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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목차

봄의 신부
·프롤로그
·미몽, 선이 없는 길
- 검은 봄 1
·여러 개로 나누지 못하는
- 검은 봄 2
·평행한 두 직선은 어느 선에서도 만나지 못한다
- 검은 봄 3
·경계 - 그 어떤 것의 끝
- 검은 봄 4
·전체는 부분보다 크다
- 검은 봄 5
·점 - 쪼갤 수 없는 그것
- 검은 봄 6
·에필로그

물고기의 집
꽃등불
환還
내가 없는 그곳에

저자 소개 1

1957년 대구에서 태어났다. 1997년에 매일신문 신춘문예에 「해무」로 등단했으며, 그 소설로 시작된 ‘버림과 버려짐’에 대한 천착이 장편소설로 이어져 지금까지 소설의 핵심이 되어주고 있다. 2007년 부모의 이혼으로 외톨이가 된 스무 살의 성장소설 『스무 살의 축제』(2007년)가 제40회 여성동아 장편소설 공모에 당선되었고, 신유박해를 소재로 한 소설 『비단길』(2016년)이 세종나눔도서에 선정되고, 초기 천주교 지도자였던 황사영의 삶을 담은 『고요한 종소리』(2017년)가 오디오북으로 출시되었다. 2017년에 호모 사피엔스의 세계를 그린 네 번째 장편소설 『나비와 불꽃놀이
1957년 대구에서 태어났다. 1997년에 매일신문 신춘문예에 「해무」로 등단했으며, 그 소설로 시작된 ‘버림과 버려짐’에 대한 천착이 장편소설로 이어져 지금까지 소설의 핵심이 되어주고 있다. 2007년 부모의 이혼으로 외톨이가 된 스무 살의 성장소설 『스무 살의 축제』(2007년)가 제40회 여성동아 장편소설 공모에 당선되었고, 신유박해를 소재로 한 소설 『비단길』(2016년)이 세종나눔도서에 선정되고, 초기 천주교 지도자였던 황사영의 삶을 담은 『고요한 종소리』(2017년)가 오디오북으로 출시되었다. 2017년에 호모 사피엔스의 세계를 그린 네 번째 장편소설 『나비와 불꽃놀이』를 출간하고, 이듬해에 첫 번째 소설집 『숨은 눈』(2018년)으로 제10회 김만중 문학상 대상을 수상했다. 2020년 4월부터 대구출판산업지원센터 레지던스에 입주해서 작품 활동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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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발행일
2020년 10월 25일
쪽수, 무게, 크기
304쪽 | 366g | 135*200*18mm
ISBN13
9791158542597

책 속으로

안개 자욱한 길을 걸었다. 사방이 안개 천지여서 지척을 분간하기 어려웠다. 안개바다 너머에 산봉우리만 둥실 떠 있을 뿐 길도 나무도 보이지 않았다. 내 옆에 낯선 이가 있는데, 그 역시 앞을 보고 걷기만 했다. 어디로 가느냐고 물어도 길 안내자는 아무런 대답이 없었다. 우리가 안개 속에 서 있는 나무나 돌 같았다. 어째서 나는, 모르는 이를 따라 낯선 길을 걷고 있는지. 말없이 걷기만 하던 길 그가 마침내 걸음을 멈추었다. 선착장이었다. 물 냄새도 없었고 물새 울음소리도 없었지만 그곳이 강인 것을 느낌으로 알았다. 그는 곧 배가 올 거라고 했다. 한참 후에 찰랑대며 물소리가 들려서 배가 오고 있는 것을 알았다.

내가 걸어온 길을 돌아보았다. 안개에 가려 보이지 않지만 거기 길이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마침내 배가 선착장에 닿았고, 기다리던 이들이 하나둘 배에 올랐다. 나는 배에 발을 올리려다 말고 돌아섰다. 왔던 길을 향해 걸으려니 길 안내자가 등 뒤에서 소리쳤다. 지금 그대로 가버리면 영원히 돌아올 길을 잃게 될 거라고. 그렇게 되어도 어쩔 수 없다고 했다. 내게는 마지막 공연이 남아 있고, 그 일을 끝내기 전에는 아무 데도 못 간다고 못을 박았다. 그가 펄쩍 뛰었다.

“이 마당에 공연이라니.” “난 가수라고요, GS.” “그게 무슨 소용이야, 허깨비 주제에.” “벌여놓은 일은 매듭지어야죠. 그 공연 기다리는 사람이 몇 명인데.” “이봐, 그건 저쪽 세상일이란 말이야. 여긴 시작도 끝도 없는 곳이라구.” “그런 건 모르겠고, 제게 말미를 주세요.” 이대로는 억울해서 못 간다고 우겼다. 고집스럽게 왔던 길을 되돌아가는 내 앞을 가로막으며 길 안내자는 떼쓸 일이 따로 있다고 했다. 말미를 달라고 애원했다. 그는 여태 이런 일은 처음이라서 생각을 좀 해봐야겠다며, 되돌아가서 뭘 어쩔 생각이냐고 물었다. 몸 없이 할 수 있는 일이 뭐냐고. “콘서트만 하고 올게요.”

---「봄의 신부-미몽, 선이 없는 길」중에서

배가 곤두박질치는 순간에 어느 구석인지 모를 곳으로 나둥그러지긴 했지만 살아 있는 사람은 마지막까지 희망의 끈을 놓지 않았다. 죽음 같은 침묵이 흘렀다. “어머니!” 배 안에서 흐느낌이 들렸다. 떨리는 목소리가 두려움과 슬픔과 그리움에 젖어 있었다. 스며드는 물의 수위가 높아지고 공기마저 줄어드는 배 안에서 그들은 말을 잃었다. 발이 잠기고, 무릎이 잠기고, 목이 잠기며 어둠이 차오르는 순간에 그들은 “얘야, 지금 어디에 있니?” 하는 어머니의 다급한 부름을 들었다. 그들 중 하나가 신음하듯 외쳤다. “어머니, 여기는 휴대폰이 터지지 않는 구역이에요.” 그들과 어머니 사이에는 철판보다 단단한 죽음이 도사리고 있었다. 그들의 구조요청은 빠른 조류를 타고 바다 멀리 울려 퍼졌다. 파도가 거칠어지고 배의 철벽을 두드리는 그들의 마지막 목소리마저 희미해질 즈음에, 내가 아는 가장 숭고한 노래를 불렀다. 그들에게 닿지 못한 내 노래는 의미 없이 멀고 그들이 두드리던 모스 부호 소리는 바다의 침묵보다 무거웠다.

---「물고기의 집」중에서

줄거리

「봄의 신부」

표제작으로 삼은 「봄의 신부」는 대구지하철 화재참사를 모티브로 하고 있으며, 인간의 몸, 살에 대한 기억을 담은 중편소설이다. 화재참사라는 비극적 상황을 통해서 인간에게 죽음과 몸의 의미를 묻고 있다.

「물고기의 집」

「물고기의 집」은 천안함 사고를 소설의 골격으로 삼았다. 동반입대 한 외사촌형제 중 한 명이 집으로 돌아오지 못했다. 아들의 귀가를 기다리던 부모님은 물고기가 되어버린 아들을 위해 평생 가업으로 삼던 채낚기 어선을 물고기의 집으로 만들어 바다에 가라앉힌다.

「꽃등불」

「꽃등불」은 강가 하천을 빌려 키운 작약 뿌리를 약재로 내다 파는 사람의 이야기이다. 4대강 공사로 지성들이 사라지며 더 이상 농사를 짓지 못하게 된 그는 작약꽃밭에서 사진 찍는 사람들을 보며 마지막 꽃대를 자르길 망설이며 어설픈 꽃 도둑과의 만남을 떠올린다.

「환(還)」

「환(還)」은 각막을 받은 소녀의 얘기다. 천신만고 끝에 눈을 뜬 나는 병실 한편에 서 있는 운동복 차림의 남자를 만난다. 이후 그 남자가 수시로 찾아와 말을 붙이며 다가온다. 그가 자신에게 각막을 준 사람이고, 떠나기 전에 그가 꼭 하고 싶은 일이 있었다는 말을 듣게 된다.

「내가 없는 그곳에」

「내가 없는 그곳에」는 홀몸노인의 고독사를 담았다. 남편을 잃고 혼자 살던 금자는 마을버스에서 넘어져 병원에 입원한다. 발목 인대 늘어진 사고로 합의금을 세 번이나 받아낸다.

출판사 리뷰

이 소설집은 여러 가지 형태의 사회적 죽음을 통하여 소리 없이 사라지는 사람들의 슬픈 사랑과 곡진한 삶을 담고 있다. 소설 속의 인물들이 풀어내는 각양각색의 얘기들이 우리 사회 곳곳에서 벌어지는 일들이고 우리가 당면한 현실을 주제로 엮었다. 장정옥 씨는 매일신문 신춘문예와 여성동아 장편소설 공모에 당선, 작품집으로 『스무 살의 축제』, 『비단길』, 『고요한 종소리』, 『나비와 불꽃놀이』 등이 있으며, 소설집 『숨은 눈』으로 제10회 김만중 문학상 소설부문 대상 수상을 수상했다.

머리말

시간이고, 시간의 역사인


두 번째 소설집 『봄의 신부』는 無에서 시작되었다. 인간의 삶과 죽음, 있음과 없음, 존재와 부재의 공통어를 찾다가 無를 찾아내기에 이르렀다. 無는 없음을 뜻하고, 완벽하게 비어 있는 상태의 0을 말함이 아닌가. 그리스에서 시작된 0의 기원은 없는 것을 나타내려는 의문에서 시작되었다. 0은 신의 언어이며, 없다고 말하는 순간 있는 것이 되고 마는 숫자였다. 없다고도 있다고도 단정하기 어려운 죽음처럼. 그 기호 속에 인간의 역사가 숨 쉬고 있다.

‘죽음’이란 화두가 나를 여기로 이끌었다. 예고 없이 닥치는 불행 앞에 우리는 얼마나 속수무책이었던가. 천안함 사고와 대구지하철화재참사를 비롯한 사회적 참사로 많은 사람들이 함께 아파하며 서로의 버팀목이 되어주었다. 좀 늦었지만, 이제는 말할 수 있을 것 같아서 대구지하철화재참사와 천안함 사고를 소설에 담아서 세상에 내보낸다. 대구지하철화재참사를 소설에 담기까지 17년이라는 시간이 흘렀다. 장편소설도 아닌 경장편소설 한 편 쓰는 게 그리도 힘들었을까? 필력이 부족한 탓임을 알고도 그 소재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내가 태어나고 자란 내 고향 사람들의 얘기여서 더 쓰기가 어려웠을 것이다.

죽음이 무엇인지.

無에서 생성된 개체가 긴 생애를 거쳐 마침내 발현이 시작되는 곳에 이르게 되는 그것, 영원회귀. 삶의 도정에서, 혹은 완성되는 극점에서 맞게 되는 그 본성으로의 회귀는 인간의 시작이기도 하고 끝이기도 하다. 『봄의 신부』는 불현듯 세상을 떠나야 했던 이들을 위한 레퀴엠Requiem이다. 2003년 2월 18일 대구지하철 1호선에서 홀연히 사라진 192명의 희생자들과 2010년 3월 26일 천안함 사고로 세상을 떠난 46명의 젊은 영령들에게 드리는 진혼곡이자 숭고한 미사라는 마음으로 소설을 썼다. 눈물로 얼룩진 잔인한 봄이었다. 더 잘 쓰지 못해서 죄송하다는 말씀을 드린다. 글을 쓰며 가장 염두에 둔 것은 이제라도 편안히 잠드셨으면 하는 바람이었다.

‘I am….’

그들의 떨리는 목소리가 채 가시지도 않았는데 어느새 17년이 지났다. 그들이 무엇을 위해 살았고 어떤 가치를 추구하며 살다 갔는지, 시간은 아무것도 말해주지 않는다. 비어 있는 그들의 자리에 돌처럼 굳어버린 숫자 0과 영원회귀라는 숙제가 남아있다. 삶과 죽음을 하나로 만든 순간의 응축 그 영원 속에 인간의 삶이 존재한다. 영원 속으로 사라진 그들을 어떤 이름으로 불러야 할지 모르겠다. 지켜드리지 못해서 죄송하다는 말이, 공허한 울림으로 흐려지지 않기를….

2020년 여름에
이곡동 작업실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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