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 소장하고 있다면 판매해 보세요.
|
근대와 전근대를 아우르면서 한국과 동아시아를 함께 조망
문학사 서술이라는 근대적 현상은 자기 나라 문학에 대한 지식이라는 특정한 앎의 체계와 깊은 관련이 있다. 그리고 이러한 자국문학을 포함하는 지식 체계는 다양한 학과의 체제를 제도화하는 이른바 근대화 사업과 연관되기 마련이다. 다시 말해 지식의 제도화 과정은 대학의 설립 과정에서 전개되는 학과 편제를 그 정점에 두었다 할 수 있기 때문에 우리는 문학사 서술과 대학 제도 및 학과 체제를 함께 두고 생각해야 할 것은 자명하다. 그러나 자국학의 건립 의지와 문학사 서술의 노력은 확인되지만 자국의 자국다움을 규정하는 입장이나 방식은 다양하고 그 사이의 알력과 갈등 또한 심각하다. 또 자국에 대한 인식이 동아시아 각국에 대한 인식과 동시적으로 중첩되었던 탓에 자국학의 학문적 명징성을 확립하는 것은 어려운 과제로 남아있었다. 이 난제를 해결하기 위해 동아시아의 자국학과 자국문학사 인식은 동아시아에서의 초기 대학 설립 과정에서 보이는 다양한 실험과 변모 양상을 확인하였다. 일본의 경우 제국대학이 비교적 안정적인 학과 제도를 구축하는 데 이르기까지 그 배경에서 작용한 다양한 요소들을 살폈으며, 중국은 경사대학당을 중심으로 그러한 관심이 드러나도록 하였다. 하지만 우리나라의 경우 식민지 시기에 건립된 경성제국대학을 배재하기란 쉽지 않은 일이다. 식민지 시기를 거친 우리나라는 상식적인 전형성을 띤다기보다 그 역사적 함의가 보다 복잡하고 복합적이 되었다 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이 책은 중국, 일본과 같은 수준에서 대학의 설립과정에서 보이는 변모양상을 다루기 보다는 대한제국기 학과 제도 구상의 한 측면을 엿보았다. 민족의 내적자립성의 용어, ‘독립’을 통해 본 자국문학의 인식 문론에 대한 관심은 주변 맥락에 대한 고려가 필수적인 문제이다. 문론은 단순히 문론과 문학론의 상호 관계를 해명하는 정도로 정리될 수가 없을뿐더러 제도적 영역으로 환원되지 않는 복잡다기한 측면들과 연동되는 것이기 때문이다. 이 책의 저자는 “‘자국(문)학’이라는 인식이 가능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자기 나라(민족)의 내적 자립성에 대한 관념이 필수적”이라고 주장한다. 19세기 말의 용어로 바꾸자면 이른바 ‘독립’이라는 것이 무엇을 의미하고 어떤 맥락 속에서 배치되었는지 의식하는 과정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독립’은 어문생활사적으로 ‘(자)국어’의 위상과 함의를 재조정하는 과제와도 결합되므로 이 시기 이전의 어문 인식이 당대의 어문 현실과 조우하는 방식은 흥미롭다. 한편, 전통 문론이 근대적 문학론에 대응하는 과정에서 드러나는 문론의 자기 인식 이면에서는 문론 내부에 존재하는 내적 대립의 층위들이 드러났고 각각은 자기 나름의 고유한 역사적 논리를 구비한다. 아울러 동아시아의 자국학과 자국문학사 인식은 신문ㆍ잡지ㆍ교과서 등과 같은 인쇄매체의 등장이 자국 언어 현실에 어떤 작용을 가하였는지의 문제도 함께 살핀다. 보다 구체적으로는 ‘말’을 재현한다는 과제를 통해서 그 문제를 드러내었다. 자국(문)학의 형성에는 학과 및 대학의 제도적 측면은 물론이고, ‘독립ㆍ(자)국어, 文, 매체 등의 문제가 촉발하는 복잡한 담론장이 직접적으로 작용한다. 동아시아의 자국학과 자국문학사 인식은 ‘시가사ㆍ소설사ㆍ한문학사’ 등 문학사 서술의 하위 영역들을 소홀히 하지 않는 한편 동아시아적 차원에서 비교문학적 시선을 유지한다. 이 책을 통해 저자가 한국문학 전문가로서 일본과 중국의 사례를 한국적 맥락과 어떻게 연계시켜 동아시아의 자국문학사 인식을 살폈는지 들여다 볼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되었으면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