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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의 말
들어가는 메일 1장. 새의 길 후문 초소의 진품 감정 해변의 여인 숫자 몽상가 감성 상각 어디로 갔을까? 할머니의 주머니 산타모니카의 우울 새에겐 창(窓)이 없다 내게 두고는 2장. 물에서 건져낸 옛 생각 액땜 할머니 빨간 장갑 청춘 투어 멀리, 끝없는 별리 악장 선거 도둑의 배려 우리라는 울타리 물에 녹은 생각 부흥 부동산 과민성 남자 어머니를 위하여 3장. 사막을 건너는 방법 둘만 있는 사진 사랑의 슬픔 그린콘서트 사랑의 열매 소양동 금줄 손 없는 날 사막에 남다 창살 안 원숭이 봄맞이 대청소 기찻길에 뒹구는 못자석 바다를 바라보는 의자 뉴욕뉴욕 4장. 꿈속에서 거울 보기 진실의 행방 당신 삶의 칸타빌레 새아침 교습소 강의 꿈 늦은 눈 개떡 찰떡 변비에서 설사까지 모두가 꽃잎 우산의 비밀 5장. 운명이 밀려오는 자리 그분의 말씀 백설공주가 사랑한 난쟁이 운명을 이식하다 축의금 믿음 모자 쓴 신부 바다에서 건져 올린 그림자 밀가루 아파트 시원의 휴가 돌멩이 꽃 피어 6장. 새로운 시인을 그리며 내조의 여왕 새를 그리는 나무 쥐와 귀 신혼 방 천사의 미소 기적, 살아있음 엄마야 누나야 강변 살자 나오는 메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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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 후기의 기인 화가 호생관(毫生館). 한국의 고흐라고도 불리는 그는 자기 한쪽 눈을 스스로 찔러 실명케 했어. 그림 그려 달라고 하던 사람이 좀 건방을 떨었떤 모양이야. 최북(崔北)은, ‘남이 나를 손대기 전에 내가 나를 손대야겠다’ 고 하며 눈 하나를 찔러 멀게 했다네. 자존심이 엄청난 사람이야. 화가에게 가장 중요한 눈을 후벼낸 최북의 손에는 광기가 서려 있을 테고, 그 손에서 나온 그림과 글씨는 얼마나 강렬할까. 손 여사가 보여준 그림은 최북의 후기작, 「사슴」이었어. 사슴 눈빛이 스마트폰 액정을 녹일 만큼 형형했대.
---본문 중에서 「푸른 숲 아파트」에서 나하고 제일 친한 주민 고 씨. 고 씨가 어제 초소 창문을 슬그머니 열고 붕어빵을 디미는 거야. 그가 후문 초소로 퇴근하다시피 했는데, 요즘은 통 보이지 않아 궁금하던 차였지. - 숫자가 없어졌습니다. 고 씨가 경비실 문고리를 쥐어뜯듯 잡아당기고 내 면전에다 쏟아붓듯 내뱉은 말이야. 숫자에 약하다거나 구구단을 잊었다는 말이 아니었어. 술을 마신 것 같지도 않았어. ---본문 중에서 아버지, 요즘은 아기라도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아내와 인연이 오래되기를 바라는 마음이겠죠. 아이가 생기지 않는 이유는 아내가 힘들기 때문이라는 생각이 부쩍 듭니다. 처음 생긴 아기가 유산이 되고 나서 아내는 더 불안해합니다. 저도 마찬가지고요. 아이 없어도 사랑이 식지 않으리라는 믿음이 희미해져 갑니다. 아들, ‘음악에는 국경이 없다, 하지만 음악가에게는 조국이 있다’라는 말을 나는 믿어. 음표가 아닌 한글로 작업하는 아들은 더욱 실감할 거야. 우리 말에는 우리 상처, 우리 추억이 담겨 있어. 음악가들도 그렇고 미술가들도 자기 경험을 소중히 여기잖아. 문학가들은 더 민감하겠지. ‘요중선(鬧中禪)’. 이라는 말이 떠오르네. 선불교에서는 요중선을 중요하게 여겨. 시끄럽고 번잡스러운 생활 속에서 자기를 잃지 않고 수행하는 것을 말해. 요중선을 행하는 사람들은 언제 어디서나 상황에 구애받지 않아. 스스로 고요해지고 그 안에서 자기를 가꾸지. ---본문 중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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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민들을 관찰하여 지금 여기의 삶을 탁본하는 글쓰기
가전회사 A/S 기사에서 재활용품 수집가로, 다시 골동품 감정가로 변신한 추풍 씨의 고민, 버스안내양을 생업으로 살아갔던 할머니가 겪는 AI 시대, 숫자 스트레스를 없애려 문자로 바꾼 회사원의 소통 부재, 풍문 때문에 친구를 해치는 학생의 객기, 인간 사회의 빠른 변화에 따라 빠르게 달려가는 강아지, 경쟁에서 밀려난 피아니스트의 소심한 복수, 모든 일상을 무속신앙에 기대어 살아가는 주부의 망상…. 우리 시대 서민의 모습을 컴퓨터에 우화로 새겨넣었다. 시민들에겐 진정한 행복이 무엇일까? 저마다 답을 향해 걸어가던, 시민들의 백치스런 모습에 나는 문득, 주눅이 든다. 나의 문장에 담기는 그들에게 죄송스럽다. 내가 얼마나 잘 안다고 함부로 단정 짓는가. 요즘은 어떤 말도 할 수 없을 때가 많아진다. 그래도 나는 기운을 내서 그들을 적어나간다. 백치를 가장한 영악함을 받아들이거나, 속는 자신을 스스로 견뎌내겠다고 마음먹어야 한 문장이라도 쓸 수 있다. 이렇게 철면피로 2년을 보내니 58편의 이야기가 만들어졌다. 《네게 쓴 메일함》에는 시민 이야기에 관련한 현대 시를 골라 선율을 입히고 산문을 넣었다. 우리의 현대 시를 향한 애정의 표현으로 봐주시면 좋겠다. -[머리말] 중에서 아들과 아버지의 우리 현대 시를 향한 사랑이 담긴 우리의 노래 다매체 시대에 맞는 창해출판사의 다차원적인 시도 《네게 쓴 메일함》에는 현대 시에 곡을 붙이고 이와 관련한 시민 서사도 담겨 있다. 인쇄매체와 더불어 디지털 매체의 발전으로 제2의 구술문화 시대가 열리기 시작한 이때, 김기우 소설가는 노래로 평화와 사랑을 구가하며 소통하던 옛 구술 시대를 복원코자 한다. 김기우는 현대 시가 독자들에게 음악으로 연결되어 널리, 오래 기억되기를 희망하면서 선율을 얹혀 나갔다. 이러한 다차원적인 시도가 독자에게 신선하게 다가가고 있다. 이 소설은 QR코드를 통해 책에 수록된 시 음악과 영상을 감상할 수 있게 편집한 점도 특별하게 한다. (https://www.youtube.com/@kiwookim-k3s/videos) 인공지능의 시대, 우리의 삶은 어디로 가는가 인공지능, 빅데이터, 챗봇, 메타버스 등은 이제 우리에게 낯설지 않은 단어들이다. 공학 기술은 낮잠 자고 나면 발전하여 우리의 삶은 빠르게 변해가고 있다. 우리는 이제 기계와 함께 할 수밖에 없는 시대에 와 있다. AI가 우리의 생활을 편리하고 빠르게 이끌어가고 있다. 그럼에도 세계 곳곳은 여전히 전쟁이 끊이지 않고 있다. 여기에 이상 기후, 장기 불황, 바이러스 출몰도 겹쳐 있다. 우리나라는 저출산과 양극화의 문제까지 얹혀 있다. 이 시대에 소설이 쓰이고 읽힐 수 있을까, 하고 많은 사람이 묻는다. 그러나 김기우 소설가는 되묻는다. 이러한 현실을 살아가는 소시민을 외면할 수 있는가, 시민의 소소하지만 소중한 삶을 누군가는 이야기해야 하지 않겠는가 하고 질문한다. 많은 사람이 커다란 이슈와 흥미진진한 사건에 우우 몰려 있지만, 시민의 일상은 계속되고. 생로병사는 여전하다. 첨단과학 기술에, 백화쟁명(百花爭鳴) 목소리에, 우리 시민들은 생업에 충실하며 먹고살기 바쁘다. 시민들의 백치다울 수밖에 없는 모습을 우의적으로 밝혀내는 김기우 작가의 이번 창작소설집은 특별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