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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사한 우리 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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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2년 O월 O일
..... 난 오래 사는 걸 바라지는 않는다. 내가 소망하는 건, 내가 더 살고 싶은 욕심이 생기는 건, 최소한 내 아이들이 커서 스스로 잘 살아갈 수 있을 정도의 나이까지만 더 사는 거다. 정말로 그때까지만 더 살고 싶다. 그것마저도 지나친 내 욕심일까? 난 분명 그때까지 살 수 있을 거다. 엄마의 글을 읽으면 죽음이 우리 집 문턱에 다가선 것 같다가도 문득 희망이 생겼다. 무엇보다도 엄마 스스로 살아야겠다는 강한 의지를 갖고 있기 때문이었다. --- p. 87 갑자기 엄마 얼굴이 보고 싶었다. 하지만 그럴 수 없었다. 그래서 이은이를 찾아갔다. 내 슬픔이 내 절망이 온몸에 퍼졌다. “엄마가 그렇게 걱정되면 왜 옆에 안 있어? 그냥 오면 어떻게 해?” 이은이가 답답하다는 표정으로 물었다. “내가 옆에 있으면 어쩌면 엄마가 죽을지도 몰라.” “그게 무슨 말이야?” 이은이가 눈을 동그랗게 뜨고 날 바라보았다. “엄만 날 안 보고는 절대로 죽을 수 없어. 내가 보고 싶어서 그냥은 못 가실 거야.” 갑자기 설움이 밀려와 나도 모르게 울음을 터트렸다. “그래서 앞으로 병원에 안 갈 거야. 정말이야. 이은아.” 난 울음을 삼키고 소리치며 이은이 품에 안겼다. 이은이는 그제야 내 말이 이해되는 듯 고개를 끄덕이며 나를 꼬옥 안아주었다. --- p. 131 창가의 햇살도 눈부시고 새들도 노래하는데, 내 맘에 부는 차가운 칼바람은 멈추질 않고, 엄마가 내 안에서 서성이는 것 같았다. 문득 고개 숙여 엄마 없는 이 길을 걷다가, 고개 들면 엄마가 보일 것 같은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엄마가 나를 부르는 것 같아 자꾸 뒤를 돌아보다 걸음을 멈췄다 다시 아빠를 따라 걸었다. 난 아직 엄마를 보낼 준비를 하지 못했는데 엄마는 내 곁을 떠났다. 날 보지도 않은 엄마가 정말로 떠난 걸까? 믿어지지 않았다. --- p. 134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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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의 말
저는 등단 후 가장 먼저 한 일이 제가 가고자 하는 길에 현주소를 알고 싶어 도서관에 가서 그곳에 있는 모든 아동문학 작품들을 읽었습니다. 도서관에 없는 것은 출판사와 작가별 리스트를 뽑아 당대 제가 구할 수 있는 모든 아동문학을 보았지요. 마지막 책장을 덮는 순간 제 머릿속에는 물음표가 생겼어요. 왜 우리나라 아동문학에는 이리 없는 책이 많지? 비록 어두운 글감이지만 그런 것들이 현실 속에 끊임없이 나타나는데 그 속에 우리 어린이들이 살고 있는데 왜 이런 글은 우리 아동문학에서는 정면으로 다룬 것이 없는 거지? 전 우리나라 아동문학에 관심과 애정을 가지고 현주소를 파악하는 시간을 가졌기에 향후 제가 써야 할 글감들이 그때 다 정해졌고, 지금까지 출간된 책들은 그 목록에 있는 것들입니다. 우리는 한평생을 살다 보면 예쁜 꽃도, 똥도, 무지개도, 죽음도 보게 됩니다. 이렇게 아름다운 것도, 더러운 것도, 좋은 일도, 슬픈 일도 다 보고 겪게 되지요. 나한테는 절대로 일어날 것 같지 않은 일이 종종 일어나는 게 바로 우리 인생입니다. 그동안 제가 썼던 글 중에는 사회적 상황이나 우리 삶의 어두운 단면인 죽음, 이혼, 아동학대, 환경문제, 탈북민, 지엠오, 왕따 등과 같이 어린이문학에서 꺼려 왔던 것들이 많았습니다. 무겁고 어려운 글감들이라 어린이 눈높이에 맞추기 위해 머릿속에서 몇 번이고 쓰고 버리는 것을 되풀이했습니다. 혹자는 왜 어린이가 보는 동화에 그런 무거운 글감을 쓰냐고 하는 이도 있었지만, 어린이는 그런 세차게 쏟아지는 빗줄기 아래, 아무런 저항도 못 하고 우두커니 서서 고스란히 맞고 있을 수밖에 없는 가녀린 존재라는 생각에서 출발한 겁니다. 또 그런 일들은 우리 어린이들과는 전혀 다른 딴 세상 이야기가 결코 아니고 언제든 그런 상황에 직면할 수 있기에 어린이들이 비록 글 속에서의 간접 경험이지만 함께 느끼고 호흡하길 바랐습니다. 세상을 살면서 모든 것을 다 직접 겪고 알아가며 이해할 수는 없습니다. 저는 어린이들이 여러 작가가 쓴 다양한 책들을 통해, 나나 나와 다른 사람들의 삶을 마주 볼 기회를 얻길 바랍니다. 왜냐하면 나 혼자가 아닌 이런저런 모양새로 사는 사람들이 모인 세상 속에 바로 내가 더불어 살아가고 있다는 것을 느끼게 되고, 타인의 삶을 이해할 수 있게 되어 우리 어린이들이 앞으로 살아갈 삶이 내적으로 한층 풍요로워 질 거라 믿기 때문입니다. 전 어린 친구들한테『엄마의 마지막 선물』을 통해 막연한 죽음에 대한 두려움과 상실감을 죽음도 우리 삶의 한 단면이고, 새로운 연장선이며, 소멸이 아닌 순환임을 말하고 싶었습니다. 엄마와의 이별은 참 맘 아프고 슬픈 일이지만 그것도 우리 삶의 한 부분임을 이야기를 통해 자연스럽게 알려 주고 싶었죠. 독자서평 좋은친구님 - 이 책은 내게 죽음이라는 주제가 두렵고 절망적이기만 한 것은 아니라는 것을 알게 했다. 잔잔하지만 죽음에 대한 통찰력 있는 글들로 그 의미를 어느 정도 이해할 수 있었다. 나이의 많고 적음을 떠나 한 번쯤 읽어 볼 만한 책이다. 폭탄세상님 - 이 동화로 인해 잊고 있던 삶의 소중한 것! 가족 간의 사랑과 관심을 확인하고 그 감사해하는 마음의 오감이 얼마나 귀한 것인지 다시 한번 깨달았다. 이 책을 읽는 아이들의 마음은 깊고 넓어질 것 같다. 럽스님 - 가족의 소중함을 우리에게 일깨워 주면서 다시 한번 나의 주변을 돌아보게 하였다. 나의 가족의 존재에 감사한 마음을 갖게 해 주었고...... 2667je님 - 눈물이 흐를 만큼 슬펐지만 무척 따뜻한 이야기였어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