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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D 한마디

[죽은 이의 흔적을 보존하는 박물관] 『박사가 사랑한 수식』 등 고유의 작품세계를 지닌 오가와 요코의 소설. 죽음으로 남겨진 유품을 모으는 ‘침묵 박물관’에 얽힌 이야기를 담았다. 평화로운 마을에서 벌어진 유품과 관련된 사건들. 삶과 죽음의 경계에 놓인 박물관은 불안하고도 아름답게, 그곳에 남아 침묵을 유지할 수 있을까? 소설MD 이주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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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저자 소개 2

오가와 요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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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oko Ogawa,おがわ ようこ,小川 洋子

정적이면서도 기품이 있고, 관능적이라는 평가를 얻고 있는 일본의 여류 소설가. 1962년 오카야마 시에서 태어나 와세다 대학 제1문학부 문예과를 졸업한 오가와 요코는 『상처 입은 호랑나비』로 1988년 가이엔 신인문학상을 거머쥐며 일본 문단에 화려하게 데뷔했다. 이후 자신만의 독특한 작품세계를 선보이며 독자와 평론가들로부터 꾸준히 사랑 받아온 그녀는 1991년 『임신 캘린더』로 일본 최고 권위의 문학상인 아쿠타가와 상을 수상하고, 2003년에는 『박사가 사랑한 수식』으로 제55회 요미우리 문학상 소설상, 제1회 서점대상 등을 수상하며 작품성과 대중성을 겸비한 일본의 대표적인 여류
정적이면서도 기품이 있고, 관능적이라는 평가를 얻고 있는 일본의 여류 소설가. 1962년 오카야마 시에서 태어나 와세다 대학 제1문학부 문예과를 졸업한 오가와 요코는 『상처 입은 호랑나비』로 1988년 가이엔 신인문학상을 거머쥐며 일본 문단에 화려하게 데뷔했다. 이후 자신만의 독특한 작품세계를 선보이며 독자와 평론가들로부터 꾸준히 사랑 받아온 그녀는 1991년 『임신 캘린더』로 일본 최고 권위의 문학상인 아쿠타가와 상을 수상하고, 2003년에는 『박사가 사랑한 수식』으로 제55회 요미우리 문학상 소설상, 제1회 서점대상 등을 수상하며 작품성과 대중성을 겸비한 일본의 대표적인 여류 작가로 자리 잡았다. 2004년 『브라흐만의 매장』으로 이즈미교카문학상을, 2006년 『미나의 행진』으로 다니자키준이치로상을, 2012년 『작은 새』로 문부과학대신상을 수상하였으며, 작품들이 해외 10개국에서 출간되었다. 그 중 『약지의 표본』, 『침묵박물관』, 『호텔 아이리스』는 프랑스에서, 『박사가 사랑한 수식』, 『인질의 낭독회』는 일본에서 각각 영화와 드라마로 제작되었다. 『약지의 표본』은 1999년 ‘프랑스에서 발간된 가장 훌륭한 소설 20’에 선정되었으며, 독일 <프랑크푸르트 알게마이네 차이퉁>지에서는 “일본 문학계에서 실험 정신이 돋보이는 새로운 세대의 작가.”로 호평한 바 있다. 2007년 프랑스로부터 문화예술공로훈장 슈발리에를 수여받기도 했다.

2007년 7월 제137회부터 아쿠타가와 상 심사위원으로 참가하고 있으며, 2008년부터 미시마 유키오 상(三島由紀夫賞) 심사위원, 다자이 오사무 상(太宰治賞) 심사위원, 신초 신인상(新潮新人賞) 심사위원 등을 맡게 되는 등, 일본 문단에서 중견의 지위를 굳히고 있다.

저서로는 『완벽한 병실』, 『바다』, 『고양이를 안고 코끼리와 헤엄치다』, 『원고 영매 일기』, 『미나의 행진』, 『언제나 그들은 어딘가에』, 『상처 입은 호랑나비』(1988), 『완벽한 병실』(1989), 『식지 않은 홍차』(1990), 『슈거 타임』(1991) 『임신 캘린더』(1991), 『여백의 사랑』(1991), 『안젤리나』(1993), 『요정이 내려오는 밤』(1993), 『은밀한 결정』(1994), 『약지의 표본』(1994), 『안네 프랑크의 기억』(1995), 『수를 놓는 여자』(1996), 『호텔 아이리스』(1996), 『상냥한 호소』(1996), 『얼어붙은 향기』(1998), 『과묵한 사체 음란한 장례식』(1998), 『마음 깊은 곳에서』(1999), 『침묵 박물관』(2000), 『우연한 축복』(2000), 『눈꺼풀』(2001), 『귀부인 A의 소생』(2002), 『박사가 사랑한 수식』(2003), 『브라흐만의 매장』(2004)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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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대학교 일어일문학과 석사 과정과 도쿄외국어대학교 대학원 일본어과 연구생 과정을 수료했다. 현재 일본어 번역가로 활동 중이며, 번역서로는 『인도방랑』, 『티베트방랑』, 『동양방랑』, 『마리카의 장갑』, 『고독한 늑대의 피』, 『만약 우리의 언어가 위스키라고 한다면』, 『하게타카』, 『국수와 빵의 문화사』, 『비타민 C가 암을 죽인다』, 『사랑하고 있다고, 하루키가 고백했다』, 『당신이 솔로일 수밖에 없는 생물학적 이유』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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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발행일
2020년 09월 22일
쪽수, 무게, 크기
344쪽 | 370g | 128*188*23mm
ISBN13
9791160261943

책 속으로

“내가 만들려는 건 자네 같은 애송이는 상상도 못 할 만큼 장대하고, 이 세상 어디서도 찾아볼 수 없는, 그러나 반드시 필요한 박물관이야. 한번 시작하면 도중에 그만둘 수 없어. 박물관은 계속 증식하지. 확대되기만 할 뿐 축소되진 않아. 요컨대 영원이라는 운명을 짊어진 가련한 존재인 셈이지. 한없이 늘어나는 수장품 앞에서 겁을 집어먹고 도망치면 불쌍한 수장품은 두 번 죽게 돼.”
--- pp.13~14

이 일이 어려운 이유는 웬만한 유품으로는 만족할 수 없다는 데 있어. 한두 번 입은 옷이라든가, 옷장에 모셔두기만 한 보석이라든가, 죽기 사흘 전에 맞춘 안경이라든가, 그런 물건으로 얼렁뚱땅 나를 속이진 않았어. 내가 찾는 건 그 육체가 틀림없이 존재했다는 증거를 가장 생생하고 충실하게 기억하는 물건이야. 그게 없으면 살아온 세월이 송두리째 무너져버리는 그 무엇, 죽음의 완결을 영원히 저지할 수 있는 그 무엇이지.
--- p.47

“더 이상 죽지 말아야 할 텐데…….”
나는 들릴락 말락 한 소리로 중얼거렸다. 나도 모르게 머릿속 생각이 입 밖으로 튀어나온 것이다.
“그건 헛된 기대야.”
정원사가 고개를 돌려 나를 보면서 말했다.
“마을 사람들은 순서대로 죽어. 그건 태어나기 전부터 정해진 거야. 아무도 그 순서를 거스를 수 없어.”
--- p.82~83

노파의 유별난 성품으로 보아 이야기가 옆길로 새고, 두서없이 오락가락하고, 종잡을 수 없이 늘어졌다가 뚝 끊어져서 신빙성 있는 자료를 얻기 어려울 거라고 각오하고 있었지만 실제는 달랐다. 일단 입을 열면 털실 뭉치가 풀리듯 이야기가 술술 나왔다. 중간에 끊어지거나 엉키지 않고, 이야기의 앞뒤가 정확하게 맞아떨어졌다. 그리고 필요한 정보는 그 털실 뭉치에 모두 들어 있었고, 불필요한 내용은 하나도 섞여 있지 않았다.
--- p.116

“응. 이렇게 어머니의 책을 손에 들고 있으면, 멀리 막연하게 존재하는, 공포의 안개에 휩싸인 죽음의 세계가 내 손안에 기분 좋게 들어와 있는 것만 같아. 책장을 넘기고, 어머니가 적어놓은 글자들을 더듬어보고, 종이 냄새를 맡고 있으면 공포 같은 건 온데간데없이 사라져버려. 죽음이 정겹게 느껴지기까지 해. 요컨대 유품을 만지면 호흡이 편안해지고 기분이 차분해지고, 그래서 잠이 잘 오지.”
“죽음과 잠이 그렇게 밀접한 관련이 있어요?”
“응, 나는 그렇게 생각해. 오른손과 왼손처럼 아주 많이 닮았고, 따로 떼어놓으려고 해도 그럴 수가 없어.”
--- p.119

어둠 너머에 어떤 세상이 있는지 상상조차 할 수 없지만 그래도 불안에 떨지 않았다. 우리는 유품에 대한 똑같은 정열을 공유하고 있었고, 그로 인해 흔들림 없이 굳게 결합되어 있었기 때문이다. 유품을 수집하고 소중하게 보존하는 한, 혼자 하늘 끝에서 굴러떨어져 어둠 속으로 곤두박질칠 일은 없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 p.142

“침묵 수행에 들어가면 편지와 일기도 쓸 수 없어요. 하지만 읽는 건 자유예요. 자기 안의 것을 밖으로 표현할 수 없을 뿐이지 밖에서 들어오는 건 거부하지 않아요. 육체를 버리고 마음속으로 망명한다고 보면 돼요.”
지방이 잔뜩 붙은 살에서 털가죽을 벗기는 일은 중노동이다.
손은 피로 물들고 머리카락에는 부패한 냄새가 밴다. 그런 일을 소년이, 아직 덜 여문 손으로 했단 말인가?
“그럼 우리 박물관과는 정반대네. 왜냐하면 박물관은 육체를 보존하기 위해 유품을 전시하거든. 그렇죠?”
--- p.185

내가 모르는 어딘가에 있다는 그 박물관에 대해 생각해보았다. 그것은 침묵 박물관처럼 사람들로부터 잊힌 세계의 끝에 조용히 서 있을 것이다.
--- p.303

진열장이 서서히 채워져갔다. 세계가 아름다운 질서 속에서 형상을 갖추어가고 있었다. 나는 유품 하나하나를 정확하게 배치했다. 작은 어긋남도 허용되지 않았다. 그들이 그 장소에서 움직일 일은 영원히 없을 것이기 때문이다. 다른 박물관으로 대출되거나 연구를 위해 일시 반출되는 일도 절대 없을 것이다.

--- p.330

줄거리

고즈넉한 마을, ‘나’는 한 노파가 세운다는 박물관의 기사로 일하기 위해 이곳에 왔다. 평범하고 소소한 박물관을 예상한 것과는 달리 노파가 내민 것은 그간 마을에서 사망한 사람들의 유품이다. ‘나’는 당황하였으나 이내 미신을 신봉하는 노파의 지시 아래 노파의 양딸인 어린 소녀, 그리고 저택을 관리하는 친절한 정원사와 가정부의 도움을 받아 이내 작업에 빠져든다. 무엇보다 중요한 임무는 마을에서 죽음으로 떠난 자들의 유품을 수집하는 것. 죽은 사람들의 영혼이 응축된 유품들을 하나하나 수집해가던 어느 날, 마을에서 의문의 연쇄살인사건이 발생하기 시작하고 그와 동시에 박물관은 확장된다. 직접 말하지 않아도 조용히 삶을 내보이는 물건들, 이 물건들을 고요히 품고 있는 박물관에 마침내 ‘침묵 박물관’이란 명패가 걸리고, 침묵 박물관은 관람객의 방문을 기다린다.

출판사 리뷰

“내가 찾는 건 그 육체가 틀림없이 존재했다는 증거를
가장 생생하고 충실하게 기억하는 물건이야.
죽음의 완결을 영원히 저지할 수 있는 그 무엇…….”


고즈넉하고 작은 마을, 한 박물관을 새롭게 개관하려는 노파가 있다. ‘나’는 이곳의 박물관 기사로 일하기 위해 마을을 찾는데, 알고 보니 노파의 계획은 죽은 사람들의 유품을 전시하는 ‘유품 박물관’이다. 노파가 그간 수집해온 유품들을 보존 처리하는 것뿐만 아니라 죽음으로 떠난 사람들의 유품을 수집하는 업무까지 맡게 된 ‘나’는 이내 개관 준비에 열을 올리고, 마침내 ‘침묵 박물관’이라는 명패가 걸린다. 그러던 어느 날, 평화로웠던 마을에 연쇄살인사건이 발생하기 시작한다.

침묵 박물관에 수집된 유품들은 침묵하지만, 그 존재 자체로 유품의 주인이 살아온 삶을 압축해 내뿜는 하나의 수어手語가 된다. 노파와 ‘나’가 수집하려는 유품은 평범한 유품이 아니다. “한두 번 입은 옷이라든가, 옷장에 모셔두기만 한 보석이라든가, 죽기 사흘 전에 맞춘 안경” 따위는 유품이 될 수 없다. 유품은 고인의 삶과 떼려야 뗄 수 없는, “그게 없으면 살아온 세월이 송두리째 무너져버리는 그 무엇”이다. 세금을 피하기 위한 불법 귀 축소술에 사용된 메스, 삼류를 면치 못하고 굶어 죽은 화가가 마지막 힘으로 짜내어 마신 물감, 외롭게 생을 마감한 할머니가 애지중지했던 개의 미라 등 유품 주인의 삶과 끈끈하게 유착되어 그 경계조차 모호해지고, 시간의 더께를 획득한 낡고 추레한 물건이다. 유품들은 필연적으로 오가와 요코 고유의 서늘하고 그로테스크한 분위기를 풍긴다.

여기에 노파의 이야기가 더해진다. 노파는 유품을 정리하고 기록하는 동안 놀라운 기억력을 발휘하여 “문맥의 혼란도 모순도 말실수도” 없이 완벽하게 유품의 역사에 대해 구술한다. 또한 노파는 유품을 얻기 위해서라면 어떤 금기든 깨뜨릴 준비가 되어 있으며 도덕에도 얽매이지 않는데, 박물관 개관 준비와 유품에 대한 결정은 오직 스스로 만든 독자적인 달력에 따른다. 비록 삶과 죽음에는 어떤 규칙도 질서도 없었으나, 죽음 이후 남겨진 유품들은 노파가 구술하는 이야기와 달력에 따라 질서정연하게 배열되어 박물관의 기록과 규율 속으로 편입된다.

“어쩌면 우리가 유품을 훔치고 나서 생긴 공백을 목격한 사람도 같은 생각을 하지 않을까요? 망자가 가져간 거야, 하고 말이죠. …… 하지만 사실 유품은 천국에 가지 않아요. 그 반대죠. 이 세계에 영구히 남기 위해 박물관에 보존되는 거죠.”_(154p)

삶과 죽음, 아름다움과 추함, 선악의 경계가
‘침묵’ 속으로 사라진다


『침묵 박물관』 속에서 ‘침묵’은 닫혀 있지만 그 자체로 완결성을 지닌 세계를 상징한다. 마을에는 ‘침묵의 전도사’라는 수행자들이 있는데, 이들은 흰바위들소의 가죽 외에는 아무것도 걸치지 않은 채 평생 완전한 침묵 속에서 사는 것을 이상으로 한다. 때문에 마을 사람들은 침묵의 전도사에게 비밀을 털어놓으면 그 비밀이 영원히 지켜진다고 믿는다. 자기 내부의 것을 밖으로 내보내지 않는 전도사들과, 바깥세상의 삶을 박물관으로 들여와 보존하며 관람객의 방문조차 달가워하지 않는 듯한 침묵 박물관. 두 이야기는 씨실과 날실처럼 엮이며, 안에서 문을 걸어 잠근 세계를 형상화한다.

“전도사들이 추구하는 건 말의 금지가 아니라 침묵이에요. 침묵은 바깥이 아니라 우리 안에 존재하죠.”_160p

다양한 물질에 의해 분해되는 세계의
애틋한 흔적을 보존하는 사람들의 이야기


연이은 죽음에 대한 미스터리, 유품들이 자아내는 그로테스크함에도 불구하고 오가와 요코가 그려내는 『침묵 박물관』 속 정취는 따뜻하고 포근하다. 이름과 특색이 없는 작은 마을과, 처음부터 ‘노파’ ‘소녀’ ‘정원사’ ‘박물관 기사’처럼 철저하게 역할로만 불리는 인물들은 마치 이들이 실제로는 존재하지 않으면서도 어딘가에 살아 있을 것만 같은 착각을 불러일으킨다. 삶도 죽음도 침묵 박물관을 만들어가는 사람들에게는 반복되는 일상일 뿐이다. 익명성 속에서 각자 맡은 역할에 정진하는 이들을 통해 ‘무엇을 통해 죽음을 완결할 것인가?’라는 묵직한 물음이 전해져온다.

어둠 너머에 어떤 세상이 있는지 상상조차 할 수 없지만 그래도 불안에 떨지 않았다. 우리는 유품에 대한 똑같은 정열을 공유하고 있었고, 그로 인해 흔들림 없이 굳게 결합되어 있었기 때문이다. 유품을 수집하고 소중하게 보존하는 한, 혼자 하늘 끝에서 굴러 떨어져 어둠 속으로 곤두박질칠 일은 없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_14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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