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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문; 인간의 치료
역자의 글 01 | 선 채로 아이를 낳는 산모들 02 | 비아프라와 뒝벌 03 | 새로운 영웅이 필요한 것이 아니다 04 | 고된 현장의 의사들 05 | 노란 사막에서 06 | 추악한 현실 07 | 절반의 인간이 어떻게 죽어가는가 08 | 최고의 지지 역할 09 | 새 냉장고 증후군 10 | 의사들로는 대학살을 막을 수 없다 Epilogue 부록 1 | 벨 평화상 수락 연설문(발췌) “우리의 활동은 자기만족을 위한 것이 아닙니다” - 제임스 오르빈스키 노벨 평화상 수락 연설 발췌 부록 2 | 국경없는의사회 소개의 글 부록 3 | 국경없는의사회 2011년 활동보고서 부록 4 | 참고문헌 |
Dan Bortolott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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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SF가 지진 이후에 세운 계획 중 가장 두드러진 것은 트리니테의 빈자리를 메운 세인트-루이스 병원Saint-Louis Hospital이었다. MSF는 2005년 10월, 카시미르 지진이 발생했을 때부터 경이로운 기술을 이용해 병원을 만들었다. 그리고 이번에는 그 어느 때보다도 야심 찬 야전 병원을 만들 계획을 세웠다. 지진 발생 사흘이 지나지 않은 어느 날, 프랑스와 벨기에 MSF 물류 본부는 45톤의 장비를 비행기에 실어 아이티로 보냈다. 안타깝게도 포르토프랭스 공항은 여전히 혼란에 휩싸여 있었기 때문에 비행기는 도미니카 공화국에 착륙하는 수밖에 없었다. 화물 운반팀을 조직하여 장비를 트럭에 옮겨 이동한 후 촌각을 다투는 상황에서 병원을 조립하기 위한 모듈을 붕괴된 고등학교 운동장의 축구장으로 옮겼다. 현지에서 고용된 수백 명의 인부들은 플라스틱으로 만든 타일 바닥재를 깔고 발전기와 콤프레셔를 연결했다. 48시간 동안 1,000평방피트 정도 되는 9개의 하얀 천막이 공기로 채워지면서 땅 위로 서서히 부풀어 올랐다. 지진이 포르토프랭스를 휩쓸고 지나간 지 일주일이 되지 않은 날 MSF는 200개의 침상이 놓인 병원을 운영할 수 있었다. 자체적인 전기 설비로 가동되는 멸균 수술실과 집중치료실도 갖춰졌다.--- 「1장. 선 채로 아이를 낳는 산모들」
4월 22일과 23일, 남부 도시인 부타레Butare에서 150명의 투치 족 환자가 병원에서 MSF 의료인이 보는 가운데 도끼에 맞아 죽었다. 후투 족 군인이 임신 7개월째인 현장활동가의 친구였던 르완다 간호사를 잡았을 때, 벨기에 의사가 걸어 나갔다. 그들은 사빈느Sabine를 붙잡았고 나는 완력으로 만류하며 말했다. ‘사빈느를 내버려 두시오. 사빈느는 이 일과 아무 상관이 없고, 그녀는 후투 족이오.’ 그 무리들 가운데 대장 격인 사람이 나를 주의 깊게 쳐다보고는 주머니에서 이름이 적힌 종이 한 장을 꺼냈다. 사빈느의 이름이 있었다. 그는 종이와 나를 번갈아 보며 말했다, ‘그렇소, 당신이 옳소. 사빈느는 후투 족이오. 그렇지만 그녀의 남편은 투치 족이오. 따라서 그의 아기는 투치 족이 될 거요.’ 나는 르완다에서는 아이들이 부계를 따른다는 잔인한 현실을 깨달았다. 사빈느는 죽었고 아기도 그렇게 떠나갔다. --- 「10장. 의사들로는 대학살을 막을 수 없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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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인류는 위기에 빠져 있다!
유래 없는 자연재해는 수많은 이재민을 낳아 인류를 헐벗고 굶주리게 만들었다. 말라리아, 결핵, 에이즈와 같은 질병은 아프리카를 비롯한 세계 곳곳에서 기승을 부려 인류의 목숨을 앗아간다. 정치적인 이유로, 종교적인 이유로, 경제적인 이유로 지구상에서 총성이 멈추는 날이 하루도 없고, 매일매일 수많은 이들이 다치고 목숨을 잃는다. 인류의 절망을 막아줄 국경은 존재하지 않는다. 홍수와 가뭄과 지진과 같은 자연재해는 국경을 가리지 않는다. 굶주림과 헐벗음 또한 마찬가지이다. 말라리아, 결핵, 에이즈 같은 질병은 물론 새롭게 나타나는 신종바이러스 또한 국경을 넘나들며 인간을 병들게 하고 사망으로 몰아간다. 더 큰 문제는 사람이 만드는 것이다. 권력을 잡기 위해 총을 난사하고, 자신의 신을 숭배하기 위해 테러를 일으킨다. 이처럼 인류를 둘러싸고 있는 세상은 하루하루 험해지고 있지만, 자신을 보호해줄 것이라 믿었던 국경은 더 이상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다. 국가가 이들을 지켜주지 못하고, 세상이 이들을 보호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국경없는의사회가 넘지 못할 국경은 없다. 이들에게 국경은 반드시 넘어야 할 선에 불과하다. 굶주림으로 고통 받는 이들을 위해, 자연재해로 터전을 잃은 이들을 위해, 질병 때문에 죽어가는 이들을 위해 국경없는의사회 소속 활동가들은 목숨을 걸고 국경을 넘는다. 매년 다치고 죽는 사람이 있음에도 활동가 수는 점점 증가하고 이들의 활동 영역은 점점 넓어지고 있다. 전 세계에서는 정치적인 이유로 국가 간의 전쟁이나 내전이 끊임없이 일어나 다치거나 사망하는 사람이 수백에서 수천, 고향을 잃고 방황하는 난민의 수가 수십만에 이른다. 이것이 바로 국경없는의사회가 존재하는 이유이다. 의료인과 비의료인의 아름다운 연대 국경없는의사회는 의사와 간호사 등 의료인만으로 구성된 단체가 아니다. 활동가의 40%는 비의료인으로 행정, 물류, 설비, 지원 등 의료활동을 지원하는 역할을 담당한다. MSF 벨기에 운영센터의 수도위생 자문위원 리즈 워커Liz Walker의 말에 따르면 “의료인의 활동만큼이나 비의료인의 활동도 중요하다.”고 말한다. 아무리 치료를 잘해주더라도 위생 상태가 불량하면 치료 효과는 물론 오히려 병이 악화될 수 있기 때문이다. “국경없는의사회는 의사없는의사회 같아요”라는 한 외과의사의 말처럼 비의료인의 활동 영역 또한 매우 넓다. 이는 그만큼 국경없는의사회의 활동 영역이 넓어지고 있다는 의미이며, 의료인과 비의료인의 아름다운 조화가 이루어지고 있다는 증거이다. 국경없는의사회 회원의 생생한 이야기 이 책은 기자 출신의 저자가 국경없는의사회 활동 현장과 본부 등을 직접 취재한 결과물이다. 따라서 그 어떤 책보다 생생한 활동 장면이 담겨 있다. 국경없는의사회 회원의 약 30%는 의사이다. 이들은 안락한 생활을 버리고 활동가의 길을 선택했다. 언제 죽을지 모르는 현장으로 뛰어든 것이다. 케니 글룩Kenny Glook은 2001년 1월 9월부터 4월 10일까지 약 3개월 동안 납치를 당했다. 그는 당시 상황을 “자기들 차에 태우고는 개머리판으로 제 머리를 후려친 다음 눈가리개를 했어요. 저는 아무것도 볼 수 없었어요.” 이는 당시 체천과 전투를 벌이던 러시아 정부가 NGO단체를 몰아내기 위해 의도적으로 벌인 일이라고 한다. 이처럼 국경없는의사회 활동가는 테러리스트뿐만 아니라 해당 국가의 견제도 받고 있다. 아이티에서 지진이 났을 때에는 45톤이나 되는 거대한 기구를 옮겨와 병원을 지었고, 캐나다에서 온 다니엘 트레파니에Danielle Trepanier는 건물이 붕괴되면서 지하로 떨어져 파편 더미에 깔린 채 이틀을 보내야했다. 코트디브아르에서 제레이크Rich Zereik는 반란군 지휘관 파가스Fargassh와 대화를 나누던 중 총을 든 군인의 위협을 감수해야 했고, 검문소를 통과할 때는 마약에 취한 채 총을 든 10대의 예상할 수 없는 행동 앞에서 능청스럽게 웃어야 했다. 국경없는의사회 활동가는 외롭다 국경없는의사회를 후원하는 사람의 수는 2011년 기준으로 약 450만 명이다. 국제기구나 각국 정부의 후원은 일정 비율로 제한하는 대신 개인의 기부를 주로 받아온 결과로 기부 금액이 1조 2천억 원에 달한다. 단일 NGO를 후원하는 개인의 숫자로는 아마 세계에서 가장 많을 것이라는 게 이들의 자체 평가이다. 니제르에서 지원의사로 활동했던 이 책의 역자 고은영 씨는 다음과 같이 말한다. “특정 국가의 기부를 받은 후 그 국가에서 구호활동을 해달라는 요청을 받으면 거절하기 힘든 게 사실이다. 문제는 심각한 인도주의적 위기가 다른 곳에서 발생하더라도 이를 외면해야 하는 상황이 벌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이 말에서 우리는 국경없는의사회가 오로지 ‘구호활동을 위해 존재하는 단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러나 이들은 활동을 마치고 돌아와 가족이나 친구를 만나 대화를 나누다 보면 외로움을 느낀다고 한다. 현지 사람의 어려움이나 고통은 안중에도 없고, 그곳에서 태어나지 않은 것만을 행운으로 여기는 태도를 보면 화가 나기도 한다는 것이다. 나이지리아 카두나Kaduna에서 전투 현장을 목격했던 피터 로버가 “북쪽에선 전투가 벌어지면 사람들은 (총에 맞지 않으려고) 머리에 타이어를 씌워요.”라고 말하자 엄마가 대답했다. “그렇구나!! 그런데 새 냉장고를 샀다고 내가 말했니?” 이럴 때 외로움을 느끼는 것이다. 마음의 눈을 뜨면 세상이 보인다 국경없는의사회 활동가들이 경제적 여유가 있기 때문에 활동가가 되는 것은 아니다. 어려운 사람을 돕겠다는 막연한 동정심 때문만도 아니다. 이들에게는 각자 나름의 신념이 있다. “저는 세상을 돕는 것이 아니라 옳은 일을 한다고 생각합니다.” 한 외과의사의 말이다. 이 말에서 이 시사하는 것은 국경없는의사회가 더 큰 가치를 추구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막연히 누군가를 돕는 것, 누구에게 베푸는 것이 아니라 당연히 해야 하는 일이라는 의미이다. 다시 말해 누구를 돕는 일이라면 하지 않아도 그만일 것이다. 그러나 옳은 일이라면 반드시 해야 한다. 세상을 바라보는 마음의 눈을 크게 뜬다면 이들의 마음에는 동정심이나 공명심이 아닌 정의감이 자리 잡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을 것이다. 캐나다 출신 간호사이자 국경없는의사회 활동가인 리앤 올슨Leanne Olson이 말한다. “이라크 전쟁 뉴스를 보고 내가 왜 소리쳐 우는지? 토론토의 아름다운 오후에 아프리카 밴드의 연주에 맞추어 춤추는 사람을 보고 내 왜가 울면서 서 있는지 설명할 필요가 없어요.” 정의롭지 않은 일을 보고 눈물을 흘리는 것은 분명 세상을 보는 눈이 다르기 때문일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