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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례
1부 물음들 시는 물음이다 | 백무산ㆍ최금진ㆍ심보선ㆍ진은영의 시 살아 있는 기호들 | 허만하ㆍ박정대ㆍ김참의 시 시는 어떻게 시간을 견대내는가 | 김사인과 김영남의 시 자학의 시 쓰기, 자긍의 시 쓰기 | 심보선ㆍ채은ㆍ이병률ㆍ김중식의 시 비움과 채움 | 최하림ㆍ조정권ㆍ김이듬의 시 떨림과 사귐 | 이영광의 시 사이, 관계 혹은 만남 | 문정희와 김행숙의 시 2부 궁핍한 시대와 세속의 길 길과 시, 그 풍경의 안과 밖 | 오규원의 시세계 궁핍한 시대의 체험에서 존재의 소리에 귀기울이기까지 | 최하림의 시세계 안개 낀 바다에서 적막의 풍경에 이르기까지 | 김명인의 시세계 이 세상 주소를 갖고 있지 않은 새 | 최승자의 시세계 세속의 길, 구도의 길 | 최동호의 시세계 3부 고독과 슬픔의 윤리학 세속과 신성, 혹은 허무와 고독 | 조정권과 최승호의 시 고독과 풍경 | 천양희의 시 순간의 보석 | 문정희의 시 슬픔의 윤리학 | 심보선의 시 거꾸로 된 꿈꾸기 | 최금진의 시 아이의 고양이 되기, 고양이의 아이 되기 | 김행숙의 시 4부 현상들 흙과 바람과 시 | 문태준과 이병률의 시 아픔을 견디는 두 가지 방법 | 정우영과 박상수의 시 시의 탄생을 탐험하는 영혼의 순례 | 최하연ㆍ서대경ㆍ김지연의 시 시와 노래, 시와 혁명 | 박장호의 시 사라지는 것들에 대해 애도하는 방식 | 이현승의 시 경계에서 쓰기, 혹은 쓰기의 정치학 | 이재훈의 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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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운 작품을 만날 때 우리는 영혼의 떨림을 경험한다. 그리고 그 떨림의 정체를 알기 위해 공 들이고 정성을 기울인다. 그 과정에서 나라는 주체성의 한계를 벗어나는 놀라운 일을 겪는다. 이것을 타자와의 사귐이라는 말로 표현할 수 있지 않을까. 그 떨림과 사귐의 흔적이 여기에 있다. 문학에 대한 새로운 이야기를 하기보다 작품의 미세한 결을 따른 결과다. 어떤 경우에도 비평이란 작품에 대한 무한한 공감에서 비롯한다는 사실에 대한 오랜 믿음의 기록인 이 비평집에는 겸허한 한 정신의 순례가 담겨 있다
책머리에 그동안 쓴 글을 모아 읽으며 설렘과 두려움을 동시에 느낀다. 부끄러움이 없지 않지만 그래도 글을 한데 모은 것은 이런 부끄러움도 내가 감당해야 할 몫이라 생각했기 때문이다. 나의 약점을 모를 수는 없다. 낱말 하나를 고르고, 문장을 고치는 데 공을 들이다 보니 큰 그림을 그리는 데는 미숙했다. 세부에 집중하다 보니 갈피 짓는 데는 부족함이 없지 않았다. 언어의 결을 따르기 위해 큰 담론은 되도록 피했다. 내가 좋아하고 글을 쓸 수 있는 시인들에 대해 쓰다 보니 잘 알지 못하는 시인들에 대해서는 잘 쓰지를 못했다. 아쉬움이 크지만 앞으로 써야 할 글이 많이 남았다고 생각한다. 여기 실린 글들을 쓰기 위해 시들을 읽으며 시인들의 생각에 가닿고자 했고, 그들과 같이 느끼고자 했다. 공감할 수 있는 감수성이 부족하여 언제나 생각은 애먼 데를 헤매었고, 글은 좀체 진창에서 빠져나오기 힘들었다. 그러나 내 글에 발화점을 제공했던 이들이 가끔 보내는 동감에서 큰 원기를 얻었다. 그 기운으로 그나마 계속 글을 써올 수 있었다. 부분과 전체를 동시에 아우를 수 있는 시야를 확보할 필요성을 절감한다. 시에 대해서 글을 쓰는 것은 언제나 쉽지 않은 일이었지만 즐거움은 컸다. 생각의 한계를 넓혀 주었기 때문이다. 나에게 말을 걸어주어 귀를 기울이게 해준 시와 시를 쓴 시인들에게 감사한다. 문학을 공부해오며 은혜 입은 분들께 이 자리를 통해서나마 감사의 말씀을 드릴 수 있어 다행이다. 학부 시절 우연히 듣게 된 “문학의 이해”와 “현대비평론” 수업을 통해 인문학에 눈뜨게 해주시고 삶과 문학의 지침이 되어주신 김인환 선생님, 그리고 헤매고 맴돌던 시절 나를 “안암문예창작강좌”라는 모임을 통해 문학으로 인도해주신 최동호 선생님께 뜨거운 감사의 말씀을 올린다. 첫 번째 비평집을 내는 마음이 기쁨보다는 착잡함에 가깝지만, 참으로 중요한 것은 메마름을 견디는 일이라는 스승의 말씀을 되새기며 내가 던진 물음에 대한 답을 찾기 위해 정진해 나가고자 한다. 2013년 여름 전병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