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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리말
PART 01 강원권 아주 오래된 간이역의 초대 삼척 도경리역 동해로 가는 길에서 만난 산속 작은 역 삼척 고사리역 (그리고 하고사리역) 도깨비가 살던 조용한 마을의 작은 역 정선 나전역 철길을 따라 자연을 만끽하는 간이역 정선 아우라지역 (그리고 구절리역) 깊은 산골의 외딴섬 정선 선평역 하늘 아래 첫 번째 기차를 만나는 곳 태백 추전역 석탄과 겨울의 기억 영월 석항역 추억과 희망을 저장한 간이역 춘천 경강역 (그리고 백양리역) PART 02 서울/경기권 팔당과 북한강의 추억 남양주 능내역 동화 속 그림 같은 간이역 양평 석불역 노란 물결이 이는 아름다운 가을 간이역 양평 구둔역 서울 안에 숨은 옛 추억 서울 화랑대역 PART 03 전라권 아픈 역사가 느껴지는 역 군산 임피역 혼불의 향이 가득한 곳 남원 서도역 차향 가득한 보성으로 떠나는 기차 보성 명봉역 PART 04 경상권 시간이 멈춘 곳에서 다시 살아나다 문경 가은역 아련한 기억으로 남는 곳 안동 이하역 (그리고 무릉역) 몽실언니의 추억이 깃든 간이역 안동 운산역 가장 예쁜 간이역 군위 화본역 우리의 추억이 가득한 곳 경주 불국사역 멀리서는 보이고 가까이 가면 보이지 않는 간이역 경산 삼성역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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욕심을 많이 부리지 않았습니다. 제가 그려왔던 그림의 소재들이 특별하지 않습니다. 주변과 일상에서 찾아 그리고 특히 사라져가는 추억을 스케치북에 담기를 좋아했습니다. 이 책의 그림들도 그렇습니다.
그래서 『오늘, 간이역에서』는 저와 잘 맞는 그림 주제였습니다. 간이역, 시골 풍경, 사람들 그리고 그곳에서 느낀 감정들을 짧은 글과 그림으로 담아낼 수 있어 좋았습니다. 책에 담긴 그림들은 현장에서 빠르게 드로잉하고 채색하는 어반스케치 형식으로 그린 그림들입니다. 정교함보다는 지금 여기의 느낌을 충실히 담고자 했습니다. 어쩌면 사진을 찍는 대신 그림을 그려 보여주는 간이역 여행 포스팅일 수 있겠네요. 첫 그림을 시작하고 마지막 그림까지 제법 오랜 시간이 지났습니다. 사계절이 세 번 지나갔고 그 사이 그림의 스타일도 조금 바뀌었습니다. 그동안 간이역을 찾느라 시골 구석구석을 여행하기도 했습니다. 아쉬운 점이 있는데, 충청권의 간이역을 담지 못했습니다. 주로 다니는 목적지를 가는 중에 간이역을 찾다 보니 그랬습니다. 충청권에는 예쁜 간이역이 많습니다. 다음에 꼭 책에 담아볼 생각입니다. 모든 것은 언젠가 사라집니다. 사라지기 전에 그림에 담으면 적어도 나에게는 특별해집니다. 그릴 때의 날씨, 풍경, 소리 등 감각과 감정이 그림에 저장됩니다. 훗날 대상이 사라지고도 그림을 보면 기억이 살아납니다. 사진도 좋지만 그림으로 남겨보는 이유입니다. 간이역은 사라지지 않았습니다. 찾지 않을 뿐 늘 그곳에 있습니다. 제가 ‘오늘, 간이역에서’ 느낀 것이 전해지기를 바랍니다. --- 「머리말」 중에서 ㆍ 역에서 잠시 머문 뒤 마을 골목을 돌아보았다. 아무리 보아도 보통의 가정집처럼 보이는데 슈퍼마켓 간판이 달려 있다. 노란색의 어린이집도 있고, 마을 이곳저곳이 재미난 풍경을 보여준다. 넓은 들녘에 노랗게 익어가는 콩밭이 펼쳐져 있다. ㆍ 간이역이 추억을 간직한 채 그곳에 있고, 마을 사람들이 그런 간이역을 소유하고 있는 듯 보였다. 기차가 서지 않고 사람이 타고 내리지 않지만, 내 기억에는 오래 머물 간이역이 될 것 같다. ㆍ 겨울의 막바지, 정선에서 태백산맥을 굽이굽이 넘어 태백으로 향하던 길이었다. 산자락 아래 마치 섬 같은 마을이 눈에 띄어 차를 세웠다. ㆍ 좁은 하천 너머로 보이는 마을 풍경이 그림 같았다. 산에서 내려가는 방향에서 보고 있어 마을이 한눈에 들어왔다. ㆍ 다리를 지나 다시 바라본 석불역. 간이역에 비가 내리기보다는 간이역이 비를 맞고 있는 것 같았다. 다리 양쪽에는 나무로 만든 가로등이 있다. 빗물을 잔뜩 머금어 짙은 밤색이 되었다. 삐딱하게 기울어진 모습이 빛을 더 잘 비추려고 안간힘을 쓰는 것 같았다. 아무것도 아니라면 아무것도 아닌 풍경들. 하지만 이런 풍경에 마음이 더없이 편안해진다. ㆍ 철길 건너편 플랫폼에서 한참 동안 역을 바라보고 멍하니 서 있어본다. 그러고 시간을 뒤로한 채 한 걸음 한 걸음 철길을 건너 다시 현실로 나왔다. 다시 역사 주변을 한 바퀴 빠르게 둘러보고 이곳을 떠난다. ㆍ 역을 나와 마을도 한번 더 살펴본다. 조금 낯설게 느껴지는 교회가 보인다. 그냥 그려본다. 그렇게 서도를 떠난다. --- 본문 중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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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박성진은 휴일이면 시골을 찾아가 그림을 그리는 직장인이었다. 사라져가는 풍경들을 사진이 아닌 직접 손으로 그린 그림으로 남겨보는 취미 때문에 전국 곳곳을 많이도 다녔다. 모두가 알고 가보고 싶은 여행지보다는 낡고 스러져가는 소도시의 골목이나 쇠락해가는 지역 또는 인적이 드문 시골을 주로 찾았다.
한때 번성했지만 문을 닫은 탄광촌의 가게들, 재개발을 앞두고 황량해진 도시의 골목, 사람이 떠나고 녹슨 대문만 남은 시골의 집들. 시선을 사로잡는 화려한 모습은 없지만, 모두 멈춘 시간들이 있는 곳들이다. 저자는 그런 곳들을 찾아가 사라지기 전에 그림으로 담아왔다. 마치 사진을 찍듯 거닐다 잠시 멈춘 곳에서 빠르게 드로잉하는 솜씨가 좋아서 2016년 SBS TV [순간포착 세상에 이런 일이] ‘수성펜 하나로 추억을 그려낸다, 세월의 흔적이 담긴 집을 쫓는 남자’ 편에 출연하기도 했다. 이를 계기로 2017년 행정안전부 주관, ‘교동도 프로젝트’ 메인 드로잉 작가로 참여, 옛 마을의 모습을 간직한 강화군 교동도를 화폭에 담기도 했다. 『오늘, 간이역에서』는 그가 간이역을 찾아가 그림과 글로 엮은 책이다. 여전히 존재하지만 기억에서 잊혀져가는 장소, 저마다의 추억이 깃든 곳, 소박한 아름다움을 찾을 수 있는 풍경, 계절과 날씨 그리고 동행에 따라 다르게 느껴지는 감상, 간이역을 품은 시골의 정취. 소박해도 특별한 향취를 품은 간이역을 찾아가, 그곳의 시간을 담아 그리고 느낀 이유이기도 하다. 간편하게 스마트폰으로 여행지의 풍경을 찍고 SNS에 올리는 즐거움과 다르게 그리고 쓴다는 것은 그 자체로 특별한 추억이 된다. 저자는 말한다. “모든 것은 언젠가 사라집니다. 사라지기 전에 그림에 담으면 적어도 나에게는 특별해집니다. 그릴 때의 날씨, 풍경, 소리 등 감각과 감정이 그림에 저장됩니다.” 간이역은 생각보다 멀지 않은 곳에 있다. 조용히 거닐 수 있고 익숙해서 정겹고 특별하지 않아서 오히려 특별한 간이역. 저자는 그림과 글로 소개하며 우리를 간이역으로 초대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