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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자를 그리는 남자 / 7
바다로 간다 / 47 봄이 끝날 때 / 97 누웠던 자리 / 159 물의 꿈 / 199 달이 무늬 / 241 가족에겐 가족이 없다 / 275 딸꾹질, 멎지 않는 / 307 해설_환(幻), 눈물겨운 숨고르기의 시간 또는 희망/변지연 / 344 작가의 말 / 359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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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들 만남 후에는 늘 미진한 구석이 있습니다. 모임 후 제각각 둥지로 돌아가고, 저도 집으로 돌아오면 공연히 미안해서 허기가 몰려옵니다. 더 잘해 주지 못해서, 힘이 부치는 자신이 미워서, 식구에게 부담 떠넘기려는 ‘미움’임을 알면서도 미워하는 미안함은 좀체 사라지지 않습니다.
석 달에 한 번쯤 형제자매가 모여 요양병원에 누워 있는 어머니를 뵙고 함께 식사합니다. 본인들 어린 시절 이야기가 끝나면 아이들 키우는 일화로, 앞으로의 자식 걱정으로 고함 같은 대화를 나누다가 헤어집니다. 여전한 미움으로 슬쩍 밀어 내리는 그 슬픔, 떨어져나가는 그 앙금이 저를 위로합니다. --- 「작가의 말」중에서 만지면 부서질 듯, 병원 로비에 들어앉은 햇살을 무연히 바라보는 누나를 보니, ‘감사’라는 낱말이 문득 떠올랐다. 로비 문이 열리자 햇살 조각이 튕겨 나와 누나의 반 쪽된 얼굴을 어루만졌다. 불현, 뺑소니차가 생각났다. 그 사람도 잘 지내고 있을까? 차 안 어둠 속에서 아스팔트에 팽개쳐진 나를 지켜보던 그도, 햇살을 잘 받고 있을까? 그에게도 햇살이 환히 비추었으면 좋겠다. 아니, 그도 지금 빛을 받고 있을 것이다. 햇살은 누구에게든 고루 빛을 비추어줄 테니까. --- p.197 마음은 없어요. 깊은 병 들어보니 잘 알겠어요. 몸 외엔 모두 거짓이에요. 수시로 아파오는 몸만이 진실이에요. --- p.257 노래라도 부르는가, 아버지는 장구채를 마이크처럼 입에 대고 꺼이꺼이, 아버지 식의 노래를 불렀다. 자기 노래에 취한 아버지, 어깨가 으쓱으쓱, 목걸이가 출렁거리는 할아버지의 영정도 으쓱으쓱, 그 모습을 바라보는 식구들도 아버지가 넘어질까 아버지 곁에 다가가 어, 어, 추임새를 넣어가며 덩실거린다. 기억이 없는 아버지, 갓 태어난 아이 같은 아버지를 바라보니 울컥, 소화 안 된 육적이 식도를 차고 올라온다. 숨길이 어긋났는지 준수는 딸꾹질을 터뜨린다. 연길에서 본 형이 그대로 아버지에게 들씌워진다. 준수의 딸꾹질은 멈추지 않는다. --- p.343 왜 우리만 중심이라고, 닮은 것들만 영원히 잘 살겠다고 발버둥치는지 모르겠다. --- p.324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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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가족이 있고, 나쁜 가족이 있을까. 나쁜 가족이라면 없는 것이 나을지 모른다. 빚만 잔뜩 안겨주거나 사고치는 가족이라면 말이다.
가족에겐 좋고 나쁨이 없을까. 나쁜 나, 좋은 나가 없고 그저 나일뿐이듯, 가족에겐 가족이 있을까. 거울을 봐야 나를 볼 수 있다. 가끔 거울에 커튼이 드리워질 때가 있다. 하나의 거울을 사용하는 가족이지만, 자기 일이 바쁘면 아무도 그 커튼을 거두려 않는다. 손가락 하나면 간단한데, 천근만근의 커튼이다. 나를 가장 잘 비춰 주는 거울이 가족이다. 나를 잘 보려면 커튼을 거두어야 할 것이다. 작가는 이 소설집에서 어디까지, 얼마나 가족을 사랑해야 하는지 묻는다. 나를 사랑하듯 그저 사랑할 뿐이라고 답하는데_. (……)‘서로가 다시 이어질 수 있으리라는 희망’이라면, 이를 가장 아름답고도 힘 있게 품고 있는 작품은 단연 「딸꾹질, 멎지 않는」일 것이다. 이 작품의 주인공 ‘준수’와 치매 앓는 아버지는 무엇보다도 ‘연길에 간 형’을 간절히 기다리고 있다. 지도교수의 프로젝트 수행 차 가게 된 연길에서도, 집으로 돌아와 형 대신 제사를 정성껏 지내는 와중에도, 준수의 머릿속은 온통 형에 대한 걱정과 불안으로 가득 차 있다. 사실 그는 연길에서 우연히 형과 맞닥뜨린 순간이 없지 않았다. 그러나 이들은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서로 모른 척, 외면했”고, 준수의 “멈췄던 딸꾹질이 다시 시작된”다. “숨길이 어긋날” 때 일어나는 것이 딸꾹질이라면, 준수의 그것 또한 숨길이 어긋났기 때문에, 즉 서로 이어져야 할 것이 단절됨으로써 일어난 현상이라 할 수 있다. “준수의 딸꾹질은 멈추지 않는다.”는 짧은 문장으로 끝맺고 있는 이 작품은 그래서 더욱 깊은 여운을 남긴다. 멈추지 않는 딸꾹질이란 곧 서로가 다시 이어져야 한다는 당위 또는 그렇게 되기를 바라는 희망을 의미하는 것에 다름 아니기 때문이다. - 변지연(문학평론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