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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냐하면 시가 우리를 죽여주니까
이영광
이불 2020.10.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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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목차

1 나를 잃는 글쓰기

2 시 창작 교실

3 생활 서정

4 쉰 목소리로

메모들
작가의 말

저자 소개 1

李永光

1965년 경북 의성에서 태어나 1998년 『문예중앙』으로 등단했다. 시집 『직선 위에서 떨다』 『그늘과 사귀다』 『아픈 천국』 『나무는 간다』 『끝없는 사람』 『해를 오래 바라보았다』 『깨끗하게 더러워지지 않는다』, 산문집 『나는 지구에 돈 벌러 오지 않았다』 『왜냐하면 시가 우리를 죽여주니까』 등이 있다. 노작문학상, 지훈문학상, 미당문학상 등을 수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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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발행일
2020년 10월 31일
쪽수, 무게, 크기
328쪽 | 135*210*30mm
ISBN13
9791187361107

책 속으로

시가 ‘무엇이어야 하는’ 것이었다면 우리 모두는 애초에
시 쓰기의 길에 들어서지 않았을 것이다. 시가 무엇이고 무엇이어야 하는지를,
시를 살고 있는 순간에도 모를 수 있다는 사실에서 오는 신비스러운 두려움이,
시인의 어두운 밤을 외롭게 밝혀준다.
--- 「시의 두려움」 중에서

작품은 스스로 말하지 못한다는 말은 비평의 존재 이유를 짚은 말인데,
이는 사실 창작자의 상태에 더 들어맞는 것 같다.
시인은 자신이 쓴 시에 대해 잘 모르는 사람이다.
그는 그것을 잘 설명하지 못한다. 물에 빠진 사람도 행복에 빠진 사람도
다 제 상태를 잘 설명하지 못한다. 그런데 그는 그 상태를 이미 시로 말했다.
전력으로 달려와 골인한 뒤에 쓰러진 마라토너에게 어떻게 달렸느냐고
묻는 건 어리석은 일이다. 문제는 전력질주인 것이다.
--- 「창작과 비평」 중에서

고독이든 슬픔이든 공포든 행복이든 그것이 시에서 정말 고유한 것이 되려면,
시인이 갑자기 중병을 선고받거나 실수로 집에 불을 낸 사람처럼
황망과 난감에서 헤어나지 못하는 상태에 처해야 할 것 같다.
아무리 능숙한 글쟁이도 더듬거리게 되는 상태에. 사실, 능숙해지려 애쓰는 건
더듬거리기라도 해보기 위해서다. 시는 늘 문제만 만들고 만다. 불난 집이다.
--- 「불난 집」 중에서

좋은 문장은 곤경에서 나온다고 말했다. 그러니 늘
감당하기 어려운 문장을 말하라고, 말이 안 되는 말을 해놓고
그 다음 문장으로 어떻게든 수습해 보라고.
엉뚱하게 또 엉뚱하게 이어가보라고. 그러다 보면 어느 고비엔가
그 말 안 되는 문장들이 ‘어떻게든’ 말이 되는 순간이 올 거라고.
시의 문장은 ‘어떻게든’이 쓰는 거라고
--- 「어떻게든」 중에서

찔레란 말엔 통증의 느낌이 있다. 생각하거나 보기만 해도 아픈 느낌.
찔려본 기억 때문이겠지만, 그것은 꺾으려던 마음이 찔린 아픔이니 고통은
사람이 짓는 것이다. 그보다 여기 하얗게 핀 찔레꽃 빛깔과 향기는
다가가기 어려울 만큼 그냥, 은은히 아프다.
나는 찔레의 가시가 꼭, 내 것 같다.
--- 「찔레꽃」 중에서

있으면서 없었던 사람들과 더불어 평생을 싸웠으니,
이제 그는 없으면서 있는 사람으로 이곳에서 오래 살 것이다.

--- 「노의원 생각」 중에서

출판사 리뷰

시 쓰는 마음

이영광 시인의 두 번째 산문집이다. 첫 번째 산문집 『나는 지구에 돈 벌러오지 않았다』에서 시적인 산문의 세계를 보여준 시인은 이 책에서는 오직 시에 집중하고 내내 시를 사유한다. 시인들은 시가 쓰여지지 않을 때, 흔히, ‘시가 오지 않는다’고 말한다고 한다. 이 책에는 시인의 비유가 자주 등장한다. 시인은 ‘쟁기에 메인 소 비슷하다’고도 하고 ‘자기도 모르는 소리를 하는 자’라고도 한다. 흔히들 생각하듯이 시인은 ‘시’의 주인이 아니라고, 정작 ‘시’가 시인을 부리는 주인이라고 저자는 말한다. 시 쓰는 마음이 발견해낸 진실들이 이 책에는 촘촘히 들어있다.

시 읽는 마음

자신의 시가 오지 않는 시간에 시인은 남의 시 혹은 글을 읽는다. 대학에서 선생 노릇을 겸하고 있는 시인은 아직 시인이 되지 못한 학생들의 습작시도 읽는다. 시인은 그런 글들을 어떤 마음으로 읽을까. 좋은 산문에서 시인은 ‘시’를 발견하고 좋은 시에서는 ‘시가 되게 한 이유’를 찾는다. 시인이 되고 싶은 마음을 품은 제자들에게는 ‘시’의 비기를 넌지시 알려준다. ‘니 애 마이 썼다’는 글이 있다. 시인이 쓴 세월호 시를 다 읽은 어머니와의 통화. ‘절반 문맹 시골 할매’가 시를 읽고 울었다는 말씀에 시인은 이렇게 쓰고 있다. ‘어머니의 업그레이드에 놀라 심장을 콩닥거리고 있다.’ 시를 발견한 이들과의 심장 콩닥거리는 연대감, 이 책에 담긴 시 읽는 마음이다.


모르는 어딘가에서
모르는 말이 찾아온다

시인들은 흔히 시가 잘 안 된다고 말하지 않고
시가 잘 안 온다고 말한다. 시가 자신이 모르는
어딘가에서 찾아온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모르는 곳에서 오는 말이므로
이 때의 ‘시=말’은 ‘모르는 말’이라 부를 수 있다.
이 말에 접한 순간의 시인은
자기도 모르는 소리를 하는 자이다.
생각해서 하는 말이 아니라
생각하지 않아야 떠올릴 수 있는 말이
바로 시인에게 찾아오는 말이다.
_본문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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