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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장 스무살에 친구가 죽었고
스무살에 친구가 죽었고, 나는 군대를 갔다 / 낮잠에 들다 / 왜 모든 것은 존재하는가 / 커피 한 잔 마시고 / 다람쥐 시체 / 겨울이 온다 / 구토 2장 불교, 깨달음 깨달음이 없어도 / 기질의 문제 / 삶의 문제들 / 무력한 깨달음 / 자아는 없어지지 않는다 / 삶이란 원래 어렵고 힘든 것이다 / 선방 승려의 삶 / 용맹정진 / 좋은 꿈, 나쁜 꿈 / 수행기 / 둘이 아니라는 것 / 산은 사람들을 찾지 않는다 3장 늦가을, 비가 내리다 해야 할 일 / 삶의 의미의 의미 / 함께 하겠다 / 애쓰지 않는 삶 / 언어는 권태를 두려워 한다 / 이것은 나였다 / 삶의 정제 / 승보에 관한 소고 / 승려의 아이덴티티 / 상품 / 낯선 일상 / 국수를 먹던 날 / 만병통치약 / 취하라 4장 언어의 집에서 탈출하기 선이란 무엇인가 / 죽음을 아는 동물 / 선의 목적 / 선불교의 수행법 / 생각의 목격자 / 해운대의 밤 / 인가의 의미 / 거사선 전성시대 / 상품이 되지 못하여 5장 어느 봄날의 꿈 얼마나 놀라운 일인가 / 인생의 문제 / 죽음이 오기까지 / 질문 / 하나의 이야기 / 과시용 금욕주의 / 오래된 여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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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숨의 한 올 한 올을 풀어간다. 목숨줄이 다하는 순간 우리는 우리가 시작되었던 미지로 돌아가야 할 것이다. 그 미지가 안겨주는 두려움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 내일은 내가 죽어있을까, 살아있을까. 일주일 뒤에는? 1년 뒤에는? 이후로 나는 잠에 드는 것을 두려워했다. 어느 날 잠을 자고 일어나지 못한다면, 그 무의 상태가 죽음과 다름없으리라 생각하니 너무도 소름끼쳐 견딜 수 없었다. 밤마다 창문 밖으로 달을 보며 많이도 울었다. 깨어나면 ‘아, 다행이다.’라고 생각했다. 이러한 생활이 계속되는고로 나는 마침내 삶을 증오할 수밖에 없었다. 죽음이 있어야 한다면 삶이 무엇이 필요있겠는가? 나는 삶을 배반하고, 세상을 배반했다. 삶에 대한 증오는 나를 병들게 했다. 죽음에 삶을 저당잡힌 연유로 나의 일생은 실패가 되었다. 이 일생패궐의 끝자락에서 나는 마침내 내 인생을 망치러 온 나의 구원자를 만났다. 나는 그의 발밑에 엎드려 머리를 밀었다.
--- 서문 중에서 이따금 도반스님들과 이야기를 나누며 후일의 계획을 묻는다. 스님은 5년 뒤에 무엇을 할거냐, 10년, 20년 뒤에는 무엇을 할거냐. 어떤 스님들은 죽는 그날까지 선원에만 다닐 것이라 자부한다. 평생을 수도승으로 살겠다는 장렬한 마음가짐이다. 나의 경우, 죽음의 공포를 차치한다면, 그저 애쓰지 않고 살고 싶었다. 그래서 애쓰지 않기 위해 선원에 다니기로 결심했다. 차갑게 식어버리는 삶을 기대했다. 봉쇄된 선원에서 아무런 열정도 야망도 없이 그저 그렇게, 매일의 똑같은 삶을 그리면서 차갑게 식어버리고야 마는. 나는 그런 삶을 꿈꿨다. 그런데 그렇게 애쓰지 않는 삶이란 것이 결국 하나의 판타지라는 것을 뒤늦게서야 깨달았다…. --- p.55 “산다는건 원래 허무한거야.” 나는 이런 말들을 좋아했다. 삶에 이런저런 이야기들을 갖다 붙일 수도 있겠지만, 기왕이면 날 것 그대로의 삶을 이야기하는 것이 더 좋았다. 화려함 이면의 초라함, 시끌벅적함 이면의 외로움, 의미 뒤에 몸을 숨긴 무의미…. 나는 그런 것들을 좋아했다. 물론 세상은 이런 취향을 썩 좋아하지 않는다. 세상은 날고기 물어뜯는 사자를 원하지, 풀을 뜯는 사자는 원하지 않는다. 세상은 사람들에게 일을 하고 돈 벌 것을 명령한다. 사랑하라. 담배를 피고, 술을 마시고, 일을 하고, 돈을 세라. 직업을 갖고, 소비를 하라. 세상에서 살아남는 법칙이다. 이 법칙에 별 관심 없는 사람들은 하나 둘 낙오한다. 참으로 재밌는건, 자본주의 세상은 이 낙오자들 중 몇몇을 재포장하여 상품으로 판매하기도 한다는 것이다. 그리하여 오늘날에는 허무도 상품이 되고 반자본주의도 상품이 된다. 그 상품들로부터 뛰쳐나온 이들마저 상품이 된다. 나는 이런 상품들이 진열한 것을 볼 때마다 욕지기가 치민다. --- p.64 인간은 자신의 죽음을 아는 유일한 피조물이다. 인간은 자신의 죽음을 사유한다. 태어남이 알 수 없는 곳에서 모든 것을 쓸어왔다면, 죽음은 알 수 없는 곳으로 모든 것을 쓸어간다. 죽음과 삶은 양면을 공유한다. 그래서 죽음을 사유하는 인간은 곧 삶을 묻게 된다. 죽어야 한다면 어째서 태어났는가? 왜 모든 것이 존재하는가? 삶의 의미는? 뭐 이런 저런 공허한 질문들이 탄생하기 시작한다. 그 질문들은 이윽고 삶을 부조리의 사막으로 끌고간다. --- p.78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