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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충걸
은행나무 2020.03.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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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개

저자 소개 1

그처럼 개인적이고 체계가 부족한 사람이 어떻게 그렇게 오래 ‘조직 생활’을 했는지 의아하다는 세간의 평이 떠도는 가운데 이충걸은 [행복이 가득한 집], [보그] 에디터를 거쳐 [GQ KOREA] 초대 편집장으로 18년 간 일했다. 서양문화의 첨병인 패션 잡지 안에서 언어 포함, 한국적 가치를 사수하는 이율배반적인 시간이기도 했다. 몇몇 사회 문화적 사안들에 나름대로 참견하는 한편, 성균관대학교 건축공학과 전공을 배경으로 도시 생태학을 지속적인 지큐 콘텐츠로 다루었다. 한편 그는 오래된 책과 옛날 작가, 작은 자동차와 진한 술을 좋아하고, 어떤 사치에 대해서는 부끄러워하지
그처럼 개인적이고 체계가 부족한 사람이 어떻게 그렇게 오래 ‘조직 생활’을 했는지 의아하다는 세간의 평이 떠도는 가운데 이충걸은 [행복이 가득한 집], [보그] 에디터를 거쳐 [GQ KOREA] 초대 편집장으로 18년 간 일했다. 서양문화의 첨병인 패션 잡지 안에서 언어 포함, 한국적 가치를 사수하는 이율배반적인 시간이기도 했다. 몇몇 사회 문화적 사안들에 나름대로 참견하는 한편, 성균관대학교 건축공학과 전공을 배경으로 도시 생태학을 지속적인 지큐 콘텐츠로 다루었다.

한편 그는 오래된 책과 옛날 작가, 작은 자동차와 진한 술을 좋아하고, 어떤 사치에 대해서는 부끄러워하지 않는다. 그의 글에 세속의 어수선함과 산골짜기 같은 무구가 동시에 섞여 있는 건 그 때문이다. 가끔, 되풀이해서 문장을 읽어 볼 땐 행간에 서려 있는 어떤 고요에 놀라기도 한다. 이충걸의 글은 회상과 상상에 의한 '스토리'라기보다는 그 스스로 정체성을 부여한 사물에 대한 관찰에서 시작된다. 그의 글감이 되는 사물이란 단번에 정의할 수 없다. 왜냐하면 그의 이상한 언어 감각을 통해 만들어진 것들은, 지금까지 보지도 듣지도 못했던 듯 느껴지기 때문이다.

그는 2011년, 첫 소설집 『완전히 불완전한』을 펴낸다. 처음 쓴 소설 속에서 그는, 서사를 해체하고 재구축하는 실험적인 현대 문학의 방식이나, 위대한 서사를 통해 세상을 손바닥 위에 올려놓은 듯한 화법을 주장하지 않는다. 정확하게 표현하면서 속도를 유지하는 것, 현기증이 날만큼 화려하면서 마침내 공동(空洞) 같은 허무를 보여주는 문장이 그에겐 서사이기 때문이다. 이충걸이 팽팽한 문장으로 써내려 간 이야기들은 순수한 픽션이라고 하기에는 어리둥절할 정도로 작가와 닮아 있다. 오래된 가구의 모래색, 애들 색종이에 쓰이는 초록색, 학자의 흰머리 같은 회색이 공존하는 그의 문장은, 번번이 몸 안의 신경을 죄다 일으켜 애매하고도 생경한 피로를 느끼게 한다. 간혹, 중학교 동창에게서 받은 편지 같기도 하고, 돈 없는 사람의 눈앞에서 지금 막 불을 켠 쇼윈도 같기도 하고, 침통한 마음을 덮어주는 얇은 담요 같은 문체는 딱히 표현하기 곤란한 원초적 따뜻함으로 지글댈 때도 있지만.

저서로는 첫 소설집 『완전히 불완전한』을 비롯, 어머니라는 우주를 조촐하게 기록한 아들의 글 『어느 날 엄마에 관해 쓰기 시작했다』, 일생 동안 겪은 숱한 이별의 순간을 들추어 추억한 『슬픔의 냄새』 인터뷰집 『해를 등지고 놀다』 외에 『엄마는 어쩌면 그렇게』, 『갖고 싶은 게 너무나 많은 인생을 위하여』에 이르는, 일관되지 않는 산문집 몇 권을 썼다. [11월의 왈츠], [노래처럼 말해줘], [내 사랑 히로시마], [여덟 개의 엄숙한 노래] 같은 연극 대본도 썼는데 모두 배우 박정자와 작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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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발행일
2020년 03월 01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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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일/용량
EPUB(DRM) | 52.35MB ?
ISBN13
9791190492355
KC인증

출판사 리뷰

미래의 환상 속에서 현재에 집중하는 지혜를 배웁니다

두려운 건 나보다 센 것들이 아니라 내 안의 연약함이다. 쾌락은 순간의 노예. 허무는 과거의 시종. 너무 늦어버려 더 이상 이끌어야 할 삶이 없을 때 어떻게 살아가느냐는 중요하지 않다. 지친 한쪽 발을 다른 쪽 앞에 놓는 것, 그것만이 전부일 뿐. -본문 271쪽 중에서

여든 살이 된다 해도 나이 들어 깨달은 것들은 차라리 몰랐으면 하는 그다. 어떤 지혜는 지금의 네 자신보다 더 나은 나를 상상해주지만, 그는 조심히 충고한다. 내 안의 연약함에 대해. 이 차가운 확신은 어디에서 온 것일까? 그의 글 중에서 가장 자주 눈에 띄는 단어는 미래와 현재다. 과거는 중요한 테제가 아니다. 삶이 고통 없이 흘러가거나 의미조차 찾지 않는 우리들의 현재. 그는 질문한다. 세계가 왜 존재하며 왜 이 모양 이 꼴로 굴러가는지 의문을 품으라고. 그 의문은 중요한 삶의 동력이자 불투명한 미래를 걸어가는 데에 필요한 플래시가 된다고 말이다.

모든 문제는 아닌 척해도 다 자기가 불러들인 일

위축된 자신감으로 살진 않을래. 그냥 별이 빛나는 어둠 속에서 나를 숨긴 채 천체에 대해 자각할 수 있다면 그것으로 충분한 거야. 나보다 잘났단 이유로 그들을 미워하지 않을 거야.
-본문 112쪽 중에서

누구도 삶이 쉽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그렇다고 또 삼각함수처럼 풀기 난해한 문제도 아니다. 우리는 각자 자기만의 해법으로, 방법으로 삶을 산다. 때로는 깊게 침잠하면서 또 때론 삶의 얕은 수면 위에 부유하는 소금쟁이처럼. 우리는 흔히 ‘마음을 바꾸세요’ ‘용기를 내세요’ 같은 말들을 습관처럼 하고 무심코 들으며 살아왔다. 이충걸은 삶을 바라보는 시선의 주인이 되기를 말한다. 시선의 주권을 남에게 빼앗기는 일을 경계하라고 말한다. 타인의 관점보다는 자신의 기준이 무엇인지 아는 게 중요하다고 말한다. 내게 의미 있고 상징화된 것들, 내 삶을 꾸리는 무늬들에 더 집중하라고 말이다.

상식이라고 믿었던 모든 것은 가끔 환상이 되었다

대부분의 우리는 증명해야 할 것이 많은 삶을 산다. 만족하고 만족시켜야 한다는 강박으로 분투한다. 삶은 우화가 아니고 중독은 근거가 아니므로. 하지만 내가 행복하지 않다면 타인의 희망이 무슨 의미가 있단 말인가. ―본문 337쪽 중에서

방대한 뉴스, 문화의 조건들, 사회·정치적 이슈가 빠르게 휘몰아치고 빠르게 빠져나간다. 우리가 살아가는 한국의 속도는 다른 어느 나라보다 빠르다. 우리는 오감이 피로하다. 욕망을 피하느라 지치고 모든 걸 빠른 속도로 판단하느라 나가떨어졌다. 이충걸은 그렇다고 이 속력에 반하는 브레이크를 넣자는 게 아니라고 말한다. 단지, 어느 하루. 모든 자극으로부터 해방되는 것. 잠시 주변의 소리를 끄고 침묵해보자는 것. “느릿느릿 호흡하다 보면 심장이 웃는다”는 것을 우리들에게 권하고 주문한다. 그리고 가만히 찾아오는 질문에 답할 준비를 하라고 말한다. “당신에게 나는 좋은 친구일까? 나는 아름다움을 배웠을까?” 같은 질문들.

말해주세요,
너는 날달걀에서 쏙 빠져나온 노른자처럼 선명하고 윤기 난다고

결국에 그가 매번, 자주 말해왔던 건 우리들에게서 사소하게 빛나는 윤기 같은 것이 아닐까 싶다. 복잡한 세상과 얽혀 있는 더 복잡한 관계 속에서 사소하게 빛나는 우리들의 작은 아름다움 같은 것들. 어렵고 난해한 문화의 퍼즐 속에서 보통으로 보이는 작은 미학에 관한 조각들을 맞춰보는 것. 고층 건물들 속 납작 엎드린 작은 집들 사이로 난 모세혈관처럼 뻗은 골목 같은 것들. 그는 단지 그것을 탐색하고 발견해 글로 썼다. 18년. 그의 시선에 잡힌 것들은 그 오랜 시간 동안 한국에서 사소하게 윤기 났던 순간들의 기록이라 할 만하다. ‘편집장’이란 이름으로 그에게 붙들린 것들의 온전한 집이 하나 마련되었다. 아무도 알아주지 않는 우리들의 특별함의 목록이 마련된 셈이다.

작가의 말

에디터스 레터를 다시 꺼내보니 밀집된 글자들이 암호처럼 보였다. 동시에 과거가 모여 있었다. 과거의 뒤죽박죽, 과거의 SUV, 과거의 전깃줄. 몇 년을 연락하며 지내야 했던 사람들과의 과거, 도시 전체에 퍼져 있는 커피 가게의 과거, 기름 묻은 숟가락의 과거, 대중적 관계의 과거, 구식이 된 과거, 전형적으로 또는 원형적으로 낯선 여자들과 남자들의 과거.
레터는 계속 확대한 사진처럼 디테일이 흐렸다. 거의 생물학적으로 지워진 흔적 같았다. 태양계에서 퇴출된 줄도 모르고 명왕성에 놀러 갔다가 그제야 지구를 돌아보는 기분. 내 안의 비평가가 입을 닫고 나니 에디터스 레터는 태반 밖에 존재하는 전혀 다른 존재가 되었다.
나는 이 책이 매체에 썼던 글을 죄다 긁은 개인적 회고록이나 출생증명서가 아니라 독립된 산문으로 읽히길 바랐다. 그리고 탈수된 빨래가 실 뭉치가 될 때까지 다량의 목차를 덜어내는 순간, 한 사람의 순진한 자아 대 강제적인 정체성의 팽팽한 긴장. 약간 미국식 식단 같았다. 식탁 위에 희망을 품게 하는 것과 눈 감고 싶은 것을 같이 놓고, 폭신한 디저트를 따로 두는.
―outro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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