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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부
출조│수몰│신촌블루스│밤│바늘│낮│짝밥│꿈│소야 2부 싱크홀│이별│붙여넣기│봉헌│서울, 한붓그리기│퍼포먼스 에필로그 작가의 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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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석 봐라. 밤새 왔겠네?”
사람의 말이 부드럽고 반갑게 느껴졌다. 그러면서도 나는 아저씨 눈치를 보며 어색하게 서 있었다. 아저씨가 나와 저수지 너머 언덕을 번갈아 보더니 천천히 다시 입을 열었다. “뭐, 먹을 걸 좀 줄까?” 나는 고개를 끄덕했다. “그래, 근데 우선 어디 좀 보자.” 아저씨가 수건으로 얼굴과 목, 손을 닦아주고 담요로 어깨를 감싸주었다. 아저씨가 버너 위에 물을 올려놓고 난로를 가져오겠다며 집으로 들어간 사이 나는 저수지 너머 산등성이를 한참 바라다보았다. 거기, 어머니 무덤이 있었다. 무덤은 여기 있는데 어머니의 혼은 왜 집까지 찾아와서 나를 괴롭히며 집에서부터 이곳까지 몰고 왔는지 모를 일이었다. 한참 동안 더 물끄러미 쳐다보고 있는 사이 동이 텄다. 아직 세상은 온통 흑백이었다. --- 본문 중에서 찌가 올라오다가 순간적으로 멈추는데 이 순간을 포착하기가 쉽지 않다. 말하자면 그 순간이 먹이가 입천장에 닿기 직전 혹은 막 닿았을 때이고 그때 걸어야 한다. 그걸 정확하게 읽고 행동해야 월척을 낚을 수 있다. 꾼은 그러니까 그 상황을 동영상으로 머릿속에 그릴 수 있어야 한다. 녀석들도 지구상에서 오래전부터 온갖 수난을 극복하고 살아남았다는 사실을 잊어서는 안 된다. 어쩌면 그걸 빨아들였다가는 누군가에게 낚인다는 것을 녀석도 알고 있을지 모른다. 그러면서도 삼키는 게 어리석다고만 할 수는 없다. 인간은 걸려들 수 있다는 걸 알면서도 뇌물을 삼키지 않는가. --- 본문 중에서 한여름인데도 봄이나 가을같이 선선했다. 어둠이 짙었다. 산 그림자가 진 곳은 특히 그랬다. 사방이 산으로 막혀 있어 모든 게 그 안에 고여 있는 듯했다. 어둠이 짙은 곳과 조금 덜한 곳 사이에 그림자 경계가 띠를 이루었다. 그 경계, 검푸른 물 위에 두 개의 야광찌가 개똥벌레처럼 앉아 있었다. 소리도 수면 중이었다. 세상은 하늘과 산, 물로만 이루어져 있었다. 세상이 잠시 출렁, 홀연히 빛나던 연두색 케미가 물과 수초를 연초록으로 물들였다. 찌가 중력과 부력 사이에서 잠시 멈칫하더니, 다시 가라앉아 제자리를 잡았다. 나는 낚싯대에서 손을 뗐다. 긴장을 풀고 있으려니, 무연히 앉아 있기에 오히려 좋았다. 새벽이 더디게 와 주시길. --- 본문 중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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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과 인간에 대한 깊이 있는 천착을 보여주는
이용준 작가의 첫 번째 장편소설 2014년 중편소설 「붕어찜 레시피」로 심훈신인문학상을 받으며 작품 활동을 시작한 이용준 작가의 첫 장편소설이다. 신인문학상 수상 당시 “군더더기 없는 문장과 삶과 인간에 대한 깊이 있는 천착”(심사위원 남정현, 방현석, 하성란)이 돋보인다는 평을 받은 작가의 내공이 이번 장편소설에서도 여실히 드러난다. 제목인 ‘피시스케이프(Fishscape)’는 에로(T.Erro)의 그림에서 빌려왔다. ‘물고기 경치 또는 물고기 광경’으로 번역될 이 그림은 하늘에서 낙하산을 타고 내려온 공수부대가 아래에 있는 수백 마리의 물고기들을 향해 난사하고 있는 장면으로 구성되어 있다. 베트남 전쟁에서의 양민 학살을 다룬 작품이라는 해석과 함께 물고기 남획을 호소하는 자연보호 차원의 그림이라는 해석도 있다. 자본주의 사회를 살아가는 한국 중년 남성의 삶에서 이 그림은 어떤 의미를 갖게 될까. 낚시와 소설에 빗댄 삶의 이야기가 찬찬히 펼쳐진다. 여기에 『천지왕 본풀이』 『고사기』 『파우스트』 등의 신화적 사유를 더해 서사를 더욱 풍성하게 만들어나간다. “얘야, 월척은 기다려야 나온단다.” 어린 시절 어머니를 잃은 ‘이현태’는 가끔 이 세상 것이 아닌 것들을 본다. 죽은 사람의 혼령일 때도 있고 신화적 존재이기도 하다. 그것은 모든 것을 혼란스럽게 만들고 삶을 지탱해줄 것은 찾기 어려워 그는 계속 삶에서 겉돌기만 한다. 가족은 멀기만 한 존재고, 학교에도 정을 붙이지 못한다. 미궁에 갇힌 것처럼 갈 곳 몰라 헤매기만 하던 삶을 나아가게 해준 것은 곁에 남은 사람들이다. 특히 같은 마을에서 자란 친구 ‘고병도’의 아버지는 삶의 스승이자 생명의 은인이기도 하다. 그가 운영하는 양어장에서 보낸 시간이 이현태를 살리기도 했으며 성장하는 동안 이현태가 갖는 삶의 태도에 어느 정도 영향을 끼친 인물이기도 하다. 청년기를 함께 보내다시피 한 ‘김민희’와 대학에서 만난 친구 ‘정호길’, 소설 창작반의 스승 ‘소 선생’도 이현태를 구체적인 삶 쪽으로 이끄는 인물들이다. 그들은 이현태의 곁에 머물며 계속해서 삶을 꾸려나가도록, 혼란스러운 삶을 문학으로 승화할 수 있도록 계속 부추긴다. “모두 다 살림망에 갇힌 물고기 신세야.” 개인의 의지만으로는 삶을 잘 꾸려나가기가 요원하다. 부조리한 사회를 살아가는 인간은 노력하면 할수록 덫에 걸린, 그물망에 포획된 신세가 되고 만다. 저수지에 앉아 낚시를 하고 잡은 물고기를 방생해주는 일을 일삼으면서도 한편으로는 이 세상을 살아가는 인간들 또한 물고기와 같은 신세라는 생각을 떨쳐버릴 수가 없다. 하지만 모든 것이 다 예정되어 있었다는 듯 비극적 사건과 맞닥뜨릴 때에도 한 개인의 삶은 계속된다. 그때 계속되는 삶이란 그 모든 비극까지 포함하고 감당한 것이기 때문에 위태롭더라도 지켜볼 만한 것이 된다. 『피시스케이프』에서 마주하게 되는 인간의 초상도 역시 그러하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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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용준의 소설에서 낮의 세계와 밤의 세계는 잘 구분되지 않는다. 좀 더 요령 있게 말하면, 낮/밤의 세계는 서로 꼬리를 물고 한데 뒤엉켜 있다. 그러니 악무한(惡無限))의 늪이다. 헛것은 어디에나 출몰한다. 환청과 악몽이 일상을 짓누른다. 피할 수 없다. 작가는 마침내 헛것과의 대화를 시도한다. 낚시터에서. 그는 수면 위로 살짝 올라온 야광찌의 미세한 움직임에 주목한다. 물속에 잠겨 보이지 않는다고 해서 알리바이가 고스란히 입증되는 건 아니기 때문이다. 그리하여 작가는 보이지 않는 것과의 더 많은 대화 혹은 힘겨운 사투를 통해 비루한 생의 의미를 되짚는다. 중요한 것은 어떤 경우에도 서두르지 않는다는 점이니, 이것, 늦어도 한참 늦게 등단한 작가의 놀라운 내공이 아닐 수 없다. 소걸음으로 부디 천리를! - 김남일 (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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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경이로운 사람이었다. 이용준 선생을 만난 7년을 돌이켜보면 그는 한 인간으로서도 그렇고 작가로서도 마치 불꽃처럼 타올랐다. 독어와 영어를 가르치던 오랜 직장을 떠나 외롭고 고된 그만의 책상에 앉았다. 그는 청년기에 감흥한 독일 고전들을 번역하고, 자기 생을 밀어 넣은 소설을 썼다. 그는 지칠 대로 지친 중년이었으며, 자기 생에 맞서는 강인한 지식인의 초상을 갖고 있었다. 그가 옮긴 방대한 『독일 낭만주의의 이념』과 『독일의 질풍노도』는 물론이고 역작 『피시스케이프』은 수상한 시절을 딛고 자기 생을 밝혀낸 실존들의 경험적이고 지성적인 탐색으로서 짝패들이다. 생이여, 잔잔하여라. 자신과 더불어 처연한 생을 치러낸 두 친구의 행로를 밝혀놓고 막 책상에서 일어서는 한 작가의 아침을 나는 지금 뻐근한 마음으로 기록하고 있다. - 전성태 (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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