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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저자 소개 2

리카 풀키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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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0년 핀란드에서 태어났으며, 헬싱키대학에서 문학과 철학을 공부했다. 2006년 데뷔작인 《라자(국경)》는 칼레 상과 라일라 히르비사리 상을 동시에 수상하며 핀란드는 물론 전 세계적인 관심을 불러일으켰다. 2010년에 출간된 두 번째 소설 《진실》은 핀란드 최고 권위의 문학상인 핀란디아 픽션 프라이즈(Finlandia Fiction Prize)의 최종 후보작에 노미네이트되었고, 세계 20여 개국에 판권이 팔려 나갈 만큼 비상한 관심을 모았다. 이 소설은 헬싱키에서 연극으로 공연되어 관객들의 호평을 이끌어냈고, 곧 영화로도 만들어질 예정이다. 안나는 죽음을 앞둔 할머니의
1980년 핀란드에서 태어났으며, 헬싱키대학에서 문학과 철학을 공부했다. 2006년 데뷔작인 《라자(국경)》는 칼레 상과 라일라 히르비사리 상을 동시에 수상하며 핀란드는 물론 전 세계적인 관심을 불러일으켰다. 2010년에 출간된 두 번째 소설 《진실》은 핀란드 최고 권위의 문학상인 핀란디아 픽션 프라이즈(Finlandia Fiction Prize)의 최종 후보작에 노미네이트되었고, 세계 20여 개국에 판권이 팔려 나갈 만큼 비상한 관심을 모았다. 이 소설은 헬싱키에서 연극으로 공연되어 관객들의 호평을 이끌어냈고, 곧 영화로도 만들어질 예정이다.

안나는 죽음을 앞둔 할머니의 옷장에서 오래된 드레스 하나를 발견한다. 드레스의 주인공은 에바라는 이름을 가진 여인이다. 수십 년 전, 에바를 기억 저편에 묻어둘 수밖에 없었던 할아버지와 할머니 그리고 엄마의 진실이 안나의 집요한 추적 끝에 모습을 드러낸다. 엘사, 올레, 안나로 이어지는 삼대의 이야기 속에는 욕망, 사랑, 배신, 좌절, 이별로 이어지는 인간사의 온갖 진실이 녹아들어 있다.
인하대학교와 일본 도쿄대학교에서 영문학과 비교문학을 공부하고 명지대학교와 성균관대학교를 거쳐 지금은 인하대학교 영문학과에서 학생들을 가르치고 있어요. 2012년 《피그맨》으로 IBBY(국제아동청소년도서협의회) 아너리스트(Honor List) 번역 부문 상을 받았어요. 옮긴 책으로 《1984》, 《에덴의 동쪽》, 《어느 수학자의 변명》, 《줄무늬 파자마를 입은 소년》, 《월든》, 《위대한 개츠비》, 《인간 실격》, 《북샵》 등이 있고, 쓴 책으로 《친구》, 《작은 영웅 이크발 마시》, 《책 읽어 주는 로봇》, 《혼자서도 술술 영어 일기 쓰기》, 《지구촌 문자 이야기》 등이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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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발행일
2013년 05월 24일
쪽수, 무게, 크기
352쪽 | 476g | 148*210*30mm
ISBN13
9788984371248

책 속으로

아내가 병에 걸린 지 이제 겨우 6개월밖에 지나지 않았다. 12월에 마르티는 아내가 부쩍 수척해졌다는 사실을 알아차렸다. 혹시나 하는 마음에 진료예약을 하며 아내는 별일 아닐 거라 말했다. 진찰과 조직검사, 결과까지 모든 일은 일사천리로 진행되었다. 마르티는 끔찍한 선고를 듣고 집으로 오는 길에 조용히 울었다. 아내는 말없이 자신의 손을 꼭 쥐고 있었다. 집으로 돌아와 현관에서 서로에게 기댄 채 한참 동안 서 있었다. 창문에 붙은 크리스마스 장식별을 통해 오후의 어스름이 방 안으로 들어왔다. 아내는 조용히 속삭였다.
“크리스마스 멋지게 보내요. 혹시 마지막일지도 모르니까.”---p.8

“두 분은 행복하셨나요?”
“네. 행복했어요. 요즘 들어 우리가 매우 행복한 부부였다는 생각이 들어요.”
“이제야 그 사실을 깨달으신 모양이군요.”
여자의 손목은 앙상했다. 가느다란 막대기를 보는 듯했다. 눈썹은 아마 연필로 그렸을 것이다. 눈의 윤곽을 강하게 그렸다. 마르티는 서커스 광대와 대화를 나누고 있는 것 같았다.
“지금 가장 힘든 게 뭐죠?”
여자가 물었다.
마르티는 잠시 생각했다.
“가장 힘든 건 사람들이 변하는 걸 보는 겁니다. 사람들을 다시 배우는 거지요. 제가 변한 걸 보기도 하고요.”
여자는 대답에 만족한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그의 말은 영원하고 진실했다.
“다른 건요? 또 어떤 때 힘들었죠?”
마르티는 여자의 질문에 즉각적으로 대답했다. 어떤 이유에선지 낯선 이와 대화하는 것이 조금도 불편하지 않았다.
“다른 누군가를 사랑할 때였어요.”
여자는 놀라지 않고 가만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 여자의 이름을 말해줄 수 있어요?”---pp.46~47

“안나가 드레스를 찾았어요.”
엘사는 여전히 두 눈을 감은 채 말했다.
“드레스?”
“에바의 드레스요.”
“드레스가 아직 있었다고? 왜 진작 처분하지 않았지?”
마르티는 짐짓 진지한 표정으로 물었다.
“옷장에 있었던 걸 몰랐던 거죠.”
“그래서 어떻게 했지?”
엘사는 잠시 뜸을 들였다가 말했다.
“안나한테 말했어요.”
“왜?”
“내 인생에 대해 말하고 싶었어요. 그래야 한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그 이야기를 하지 않으면 그대로 묻혀 버릴 테니까요.”---pp.81~82

“사랑에 몸을 던져 봐.”
마르크가 말했다.
안나는 그의 말대로 했다. 마레 지구에 있는 마르크의 아파트에서 매일 사랑의 불꽃을 태웠다. 그렇지만 그 사랑은 시작할 때와 마찬가지로 빨리 끝나 버렸다. 아침에 안나는 짐을 챙겨 마르크의 아파트를 살며시 빠져나왔다. 안나는 자신을 사랑하겠다는 마르크의 약속이 실제로 이루어질 것인지 아니면 체게바라 초상화(살인자의 초상화가 벽에걸려 있다니 이 얼마나 살풍경한가!) 아래에서 짧고 막연한 쾌락을 얻는 수단일 뿐일지 알지 못했다. 어쩌면 마르크는 사기꾼이었을지도 몰랐다. 안나가 의식하지 못하고 지나쳐 버린 위대한 사랑 이야기의 주인공이었을지도. 어느 쪽이 사실인지 안나는 절대로 깨닫지 못할 것이다. 그녀는 사랑을 통해 자신의 삶을 완벽히 하고 싶었다. 자신의 모든 것을 바쳐 세상을 얻고 싶었다. 그렇지만 안나의 사랑은 현관 옆 바닥에 누워 지내는 것으로 끝이 났다.---p.87

“환자는 마취되어 있을 때 탄생과 죽음으로 나아가죠. 거기에는 나름의 시간 층이 있어요. 내 생각이 맞는지는 모르겠지만 우리의 모든 기억은 그곳에 있죠. 모든 사람의 기억 말이에요. 조금 거리를 두고 삶을 멀리서 바라보게 되면 어떤 느낌이 들지 생각해 봐요. 모든 환자가 마취되어 있는 동안 정신 상태를 기억한다면 무언가를 봤다고 말하겠죠. 그렇지만 그것은 죽기 직전의 상태와 같죠. 모든 것을 보았고, 알게 되었다고 하지만 무엇을 보았는지 정확한 정보를 기억하는 사람은 극히 드물어요. 그게 참 아쉬운 일이죠.”---p.114

안나는 억누를 수 없는 감정에 휩싸였다. 그림을 집에 꼭 가져가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왠지 이 그림이 없으면 살아갈 수 없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펜게르카투의 아파트 벽에 2년 동안 걸려 있던 사진은 벽장 속에 넣어두고 먼지를 뒤집어쓰게 해도 상관없었다. 안나는 이 그림을 꼭 벽에 걸어놓겠다고 다짐했다. 그림은 왠지 안나의 축약본 같았다. 어렸을 때의 이런저런 모습과 여전히 마음속에 움트고 있는 모든 것을 포착해 내고 있었다. 안나는 조심스레 그림을 집어 들어 다른 그림들 앞으로 놓았다. 가까이서 보니 할아버지가 눈동자에 적절한 명암을 주기 위해 신중하게 색을 혼합했음을 느낄 수 있었다. 어쩌면 평범한 유성물감이 아닌 다른 무언가를 눈에 칠했을지도 몰랐다. 할아버지는 알루미늄 분말, 재, 톱밥, 은가루 같은 것을 혼합하는 데 능했다. 희미한 은빛이 감도는 눈동자 안은 색조의 변화로 희망을 표현하고, 어린 여자아이가 아직 깨닫지 못한 세상의 모든 것을 바라보고 있는 듯했다.---pp.160~161

어른들 사이에서 눈치를 보고 자란 아이는 차츰 걱정이 많은 어른으로 성장할 것이다. 또한 자신의 불안을 세심한 주의와 강견한 의견으로 감추고 남편의 사랑이 필요할 때 아프다고 핑계를 대는 것 말고는 달리 표현할 방법을 모르는 아내가 될 것이다. 직장에서 상사가 핀잔을 주면 온몸에서 열이 나겠지. 엄마가 되어 자식들이 온당치 않은 비난을 퍼붓고 대들면 아무 말도 못한 채 편두통에 시달릴 것이다. 어두운 방에 홀로 누워 커튼 사이로 비쳐드는 햇빛에 메스꺼움을 느낄 것이다. 몸이 아플 때 남편이 다정히 대해주면 무척 놀랄 것이다. 필요한 게 있는지, 무엇을 해주면 좋을지, 어떻게 도와주면 좋을지에 대해 물으면 그 말에 눈물을 흘릴 것이다. 그녀가 눈물을 흘리는 이유는 중력을 거스르고 오렌지를 먹은 이 남자가 자신의 곁에 있다는 사실 하나였다.---pp.198~199

“죽을 때까지 이 섬에서 사는 건 어떨까요?”
저녁 때 나는 그의 귀에 대고 속삭였다.
그날은 하루 종일 수영을 하고 모닥불에 커피를 끓이고, 낚시로 잡은 넙치 세 마리를 굽고, 물가에서 작은 돌멩이를 찾아 마법사처럼 모래사장에 동그라미를 그리며 보냈다.
“좋아.”
그는 이렇게 말하곤 내게 키스했다.
“다른 세계는 없다고 생각해요.”
“그래. 이곳 말고 다른 세계는 없어.”
“우리 죽을 때까지 여기서 살아요.”
아이가 말했다.
“그래. 죽을 때까지 영원히.”---pp.266~267

예술이란, 시시하고 예측할 수 없는 것이었다.
1분, 5분, 1시간이 흐르도록 마주하고 서 있었다. 해가 지고 밤이 창을 통해 꾸물꾸물 기어들어 왔다. 주위에 있는 건물들은 하나둘 무너져 내렸다. 나는 그의 쇄골을 깨물어 그 부분에 점선을 남겼다. 그가 나를 흔들었다. 세상이 베일에 가리듯 서서히 사라졌다.
나무는 여전히 마당에 서 있고 하늘도 머리 위에 그대로 펼쳐져 있었다. 그가 다시 나를 가까이 끌어안았다. 나는 그를 보낼 생각이 없었다. 바닥에 주저앉아 그의 두 다리에 매달렸다. 그가 나를 질질 끌고 복도를 걸었다. 현관까지 가는 시간은 우리의 관계가 지속된 시간만큼이 걸렸다. 3년 하고도 4개월. 우리의 관계가 완전히 끝이 나려면 40년은 걸릴 것이다. 어떤 일이든 끝나고 난 뒤 여운은 오랫동안 남기 때문이었다. 수십 년 뒤 그가 여전히 이 복도를 걷고 있음에 놀랄 것이다.
현관문 앞에 내 몸을 던졌다. 그는 내 위를 지나며 문을 열었다. 곧 문이 닫혔다. 너무도 간단한 일이었다. 나는 일어날 수 없어 그대로 바닥에 누웠다. 벽을 타고 흘러내리는 침묵에 귀를 기울였다. 나는 그대로 액체가 되어 바닥 널의 틈으로 스며들었다.

---pp.286~287

출판사 리뷰

1. 옷장 속 드레스로 남은 여인 에바, 그녀의 오래된 비밀이 베일을 벗는다!
-핀란드 최고 권위의 문학상인 「핀란디아 픽션 프라이즈」 최종 노미네이트 작!
-전 세계 20여 개국 출간!


핀란드 출신 작가 리카 풀키넨의 처녀작 《라자(국경)》는 출간과 동시에 전 세계 독자들의 이목을 집중시켰으며 칼레 상과 라일라 히르비사리 상을 동시에 수상하는 기염을 토했다. 그녀의 두 번째 작품 《진실》은 전 세계 20여 개국에 출간되었고, 핀란드 최고 권위 문학상인 「핀란디아 픽션 프라이즈」에 최종 노미네이트되며 처녀작의 성공이 결코 우연이 아니었음을 입증했다.

《진실》은 삼대에 걸친 가족사를 마치 대서사시 같은 유장한 흐름과 세련된 심리묘사로 풀어낸 수작이다. 화자인 ‘나(안나)’가 전체적인 이야기를 이끌어가고 있지만 장마다 다른 인물의 시점으로 이야기가 전개된다. 엘사, 마르티, 엘레오누라, 안나와 1960년대에 살았던 에바가 과거와 현재를 넘나들며 그들이 제각각 겪었거나 함께 공유했던 이야기보따리를 풀어놓는다. 작가는 과거와 현재를 넘나들며 마치 고의적으로 독자를 혼란에 빠트리는 듯한 전개를 펼치는데 복수의 인물이 똑같이 겪은 동일 사건이더라도 저마다 바라보는 시각과 심리상태, 감정의 추이에 따라 이야기되는 내용이 달라진다는 걸 고려한 것으로 풀이된다. 복수의 인물들이 저마다 이야기하는 내용이 다를지라도 독자는 누가 진실을 말하고, 또 누가 거짓을 말하는지 당시의 상황을 통해 이해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저명한 심리학자 엘사는 암투병 중으로 죽음을 목전에 두고 있다. 엘사의 소식은 가족 구성원 모두에게 안타까움과 혼란을 안긴다. 저명한 화가인 남편 마르티, 딸 엘레오누라, 손녀 안나는 죽음을 목전에 둔 엘사를 위해 뭔가 도움이 되고 싶어하지만 무력감을 느낄 뿐이다. 오랜 시간 함께 사랑을 나누고 온갖 추억을 쌓아온 그들이지만 가정의 중추였던 엘사의 죽음 앞에서 할 수 있는 일은 아무것도 없다. 엘사의 임박한 죽음이 가족들의 불안감을 가중시키는 가운데 그들이 오랜 시간 암묵적으로 묵인해 왔던 과거의 진실을 들추어내게 한다. 작가는 과거의 어느 지점에서 비롯된 사건의 중심에 있는 인물들인 엘사와 마르티, 엘레오누라를 통해 직접적으로 진실을 풀어헤치는 대신 좀 더 객관적인 시각을 가진 손녀 안나를 통해 역추적해 나가는 방식을 차용한다. 당사자들의 불투명한 기억과 감정의 변곡점에 따라 심각하게 왜곡될 수 있는 사실을 좀 더 ‘진실’의 차원으로 끌어올리기 위한 의도적 장치인 셈이다.

리카 풀키넨은 등장인물들의 성격과 특징을 세밀하게 묘사한다. 삼대에 걸친 가족사에만 머물지 않고, 할머니-엄마-손녀로 이어지는 여인들의 사랑과 인생사에 주목하며 1세대의 트라우마가 3세대에 어떤 결과로 나타나게 되는지 형상화한다. 엘사는 심리학자로서의 바쁜 업무와 잦은 출장 때문에 딸인 엘레오누라에게 사랑을 베풀 기회를 잃고, 그 결과는 대물림 되어 엘레오누라 역시 바쁜 일과 때문에 딸인 안나에게 모성애를 베풀 기회를 잃는다. 대물림된 애정결핍으로 야기된 상처는 제3자인 ‘에바’를 통해 구체화되고 겉으로 드러난다. 안나의 추적을 통해 밝혀지는 에바와 마르티(안나의 조부)의 부적절한 애정관계 역시 엘사와 엘레오누라의 애정결핍에 따른 상처를 밖으로 꺼내놓는다.

리카 풀키넨은 마르티와 에바의 사랑 이야기는 구체적인 묘사와 다양한 에피소드를 통해 적나라하게 보여주지만 두 사람을 바라보는 세 여자(엘사, 엘레오누라, 안나)의 시각은 비교적 무덤덤하고 냉담하게 처리한다. 마르티와 엘사 그리고 엘레오누라가 거짓으로 포장하고 있던 진실이 무엇인지 객관적으로 바라보게 하려는 장치이다.

《진실》에는 인물들을 한곳으로 연결시키는 공간이 있다. 바로 사우나다. 핀란드 사람들의 일상생활은 사우나를 빼놓고는 상상할 수조차 없다. 핀란드의 가정에서 사우나는 결코 없어서는 안 될 부대시설이다. ‘사우나를 짓고 나서 집을 지어야 한다.’라는 말이 널리 통용될 정도이다. 개인 주택, 아파트, 여름별장, 병원, 직장에까지 사우나가 있다. 핀란드에서는 사우나에서 땀을 내고, 근처 호수로 뛰어가 다이빙을 하는 모습을 흔히 볼 수 있다.

《진실》에도 사우나를 하는 장면이 많이 묘사된다. 이 소설의 인물들은 사우나 밖에서는 자신들이 기억하고 싶은 순간만을 진실로 받아들이고 나머지는 왜곡한다. 그렇지만 사우나 안에서 나누는 이야기에는 거짓이 없다. 현실에서는 왜곡된 모습으로 살아가고 있지만 피로를 풀어주고 안락함을 느낄 수 있는 사우나에서는 진실만을 공유한다. 현실에서 일어난 갈등과 사건을 사우나에서 해소하는 식이다. 사우나는 갈등을 봉합하고 상처를 치유하는 공간이다. 아울러 이 소설에서는 핀란드인들의 정서와 기질, 생활방식, 문화와 전통 등을 충분히 엿볼 수 있다.

2. 핀란드의 아름다운 호수마을을 배경으로 펼쳐지는 삼대 여인들의 삶과 사랑!
-《진실》 줄거리 요약


저명한 심리학자인 엘사와 역시 명망이 높은 화가 마르티는 누가 봐도 성공한 인생을 산 부부이다. 두 사람의 외동딸 엘레오누라는 의사이다. 평화롭던 가정에 어느 날 뜻하지 않은 불행이 찾아온다. 엘사가 말기 암 판정을 받고, 의학적 치료가 무의미할 만큼 암세포가 전이된 상태이다.

엘사는 병원을 나와 평생을 함께한 집에서 생의 막바지 시간을 보내길 원하지만 마르티는 응급처치가 불가능한 사태가 생길 수도 있다며 반대한다. 더구나 아침에 눈을 떴을 때 차가운 시신이 되어 있는 아내의 모습을 마주할 자신이 없다. 결국 엘사는 딸 엘레오누라와 손녀인 안나와 마리아를 자기편으로 만들며 마지막 생을 가족들과 함께 집에서 보낼 수 있게 된다.

엘레오누라의 딸 안나는 지난 사랑에 대한 상처가 커 남자들에게 마음의 문을 쉽게 열지 못한다. 현재 그녀의 곁을 지켜주는 마티아스는 다른 남자와 다르다는 걸 알지만 좀처럼 굳게 닫힌 문을 열지 않는다. 안나는 일 때문에 바쁜 다른 가족들을 대신해 자주 엘사와 시간을 보낸다. 엘사는 안나에게 드레스를 갖춰 입고 와인 파티를 하자고 제안한다. 안나는 드레스를 찾기 위해 엘사의 오래된 옷장 문을 연다. 안나가 찾아 입은 드레스를 본 엘사는 급히 당황한 표정을 짓는다. 안나는 자못 놀라 하는 엘사의 표정을 살피다가 드레스의 진짜 주인이 누군지 묻는다. 엘사는 과거 엘레오누라의 보모를 지낸 에바의 드레스라 말해준다.

마르티는 안나가 엘사를 돌보고 있는 시간에 병원으로 향한다. 그가 검사결과를 기다리며 앉아 있는데 한 여인이 다가와 말을 건넨다. 그녀는 살날이 얼마 남지 않았다고 말하며 잠시 대화를 나누길 원한다. 마르티는 낯선 여인과 대화를 주고받던 중 얼결에 엘사가 아닌 다른 여자를 사랑한 적이 있다는 고백을 한다. 그는 수십 년 동안 가슴 깊이 꼭꼭 숨겨둔 이야기를 이 순간 꺼내는 자신의 모습에 적잖이 당황한다. 그동안 의도적으로 ‘에바’에 대한 기억을 멀리 떨쳐 버리려 했지만 그 이름을 내뱉는 순간 그녀에 대한 기억이 고스란히 되살아난다.

안나는 낮에 할머니가 말해준 에바에 대해 생각한다. 보모였다니 엄마도 아직 에바를 기억하고 있을까? 안나는 자꾸만 에바에 대한 궁금증과 호기심에 빠져든다. 할머니와 할아버지는 대학생 때 만나 사랑을 키워왔고, 부모님은 열여섯 살에 만나 사랑에 빠졌다고 들었다. 안나는 오랜 세월 한눈팔지 않고 진실한 사랑을 지켜온 네 분이야말로 정말 존경할 만한 분들이라 생각한다. 그녀는 어린 나이에 이미 사랑에 상처를 받고 좌절해 있으니 말이다.

그렇지만 엘사를 통해 전해 들은 이야기는 안나가 생각하고 있는 ‘진실’과 확연히 달랐다. 에바는 백화점 모자 매장에서 일하는 동안 위압적인 명령과 지시뿐인 상사에게 시달린다. 그녀는 늘 똑같은 일을 반복하는 것에도 회의감을 느낀다. 그녀는 우연히 전단지에 붙은 구인광고를 보고 면접을 보러 간다. 그녀는 엘사와 마르티가 이룬 단란한 가정을 보고 나서 보모 일을 하기로 결정한다. 엘사를 통해 마르티와 엘레오누라를 소개받은 에바는 마르티와 첫눈에 미묘한 느낌을 주고받는다.

엘사가 잦은 출장으로 집을 비우는 날이면 에바는 아이와 마르티와 더불어 소풍을 가 함께 즐거운 시간을 보낸다. 에바는 시간이 지날수록 자신을 엄마처럼 따르는 아이와 가정적이고 지적인 마르티에게 호감을 느낀다. 에바는 그런 마음을 품어서는 안 된다는 걸 알면서도 자꾸만 마르티를 그리워한다.

에바는 시간이 지나면서 점점 마르티와 가까워지고 엘레오누라도 엘사보다 자신을 더 따른다. 평소 친동생처럼 친절하고 따스하게 대해주는 엘사에 대해 죄책감이 들지만 그녀는 마르티에 대한 사랑을 멈출 수 없다. 마르티 역시 엘사와 달리 가정적이고 따뜻한 사랑을 느끼게 해준 에바에게 마음이 끌린다.

엘사가 멀리 출장을 간 어느 날, 에바와 마르티는 함께 파리 여행 계획을 세우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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