 2006년에 출범한 신생축제다. 그러나 인도와 아시아를 넘어 ‘세계 최대 규모의 무료 문학축제’로 성장하였다. 2017년 축제장을 찾은 청중은 35만 명이었다. 자이푸르 문학축제는 세계의 경이로움의 하나가 되었다. 소설보다 드라마틱한 인도의 현실을 둘러싼 토론 속에서 새로운 인도가 태어나고 있다. -184쪽 헤이 축제에는 개막식이 없다. 개막일 아침부터 대뜸 프로그램이 시작된다. 하루에 오륙십 개씩 해서 모두 7백여 개의 프로그램이 진행된다. 밤 10시가 넘어 시작하는 프로그램도 있다. 헤이 축제에는 흔히 다른 축제에서 보는 왁자함이 없다. 축제란 모름지기 재미 있어야 한다고 강변하는 사람도 없다. -174쪽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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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축제, Book Festival이 뜨겁다. 영국에서만 한 해 300개가 넘는 책축제가 열린다. 대부분 2천년대 들어 생겨났다. 첨단 디지털시대에 아날로그 문화가 범람하는 이유는 무엇 때문일까?
그것은 역설적으로 종이책을 대체하리라고 여겼던 이북과 인터넷의 영향력 확대에 대한 반작용이라는 분석이 있다. 독자들이 범람하는 인스턴트 정보에 식상해 하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아날로그 문화에 대한 향수는 종이책을 넘어 책축제라는 독특한 문화 환경을 만들어내고 있다. 큰 책축제에는 20만 명이 넘는 독자가 몰린다. 입장료를 낸 관객만 헤아린 것이다. 먼 길을 달려와 저자와의 대화 프로그램에 우리 돈 1,2만 원씩 내고 입장하는 현상을 뭐라고 설명해야 할까. 우리나라에서는 인기작가를 초청하는 무료 프로그램에도 청중이 들지 않아 주최측이나 작가나 머쓱해하기 일쑤이거늘. 인도나 동남아시아처럼 독서 문화와 거리가 멀던 사회에도 책축제는 새로운 바람을 몰고 오고 있다. 인도의 사막도시 자이푸르에서 열리는 ‘자이푸르 문학축제’(유럽을 위시한 대부분의 나라에서는 책축제와 문학축제를 동의어로 사용한다. 책축제는 문학축제를 지향하고, 문학축제는 시인, 소설가를 넘어 인문학자, 과학자, 아티스트, 심지어 코미디언에 이르기까지 외연을 확장하는 까닭이다)에는 무려 30만 명이 넘는 관객이 몰려온다. 에든버러 국제책축제는 가장 지적인 관람객이 찾고, 외부 관객이 많은 축제로 정평이 높다. 해외 관객도 10%가 넘는다. 웨일스의 작은 책마을 헤이온와이에서 열리는 헤이 축제는 ‘새로운 세상을 상상하라’(Imagine the world!)고 외친다. 독자들만 책축제로 달려오는 게 아니다. 저자들 역시 독서 대중과 다른 지식사회 동료에게서 지적 영감을 받을 수 있는 책축제장을 찾는다. 책축제는 우리네가 상상하듯 신변잡기나 이야기하고, 한물 간 책을 덤핑판매하고, 체험부스가 코흘리개 아이들을 잡아끄는 공간이 아니다. 우리나라 책축제는 외국의 대표 책축제에 견주면 소꿉놀이 수준이다. 가능성을 보이던 책축제들도 한참을 뒷걸음하였다. 돌이켜 보면 과거로 소급해 갈수록 인간은 얼굴을 맞대고 대화를 나누며 지식을 습득하였다. ‘이제 스무 살의 젊은이가 마치 5천 년을 산 사람처럼 되었다.’ 언어의 탄생 장면을 이처럼 멋지게 표현한 사람은 움베르토 에코다. 원시 동굴의 화톳불 가에서 인류는 비로소 사회적 기억을 축적해 가기 시작하였다. 문자가 발명되고 나서도 대화는 진리를 탐구하는 중요한 수단이었다. 근대 인쇄술의 시작과 함께 독서 문화가 태동한 다음에도 마찬가지였다. 함께 책을 읽고 토론하는 문화는 살롱, 카페, 독서 클럽을 거쳐 책축제로 진화하였다. 이 책의 1부에서 책축제의 역사적 여정을 되짚어본 이유다. 2부는 책축제가 어떻게 조직되고 운영되는지 책축제의 보편적인 모습을 도출하기 위한 시도다. 전세계의 100여 곳이 넘는 책축제를 더듬어 기획, 예산에서부터 마케팅, 국제 네트워크에 이르기까지 20여 개의 주제를 살폈다. 3부 ‘지구촌의 책축제’는 개별 책축제를 분석하는 섹션이다. 책축제의 규모나 영향력만이 아니라 하고많은 책축제의 다양성을 아우르겠다는 관점을 반영하였다. 그리고 필자가 직접 가본 축제를 중심으로 하면서 누락된 부분을 보완하였다. 저자는 편집기획자 출신으로 헤이리 예술마을을 만들고 파주북소리 축제를 운영하는 남다른 세계를 경험하였다. 좋은 지식축제를 만들기 위해 노력하였지만, 함빡 미련만 남겨둔 채 파주북소리의 꿈을 접어야 했다. 아쉬움 탓에 파주북소리를 떠난 다음 본격적으로 세계의 책축제를 탐구하였다. 십여 년에 걸쳐 자료를 모으고 탐구한 성과물을 비로소 한 권의 책으로 세상에 내놓는다. 세계의 책축제를 광범위하게 분석 소개한 책은 세상 어디에도 아직 없다. 책축제는 어느덧 세상의 변화를 꿈꾸는 마당이자 아이디어를 나누는 지식 공유 플랫폼으로 자리잡았다. 다양하고 선진적인 책축제의 풍경과 목소리에 우리 사회가 새롭게 눈뜨는 계기가 되길 기대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