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01. 천 리 길도 한 걸음부터……
02. 민폐 영건 03. 호호호호, 호빵! 04. 사돈처녀 VS 사돈총각 05. 마음에 점을 찍는 점심(點心) 06. 5월의 천렵 07. 훈남 작전 08. 두드려라, 그러면 열릴 것이다! 09. 꼬리잡기 10. 사랑의 타이틀매치 11. 평행선 12. 마주 보기를 위한 전주곡 13. 바야흐로 봄! 14. 서로가 서로에게…… 15. 가족 에필로그 |
이희정의 다른 상품
|
[본문 내용 중에서]
서화의 차가 사라진 꼬리를 바라보며 영건이 두 주먹을 바르르 떨더니 별안간 괴성을 지르며 머리를 쥐어뜯었다. “으아악! 이서화, 훈남도 안 먹힌다는 거냐? 도대체 네 취향이 뭐냐!” 역시 어지간한 여자가 아니었다, 이서화는. 이런 상황에서 보통 다른 여자들 같았으면 영건을 감격에 마지않는 눈으로 바라봐 주고, 영건 또한 그윽한 눈으로 서로를 바라본다. 그리고 영건이 다가가면 못 이기는 척 그의 품에 안기고, 영건은 그녀의 키를 받아 손수 운전을 해 아직 감동의 소용돌이에 빠져 있는 그녀를 집에 데려다 주는 것이 정식 코스였다. 운이 좋다면 여태 눈독을 들이기만 했지 스쳐 보지도 못한 그 앙큼한 입술 맛을 볼 수도 있고 말이다. 그렇지만 서화는 거만하게 고개를 외로 틀고 사돈 남 말하지 말란다. 서화가 아니고 다른 여자였다면 영건도 뒤를 돌아보지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어쩌랴. 저렇게 냉정한 그녀가 미치도록 섹시하고 좋은걸. 아까 서화가 유부남 어쩌고 하는 말을 잘도 입으로 주절거릴 때는 화를 내지 않기 위해 어금니를 앙다물어야 했을 정도다. 용케 버티고 콧대 센 여자들한테 쓰는 고급 기술을 걸었는데 씨도 안 먹혔다. “젠장! 내 꼼수를 다 꿰고 있는 거야, 뭐야?” 회심의 공격이 하나마나하게 흐지부지해져 버리자 영건은 기운이 다 빠져 버렸다. 일반적인 여자들한테 쓰는 기술이 안 먹히면 대체 어떻게 해야 하는 걸까. 낮에 메모를 무시하고 나오지 않은 서화에게 당장 달려가 손목을 잡고 끌고 나오려다 가까스로 발을 멈추었다. 그리고 자신을 진정시키며 그녀를 공략할 방법을 달리해 보기로 했다. 도대체 어떤 스타일을 좋아하는지 모르지만 여태까지의 그가 먹히지 않는 걸 보면 다른 방법을 시도해 봐야 할 때가 온 것이다. 시간은 바득바득 가고, 서화는 요지부동이니 전술의 전환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생각한 것이다. 그런데 요즘 대세라는 훈남도 먹히질 않았다. 그동안의 제가 좀 건들건들, 유들유들했던 것 같아 이거다 생각하고 바꾸었는데 반응이 없었다. 하지만 낙담은 일렀다. 첫 술에 배 부르란 법이 없질 않은가. 게다가 자신은 아직 터프가이 버전도, 순진남 버전도 실행에 옮기질 않았다. 상대가 만만치 않으면 오히려 전투력이 상승되는 것이 바람둥이들의 속성이었다. 아무리 서화를 마음에 들이고 난 후 갱생의 길을 가고 있다지만 전직 자타가 공인하는 플레이보이였던 영건이고 보니, 반드시 서화가 저를 돌아보게 만들고 말겠다는 의지가 불타올랐다. 이건 자존심 문제였다. 사나이 체면에 이 한 달이 지나고 나서도 찌질하게 들러붙을 수는 없지 않는가 말이다. “이서화 당신이 철옹성이라면, 나도 포기를 모르는 인간이라 이거야. 어디 한번 우리 끝까지 가 봅시다. 당신이 내게 넘어오나, 안 넘어오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