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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례자들
엘크의 말 동쪽으로 가는 앨리스 새 사격 톨 폭스 착륙 와서 이 멍청한 녀석들 좀 데려가게 데니 브라운이 몰랐던 많은 것들(15세) 꽃과 여자의 이름 브롱크스 터미널 청과물 시장에서 ‘명성 자자한 자르고 붙여 불붙이기’ 담배 마술 더없이 참한 아내 |
Elizabeth M. Gilber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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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로스비 형이랑 잤어?” 내가 물었다.
“이봐요, 벅. 뭘 쭈뼛대고 그래요. 궁금하면 다 물어봐요.” “쳇, 젠장. 신경 쓰지 마.” “내 고등학교 때 별명이 뭐였는지 알아요? 녹스 요새였어요. 왠지 알아요? 내 팬티 안에 아무도 들이질 않았거든요.”---「순례자들」 중에서 “개는 어쩌다 저렇게 된 거예요?” 그녀가 물었다. “늙어서 그래.” “꼴이 엉망이네요. 꼭 차에 치인 녀석처럼.” “그냥 늙어서 그래.”---「새 사격」 중에서 “약쟁이 앰버잖아.” 엘런이 말했다. 앰버가 앨을 향해 미소 지으며 가슴팍을 흔들었다. 그녀의 가슴은 흉곽에 붙은 유두가 전부였다. 앨도 미소 지어 보였다. “오싹한데요.” 앨이 말했다.---「톨 폭스」 중에서 “하지만 펙은 어쩌지? 펙은 부자 늙은이의 노리갯감이 돼야 할 거야. 존, 자기야? 어린 노리갯감을 원하는 부자 늙은이 중에 아는 사람 있어?” “우리 아버지뿐이야. 그리고 내 짐작에 아버지는 이미 노리갯감이 있을 거야.” 존이 대답했다.---「와서 이 멍청한 녀석들 좀 데려가게」 중에서 데니 브라운은 골프에 대해 아무것도 몰랐지만, 그가 하는 일은 골프를 몰라도 됐다. 손님들이 골프를 치는 동안 신사화에 광을 내는 게 데니가 맡은 일이었다. 이 일은 에이브러햄이라는 열여섯 살짜리 이웃 소년과 같이 했다. 이 일을 꼭 두 사람이 해야 할 명백한 이유는 없었다. 애당초 데니는 왜 손님들이 매일 구두에 광을 내야 하는지도 몰랐다.---「데니 브라운이 몰랐던 많은 것들(15세)」 중에서 “이보세요, 캐스퍼? 이봐요, 친구. 지금 누구랑 얘기하는 겁니까?” “이봐요, 모런 씨. 오밤중에 빌어먹을 손수레 바퀴가 빠져버렸다고 생각해봐. 그럼 어떻게 하겠나?” “다른 멍청한 놈 손수레를 찾아서 훔쳐야지.”---「브롱크스 터미널 청과물 시장에서」 중에서 호프만이 토끼장에서 토끼를 꺼내 들었다. 보기 드물게 덩치가 엄청난 녀석이었다. “임신한 거예요?” 에스터가 물었다. “아니, 아니다. 그냥 큰 거야.” “마술 공연에 쓰기엔 너무 크네요.” 에이스가 토끼를 보며 말했다. “저 토끼를 꺼낼 수 있을 만큼 큰 모자는 아직 없어요.” 에스터가 말했다. ---「‘명성 자자한 자르고 붙여 불붙이기’ 담배 마술」 중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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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실 속에서 고군분투하면서도 희망의 끈을 놓지 않는 일상의 구도자들
야심찬 미국 여성들이 원할 만한 모든 것을 갖추었으면서도 결코 행복을 느끼지 못해 진정한 자아를 찾아 여행에 나섰던 작가 엘리자베스 길버트. 『먹고 기도하고 사랑하라』에서 그런 작가 자신의 내면을 그렸다면, 첫 소설집 『순례자들』에서는 어떤 관조의 시선이 엿보인다. 그러나 그 시선에는 남다른 섬세함과 타인의 아픔에 대한 감수성이 깃들어 있다. 다양한 배경과 내용이 펼쳐지는 12편의 이야기 속에는 어딘가를, 또는 누군가를 향해 저마다의 순례에 나서는 각양각색의 인물들이 등장한다. 배경은 비록 미국이지만, 등장인물들은 한국의 독자들도 공감할 수 있는 지극히 현실적인 문제에 발이 묶여 있다. 이들은 현실에서 이리저리 깨지고 삶의 아이러니 속에서 고군분투하지만, 그들의 이야기는 결코 비극적으로 그려지지 않는다. 표제작 「순례자들」에서는 아버지에게서 도망쳐온 동부 해안 출신의 강인한 젊은 여성과 아버지 곁을 떠나본 적 없는 서부 카우보이가 서로에게 함께 도망칠 것을 제안한다. 남편과 헤어지고 화려한 시절을 추억할 일만 남은 중년의 술집 주인은 조카와 사랑에 빠지고(「톨 폭스」), 순진한 십대 소년은 자기를 괴롭히던 녀석의 누나와 연인 사이가 되며(「데니 브라운이 몰랐던 많은 것들(15세)」), 풋내기 화가는 훗날 거장으로 인정받게 되는 작품의 모티프가 된 여인과 그리 즐겁지만은 않은 만남을 갖는다(「꽃과 여자의 이름」). 사라진 토끼에 집착해 옆집 사람들을 괴롭히는(「‘명성자자한 자르고 붙여 불붙이기’ 담배 마술」) 등 이들의 행동은 어찌 보면 맹목적이기도 하지만, 언제나 일말의 유머와 희망을 잃지 않는 탓에 오히려 유쾌하게 느껴진다. 공간의 이동뿐 아니라 시간의 흐름 속에서 터득한 경험을 밑천 삼아 더욱 단단해진 이 강인한 영웅들은 각자의 삶을 위해 분투한다. 『순례자들』의 주인공들은 곧 일상의 구도자들이다. 삶의 미묘한 순간을 포착하는 시선 작품에 등장하는 카우보이, 스트립 댄서, 노동자, 마술사는 이곳이 아닌 어딘가로, 또 무언가에로 향하는 여정에 있는 사람들이다. 작가 엘리자베스 길버트는 이곳이 아닌 다른 곳, 즉 다른 삶을 욕망하는 등장인물들의 심리를 세밀하게 그려내고 있다. 그리고 이는 작가 특유의 섬세한 문체뿐 아니라 작품에 등장하는 갖가지 사물이나 동물을 통해서도 효과적으로 표현된다. 「엘크의 말」의 폐쇄적인 산골 오두막은 교통사고를 당한 동생의 아들을 맡게 된 중년 여인의 심리 상태를 보여주며, 「새 사격」에 등장하는 여러 가지 상황과 장치들은 욕망과 현실이 미묘하게 어긋난 주인공의 상황을 잘 드러낸다. 도시에서의 세련된 삶을 갈망해 3,000킬로미터가 넘는 길을 떠나거나(「착륙」), 결코 다다를 수 없는 우스운 명예를 좇는(「브롱크스 터미널 청과물 시장에서」) 등 욕망을 추구하는 과정에서 삶의 부조리를 겪으며 언뜻 닳고 닳은 것처럼 보이지만, 등장인물들은 결코 구원에의 희망을 놓진 않는다. 그리고 이들 중 몇몇은 유치장 안에서 갑자기 토끼가 나타나듯(「‘명성자자한 자르고 붙여 불붙이기’ 담배 마술」) 매우 참신한 방식으로 구원에 이른다. 삶을 바라보는 이러한 시선은, 삶이라는 길 위에서 일상을 영위하는 모든 사람이 곧 순례자라고 말하는 듯하다. 날카로운 필치와 부드러운 시선으로 그려낸 『순례자들』에는 작가 특유의 유머와 따뜻함이 가득하다. 매체 리뷰 “색다르고 멋진…… 〔길버트〕는 화려한 갈채를 구하거나 가르치려 들거나 젠체하려는 유혹에 빠지지 않고, 조용히 나아간다.” ―『뉴욕타임스 북리뷰』 “외모만큼이나 강인한─그러나 스스로의 생각만큼 강하지 않을 수도 있는─여자들에 관한 뛰어난 소설집.” ―『글래머』 “갓 등단한 이 작가는 위대한 작가로서의 자질을 모두 갖추었다. 공감, 위트, 귓가에 들리는 듯한 유려한 대화.” ―『하퍼스 바자』 “길버트는 소설에 등장하는 많은 인물들이 가능하면 가장 참신한 방식으로, 최대한 구원에 이르는 모습을 보고 싶어한다. (……) 그녀는 허영과 거만함을 덜어내고 인물들 저마다의 말과 표현으로 그들의 이야기를 들려주는 부러운 재주를 가졌다.” ―『뉴욕타임스 북리뷰』 “신중하고 빈틈없이 정확한 글이다. 그녀의 문장은 건장하고 견고하다.” ―『타임아웃 뉴욕』 “넘치는 상상력, 힘 있는 유머, 유려한 대화체는 진정 탁월하다. (……) 흥미롭지만 현실에서 유리되지 않은 결연한 구도자들과 공감할 때는 재능 있는 소설가로서의 면모를, 결코 디테일에 매몰되지 않는 데서는 기자로서의 철두철미함을 갖추었다. (……) 민첩하고 예리한 그녀의 글은 타고난 마술사의 손놀림 같다.” ―『필라델피아 인콰이어러』 “소설마다 힘과 유머, 낯선 경험이 가득하다. (……) 길버트는 과거와 장소를 넘나들며 사람들과 조우하고, 그녀만의 상상력이 지닌 긴 생명력과 빛을 인물들에게 불어넣는다.” ―『시카고 트리뷴』 “길버트의 글은 정직하고 우회하지 않으며, 묘사는 재미있고 적절하다. (……) 〔그녀는〕 지극히 미국적인 곳에서 발이 묶인, 너무나 현실적이고 있을 법한 인물들에게 목소리를 선사한다. 그들은 어딘가를, 혹은 다른 누군가를 향해 가는 중이다.” ―『디트로이트 프리 프레스』 “희망을 품고 착각에 빠지고 도취되고 놀라워하는 길버트의 소설 속 등장인물들은 하늘을 가로지르며 날아오른다. 그들이 어딘가에 충돌하거나 물에 빠지거나 생명력을 잃거나 완전히 사라지기 전, 반짝하고 날아오른 그 찰나의 순간을 그녀는 숙련된 사진작가처럼 포착해낸다. (……) 그녀의 소설에는, 최고의 보도기사가 그러하듯, 예리하고 놀라운 디테일이 생생하게 살아 있다.” ―『클리블랜드 플레인 딜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