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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의 무의식
정신분석으로 예술 읽기
정은경
오늘은 2020.1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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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목차

1. 꿈이 말하는 방식
호안 미로의 〈하나의 별이 흑인 여성의 젖가슴을 애무한다〉
-꿈의 해석

2. 모든 연인들의 초상
데이비드 호크니의 〈예술가의 초상〉
-나르시시즘

3. 상실된 어머니의 목소리에 귀를 막다
에드바르 뭉크의 〈절규〉
-불안과 공포

4. 마음속 악마에서 현실의 여성으로
펠리시앵 롭스의 〈성 안토니우스의 유혹〉
-환상과 심리적 현실

5. 스핑크스는 왜 머리를 찧고 죽었을까?
‘스핑크스와 오이디푸스’에 대한 앵그르와 베이컨의 해석
-오이디푸스 콤플렉스

6. 본다는 것은 언제나 폭력적이다.
르네 마그리트의 〈강간〉
-압축과 이동

7. 종교적 황홀경의 섹슈얼리티
잔 베르니니의 〈성 테레사의 황홀경〉
-여성적 향락

8. 진정한 사랑은 하나가 되어 죽는다
미켈란젤로 부오나로티의 두 〈피에타〉
-애도와 멜랑콜리

9. 거미를 ‘엄마’라고 부르는 이유
루이즈 부르주아의 〈마망〉
-남근적 어머니와 부인

10. 말장난으로 보여주는 자화상
마르셀 뒤샹의 〈그녀의 독신자들에 의해서 벌거벗겨진 신부, 조차도〉
-관음과 노출

저자 소개 1

10년간 고등학교의 국어 교사였고, 미술이론과 비평으로 석사학위를, 문화이론으로 박사학위를 받았으며, 한국연구재단의 지원을 받아 박사후과정을 수행하였다. 2003년부터 '프로이트 라캉 정신분석 학교'에 몸 담고 있으며, 시간강사로서 대학에서 강의하면서 미술비평지 『크래커』의 공동 필진으로 활동하였고, 현재는 〈불안연구소 오늘은〉의 소장으로서 ‘정신분석 강의와 임상 및 슈퍼비전’을 진행하고 있다. 동시에 예술비평웹진 『쌜러드』에서 미술비평가로 활동 중이다. 대표 저서로는 한길사의 『벨라스케스 프로이트를 만나다』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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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발행일
2020년 10월 15일
쪽수, 무게, 크기
148쪽 | 125*180*9mm
ISBN13
9791197186004

책 속으로

에드바르 뭉크의 〈절규Skrik〉(그림1)는 관람객을 단숨에 사로잡는 힘이 있다. 그 힘은 작품 전체에서 풍기는 불안angoisse, anxiety과 공포nevrose phobique, phobic neurosis에서 나온다. 화면 전면 중심에 있는 불안과 공포에 사로잡힌 인물과 그의 뒤로 꿈틀거리며 뒤섞여 있는 하늘, 피오르fjord, 협만峽灣, 그리고 다리의 소실점 가까이 있는 두 인물 쪽으로 급격하게 기울어진 다리가 그것을 잘 표현해준다.
--- p.35

이 진실은 언제나 심리의 거울에 부딪쳐서 거꾸로 된 형태로 되돌아온다. 그래서 〈성 안토니우스의 유혹〉에서 여자가 유혹한다는 성자의 환상은 억압된 무의식적 욕망이 밖으로 나가서 되돌아온 것이다. 여자에 대한 수도사의 욕망이 여자들이 자신을 유혹한다는 형태로 바뀌어서 나타났다는 말이다. 그런 의미에서 주체는 자신의 메시지를 타자로부터 거꾸로 된 형태로 되돌려 받는다.
--- p.53

그런데 뭔가 미진하지 않은가? 이 수수께끼가 도대체 어떤 의미를 가지길래 그 사나운 스핑크스가 오이디푸스의 정답을 듣고 충격을 받아 신전에서 떨어져 죽은 것일까? 그리고 그것을 맞힌 자는 왜 다른 누구도 아닌 오이디푸스인 것일까? 앵그르의 작품은 이에 관해서 보여주지 않는다. 오로지 수수께끼를 푼 자가 오이디푸스이고, 그 수수께끼의 정답이 곧 오이디푸스 자신이라는 듯이 오른손으로 자신을 가리키는 오이디푸스를 화면 한가운데에 놓았을 뿐이다.
--- p.63

하나가 더 있다. 그것은 바로 관객의 시선이다. 왜냐하면 우리도 남자처럼 이 그림을 보고 있기 때문이다. 우리가 이 그림을 볼 때 우리 눈의 위치가 여자의 젖가슴에, 코는 여자의 코에, 입은 여자의 음모와 정확하게 위치한다. 관람객인 우리도 그림 속 남자처럼 여자의 몸을 보고 있다는 사실은 우리가 능동적인 남자의 자리에 있고, 그림 속 사람은 수동적인 대상이 된다는 것이다. 남자와 동일시된 관객인 우리가, 보이는 대상을 강간한다. ‘본다’는 것은 언제나 이렇게 폭력적이다.
--- p.77

그렇다면 죽은 예수는 젊고 아름다운 엄마의 품에 안겨 있는 아기인 셈이다. 그래서 성모는 아들을 잃은 슬픔에 잠겼다기보다 고요하고 평화로워 보이며, 예수는 잠든 것처럼 평안해 보인다. 〈피에타〉는 죽은 아들을 무릎에 올려놓고 비탄에 빠진 어머니를 잠든 어린 아들을 품에 안고 있는 젊디젊은 어머니로 바꾸어 놓았다.
--- p.105

〈론다니니의 피에타〉에서 죽은 아들을 애도하던 어머니는 애도를 끝내지 못하기 때문에 자기애를 회복하지 못한다. 결국 사랑하는 아들을 상실한 어머니는 아들과 하나가 되어 자기를 상실하고 만다. 어머니는 죽은 아들을 감싸면서 아들이 되고, 아들은 어머니에게 의지하며 자신의 고통을 잊어버린다. 둘이 하나라는 것을 강조라도 하듯이 예수의 왼쪽 얼굴과 성모의 오른쪽 얼굴은 뭉개져 연결되었고, 예수의 오른쪽 얼굴과 성모의 왼쪽 얼굴만이 또렷하다(그림8).
--- p.110

사실, 이 조각이 사랑을 받을 만한 이유는 눈을 씻고찾아봐도 없다. 이 유명하다는 작품을 보러 가면 유난히 긴 다리를 가진 거대한 철제 거미가 날카로운 여덟 개의 다리를 콘크리트 바닥에 세우고 서 있다. 게다가 ‘엄마’라는 뜻인 ‘마망’이라는 제목도 이상하다. 사람들은 징그러운 거미를 좋아라 하고 작가는 거기에 ‘엄마’라는 이름을 붙였다. 이런 모순적인 현상을 정신분석적으로 해석할 수 있을까?
--- p.115

여기서 끝이 아니다. 〈큰 유리〉의 정식 제목은 ‘그녀의 독신자들에 의해서 발가벗겨진 신부, 조차도’이고, 프랑스어 제목은 ‘La Mariee mise a nu par ses celibataires, meme’이다. 뒤샹은 언제나 말장난을 즐겼고 그것을 작품과 제목에 응용했다. 이 제목도 마찬가지다. 마르셀 뒤샹의 프랑스식 표기인 Marcel Duchamp이 제목에 숨어 있기 때문이다. 신부인 Mariee에는 Marcel의 ‘Mar’가 포함되어 있고, ‘독신자’인 celibataires에는 Marcel의 ‘cel’이 들어 있다.

--- p.134

출판사 리뷰

ㆍ열 개의 예술작품을 정신분석 개념을 사용하여 분석하는 이 책에는 미켈란젤로, 미로, 베르니니, 마그리트 같은 전통적인 미술사에 등장하는 위대한 예술가의 작품들로 구성되어 있지만 그것을 분석하고 비평하는 관점은 비판적이다. 그 중에서도 이 책은 정신분석적 방법으로 그림의 이면을 탐구한다. 그림을 하나의 주체로 보고, 분석가analyste에게 분석을 받는 분석자analysant의 위치에 그림을 놓는 방식이다. 정신분석은 말 뒤에 숨겨진 무의식적 주체의 욕망과 진실을 밝혀내는데 정신분석적으로 그림을 비평하는 이 책도 같은 방식을 사용한다. 이미지라고 해서 말과 다르지 않기 때문이다.

ㆍ이 책은 상형문자 같은 '시각적인' 꿈의 언어를 '청각적인' 말로 바꾸어 꿈을 해석해내듯이 그림 이미지를 말로 바꾸어주면서, 정신분석 임상에서 말하는 사람의 ‘말실수’나 ‘생략’되고 ‘비약’된 부분에 주목하듯 그림에서 어색한 부분이나 사소한 부분을 포착하여 무의식으로 들어가는 좁은 문을 발견한다. 그런 다음, 비슷한 주제와 형식의 다른 그림과의 차이를 보여주며 그림의 의미를 서서히 드러내 준다. 그림의 무의식을 경험하고 싶다면 이 책을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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