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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들의 침묵 - 자유보다 값진 복종 이어령
제 1 부 한중일 문화 속의 양 총론: 한중일 신화?전설 속의 양 최인학 중국에서의 양 신화와 전설 정재서 기호로서의 양이 창출해 낸 전설 하마다 요 제 2 부 회화 속의 양 총론: 한중일 그림 속의 양 이원복 한국의 양 그림 이원복 중국의 양 그림 이원복 일본 미술에서의 양 이나가 시게미 제 3 부 문학 속의 양 이야기와 서사 구조 총론: 한중일 양 이야기의 서사 구조 최인학 한국 양 이야기의 서사 구조 최원오 중국 양 이야기의 서사 구조 최원오 일본에서의 양 카미가이토 켄이치 제 4 부 양과 종교 총론: 한중일의 양과 종교 천진기 한국 종교 속의 양 천진기 중국 종교 속의 양 황종원 일본 불교 속 양의 잔영을 찾아서 하마다 요 제 5 부 양의 이미지와 상징성 현대 대중문화와 양 류관현 양에 대한 일본인의 동경과 문화적 변환력 하마다 요?이향숙 크고도 사려 깊은 양띠 영웅들 왕민 집필진 약력 |
李御寧, 호:凌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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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중에서도 놀라운 이야기 하나를 발견할 수 있는데, 그것은 이 세상에 있는 오곡五穀과 잡곡에 대한 기원 설화이다. 원래 이 땅에는 오늘날과 같은 곡식이 없기에 사람들은 먹을 것이 없어 피골이 상접한 상태로 늘 굶주리고 있었다. 그것을 본 착한 양이 인간을 위해 몰래 하늘나라 옥황상제의 밭에 있는 오곡을 비롯한 잡곡들을 훔쳐 지상으로 내려왔다. 그래서 오늘날 가을수확 때 농민들이 농악을 하는 것은 하늘에서 오곡을 갖다 준 양에게 제사를 지내는하나의 의식으로 풀이된다는 것이다.
놀랍지 않은가. 희랍 신화의 프로메테우스가 불을 훔쳐온 것처럼, 양은 인간을 위해서 하늘나라의 밭곡식을 훔쳐왔다. 그것도 위험을 무릅쓰고 하늘의 밭을 지키고 있는 감시인이 잠자는 틈을 타서 그 이삭들을 물어다 준 것이다. 이 이야기는 단순히 양의 착한 성품만을 보여주고 있는 것이 아니다. 그것은 양으로 상징되는 유목문화와 오곡의 수혜자인 농경문화가 충돌이 아닌 서로 융합하고 결합하는 조화의 세계를 나타낸 것으로 풀이된다. 양과 조개를 아이콘으로 하는 은과 주. 그 근원적인 문화의 두 원류가 만나 하나의 강물처럼 흐르고 있는 그 비밀 말이다.“ 「양들의 침묵-자유보다 값진 복종_이어령」 중에서 “시양양의 인기는 2009년 만화영화 『시양양과 후이타이랑』이 개봉하면서 절정에 올랐다. 푸른 초원에서 친구들과 평화롭게 사는 시양양을 늑대인 후이타이랑과 아내인 홍타이랑이 노리면서 시작하는 이 만화영화는 500만 위안을 들여 9000만 위안을 벌어들이는 대박을 터뜨렸다. 시양양은 영화뿐 아니라, 도서, 음반 및 기타 캐릭터상품 판매 등으로도 큰 수입을 올리고 있다. 중국 특유의 선호 동물인 양이 현대에 들어와서 독특한 문화콘텐츠로 탄생한 모범 전형이라 하겠다.” 「현대 대중문화와 양_류관현」 중에서 --- 본문 중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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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목민의 전유물에서 근대화의 상징이 되기까지
실상 한중일 삼국의 문화, 특히 한국과 일본의 생활에서는 양의 발자취가 적은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실물로는 낯선 존재인 양이 동양 문화의 근간을 이루는 십이지의 한 일원으로 시간과 날짜, 방위처럼 생활에 밀접한 부분을 설명하였다는 점은 실로 놀랍다. 게다가 현대에까지 좋은 의미로 쓰이는 글자들(착할 선(善), 아름다울 미(美), 의로울 의(義), 희생 희(犧))에서 하나같이 양(羊)의 모습을 찾을 수 있다. 길상의 표상처럼 기능하며 우리 정신문화에 뿌리박혀 있는 양의 역할인 것이다. 양은 순하고 보은을 아는 동물로서 서양 문화의 뿌리가 되는 기독교 문화에도 나타난다. ‘주님의 어린 양’이라는 익숙한 구절로 표현되는 나약한 인간 존재와 ‘속죄양’ 이미지는 동서양의 양 이미지가 얼마나 서로 맞닿아 있는지 보여주는 단적인 예다. 중국 고사 속의 황초평은 양 치는 신선으로, 수없이 많은 화가들에 의해 그려져 양을 거느린 소년의 모습으로 우리에게 낯익다. 조선을 건국한 태조 이성계는 양을 잡으려 했으나 뿔과 꼬리가 떨어져 놓치는 꿈을 꾼다. 양(羊)에서 뿔과 꼬리를 떼면 왕(王)이 되니 대왕이 되는 미래를 점치는 길상의 꿈이 아닐 수 없다. 일본 지방의 토호였으나 순간의 실수로 일가가 멸망한 히츠지다유의 안타까운 전설도 전해온다. 실체 없이 이미지로만 유래되던 양의 존재는 근대에 이르러 한중일 삼국에서 더욱 중요한 가치로 거듭난다. 태평양 전쟁을 거치며 일본에서는 빼놓을 수 없는 군수물자가 되었고 덩달아 한국에서도 면양 사육을 하게 되었다. 이후 이는 칭기즈 칸이라는 일본의 새로운 식문화로 번진다. 오늘날 중국에서 최고의 인기를 구가하는 만화영화 『시양양과 후이타이랑』 역시 양과 늑대 설화를 바탕으로 탄생하였다. “시집을 가려면 늑대 후이타이랑에게 가고, 처세를 할 때는 양 난양양처럼 하라.”는 유행어가 생길 정도로 중국의 어른 아이 할 것 없이 열광하는 문화콘텐츠가 되었다. 순수의 상징 양이, 9000만 위안, 즉 한화로 150억 원 가량을 벌어들인 거대 문화콘텐츠가 된 셈이다. 현대에 와서도 미래지향적 가치로 새롭게 환원되는 양의 모습을 엿볼 수 있는 부분이다. 동아시아 화해와 융합의 노끈이 되어줄 ‘양’ 조개 패(貝)로 상징되는 은(殷)나라의 물질문명과 양(羊)으로 대표되는 주(周)나라의 정신문화는 중국뿐만 아니라 한국과 중국을 포함한 동아시아 문명에 지대한 영향력을 행사하였다. 한자문화권의 문화적 유전자(meme)를 공유하고 있기 때문이다. 충절과 보은, 유순함과 고지식한 끈기로 대변되는 양 이미지의 특성은 한중일 문화에서 공통적으로 드러나는 코드라고 할 수 있다. 중국의 옛 이야기에서부터 신석정의 시편에까지 녹아 있는 양들의 울음소리에 귀 기울여 보자. 아흔아홉 마리의 양을 돌보는 서구의 목자의 모습보다 더 친근하고 익숙하게 다가올 것이다. 한국?중국?일본을 아울러 동양과 서양의 문명 충돌을 극복하고 우리를 화해와 융합의 정신으로 묶어줄 노끈을 이 책에서 찾을 수 있으리라 기대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