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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 위에서 마주한 인연, 삶이 된 여정
삶의 전환점에서 산티아고 순례를 떠난 산타네 정기욱의 이야기. 홀로 걷던 길에서 마주친 한 사람과의 우연한 교차가 삶의 방향을 바꾸는 계기가 된다. 길 위에서의 만남이 행복으로, 사랑으로, 인연으로 이어지는 낭만적인 여정을 담은 책.
2026.07.28.
에세이 PD 이주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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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롤로그-한 글자의 세상
Part1-길을 찾아서 길-처음 보는 길 문-두 번째 사춘기 글과 책-글 속에서 만난 길 눈-당신이 보는 것을 진정으로 보기 위해 때-긴 여행의 시작 Part2-나의 길 발-순례길의 첫 아침 말-부엔 까미노 왜-순례길에서의 경쟁 짐-인생의 무게 일-구속으로부터의 자유 정-편안함과 불편함 사이 Part3-길위의 인연 쉼-시간과 속도 빛-루스 엔 뚜 까미노 연-사랑이라 벗-여섯갈래길 날-왜 그렇게 천천히 걷는 거야? 때2-그녀가 지나갔다 삶-길을 선택한다는 것 Part4-양 갈래 길 앞에서 복-행복의 비밀 시-길 잃은 감정 곁-우문애답 답-가장 편한 마음으로, 가장 편한 모습으로 불-두 세계관의 충돌 꽃-배반의 장미 끝-왔구나, 결국 강-새로운 세상 Part5-우리의 길 수-숫자는 허상이야 겁과 손-파란색 화살표 춤-그녀의 세계 혼-새로운 이름 배와 술-지름길에서 신-1000킬로미터 끝2-마지막 도시 꿈-제시의 길 Part6-길의 끝에서 임-고독의 시간 한-사우다드 길2-사랑과 여행 해와 달-매일의 기록 나-까미노 데 민서 너와 나-까미노 크리스마스 에필로그-두 글자의 세상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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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롤로그-한 글자의 세상
먼 옛날 빛이 태어났다. 뒤이어 땅이 생겨났다. 흙이 쌓이고 물이 흘렀다. 산이 솟아나고 숲이 우거졌다. 대지는 풀로 뒤덮였고 형형색색의 꽃이 피어났다. 어느 날에는 불이 났다가 어느 날에는 비가 내렸다. (…) 하지만 그 길에서 내가 행복했던 가장 큰 이유는 다름 아닌 한 사람 때문이었다. 길의 끝에서 마주한 것은 한 명의 여인이었다. ---pp. 4-5 글과 책-글 속에서 만난 길 ‘길’과 ‘글’은 글자의 생김새만큼이나 그 의미도 꽤나 닮아 있었다. 어쩌면 글은 하나의 길이었다. 책이라는 다리를 건너 글이라는 세계에 닿으면 처음 보는 길이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소설이든, 시집이든, 에세이든, 자기계발서든 책 속에는 누군가 걸어갔던 길과 그 흔적들이 담겨 있었다. ---p. 31 왜-순례길에서의 경쟁 같은 이유로 나는 첫날부터 한국인들과 약간의 거리를 두고 걸었다. 아시아인이다 싶으면 대부분 한국인일 만큼 적지 않은 한국인들이 보였지만 가벼운 인사나 짧은 대화만 나누고는 자리를 피했다. 익숙한 정취를 풍기는 사람들 사이에서는 그들에게 쉽게 의지하게 될 것만 같았기 때문이다. 순례길 위에서만큼은 나 역시 원래 알던 세상과 단절되고 싶었고 새로운 세상과 연결되길 원했다. ---p. 71 쉼-시간과 속도 느긋한 노력의 결과였을까. 대부분의 순례자들과 달리 나는 태양이 지평선에 내려앉을 무렵이 되어서야 그날의 알베르게에 도착했다. 한참을 먼저 도착해 휴식을 취하고 있거나 저녁을 준비하는 사람들 틈에서 짐을 푼 일도 여러 번. 인연이 있는 한국 순례자들 사이에서 언제부턴가 나는 ‘가장 느린 순례자’라는 요상한 별명으로 불리고 있었다. 놀리는 뉘앙스가 다분했지만 마음에 드는 별명이었다. 내가 나의 순례를 잘하고 있다는 방증이라 여겼다. ---p. 107 쉼-시간과 속도 시간과 속도를 상대하는 싸움 속에서 가끔 벽에 부딪히는 느낌을 받은 것은 아무래도 ‘사람’ 때문이었다. 나만의 시간과 속도를 찾으려 애쓰다 보면 어느새 타인의 곁이 그리워지고 마는 것이다. 내 존재를 인식하는 사람들이 어딘가에 있다는 것은 생각보다 큰 안정감이었다. (…) 혼자 떠나왔고 혼자만의 시간을 갖고 싶었다면서 철저히 혼자가 되는 건 싫은 모순된 욕망. 그 딜레마에 빠질 때면 나도 나를 알 수 없어 당황스러웠다. ---pp. 108-109 연-사랑이라 나는 그녀에게 〈비포 선라이즈〉를 보았냐고 물었다. 그녀는 자신도 좋아하는 영화라고 답했다. 우리는 제시와 셀린의 지인이라도 되는 양 그들에 대해 많은 이야기를 나누었다. 두 사람의 사랑이 얼마나 낭만적인지 얘기하던 와중 그녀는 심드렁한 표정을 짓더니 불쑥 덧붙였다. “저는 그 영화가 정말 로맨틱하다고 생각하지만 그건 영화일 뿐이지 현실이 아니에요(I think that movie is really romantic but just a movie. It is not real).” 역시 여행길에서의 운명적인 사랑에 대한 사람들의 생각은 전 세계 어딜 가나 다르지 않구나. 나 또한 고개를 끄덕였다. 말 그대로 로망이었다. 상상을 해볼 수는 있지만 실제로 일어나기를 기대하기는 어려운 일 말이다. ---p. 125 날-왜 그렇게 천천히 걷는 거야? 무슨 이야기를 해야 할까 고민하던 찰나 그녀가 대뜸 말을 꺼냈다. “예전부터 계속 궁금했던 게 있어.” 그녀의 눈동자에 호기심이 어른거렸다. “왜 그렇게 천천히 걷는 거야?” 어느 날이었다. 누군가 먼저 왜 천천히 걷는지 물어봐준 것은. ---p. 140 불-두 세계관의 충돌 나는 이미 그녀와 너무 많이 가까워져 있었고, 그녀와 함께 보내는 시간들은 한 줌의 여백조차 없을 만큼 행복했다. ---p. 192 꽃-배반의 장미 나는 무엇을 위해 이 길로 떠나왔지? 행복한 나를 찾기 위해서였다. 나에 대해 더 알고 싶어서였다. 하지만 나를 탐험하고자 했던 욕망은 그녀 앞에서 별다른 의미를 갖지 못했다. 그녀 옆에서 나는 이미 넘치도록 행복했고, 나에 대해 더 알 필요가 없다고 생각될 만큼 있는 그대로 받아들여졌으며, 이제는 나보다 그녀가 더 알고 싶어졌기 때문이었다. 인정해야 했다. 까미노는 내가 생각하던 길과는 그 결이 이미 한참 달라져 있었다. ---pp. 199-200 춤-그녀의 세계 나는 그즈음부터 내가 산티아고 순례길을 걷고 있는 것인지 그녀라는 길을 걷고 있는 것인지 헷갈리기 시작했던 것 같다. ---p. 235 임-고독의 시간 먼저 떠난 사람과 남겨진 사람 중 누가 더 서로를 그리워할까. 나는 우리가 부디 같은 마음을 공유하고 있다고 믿고 싶었다. 길은 그녀에 대한 향수로 가득했다. 그녀가 좋아했던 팜파스와 길가의 꽃들, 미래를 그려보게 하던 정원이 딸린 집들, 간식이라도 떨어질까 다가오는 고양이 몇 마리, 함께 장 보던 익숙한 마트의 매대, 같이 나누어 마시던 오렌지주스와 콜라, 커피와 맥주……. 처음 보는 길을 걷고 있지만 온통 그녀의 흔적뿐이다. 그녀는 어떨까. 한국에서 느낄 그리움은 어떤 모양을 하고 있을까. ---p. 283 나-까미노 데 민서 받아들이기로 했다. 내 여행기 또한 예상하지 못한 방향으로 쓰이고 있었음을. 나의 길은, 나의 까미노는, 나의 산티아고 순례는 곧 그녀에게로 향하는 길이었음을. ---p. 31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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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은 언제나, 누구에게나 답을 내준다
산티아고 순례길은 스페인 산티아고 데 콤포스텔라로 향하는 세계적인 순례길이다. 신앙을 가진 사람뿐 아니라 삶의 전환점에 선 수많은 이들이 저마다의 질문을 품고 이 길을 찾는다. 이유는 달라도 모두가 행복을 찾아 걷는다는 점만은 같다. 저자 역시 ‘어떻게 해야 온전히 나로 존재할 수 있을까?’ ‘나는 언제 가장 행복한가?’라는 질문을 안고 길 위에 섰다. 그는 자신에게 집중하기 위해 사람들과, 특히 한국인들과 거리를 두었다. 자신만의 속도로 홀로 걷던 저자는 각자의 속도를 지키면서도 누군가와 함께 행복을 나눌 수 있음을 알게 되었다. 그러던 중 어느 한 사람과의 만남이, 그녀의 질문 한마디가 길의 의미까지 완전히 뒤바꿨다. 두 사람은 동갑이었고, 오랜 연인과 이별한 뒤 직장을 그만두고 순례길에 올랐다는 공통점이 있었다. 비슷함에서 시작된 끌림은 “왜 그렇게 천천히 걷는 거야?”라는 그녀의 질문에서 설렘이 되었고, 그의 속도에 맞춰 함께 걸어주는 그녀와의 시간 속에서 사랑으로 깊어졌다. 어느새 두 사람은 길보다 서로를 더 자주 바라보게 되었다. 800km 순례길의 끝에서 그녀는 한국행 비행기표를 취소하고 그와 함께 더 걷는 길을 선택했다. 고민 끝에 저자는 깨닫는다. 자신이 따라가고 있던 것은 더 이상 순례길이 아니라 그녀였음을. 길 위에서 가장 선명했던 한 글자는 ‘나’도 ‘길’도 아닌 ‘너’였다. 그는 남은 여행 대신 그녀를 선택했고, 두 사람은 부부가 되어 지금도 함께 삶이라는 길을 걷고 있다. 한 글자의 세상에서 두 글자의 세상으로 저자는 세상이 수많은 ‘한 글자’로 이루어졌으며 우리는 한 글자로 살아간다고 말한다. 해와 달, 물과 빛, 땅, 그 위에서 손과 발, 눈코입을 달고 일, 잠, 꿈으로 산다. 삶과 길, 신 역시 한 글자 세상에서 벗어날 수 없다. 저자는 그동안 인지하지 못했던 한 글자의 세상이 길 위에서 더욱 선명해진다는 것을 깨닫는다. 무엇보다 그는 길을 걸으며 ‘나’라는 존재를 다시 바라보게 됐다. 그렇게 자신을 이해하기 시작한 순간, 저자는 자신의 삶을 바꿀 한 사람을, 사랑을 만났다. ‘나’와 ‘너’라는 한 글자들은 길을 만나 ‘사랑’과 ‘우리’라는 두 글자의 세상이 되었다. 『너를 담은 길』은 삶이라는 한 글자를 관통하는 질문 끝에서 사랑이라는 두 글자의 답을 만난 한 사람의 기록이다. 그의 영화 같은 여정을 따라가다 보면 독자는 자신이 걸어온 길을 돌아보게 된다. 그리고 언젠가 자신의 속도를 이해해주는 한 사람, 함께 삶을 걸어갈 한 사람을 만나 두 글자의 세상을 살아가기를 기대하며 설렘 속에서 책장을 덮게 될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