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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EUNG,H-SANG,承孝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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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타이포그래피를 전문적으로 다루는 디자이너다.
건축가와 함께 책을 만든다. 書築 건축가 승효상은 땅과 대화하여 집을 짓는다. 디자이너 홍동원은 승효상과 대화하여 책을 짓는다. “집은 내 맘대로 지었으니 책은 맘대로 만드시라.” 서양의 책은 왼쪽을 묶는다. 우리는 오른쪽을 묶는다. 우리의 두 책의 꼴을 마주 놓는다. 가운데를 펼치고, 다시 좌우로 펼친다. 상상의 날개가 좌우로 펼쳐지기 바란다. 승효상 작업을 보며 수직의 형태보다 수평의 형태를 느낀다. 추사의 세한도가 떠오른다. ---- p.9 「우수」 인간은 태어나자마자 서서 걷기를 원한다. 우리를 다른 동물과 구별하게 하는 이 직립의 의미는 중력의 순리를 거역한다는 것이다. 만물은 땅으로 떨어질 수밖에 없다는 만유인력의 법칙을 거스르면서 높은 곳에 도달 하려고 하는 의지가 인류 역사의 시작이며 문명의 출발이었고, 그 결과의 기록이 기술의 발달사였다. 도시에 초고층으로 솟은 건물을 마천루摩天樓라고 부른다. 스카이스크래퍼sky-scraper라는 영어로도 그 뜻이 똑같은 이 단어의 직설적 의미는 참으로 오만하다. 얼마만큼 자신 있기에 하늘을 닦을 정도인가. 염원이었을까. 그러했다. 저 높은 하늘 끝에 도달하겠다는 인간의 의지는 지독한 숙명이었다. --- p.9 「좌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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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의 말
이 책은 대구에 있는 유아무개의 집에 대한 이야기를 담았다. 집은 건축가와 조경가가 눈빛으로 나눈 대화의 소산이다. 그 결과물에 디자이너가 한 몫을 더하니 책이 되었다. 책을 펼치면 나지막한 집이 땅위에 안기는 모습이다. 모양은 특이하고 읽기는 까다롭다. 집이 불편한 만큼, 책의 꼴도 불편하다. 가끔은 좌우의 페이지를 맞추는 수고도 필요하다. 불편을 탓하는 대신, 벗 삼아 즐기려는 소신을 담았다. 눈 밝은이, 마음이 열린 이에게 이 책은 열려있다. 아무에게나 쉬이 공간을 열지 않지만, 뜻을 함께하는 이라면 누구에게나 대문을 열어 젖히는 주인을 닮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