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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애거서 크리스티 : 끝없이 자신을 덧칠한 위대한 거짓말쟁이
2. 메리 울스턴크래프트 : 실연의 아픔으로 두 번이나 자살을 기도한 페미니스트 3. 세노비아 깜쁘루비 : 세상에는 미친 사람들과 또다른 미친 사람들이 있다 4. 시몬 드 보부아르 : 문학을 위해 타인의 삶을 난도질한 양성애자 5. 레이디 오톨린 모렐 : 애정과 보살핌의 대가로 배신을 선물받은 관대한 후견인 6. 알마 말러 : 음악가의 아내가 되기 위해 음악적 재능을 버린 뮤즈 7. 마리아 레하라가 : 남편의 이름으로 작품을 발표한 침묵의 작가 8. 로라 라이딩 : 광기의 폭풍 속으로 남자들을 끌어들인 사악한 여신 9. 조르주 상드 : 나에게 인생은 언제나 바로 이 순간이다 10. 이사벨 에버하트 : 남장을 하고 아프리카의 사막을 누빈, 무정부주의자의 사생아 11. 프리다 칼로 : 침대에 누운 채 자신의 마지막 전시회에 참석한 의지의 화신 12. 아우로라, 그리고 일데가르뜨 로드리게스 : 딸을 죽인 어머니, 죽음으로써 어머니에게서 벗어난 딸 13. 마거릿 미드 : 단 일 분도 빈 시간은 참을 수 없다 14. 카뮤 클로델 : '로뎅의 모델이자 연인'으로만 기록된 저주받은 천재 15. 브론테 자매 : 황량한 하워드의 들판에서 불멸의 언어를 창조해낸 세 자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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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아려보면, 이러한 여성의 상대적 우월성에 대한 남성의 우려는 일찍이 신화나 창세기의 전설 등에서 경고되고 있다. 거기서 여성은 하나같이 부차적이거나 인류에게 해악을 끼치는 존재로 규정된다. 이브는 인간성을 상실했다. 그녀는 물론이고 아담까지 뱀의 유혹에 빠져들도록 만들었다는 게 그 이유다. 그리스 신화의 여성 판도라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제우스는 인간에게 형벌을 내리고자 불행으로 가득 찬 상자를 판도라에게 주었다. 아무것도 모르는 그녀는 억제할 수 없는 '여성적인' 호기심으로 상자를 열었고, 그 바람에 모든 악이 빠져 나왔다. 이러한 경우들은 여성이 경망스럽고 판단력이 결여된 존재임을 부각시키는 결정적인 단서가 된다. 그러나 우리는 그 이면에 노출되지 않은 여성의 특성을 간과해선 안 된다. 호기심이란 지혜의 기본적인 요소이자 누구나 갖고 있는 인간적 본능이다. 따라서 상자를 열었다는 것은 오히려 여성의 과감한 단면을 보여준 것으로 이해되어야 한다. 더욱이 이브와 판도라가 세상에 가져다주었다는 악들, 즉 원죄와 질병은 누구나 주어진 숙명처럼 간주될 성질의 것이다. 우리는 이러한 전설 같은 이야기 앞에서 씁쓰레할 게 아니라, 어쩌면 신은 남성이 아니라 여성에게 창조자의 역할을 부여하지 않았는가 하는 위안을 가져볼 수도 있다.
--- p.12-13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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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금의 현실은 어느 인종도진정한 권리를 소유하지 못하고 있다. 우리 인간은 누구나 똑같은 권리를 갖고 태어났다.그러나 타인의 권리를 반대하는 자들은 자신의 종교나 피부색은 물론이고 성까지도 그런식으로 포기하게 된다는 사실을 모르고 있다
--- p.16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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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사벨 에버하트는 자신의 인생을 걸쳐 그 공허함을 가득 채우고자 했다. 그리고 그것을 지탱하기 위해 맹목적인 확실성과 도그마로 만든 기둥을 하나 세우고자 기를 섰다. 하지만 그녀의 의도는 아이로니컬하게도 그런 존재가 되기 위해 노력하면 할 수록 허물어져 갔다. 그녀의 마지막 사진들을 통해서 볼 수 있듯 처참한 육체의 파멸과 더불어서 말이다.
--- p.20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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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 <시대를 앞서간 여자들의 거직과 비극의 역사>는 스페인 유력 일간지 '엘 빠이스'지 일요판에 시리즈로 실렸던 칼럼들을 묶은 것이다. 여기에 등장하는 여성들은 대부분 18세기에서 20세기에 걸쳐 문학과 예술, 혹은 그것과 직간접적인 분야에서 활동하고 나름대로 뚜렷한 흔적을 남긴 인물들이다. 언론인, 소설가, 동시에 자타가 인정하는 페미니스트인 저자가 이 책을 통해 말하고자 하는 것은 여성 본연의 가치다.
--- pp. 5-6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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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로잡힌 여자 카뮤, 벽에 갇힌 여자 카뮤, 절름발이에 유혹적인 여자 카뮤. 천재적인 조각가, 잊혀져간 예술가, 주주받은 예술가. 이 글은 '존재'가 될 수 없었던 한 여자에 관한 소름끼치는 이야기다. 그녀는 성공을 할 수 있는 모든 것, 즉 재능, 지혜, 용기, 아름다움을 지니고 있었다.
하지만 세상의 저주는 그녀를 철저하게 파괴했다. 그녀의 남동생인 폴클로델은 "자연이 부여했던 경이로운 선물들은 그녀에게 불행만 가져다주고 말았다."라고 말했다. 이렇듯 그녀는 세상의 저주로 인해 자신의 동생의 연인이 경이로운 성공을 거두는 동안 암흑 속에 말없이 파묻히고 말았다. 카뮤 클로델은 1864년 프랑스의 빌뇌브에서 맏딸로 태어났다. 그녀의 아버지는 재산소유권 검사관이었고, 세월이 흐르면서 지독하게 몰인정한 여자로 변하게 되는 어머니는 지방의 지주였다. 카뮤는 어려서부터 남다른 면모, 즉 다리를 저는 신체적 특징, 빼어난 미모, 일에 대한 정열, 우울러 자부심이 강하고고집 센성격을 지니고 있었다. 그녀는 스스로 조각 세계에 눈을 떴다. 순전히 자신의 상상에 의해 형틀을 짜고 조각을 시작했던 것이다. 그녀는 12세의 나이에 일련의 점토 작품을 만들었다. 그것은 지방 예술가들의 시선을 끌어당길 만한 수준작이었다. 그들 중에서 누구보다도 작품을 눈여겨보던 부셰가 어린 그녀를 미술학교 교장에게 소개시켰다. 작품을 천천히 바라보던 교장은 혹시 로댕에게 사사를 받은 일이 있느냐고 물었다. 그러나 카뮤는 로댕의 이름조차 모르고 있었다. 따라서 그들은 두 사람, 즉 카뮤와 로댕의 유사함을 학문 세계나 예술 세계에서 이따금 엇비슷한 힘과 재능이 발견되는 경우처럼 단지 우연의 일치로 보아야 했다. 하지만 두 개를 인정하지 않는 신의 저주로 인해, 최소한 로댕이 그녀의 세계로 들어오기 전까지 카뮤는 카뮤였음에도 불구하고, 로댕의 연인이자 제자로 기록될 수밖에 없게 된다. 또 하나는 가족의 저주다. 완곡하고 폭력적인 아버지로 인해 빌뇌브의 집은 고함소리가 그칠 날이 없었다. 어린 카뮤는 무지막지한 족장의 마음에 드는 딸이 되고자 영악하게 행동했다. 어머니와 여동생이 아심을 품은 것은 가장의 비호 아래 누렸던 특권적 위치 때문이었을 것이다. 그들은 하나같이 그녀를 증오했다. --- p.256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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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의 생애는 단순히 한 개인의 역사로 그치는 것이 아니라, 그가 살았던 시대를 반영한다. 이 책 《시대를 앞서간 여자들의 거짓과 비극의 역사》에 소개된 15인의 여성은 하나같이 독특한 삶을 살았고, 인생의 부침을 겪었다. 그 시대의 관습에서 벗어나 느끼고, 원하고, 행동하기를 원했기에, 동시대인들의 눈에는 '비정상적인 여자'로 비쳐졌다. 그러나 그 시대의 사회적 편견과 고정관념에 맞서 싸우거나 때로는 힘없이 주저앉아야 했던 이들의 삶 자체가 그 시대의 산물이자 그 시대를 투영하는 거울이었다.
근대 페미니즘의 토대를 마련한 영국 출신의 페미니스트 메리 울스턴크래프트는 두 번의 자살 기도와 사생아를 낳았다는 '비정상적인 사생활' 때문에 보수주의자들에 의해 한 세기 반 동안 역사적·사회적으로 매장당해 《프랑켄슈타인》의 작가 메리 셸리의 어머니로만 기억되었다. 반면 60대의 나이에 22년 연하의 남성과 사랑을 나누는 자유분방한 여자였던 조르주 상드는 스캔들로 인한 사회적 비난에도 불구하고 급격한 변화와 단절의 시기인 낭만주의라는 짧은 역사적 시기에 살았기에 자신의 동료인 예술가와 지식인들 그리고 급진적인 독자들의 도움을 받으며 자신의 의지대로 살아나갈 수 있었다. 그러나 어떤 여성들은 시대의 높은 벽 앞에서 자신들의 생각을 관철시키지 못하고 자기 모순에 빠져서 살았다. 스페인 제2공화국의 첫 여성의원이자《요람의 노래》의 원저자인 스페인 희곡작가 마리아 레하라가는 그 시대 문학을 하는 여자들에게 씌워진 불명예스런 명예와 남편에 대한 사랑 때문에 남편의 이름으로 모든 작품을 발표하고도 침묵으로 일관했으며, 재능 있는 피아니스트이자 작곡가였던 알마 말러는 위대한 음악가 구스타프 말러와 결혼하기 위해 자신의 음악적 재능을 버렸고, 문학적 열정이 남달랐던 세노비아 깜쁘루비는 노벨문학상 수상자 후안 라몬 히메네스의 아내로서 자신의 개성을 포기하고 우울증 환자였던 남편의 뒷바라지를 하며 죽음 같은 삶을 살았다. 이 밖에도 미국의 시인 로라 라이딩과 자신의 딸을 죽인 아우로라 로드리게스는 광기와 사악함으로 대표되며, 로댕의 연인이자 제자로만 기록된 저주받은 천재 조각가 카뮤 클로델과 남장을 하고 아프리카의 사막을 돌아다닌 이사벨 에버하트의 생애는 인생 항로 자체가 조난의 연속이었고, 프리다 칼로와 레이디 오톨린 모렐은 더 이상 망가질 수 없는 최악의 상태에서도 마지막까지 당당히 싸웠다. 이처럼 이 책에서 저자 로사 몬떼로는 역사 속에서 상실된 여성들의 삶을 다양하게 탐색하고 있다. 저자는 여성 15인의 전기, 자서전, 서간문, 일기, 그들을 다룬 모든 형태의 자료들을 수집하고 분석하여 그동안 묻혀 있던 그들 삶의 다른 모습들을 유려한 문체로 회복해놓았다. 저자는 같은 여성으로서 여성을 바라보면서도 그 여성들을 두둔하거나 옹호하는 어줍잖은 짓을 하지 않는다. 오히려 그들의 단점과 어두운 면, 세상에 알리기 꺼려했던 일들까지 있는 그대로 보여줌으로써 한 인간으로서의 그들의 삶에 접근한다. '충격을 안겨주는 여자들의 전기나 일기들을 들여다보면 어느새 자신을 돌아보고 자신이 살아 있음을 느끼게 된다.'는 저자의 말처럼 역사에서 찾아낸 여성 15인의 삶은 삶이라는 '미지의 영역'을 앞서 찾아나선 탐사가로서 우리들에게 하나의 인생지도를 보여준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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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요 내용 소개
애거서 크리스티 : 끝없이 자신을 덧칠한 위대한 거짓말쟁이
애거서 크리스티는 많은 일들을 감추고, 결점을 위장하고, 자기 자신을 감동적인 인물로 만들면서 일생을 보냈다. 그녀는 40대가 되어 몸이 불어나자 나머지 반생 동안 거구의 몸을 감추고자 기를 썼으며, 노년에는 자신의 차분하고 깔끔한 이미지가 손상될까봐 사진 찍는 것조차 허락하지 않았다. 더군다나 첫 남편에게 다른 여자가 생기자 추리소설의 주인공처럼 감쪽같이 사라져버린다. 그리고 그녀가 발견되었을 때 그 기억은 그녀의 어디에도 존재하지 않았다. 언제 그런 일이 있었느냐는 듯 천연덕스럽게 다른 사람처럼 행동했다. 또한 부드럽고 차분하며 정확하고 정돈된 세상을 원했던 그녀는 모든 변화를 거부했다. 1890년에 출생한 그녀는 20세기로 들어서면서 다가선 시대의 변화를 거부하고 이전의 질서와 법칙을 지키려들었고 자신의 유년기를 되찾고자 노력했다. 그녀의 추리작품이 완벽하게 설명되는 세계, 수학적 게임의 세계, 선과 악이 예측 가능한 세계인 것도 다 그런 이유 때문이었다. 시몬 드 보부아르 : 문학을 위해 타인의 삶을 난도질한 양성애자 여러 세대에 걸쳐 힘있는 여성, 독립적인 여성의 전형으로 각인된 시몬 드 보부아르는 치밀하고 얼음장같이 차가웠던 여자였다. 스스로를 모든 사람보다 최고의 위치에 올려놓았던 그녀였지만 사르트르만큼은 경쟁상대나 반박대상이 아닌 존경의 대상으로 보았다. 51년을 함께 한 사르트르와 보부아르 커플은 대중적으로는 날카로운 사상을 가진 우상파괴주의자이자 참여주의자로 알려져 있었지만, 지극히 사적인 두 사람의 모습은 추악했다. 두 사람의 사후에 발간된 그들의 편지와 일기는 자신들이 사귀었던 애인(보부아르는 동성애자이기도 했다)에 대한 우월감에 넘치고 잔인하며 경박한 표현들로 가득했다. 보부아르는 마치 잔인한 곤충학자처럼 사람들의 부끄럽고도 은밀한 면을 낱낱이 해부하고 들춰냈던 것이다. 마리아 레하라가 : 남편의 이름으로 작품을 발표한 침묵의 작가 《요람의 노래》로 유명한 그레고리오 마르띠네스 씨에라는 20세기 초 스페인에서 가장 유명했던 극작가 중 한 사람이었다. 그러나 실제로 그는 단 한 줄의 글도 쓰지 않았다. 그의 이름으로 알려진 모든 작품은 그의 부인 마리아 레하라가가 쓴 것이었다. 씨에라가 얻은 명예와 성공 역시 모두 레하라가의 것이었다. 그러나 그녀는 침묵으로 일관했다. 남편이 극단의 여배우와 염문을 뿌렸을 때도 그녀는 침묵 속에서 남편을 위해 희곡작품을 썼고, 심지어 남편과 헤어져 프랑스로 간 후에도 계속되는 그의 요구에 따라 글을 써서 보내주었다. 그러나 남편은 그녀가 프랑스에서 나치를 피해 가난과 배고픔으로 고생을 하는 동안 자신의 정부와 함께 아르헨티나로 떠나버렸고, 당연히 그녀에게 돌아갈 몫인 원고료조차 주지 않았다. 레하라가는 이러한 자신의 삶에 대해 자서전에서 다음과 같이 말한다. '결혼한 여자, 젊은 여자, 행복한 여자, 모든 여자를 지배하는 이런 비굴한 긍지가 진정으로 한 남자를 원하는 나를 괴롭혔다.' 결국 그녀는 남편에 대한 사랑 때문에 자신의 작품에 '남편의 이름'을 써넣었던 것이다. 프리다 칼로 : 침대에 누운 채 자신의 마지막 전시회에 참석한 의지의 화신 프리다 칼로에게 있어 침대는 세상 그 자체였다. 그녀는 여섯 살 때 척추성 소아마비를 앓아 꼬박 9개월 동안 침대에 누워 있었다. 그리고 열여덟 살 때에는 버스의 승객용 손잡이가 달린 쇠막대기가 그녀의 옆가슴을 뚫고 들어가 허벅지로 나오는 끔찍한 교통사고를 겪고 2년간의 침대 생활을 해야 했고, 후유증으로 인해 그 이후로도 30년 동안 수많은 수술과 치료를 받아야 했다. 그런 고통과 죽음의 세월 속에서도 그녀는 살아야 한다는 욕망과 용기만큼이나 강한 의지력으로 많은 일을 해냈다. 벽화 화가 디에고 리베라와의 달콤하고도 잔혹한 결혼생활을 유지했으며, 자신의 상처투성이 몸을 캔버스에 옮기는 작업을 했고, 뉴욕 전시회와 파리 전시회를 가졌다. 그리고 1953년 4월, 그녀가 살아 있는 동안 멕시코에서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자신의 전시회를 열었을 때 (그녀는 전시회에 참석할 수조차 없이 아픈 상태로 병원에 입원 중이었다.) 그녀는 남편의 기지로 전시회장 중앙에 설치된 침대 위에서 사람들을 맞았다. 세상을 떠나기 1년 전이었다. 마거릿 미드 : 단 일 분도 참을 수 없다 20세기의 위대한 여성 인류학자 마거릿 미드는 기념비적인 인물이다. 불모지나 다름없었던 인류학을 개혁하고 대중화시킨 장본인이고, 그녀의 저서 《원시사회의 성과 기질》은 일대 혁명적인 반향을 일으켰다. 그러나 그녀는 텅 빈 것에 대한 정신병, 일종의 '공허 공포증'을 겪고 있었다. 그녀는 약속이 느닷없이 취소되거나 생각지도 못한 2시간 정도의 여유만 생겨도 어찌할 바를 몰라했고, 불안감이 차오르면 단 1분도 참지 못했다. 그녀는 삶을 찾아서 무엇인가에서 벗어나려고 발버둥치는 사람처럼 공개적인 모임에서 모임으로, 지구의 한쪽에서 다른 쪽으로 전속력으로 뛰어다녔다. 그래서 그녀가 가장 사랑했던 사람이자 세번째 남편인 그레고리 베이트슨으로부터 이혼당해야 했다. 너무 빨리 달리는 그녀를 베이트슨은 잡을 수 없었던 것이다. 지나치게 바쁘게 살던 그녀는 나이가 들면서 자신의 리듬을 지키기 위해 각성제를 먹었는가 하면, 때때로 자신이 어디에 있는지조차 잊어버렸다. 게다가 날이 갈수록 말이 많아진 반면 일에 관련된 말은 줄어들었고, 남의 말을 듣는 것도 줄어들었다. 세노비아 깜쁘루비 : 세상에는 미친 사람들과 또다른 미친 사람들이 있다 세노비아 깜쁘루비와 후안 라몬 히메네스(1956년 노벨문학상 수상자)는 완벽한 부부의 전형으로 알려져 있었다. 그러나 두 사람의 사랑에 대한 장밋빛 전설은 세노비아의 일기가 1991년 발표되면서 산산이 부서지고 말았다. 그 일기는 두 사람의 비참하고 소름끼치는 생활상을 담고 있었다. '시중을 드는 사람이 사흘에 한 번 꼴로 그 사람의 방에 들어갔다. 돼지우리에서 사는 것처럼 느껴지는 생활이었다. 하루 종일 정기간행물이 가득 찬 방을 바라본다는 것은 구역질이 날 지경이었다.' 자기 중심적이었던 후안 라몬은 세노비아를 절실히 필요로 했고, 세노비아는 남편의 이기주의를 위해 자신을 희생시키는 것이 의미가 있는 것인지 괴로워했다. 그러나 그녀는 남편을 위해 자신의 삶을 포기하기로 결심하고 남편의 노이로제와 심술궂은 변덕을 다 받아들이며 죽음 같은 삶을 살았다. 세노비아의 지나친 보호가 남편의 정신상태에 도움이 안 된다는 의사들의 충고에도 불구하고 그녀는 남편 곁을 떠나지 않았다. 심지어는 자신의 몸에서 종양이 발견되어 당장에라도 병원에 입원해야 했는데도 말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