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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리말
파키스탄 Parkistan 라호르 우주의 에너지가 내 마음을 눈치 챌 수 없게 / 몽환적인 혹은 매혹적인 / 라호르의 아침 풍경 / 무굴제국의 영화를 지켜본 알람기르게이트 / 라호르성의 화려함 속에 숨겨진 슬픔 / 거울궁전 / 바드샤히모스크 / 부겐빌레아가 먼저 반기는 펀자브대학 / 단식하는 붓다 / 아폴론의 시선 / 살리마르정원 / 그들의 환호 속에는 검은 분노가 담겨 있어 이슬라마바드 손톱 위의 봉선화 꽃물 / 보아도 본 것이 아니요 들어도 들은 것이 아니다 / 알라와 만나는 그곳이 바로 신전 탁실라 헬레니즘문명의 탄생 / 태양과 달과 물을 가지고 있소 / 그리스인이 세운 도시 / 잔디알사원에서 차라투스트라를 만나다 / 탁실라는 불교문화의 중심이자 동양의 로마 / 불상과 디오니소스 / 그리스 사고로 묻고 불교 사고로 답하다 / 정교하게 조각된 발에 입맞추고 싶어라 카라코람하이웨이 카라코람하이웨이를 달리다 / 바위에 새긴 기원 / 실크, 카라코람하이웨이를 넘었지만 / 생은 강물처럼 흘러가는 것이지 결코 채워질 수 없는 것 길기트 내 운명은 신에게 달린 것이 아니다 / 아이 라이크 탈레반 / 실크로드의 지배자 고선지 장군 / 시장에서 봉변을 당하다 / 다양한 향료의 고향은 / 지금의 방식 그대로 무수히 반복된다면 / 라카포시, 제로포인트 훈자마을 살구 익는 마을 / 작은 왕궁의 속삭임을 듣다 / 훈자는 배낭여행자의 블랙홀 / 하늘의 별들이 내려와 거니는 곳 / 굴미트 가는 길 / 서스펜스브리지 위에서 죽음을 맛보다 / 만년의 세월을 버티어온 파수빙하 / 생명을 품어 안을 수 없는 보리스호수 / 천년의 시간보다 더 두터운 기억의 두께 / 독수리 둥지 속에 숨고 싶은 / 우체국 가는 길 / 가네슈마을의 개인 모스크 / 카메라 삼매에 빠지다 / 훈자의 밤은 깊어가고 소스트 세계에서 가장 긴 국경 / 혜초스님이 걸어간 길 / 시간과 눈은 어딘가 닮아 있다 중국 China 탁스쿠르칸 무장군인보다 뒷간이 더 무서운 중국 국경 / 컵라면과 맥주 / 하얀색 유르트 위로 쏟아지는 금빛 / 독수리 뼈로 만든 피리를 불며 춤을 추는 타지크인 / 영혼이 드나들 수 있도록 구멍을 뚫어놓은 무덤 / 기쁨의 눈물은 호수가 되고 슬픔의 눈물은 빙하가 되어 카슈가르 카슈가르에 와보지 않고 신강에 왔다고 말하지 마라 / 선데이바자르 풍경 / 푸른 대문 푸른 늑대 / 감자 먹는 사람들 / 그 이름만으로도 충만한 곳 / 시인의 무덤에 술 대신에 흠모하는 마음을 바치다 / 함부로 아름다움을 말하지 마라 / 구마라습이 머물렀던 곳 / 남자들이여 향비마을에 가지 마라 / 떠나기도 전에 그리워지는 너 우루무치 쿠빌라이칸과 마르코 폴로 / 실크로드는 불평등 교역의 주범일지도 / 아편으로 병든 중국의 근대사 / 우루무치박물관, 서역문화의 보고 / 머리에 깃털을 꽂은 누란의 미인이여 / 유르트에서의 하룻밤 / 천산천지의 신령스러운 기운을 온몸에 받고자 타클라마칸사막 바람에게만 길을 허락하다 / 수만 년의 바람과 기억의 질량 / 사라지고 없기에 보고 싶은 / 방랑하는 호수 투루판 불과 바람과 사막이 빚어낸 문명의 용광로 / 아름답게 장식한 집에 남긴 깊은 상처 / 베를린에서 사라진 벽화들 / 빛의 정원에 잠든 마니 / 미라와 숨쉬는 목내이 / 외계의 어느 별에 온 듯 신비스러워라 / 현장스님의 체취가 느껴지는 고창고성 / 투루판의 포도를 먹는 것은 세월을 먹는 것 / 나귀를 타고 시장에 고구마를 팔러 가다 돈황 고비사막을 건너다 / 진정한 사막은 인간이 없는 곳 / 완전한 어둠과 함께 침묵이 스며들다 / 돈황의 밤은 깊어가고 / 막고굴은 방대한 갤러리 / 고대의 서고를 발견하다 / 춤을 추며 꽃향기 퍼뜨리는 아름다운 비천상 / 제비보다도 더 빨리 달리는 한혈마 / 함부로 나갈 수도 들어올 수도 없는 유배의 땅 / 살아서 통과하고 싶은 옥문관 란주 서늘한 초승달 사이로 기차는 달리고 / 천년의 시간을 건너온 병령석굴 / 십만의 붓다가 벌이는 축제의 장 / 하늘에서 내려와 다시는 돌아가지 않는 황하 / 빨강 히잡을 두른 회족 여인 천수 객을 반기는 홍등이 바람에 흔들리고 / 슬픈 사랑을 담고 있는 적릉 / 천수는 복희씨의 고향 / 버려진 물건 같은 인생이라니 / 불교사찰의 양식을 띤 이슬람사원 시안 모든 길은 장안으로 통한다 / 군사적 지배의 효력을 믿은 진시황 / 팜므파탈로 역사에 남은 여인 / 꽃비녀 떨어져도 거두는 이 없어라 / 생의 의미는 끝없는 우주의 삶을 이어가는 것 / 장안을 뜨겁게 달구었던 호희들 / 현장의 체취가 서려 있는 대안탑 / 당나라 문화에 빠지다 / 혜초스님과 고선지 장군 / 비석의 숲에서 묵향에 취하다 / 실크로드는 영혼의 길 발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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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내 중심가에 위치한 라호르박물관은 영국의 지배를 받던 1864년에 세워졌으며 무굴양식과 영국의 건축양식인 고딕양식을 혼합하여 설계되어졌기 때문에 그 분위기가 독특하다. 붉은 사암으로 지어진 박물관은 외양 그 자체만으로도 충분히 사람들을 감동시킬 수 있다. 라호르 박물관의 소장품 중 간다라 미술의 걸작품으로 꼽히고 있는 ‘단식하는 붓다(Fasting Buddha)’ 상은 라호르를 세계적인 문화의 도시 반열에 올려놓는 데 큰 몫을 하였다.
키플링의 소설 [킴]에서는 라호르박물관을 두고 ‘불가사의한 집’이라고 부른다. 라호르박물관에는 불교 유적지의 보고(寶庫) 간다라에서 출토된 많은 유물들이 전시되어 있기에 불자들에게는 ‘불가사의한 집’으로 비칠 수도 있다. 시크리에서 출토된 ‘단식하는 붓다’ 상 앞에 섰다. 오랫동안 기다려 온 만남이기에 첫사랑을 만난 것처럼 숨이 막힐 지경이었다. 붓다의 움푹 파진 두 눈을 들여다보았다. 붓다를 신의 반열에 올리는 것은 붓다의 수행정신을 저버리는 것이라 생각한다. 붓다는 정반왕의 아들로서 한 인간으로 이 세상에 온 것이며, 그 당시 사람들과 함께 호흡하다 육신을 버린 지극히 인간적인 면모를 갖추고 있다. ‘단식하는 붓다’ 상은 붓다가 한 인간으로서 윤회의 사슬을 끊어버리기 위해 얼마나 많은 수행을 겪었으며 그 지점에 도달하기 위해 시행착오를 겪었는지 짐작하게 한다. 카라코람하이웨이를 달리는 내내 버스기사에게 불만을 품었다. 눈길만 살짝 돌려도 천 길 낭떠러지인데 앞지르기는 예사요, 마음껏 속도를 내어 달린다. 이번 여행의 내 운명은 신에게 달린 것이 아니라 저 기사에게 달렸다는 불길한 생각을 떨쳐낼 수가 없었다. 저 천 길 낭떠러지 아래로 하얀색 미니버스 한 대가 형편없이 찌그러진 채 가로 누워 있는 것이 얼핏 눈에 들어왔다. 언제부터 저렇게 가로로 누워 있는지 모르겠지만 두렵다. 심장이 갑자기 빨리 뛰기 시작한다. 저 천 길 낭떠러지로 떨어질 때 사람들은 어떤 생각을 했을까? 사람의 목숨은 호흡과 호흡사이에 있는 것, 들이쉰 숨을 내뱉지 못하는 것을 두고 죽음이라 하지 않는가. 생과 사는 나눌 수 없는 불가분의 관계인데도 곧잘 망각해버리는 것이 인간이 지니고 있는 문제 중 가장 심각한 문제가 아닐까. 열심히 살아도 우리의 목표는 허망한 죽음인 것에 대해 왜 고뇌하지 않는지 자신에게 묻고 싶었다. 두이카르마을에서 가장 전망이 좋은 이글네스트(Eagle Nest)에 올랐다. 독수리 둥지라고 해서 독수리들이 하늘을 날아다니는 줄 알았는데 그들은 보이지 않았다. 독수리같이 생긴 바위를 보았고, 크고 작은 구멍이 뚫린 바위가 독수리들의 은신처가 되는가 보다. 이글네스트는 나무보다는 바위가 더 많은 황량한 곳이다. 이글네스트에 서면 라카포시(Rakaposhi), 디란(Diran), 골든피크(Golden Peak)등 이름난 산봉우리들과 마주하게 된다. 저 멀리 보이는 설산 봉우리들도 아름답지만 바로 가까이서 시야를 가득 채우는 풍광 또한 오래도록 지켜보게 만든다. 깊고도 긴 계곡, 계곡을 끼고 흐르는 훈자의 강줄기 그리고 키 큰 포플러나무들이 정렬해 있는 풍광이다. 이글네스트에 서니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이 만든 애니메이션 바람의 계곡 나우시카가 생각난다.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은 카라코람하이웨이가 개통되자마자 바로 훈자마을을 찾았다. 태고의 모습을 간직한 훈자의 자연 앞에서 얼마나 많은 감동과 찬탄을 쏟아내었을까. 배경음으로 깔리는 바람소리가 훈자의 거센 바람소리와 닮았고, 주름진 계곡이 닮았고 다랑이밭과 포플러나무들이 무리지어 서 있는 풍광이 닮았다. 호수 옆의 넓은 초원에는 키르키스족이 살고 있는 유르트가 10여 채 있다. 이들은 관광객들에게 목걸이를 비롯한 각종 액세서리를 팔아서 생계를 이어가고 있는 것 같았다. 여인들은 주로 붉은색 머릿수건을 쓰고 있었고 여자아이들은 붉은색 머릿수건이나 모자를 쓰고 있었다. 햇볕에 검게 그을린 얼굴의 아낙들이 나에게 보랏빛 목걸이를 걸어주면서 ‘예쁘다’고 한다. 그녀의 환한 웃음을 뿌리칠 수가 없어서 15위안을 주고 목걸이를 하나 샀다. 이 목걸이는 여행 내내 나를 행복하게 해주었다. 나에게 목걸이를 판 여인이 자신의 유르트로 초대했다. 유르트 안은 생각보다 시원했다. 커다란 카펫이 깔린 유르트는 방과 주방의 구분이 없는 원룸이었다. 그리고 살림살이라고 해보아야 주전자와 냄비를 비롯한 주방용품과 한두 개의 가재도구가 전부였다. 우리가 소유하고 있는 물품들 중 생존을 위해서 정작 필요한 것은 그다지 많지 않음을 또 한 번 깨닫게 되었다. 이곳에서 도시의 인간이 물건을 지배하는 것이 아니라 물건으로부터 지배당하고 있다는 느낌을 떨쳐버릴 수가 없었다. 타클라마칸의 오아시스 주민들 사이에서는 사막 아래에 묻혀 있는 도시들에 관한 전설이 아주 오래 전부터 전해져 내려오고 있었다. 모래언덕 사이에 금은보화가 묻혀 있어 사막의 공포를 겁내지 않는 사람이 있다면 누구나 그것을 가져올 수 있을 것이라는 말이 떠돌았다. ‘사막의 정령들에게 홀려 길을 잃게 되고 결국은 비참한 죽음을 맞이하게 된다’는 떠도는 말들을 무시하고 스벤 헤딘, 오럴 스타인, 폰 르콕 등 19세기의 몇몇 탐험가들은 사막 속으로 들어갔다. 특히 갑자기 사라져버린 고대왕국 누란(Loulan)은 서구 탐험가들이 동경하는 신비로운 곳이었다. 누란은 여러 가지 복잡한 원인으로 하류가 물길을 달리하고 바람과 모래의 침습으로 대사막에 묻혔다고 한다. 탐험가들 중 스벤 헤딘은 사라져버린 고대왕국 ‘누란‘을 발견하는 성과를 이루었다. 보이지 않기에 보고 싶고, 사라지고 없기에 찾고 싶고, 갖지 않았기에 갖고 싶은 것이 우리네 심상이다. 누란, 그리고 니야(Niya)라는 단어를 입 안에서 소리 내어 말하면 왠지 모르게 그리움과 아득함 그런 느낌이 내 안에 가득 차오른다. 오늘날의 시안 사람들은 옛 사람들처럼 은빛 달빛을 밟고서 자은사 광장에서 빙과 한 조각을 입에 물고 폭포수처럼 쏟아지는 분수를 감상하면서 여름밤을 보내는 것 같았다. 대안탑이 있는 자은사를 중심으로 수경(水景)광장이 조성되어 있는데, 수많은 인파가 몰려들어서 혼잡을 이루긴 해도 기억에 남는 공간이다. 100미터 높이에서 쏟아지는 폭포수는 그 소리만으로도 듣는 이의 가슴을 시원하게 해주었으며, 음악에 맞추어 춤추는 분수는 눈맛을 시원하게 했다. 대안탑을 중심에 두고 레이저쇼가 벌어지는데 검은 어둠 속에서 층마다 불 켜진 대안탑이 더 눈길을 끌었다. 폭포수가 떨어지는 긴 벽면엔 한혈마를 타고 전장으로 달려 나가는 군사들을 역동적으로 조각해놓았으며, 당의 상징물들을 수십 개의 커다란 원통기둥에 정교하게 새겨놓았기에 잠시 당나라 시대로 되돌아가게 만들었다. 음악은 중국의 민요부터 현대 가요, 재즈 등 다양하게 흘러 나왔다. 재즈가 나오자 몇몇 서양인들은 흥에 겨운 나머지 춤을 추기 시작했다. 낯선 공간에서 즉흥적으로 몸을 흔드는 그네들의 스스럼 없는 몸짓이 참으로 부러웠다. 화려한 조명과 물이 빚어내는 한여름 밤의 축제는 끝났다. 이젠 돌아가야 할 시간이다. ---본문 중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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봉인된 과거와 열린 미래로의 황홀한 시간 여행!
실크로드(Silk Road)는 독일의 지리학자 리히트호펜(Richthofen)이 처음 사용한 말로, 흔히 고대 중국과 서역 각국 간에 비단을 비롯한 여러 가지 무역을 하면서 정치ㆍ경제ㆍ문화종교를 이어준 교통로를 일컫는다. 보다 큰 얼개에서는 중국 장안에서 타클라마칸사막, 파미르고원, 중앙아시아 초원, 이란고원, 터키 이스탄불을 지나 로마에까지 이르는 길을 지칭한다. 우리나라 실크로드학의 권위자 정수일 선생은 그것의 외연을 신라 경주로까지 확장하기도 한다. 실크로드가 처음 열린 것은 전한(前漢) 때에 이르러서이다. 한 무제(武帝)는 대완국, 오손국, 대월지국과 같은 서역의 여러 나라와 동맹하여 북방의 흉노를 제압하고자 했다. 그는 장건(張騫)에게 이 임무를 맡겼는데, 실로 십수 년이 넘어서야 비로소 서역 경영의 교두보를 마련하게 된다. 장건이 서역을 개척한 이래 중국의 역대 왕조는 중앙아시아 및 서아시아 여러 나라와 빈번하게 교류한다. 이때부터 중국의 비단은 본격적으로 로마로까지 팔려 나간다. 또한 시기를 두고 칠기, 도자기 같은 물품과 양잠, 화약기술, 제지기술 등도 건너가는데, 특히 제지기술은 인쇄술 발달과 지식 보급의 원동력이 되기도 한다. 또한 역으로 중국에는 기린, 사자와 같은 진귀한 동물과 호마(胡馬: 말), 호두, 후추 등이 전해지고, 유리 만드는 기술이 전해지기도 한다. 그런 점에서 실크로드는 상업적인 면뿐만 아니라 동서 문화의 교류라는 면에서 역사적으로 큰 의의를 지니고 있다. 실크로드는 서로 다른 문명간의 충돌이 아니라 교류와 융합을 통해 을 상생해온 길이며, 동서남북을 소통시키고 인류역사의 어제를 오늘로 이어준 길이었던 것이다. 이번에 저자 문윤정이 도서출판 바움에서 실크로드를 세세하게 더듬어간 기행기를 출간했다. 걷는 자의 꿈, 실크로드가 바로 그것이다. 이미 그녀는 인도네팔 순례기 신들의 땅에서 찾은 행복 한 줌을 상재(上梓)한 바 있다. 이 책에서 저자의 실크로드 여행은 파키스탄의 라호르에서 시작한다. 그렇게 하여 이슬라마바드, 탁실라, 카라코람하이웨이, 길기트, 훈자마을, 소스트 등을 경유하여 중국으로 넘어가 다시 탁스쿠르칸, 카슈가르, 우루무치, 타클라마칸사막, 투루판, 돈황, 란주, 천수, 그리고 시안에까지 이른다. 물론 이 책에서 이란고원과 터키 등에 이르는 과정은 제외되었지만 글자 그대로 비단길(오아시스로)의 과정을 충실하게 따르고 있는 것이다. 저자는 이 책에서 실크로드를 직접 밟아가면서 자신의 감정과 상상력을 동원하여 보고 느끼고 체험한 사실들을 꼼꼼하게 서술한다. 단순히 실크로드에 대한 이론적 접근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살아 있는 감정과 상상력을 통해 실크로드의 진면목을 파악하는 데 큰 도움을 제공하는 것이다. 아울러 동양과 서양을 잇는 실크로드의 숨겨진 면면들을 살펴봄으로써, 그 길을 따라 삶을 영위한 인간들의 삶의 세계와 문화를 더욱 깊게 이해하게 되는 계기도 마련해준다. 저자에 따르면 실크로드 여행은 여행자로 하여금 철저히 과거에 머물게 한다. 모래와 바람이 쓸고 간 세월의 나이를 셀 수도 없을 만큼 노회한 구조물이 들려주는 노래, 기쁨과 슬픔과 사랑과 즐거움과 회한이 주름마다 새겨져 있는 수천 년 전의 미라, 그리고 여행자 자신이 간직한 추억과 과거를 다 드러내기도 벅찬 그 무엇인가에 대한 시간 여행이라는 것이다. 또 다른 한편 이 실크로드 여행은 여행자로 하여금 묵묵히 미래로 걸어가게도 한다. 자신의 삶을 비롯하여 누군가의 삶을 포함한 그 모든 것들이 철저히 과거에 머물러 있을 것 같지만 결국 미래를 향하여 나아가고 있다는 역설적인 사실을 깨닫게 하는 시간 여행이라는 것이다. 그래서일까. 저자가 이 책에서 들여다본 실크로드는 마치 인간의 운명과 너무도 닮아 있다. 인간의 삶과 죽음, 그리고 기쁨과 눈물이 깊게 드리워져 있고, 과거와 현재의 영욕이 교차하고, 그러기에 변하지 않는 것은 아무것도 없으며, 결국 우리는 그렇게 시간의 흐름에 내던져진 존재라는 깨침이 도처에서 드러난다. 솔직히 시중에 실크로드와 관련된 책들은 많이 나와 있다. 실제 몇몇을 제외하고는 대다수의 책들이 중국의 시안에서 돈황에 이르는 여행 정보나 단편적인 내용으로 분분하다. 이 책처럼 실크로드에 의지하여 온삶을 살아간 사람들과 문명의 흔적들을 생생하게 보여주고 있는 내용은 드물다. 이 책에 실린 저자 자신이 직접 찍은 사진 자료는 그것들을 구체적으로 입증해주는 한 예다. 실크로드는 살아 숨 쉬는 길이다. 여러 문명을 탄생시키고 키워서 서로 교류하게 한 길이다. 마치 멀면서도 가까이 우리 속에서 살아 꿈틀거리는 길이다. 이 책을 통해 실크로드를 가만 들여다보고 음미해보라. 한없이 낯선 곳과 낯선 사람의 이야기 같지만, 깊은 동질감을 느끼게 될지도 모른다. 이 책이 새삼 소중한 이유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