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들어가며. 아무도 받아주지 않을 것 같았던 초대장서막딩크로 살까 고민하다우리는 왜 아기를 가지려고 했나1막결혼하면 애는 그냥 생기는 줄 알았는데생리중에 초음파를 본다고요?자궁근종 수술, 내 존엄성은 어디로호르몬 치료, 미리 겪어본 갱년기시험관을 해서라도 아기를 가지고 싶어과배란, 자가 배 주사의 시작통증과 복수와의 싸움정자와 난자를 소개팅시켜봅시다내가 산 임테기만 불량이 아니고서야내 몸은 아기를 품을 수 없는 몸인가주사와 약으로 일상이 채워지고여보, 소리를 내서 울어봐2막시험관과 직장을 병행할 수 있을까경력도 아기도 놓친다면가만히 옆에 있어준 가족들난임 부부에게 시가란숙모는 아기 안 낳을 거죠?고양이를 입양하고 싶어소수가 된다는 것스트레스에 지고 싶지 않아서하느님, 제 계획에 문제가 있나요?3막두 줄이다, 두 줄쌍둥이가 왔어요나오며, 가을. 삶의 두번째 봄나오며, 남편. 둘에서 넷으로, 행복의 확장
|
|
‘내 임신테스트기만 불량이 아니고서야…’ 임신과 난임 사이, 좌충우돌 임신 분투기피임 없이 1년 동안 임신 시도를 했음에도 임신이 안 된다면 의학적으로는 난임으로 여긴다. 자연임신, 자연주의 출산에 로망이 있었던 작가는 8개월간 배란테스트기, 한약, 식이요법, 운동 등을 병행하며 그야말로 아이를 갖기 위해 부단히 노력하지만 모두 실패한 뒤 결국 병원을 찾는다. 산전 검사나 한번 받아보자 하고 갔으나 “그렇게 여유로운 상황이 아니다”라는 의사의 진단과 “다음 생리 2~3일째 초음파 보러 오세요”라는 간호사의 충격적인 안내를 받으며 얼떨결에 난임 치료를 시작한다.임신이나 출산 과정에서 여성이 어떤 일을 겪는지에 대해서는 다소나마 알려져 있지만 난임 치료를 받는 여성의 이야기는 여전히 감춰져 있다. 일곱 쌍 중 한 쌍 정도가 난임 때문에 고통받는 시대에 작가는 그동안 ‘풍문으로 들었소’ 정도로 알려졌던 시험관 시술 과정 전반에 대해 자신의 몸의 기록을 조목조목 짚는다. ‘자가 배 주사’, 갱년기 증상을 동반하는 호르몬 치료 과정, 실제 복용한 약들과 그 부작용 등 자신의 경험을 가감 없이 생생히 전하며 난임 치료가 생각보다 무섭지 않다고, 난임 또한 치료 가능한 질병이라고 다독인다. 집에 일부러 문을 꼬옥 닫아놓은 방 하나가 있는 것만 같았다. ‘곧 아기가 올 거야’라는 생각을 제외한, 임신에 관련된 모든 생각을 가둬놓고 문을 닫아둔 방. 절대 열지 않는 방. 하지만 배란테스트기에 의지해서 배란일을 예측하고, 배란일 14일 후에 임신테스트기의 깨끗한 한 줄을 보는 일이 거듭됐다. 의사에게 약속한 3개월이 6개월, 8개월로 늘어졌지만 임신테스트기는 야속하게도 단 한 번도 흐릿한 검사선마저 보여주지 않았다. 일말의 희망의 여지도 남기지 않는 한 줄. 그러면서 열지 않으려고 했던 ‘임신의 방’ 문이 제멋대로 슬슬 열리고, 그 틈 사이로 어둠이 스물스물 기어나왔다. 배란도 꼬박꼬박 되고 자궁상태도 너무 좋다는데 도대체 왜 안 될까. 내가 노력한다고 해서 결과가 좋다는 보장이 없어서 답답했지만, 그렇다고 노력 없이 손놓고 있을 수는 없었다. 생리 주기라는 쳇바퀴를 도는 다람쥐처럼, 죽어라 돌아도 돌아도 제자리인 이 진퇴양난의 상황. _79쪽“가을씨는 왜 아기 안 가져요?”시험관 시술이 여성의 몸에 안 좋다는 말들이 있다. 난임 원인이 누구에게 있든, 원인 불명이든, 시술은 난소와 자궁이 있는 여자 몸에서 이루어지기 때문에 틀렸다고만 할 수 없는 얘기다. 작가 또한 신체의 가장 내밀한 곳에서 이루어지는 난임 시술을 받으며 ‘내 몸이 내 몸 같지 않은’ 경험을 하게 된다. 누군가 하루종일 ‘죽어라죽어라죽어라’ 하며 머리를 옥죄는 것만 같은 두통 지옥에 난생처음 빠지기도 하고, 호르몬제의 영향으로 감정이 널을 뛰어 이유 없이 짜증이 솟구치기도 한다. 진료 의자에 다리를 벌린 채 무력하게 누워서 의료진에게 몸의 통제권을 넘기는 상황 또한 숱하게 겪는다. 하지만 이러한 신체적 고충보다 더 힘들었던 부분은 인간관계에서 오는 스트레스였다. 몸의 통증이나 약의 부작용은 언제까지만 참으면 된다는 끝이 있으니 그때까지 ‘죽어라’ 참으면 됐다. 하지만 남편, 친정 식구, 시가 가족, 친구, 친척, 직장 동료 등 가까운 사람들에게 치이는 상황은 언제 어떻게 벌어질지 예상할 수 없었다. 친구들과의 단체 채팅방에 올라오는 육아 이야기나 아이들 사진을 보는 일이 점점 힘들어지고, “숙모는 아기 안 낳을 거죠?”라는 어린 조카의 천진한 물음에 말문이 막힌다. 양가 부모님께 시술 사실을 알리느냐 마느냐, 직장 업무와 병원 일정을 어떻게 조율하느냐 등 시험관 시술 외적으로도 수많은 지뢰가 일상을 파고든다. ‘임신만 하면’ 이 모든 고민이 끝날 것이라는 희망을 애써 붙잡고 운동, 독서 모임, 악기 레슨, 여행, 종교생활 등으로 마음의 건강과 일상의 행복을 놓치지 않으려 애쓴다. 난임이라는 긴 터널을 때로는 유머러스하게, 때로는 담담하게 고백하는 이 책은 지금 이 순간에도 노심초사 아기를 기다리는 이들에게 희망과 용기를 전하고자 한다. 일단 시험관을 시작하면 생활 전체가 시험관에 지배당한다. 병원에 자주 가야 하니 직장생활에 영향이 가고, 시간 맞춰서 주사를 맞고 약을 챙겨 먹어야 한다. 여행 일정마저 시술 일정과 생리 주기에 맞춰야 한다. 이 ‘지배당하는 느낌’이 참 싫었다. 내 인생에 시험관만 있는 게 아닌데, 시험관 위주로 일상이 돌아가야 했다. 그래서 시험관 외의 일상을 만들려고 필사적으로 노력했다. 이십대 청춘은 아니지만 삼십대 중반이면 내가 번 돈으로 여러 가지 즐거움을 추구할 수 있는 한창 좋은 나이라고 생각한다. 그런데 아기를 기다리다보니, 임신 그 순간을 위해 현재의 즐거움을 유예하기가 쉬웠다. 대체 그 아기는 언제 온단 말인가. 시술중 가장 초조했던 지점이 그거였다. 이 짓을 언제까지 해야 할까. 영영 아기가 오지 않을 수도 있다는 두려움과 싸우는 게 가장 힘들었다. 아기는 언제 올지 모르지만, 하루하루 주어진 시간은 확실히 손에 쥘 수 있었다. 오늘 누릴 수 있는 오늘치의 행복을 최대한 누리고 싶었다. 오늘 할 수 있는 재미있는 일을 하는 게, 오늘치의 괴로움을 잊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이기도 했다. _223~224쪽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