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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 말과 숫자
2 | 문체 기술記述 3 | 단어들 사이 4 | 공손함에 대해 5 | 산문의 시 6 | 문자 아래 7 | 연설을 고대하며 8 | 말하기 9 | 경구 10 | 문체 비판 11 | 대립 12 | 그의 투쟁 13 | 나 14 | 지도자 니체 15 | 지도자들의 세기 16 | 말과 행위 17 | 반시대적 18 | 고귀한 19 | 여러 스타일과 하나의 스타일 20 | 문체와 반문체 옮긴이 해제 | ‘해방된 언어’와 니체의 철학 주 찾아보기 |
Heinz Schlaff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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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방된 언어, 전대미문의 언어 - 니체의 문체에 담긴 반시대적ㆍ전복적 사유
“니체가 등장해…바로 그 언어가 시작되었다. 그 언어는 스스로 축제를 벌이고, 그 좁지만 압도적인 유기체에서 온전히 인간적인 것을 빼앗는다. 비극적인 문체, 위기의 문체, 혼종적이고 궁극적인 것.” _고트프리트 벤 니체는 매혹의 철학자다. 현대의 관문에서 그동안 서구가 구축해온 이성적 세계관에 의문을 제기한 사상가, 철저한 이성 비판과 가치 전도로써 전통적인 도덕ㆍ종교ㆍ철학의 근본 동기를 밝히려 한 철학자, 20세기의 모든 영역에 광범위한 지적 토양을 제공한 인물. 그 사유의 풍요로움과 전복성이 우리 인식의 굳은 지층을 깨뜨린다. 그리고 무엇보다 그의 언어가, 그의 ‘문체/스타일’이 우리를 매혹한다. 자유분방한 언어와 탁월한 문장 감각, 상징적인 잠언과 언어유희, 중층적이고 모순적인 의미의 겹, 격렬한 어조와 리듬…장전된 총기와도 같이 폭발력과 긴장을 품은 그의 글은 그 자체로 하나의 행위이며 사상이다. 이 책은 바로 ‘문체’라는 틀로 니체의 철학을 조망한다. 그동안 ‘작가 니체’의 이미지는 그의 철학적 깊이를 폄훼하는 요소로 작용해온 것이 사실이지만, 독일 문학사 및 비평 분야에서 독자적인 세계를 구축해온 하인츠 슐라퍼(슈투트가르트 대학 교수)는 니체의 문체를 통해 니체의 사유와 철학을 설명하는 새로운 해석을 내놓았다. 니체의 문체를 다루었으되, 그러나 이 책은 니체의 문체를 다룬 ‘문체론’이 아니다. “문체라는 지렛대로 니체의 모든 사유에 물음을 제기”하면서, 표피적인 문체 분석을 넘어 니체의 철학과 삶의 스타일을 탐색하는 책이다. 또한 하나의 시대사조로서 그의 문체가 당대 및 이후의 문학·정치·철학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를 광범하게 다루고 있다. 일반적으로 철학자의 저작은 체계적 논증과 엄격한 정확성을 추구한다. 그러나 철학자이면서 시인이었고 문헌학자이기도 했던 니체는 자신의 사상을 이성적 언어로 구조화하는 대신 음악처럼 리듬이 있는 산문으로 표현했다. 그의 저작들은 논증이나 사변과는 거리가 멀고 문학 작품과도 같이 암시와 은유적 서술, 생략, 파격적 구문 등으로 생동한다. 마치 살아 있는 듯 움직이고 춤추는 그의 문체는 “자신의 삶 자체를 철학화한 데서 발현된 그만의 독특한 철학 스타일”이며, 공손함이 아니라 거친 불경함이 지배하는 그의 글은 시대에 저항하고 가치의 전복을 꾀했던 그의 철학의 외적 현현이다. 슐라퍼는 이 책으로 2008년 독일예술원이 선정한 하인리히 만 상을 받았으며, 독일의 미디어 이론가이자 철학자인 노르베르트 볼츠(베를린공대 미디어학과 교수)는《메르쿠어Merkur》지에 쓴 서평에서 이 책을 “니체에 관한 책 중 가장 좋은 책 내지 가장 좋은 책들 중 하나”라고 평가했다. 불경하게 쓰고 불경하게 사유하다 - 니체의 문체는 곧 니체의 사상 “의도적으로 어지럽혀진 문장은 그것의 저자가 정확한 통사를 구사한 저자보다 더 상위의 규칙을 따르고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그 저자는 스스로를 ‘문법에 대한 믿음’뿐 아니라 여타의 믿음으로부터도 해방시킨다. ‘정신의 다이너마이트’가 전통적인, 시민적인 문장 구조를 폭파해버렸다.” 니체의 사상을 대변하는 것은 반시대성, 모든 가치의 전복, 힘에의 의지 같은 개념들이다. 니체의 저작들은 내용뿐만 아니라 문체에서도 이러한 개념들을 반영하고 있으며 또한 그러한 문체는 니체가 ‘의도한 바’였다는 것이 이 책의 해석이다. “니체의 언어 속에는 그가 말하고자 했던 것보다, 그 자신이 인식했던 것보다, 그의 추종자들이 알아차리고 칭송했던 것보다 더 많은 것이 숨어 있다. 오늘날의 독자들도, 비록 열광하지는 않지만, 니체의 언어에서 유발된 자극을 그것이 무엇인지 정확히 설명할 수는 없어도 느낄 수는 있다. 이 책에서 시도한 분석은 니체의 문체를 아주 정확하게 설명해 니체가 감춘 의도들을 드러내기 위한 것이다”라고 슐라퍼는 말한다. 니체의 글은 “파편화된 문장”, “부정확함과 불완전함을 지향하는 문장”, “의도적으로 어지럽혀진 문장”들로 이루어져 있어 거칠거나 공격적인 느낌을 준다. 니체는 이러한 문장들이 이루어내는 자신의 문체를 스스로 “위대한 문체”라고 불렀고, 이러한 문체를 구현하기 위해 마치 조각을 하듯 공을 들였다. 요컨대 니체는 문법에 종속된, 정확성과 소통을 중시하는 “공손한” 글을 의도적으로 지양했다. 전통적인 올바른 문장 구조로 글을 쓰는 것을 피하려 했던 것이다. 이러한 태도는 니체가 문체 자체를 통해서도 ‘파괴와 창조의 철학’을 펼쳤음을, 관습을 뒤흔들고 전통적 세계를 해체했으되 허무주의를 극복하고 새로운 가치를 도입하려 했음을 보여준다. 슐라퍼는 책의 첫머리에서 경제가 지배하는 오늘날 숫자와 말의 대립에서 숫자가 승리함으로써 말에 의지하는 철학과 문학의 의미 또한 사라지고 있다고 진단하는데, 니체의 위대한 문체는 “숫자에 대한 언어의 자기 방어이자 자기주장”인 셈이다. 일찍이 언어의 힘을 깊이 의식했던 니체의 문체가 구현하는 불경함 속에서, 우리를 포박하고 있는 이 숫자와 통계의 세계에서 탈출할 가능성을 찾을 수 있지 않을까. 전통의 문장, 전통의 인습을 뚫고 위험하고 ‘공손한’ 우리 대신 거친 문장, 위험한 사유로써. 구어적ㆍ시적 문체로 독자를 매혹하고 지배하다 “니체는 독일의 산문에 감수성, 예술적 경쾌함, 아름다움, 날카로움, 음악성, 리듬, 정열을 부여했다. 그때까지는 전대미문의 사건이었다. 그는 그의 모범을 따라 독일어로 과감하게 글을 쓰고자 하는 사람들에게 절대적인 영향을 미쳤다.” _토마스 만 그렇다면 슐라퍼는 니체의 문체에서 구체적으로 어떤 특징들을 파악했을까? 그는 니체의 후기 저작 중 하나인《바그너의 경우》의 서문 한 대목을 지속적으로 언급하며 니체의 해방된 언어, 즉 그의 스타일을 분석하고 특징을 설명한다. 첫째, 니체는 글에서 여러 문장 부호들( : ? ! ― ……)과 격자체 隔字體(글자와 글자의 간격을 보통보다 벌려서 인쇄한 서체. 오늘날의 이탤릭체처럼 특정 문구를 강조하기 위해 사용)를 자주 사용했다. 슐라퍼에 따르면 “쉼표와 마침표는 문장의 논리적 질서를 정해주지만 템포에는 큰 영향을 미치지 못”한다. 그러나 니체가 사용한 그 밖의 문장 부호들과 격자체는 “독서가 진행되는 동안 템포를 방해하고 멈추게 한다. 이들 부호들은 독자에게 음을 강조하거나 가라앉게 해야 한다는, 즉 자기 목소리를 크게 하거나 나지막하게 해야 한다는 생각을 불러일으킨다”. 니체는 문장 부호에 하나의 과제를 부여하는데 그것은 독자로 하여금 “텍스트를 읽을 뿐 아니라 그 텍스트를 체험하게 하라”는 것이다. 결국 이들 문장 부호와 격자체의 잦은 사용은 독서의 속도를 늦추어, 읽기가 아니라 듣기의 템포에 다가가게 한다. 그리하여 독자로 하여금 그의 글을 빨리 읽고 잊기보다는 그의 글을 체험하며 읽게 한다. 결과적으로 니체는 이러한 문체로 글에서 말을 하는 듯한 효과를 냄으로써 독자에 대한 지배력을 키우게 된다. 둘째, 니체는 자신의 산문에 시적 요소들을 끌어들였다. 산문에서 음악성을 추구한 것이다. 니체는 “좋은 산문가의 전략은 시에 매우 근접하되 결코 그것을 넘어서서는 안 된다는 데 있다”고 보았다. 또한 그는 “운율을 따르지 않는, 그래서 느낌이 없게 되어버린” 문체를 “지성의 문체Stil des Intellekts”라 부르며 “의지의 문체Stil des Willens”와 구별했다. 의지의 문체, 즉 운율을 띤 시적인 문체는 아름다움을 통해서 독자를 매혹하고, 그래서 독자의 공감을 얻는 데 유리하다. 셋째, 니체는 경구와 같은 문장을 많이 썼다. 경구는 산문에 운문의 율격이 결합된 형식으로, 널리, 오래 유통되면서 사람들에게 늘 생생하게 전달된다. 니체는 일상적 사고방식에서 벗어난, “도덕적 역설”을 드러내는 경구들을 쓰고자 했다. 그리고 “피와 경구로 글을 쓰는 사람은 읽히기를 바랄 뿐 아니라 암송되기를 바란다”라는 그의 말이 시사하듯이, 독자들이 자신의 경구를 복종적으로 받아들이기를 원했다. 그는 반박당할 여지가 없는 완성도 높은 경구들을 통해서 독자를 지배하고자 했다. 대략 이렇게 파악되는 니체의 문체의 특성은 결국 그가 전통적 문법이나 일반적 교양과는 동떨어진 글, 경구와 같은 명령적 울림을 내는 글을 추구했으며, 따라서 그의 문체부터가 이미 반시대적이고 가치 전복적이며 힘에의 의지를 드러내는 것임을 시사한다. 니체는 “위대한 문체는 마음에 들기를 거부하고, 설득하는 것을 잊어버린다. 그것은 명령을 내린다. 그것은 욕망한다”라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