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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부
이 모음집을 열며 · 13 「도둑맞은 편지」에 관한 세미나 · 17 2부 나의 이전 글들에 대해 · 81 ‘현실원리’를 넘어서 · 91 나 기능의 형성자로서의 거울 단계 · 113 정신분석에서의 공격성 · 123 범죄학에서의 정신분석의 기능에 관한 이론적 입문 · 149 심리적 인과성에 관한 강연 · 177 3부 논리적 시간과 선취된 확실성의 단언 · 229 전이에 대한 소견 · 249 4부 마침내 문제가 된 주체에 대해· 265 정신분석에서의 말과 언어의 기능과 장 · 277 표준 치료의 변형태들 · 379 어떤 의도에 관해 · 427 프로이트의 「부인」에 관한 이폴리트의 논평에 대한 소개 · 435 프로이트의 「부인」에 관한 이폴리트의 논평에 대한 응답 · 451 프로이트적 물 또는 정신분석에서 프로이트로의 복귀의 의미 · 475 정신분석과 정신분석의 교육 · 519 1956년의 정신분석의 상황과 정신분석가의 양성 · 547 무의식에서의 문자의 심급 또는 프로이트 이후의 이성 · 589 5부 정신병의 모든 가능한 치료에 전제가 되는 한 가지 문제에 대해 · 635 치료를 이끌기와 그 권력의 원리들 · 691 라가쉬의 발표문: 「정신분석과 퍼스낼러티의 구조」에 대한 논평 · 759 남근의 의미작용 · 801 존스를 추념하며: 그의 상징성 이론에 대해 · 815 사후 구성된 어떤 철자교본 · 837 여성 섹슈얼리티 학회를 위한 지침들 · 847 6부 지드의 청춘기 또는 문자[편지]와 욕망 · 863 사드와 함께 칸트를 · 895 7부 프로이트적 무의식에서의 주체의 전복과 욕망의 변증법 · 933 무의식의 위치 · 977 프로이트의 ‘충동’과 정신분석가의 욕망에 관해 ·1005 과학과 진리 · 1011 부록 1: 프로이트의 「부인」에 대한 구술 주해 · 1041 부록 2: 주체의 은유 · 1053 주제별로 정리한 주요 개념 색인 ·1059 그래프들에 대한 해설·1072 프로이트의 독일어 용어 색인·1080 고유 명사 색인·1082 연대순으로 보는 상세한 서지사항 ·1088 |
Jacques Lac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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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캉 없는 20세기 인문학은 상상할 수 없을 것이다. 그의 모든 것이 여기 이 한 권의 책 속에 담겨 있다. 인간의 본질에 대해 가장 깊고도 넓은 사유를 길어 올리고 있는 책. “나는 사유하고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쓰여지고 말해지는 존재이다.”
1966년에 푸코의 『말과 사물』과 함께 출간된 이 책은 ‘모닝 빵’처럼 팔려나간 것으로 유명하다. 600페이지에 달하는 푸코의 책이 대단한 대중적 반응을 끌어낸 것은 조금만 노력을 기울이면 그의 책을 끝까지 읽어낼 수 있는 만큼 그렇게 놀랄 일이 아니었을 수도 있다. 하지만 이해는커녕 막상 끝까지 읽은 사람이 거의 없다는 이 책이 대중적 성공을 거둔 것은 하나의 문화적 사건이었다. 프랑스에서 본격 철학서가 ‘아침 빵’처럼 팔려나간 것은 사르트르의 『존재와 무』 이후 처음이었다. 그런데 사르트르가 그래도 실존주의라는 측면에서 인간의 존재론을 구축하려는 전통 철학의 범위를 벗어나지 않았다면, 푸코와 라캉은 공히 ‘인간의 최종적 죽음’을 선언하고 있는 점에서 실존주의와 휴머니즘의 최종적 죽음을 동시에 선언하고 있었다. 그러면 라캉의 이 책은 왜 그렇게 유명한 것일까? 그것은 20세기의 정신분석의 내외부의 상황 그리고 다시 그것을 둘러싸고 있던 세계 인문학 내외부의 지적 동향과 관련해 바라볼 때만 제대로 이해될 수 있다. 잘 알려진 대로 1900년에 출간된 프로이트의 『꿈의 해석』은 20세기 인문학뿐만 아니라 새로운 인간학의 탄생을 알린 상징적 출발점이었다. 그것은 한마디로 ‘의식의 인간(학)의 죽음’으로 요약될 수 있을 것이다. 즉 20세기까지 서구 인문학이 이성과 의식과 의지 등을 중심으로 인간을 이해하고자 해왔다면 이제 프로이트는 그것들 밑에, 옆에, 그것과 함께 전혀 다른 미지의 대륙이 존재하며, 그것이 그처럼 표층으로 드러난 것을 오히려 규정하고 있다는 것을 ‘꿈 해석’을 통해 과학적으로 입증했던 것이다. 하지만 프로이트의 이처럼 놀라운 혁명적 발견은 융을 필두로 오해와 곡해와 왜곡의 대상으로 전락해 1930년대에 그의 ‘무의식의 이론’은 ‘자아심리학’으로 축소되었으며, 1950년대에는 (본서에서 라캉이 지적하는 대로) “프로이트보다 페니헬”을 읽는 것이 더 유행일 정도가 되었다. 라캉은 이러한 지적 환경 속에서 진정 프로이트가 말하고자 한 바가 무엇이며, 프로이트가 인간 이해에 가져온 지적 혁명의 본질이 무엇이었는지를 다시 한 번 명확히 하려고 분투한 20세기의 프로이트였다고 할 수 있다. 특히 프로이트의 딸인 안나 프로이트를 중심으로 미국에서 번성한 ‘자아심리학’에 맞서 라캉이 평생 벌인 투쟁은, ‘심리 치료’와 ‘정상적 자아의 회복’이라는 신화가 만연해 있는 듯한 오늘날의 한국 사회에도 시사하는 바가 많을 것이다. 이 책 『에크리』는 그에 대한 지난한 증언이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라캉의 지적 분투가 그처럼 정신분석계 내부의 논쟁에만 국한되었다면 라캉은 20세기 사상사에서 그렇게 문제적인 인물이 되지는 못했을 것이다. 달을 가리키는 손가락을 보지 말고 달을 보아야 한다는 말대로 이 ‘정신분석’이라는 손가락이 실제로는 ‘인간’에 대한 새로운 이해‘를 가리킨다는 점을 이해한다면 라캉이 왜 그렇게 문제적인지를 쉽게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즉 라캉은 분석분석이라는 좁은 의미의 분과학문에 머문 것이 아니라 인간을 새롭게 이해하기 위해 프로이트를 넘어 하이데거, 야콥슨, 레비-스트로스 등 당대의 인문학의 최고 성과를 모두 흡수해 새로운 인간 이해를 제시했는데, 그것은 주체의 전복과 욕망의 변증법이라는 말로 요약될 수 있을까? 따라서 마치 칸트 이전의 모든 사상적 조류가 『순수이성비판』 속으로 흘러들고 칸트 이후의 모든 사상적 조류가 그것으로부터 흘러나왔듯이 20세기의 거의 모든 지적 조류는 라캉의 이 책 속으로 흘러들어가고 21세기의 인문학의 주요 흐름은 그로부터 흘러나왔다고 할 수 있다. 예를 들어 라캉의 지적 도발 없이 들뢰즈/가타리의 『앙띠-오이티푸스』와 푸코의 『말과 사물』, 데리다의 작업을 상상할 수 있을까? 데리다의 간결한 지적대로 라캉의 지적 도발 없는 또는 그와의 지적 대결 없는 20세기 인문학은 상상할 수 없을 것이다. 예를 들어 한국에서 유행 중인 들뢰즈에 비해 라캉이 얼마나 거봉인지를 잊는다면 우리 인문학은 주마간산을 면치 못할 것이다. 그렇게 보면 라캉의 독서가 지독히 난해한 것은 어쩌면 너무나 당연한 일일지도 모른다. 게다가 우리나라의 지적 상황의 특수성이 그러한 난해함을 한층 더 복잡하게 만들고 있기도 하다. 예컨대 그동안 정신분석은 우리에게서는 주로 지젝을 경유해 라캉에 이르는 우회로를 따라왔으며, 임상보다는 문화비평에 가까운 것이었다. 그와 같은 기묘한 지적 공백 속에서 한국에서 그동안 정신분석은 문학이나 영화 비평 도구로 ‘유용되어 왔지’ 정작 그것이 가리키는 ‘인간에 대한 새로운 이해’라는 맥락에서는 크게 논의되어오지 못했다. 이러한 점에서 이 책은 그동안 호수 안에 머물던 우리의 인간 이해를, 우리의 인문학을 대양으로 이끌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