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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9년 10월 26일
11월 3일 통곡의 시간 라라를 닮은 국어 선생 12월 12일 총격과 휴가 송희 겨울 여행 봄이 오는 소리 사북, 나흘간의 저항 민식이 형 연행 또 연행 고문의 계절 일기장 또 다른 사북, 광주 수상한 광주 송희의 눈물 죽음의 행렬 화절령 끌려가는 사람들 광주여, 우리나라의 십자가여! 꿈속의 사랑 기계가 만든 대통령 작가 후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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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0년 우리의 청춘은 폐허였다
― 강기희 장편소설 『이번 청춘은 망했다』 “1980년 우리는 이렇게 살아남았다”라는 부제를 붙인 강기희의 장편소설 『이번 청춘은 망했다』는 1979년 10월 26일 박정희가 죽은 다음날부터 시작되어 1980년 9월 1일 전두환이 대통령으로 취임하는 날에 맞춰 끝난다. 그 1년 동안 벌어진 지금 생각하면 설마 그런 일이 있었을까 할 만큼 끔찍한 사건들이 청춘들의 입을 빌려 숨 가쁘고 드라마틱하게 전개된다. 이 책을 읽은 40대 소설가 심현서는 이렇게 말한다. “소설 『이번 청춘은 망했다』는 유신의 끝자락 폭력의 시절을 통과해야 했던, 그 시절 청춘들의 우정과 사랑, 방황과 일탈을 절묘하게 교차하며 단단한 서사 구조를 만들어내고 있다. 시대가 바뀌어도 세상은 형태를 바꿔가며 청춘들을 괴롭히고, 그래서 누구의 청춘도 아프다. 강기희의 소설이 그걸 증명하고 있다.” 20대 소설가 임태리는 또 이렇게 이야기한다. “오십 대의 소설가가 이번 청춘은 망했단다. 이십 대의 내가 이번 청춘은 망했다 하는 것과는 부피도 무게도 다르다. 1980년대를 살아낸 청춘을 현재 ‘청춘’을 살고 있는 내가 온전히 이해한다고 말할 수는 없겠다. 하지만 강기희 작가의 소설을 읽고, 어제까지 망했다 생각한 내 청춘에 오기가 생겼다. 어떻게든 살아내자고.” 박정희의 유신 독재가 막을 내리고 전두환의 신군부 독재가 태동하던 그 시절, 광란과 죽음과 저항의 시절, 사북에서 광주로 이어지는 항쟁과 삼청교육대라는 국가 폭력 앞에 이 땅의 청춘들은 절망했고, 암흑과 공포와 폐허의 골짜기를 맨몸으로 건너야 했다. 독재 정권의 무자비한 폭력 앞에 얼마나 많은 청춘들이 고꾸라졌던가. 우리가 살고 있는 ‘오늘’은 그 당시 그 청춘들이 그토록 원했던 사람답게 살고 싶었던 ‘내일’(미래)인지도 모른다. 물론 오늘을 살고 있는 청춘들 또한 그 당시와는 또 다른 모습을 한 경제적 폭력 앞에서 미래의 삶을 저당 잡힌 채, 하루하루를 허덕거리며 쩔쩔매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또한 자유를 꿈꾸는 40년 전 청춘이나 지금의 청춘들이 겪는 고통과 아픔이 크게 다르지 않으니 역사는 늘 반복되는 것도 사실이다. 그러니 모쪼록 이 책이 현재의 청춘들에게 작으나마 힘과 위로가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 크다. 더 나아가 “어제까지 망했다 생각한 내 청춘에 오기가 생겼다. 어떻게든 살아내자”는 임태리 소설가의 말처럼 그대들의 청춘에도 오기가 생겼으면 하는 바람이다. 끝으로 이번 책에는 그 당시 청춘들이 즐겨 불렀던 노래(「나 어떡해」, 「영아」 등)와 즐겨 읽었던 책(『해방전후사의 인식』, 『희랍인 조르바』 등)과 즐겨 봤던 영화(「타인의 방」, 「닥터 지바고」 등) 그리고 당시 청춘들이 품고 다녔던 시(「작은 연가」, 「아아 광주여, 우리나라의 십자가여」 등)가 여럿 등장한다. 『이번 청춘은 망했다』를 통해 맛볼 수 있는 또 다른 별미인데, 나머지는 독자 여러분이 직접 찾아서 맛보시기 바란다. “이번 청춘은 망했다”라는 말은 이번 청춘으로 끝냈으면 좋겠다. 미래에는 더 이상 없을 그런 말이 되었으면 좋겠다. 작가의 말 내가 고등학교에 입학하던 1979년 무렵이었다. 아버지께 “8.15 해방 때 정선은 어땠어요? 정선에서도 태극기를 든 사람들이 거리로 쏟아져 나왔나요? 대한독립만세를 외쳤나요? 그때 아버지는 뭐하셨고요?” 등등의 질문을 한 적 있었다. 아버지는 당시 이야기를 나름 하셨지만 고등학교 1학년생인 내가 이해하기엔 너무도 먼 이야기 같았다. 그것은 내가 해방을 경험한 세대가 아니었던 탓이기도 했지만, 학교에서 배운 것도 없는데다 그 시기를 조명한 책이나 자료를 본 적 없는 탓이기도 했다. 서북청년단에게 고생했다는 이야기를 들으면서는 “아버지, 서북청년단은 대체 뭐하는 단체이고 군인도 아닌 그들이 총은 왜 들고 있었어요?” 하는 것들이 더 궁금했으나 아버지는 그 질문엔 답을 하지 않았다. 아버지의 젊은 시절이 궁금했던 내가 어른이 되어 40년 전의 이야기를 소설로 썼다. 강원도에서도 최고 오지 마을인 정선의 고등학교 1학년생으로서 겪고 경험한 이야기를 도시가 아닌 ‘정선의 시간’으로 썼다. 세월이 더 흐르면 기억조차 희미해질 것이라 생각했고, 올해는 사북항쟁 40주년인데다 광주민주항쟁 또한 40주년을 맞았기에 작가적 입장에서도 정리가 필요했다. 하지만 기우였다. 막상 집필에 들어가자 40년 전의 일들이 마치 어제 있었던 일들처럼 떠오르기 시작하는데, 들뜬 기분에 정신이 다 아득할 지경이었다. 아버지께서 34년 전 해방 시기 정선에서 있었던 기억을 생생하게 길어 올렸듯 내가 경험한 40년 전의 일도 그렇게 살아서 심장보다 더 뜨겁게 펄떡거렸다. 소설의 시작은 1979년 10월 26일이었고, 집필을 시작한 건 2019년 7월 5일이었다. 오랫동안 내재된 이야기라 소설은 술술 써졌다. 내가 태어나고 숨 쉬며 살았던 정선 이야기라 막힘도 없었다. 소설은 10.26이 터진 날 포고된 계엄령과 함께 출발했다. 10.26 이후 나라는 혼란의 도가니에 빠져있었는데, 정선도 예외는 아니었다. 박정희의 죽음과 함께 혜성처럼 등장한 전두환은 정의의 사도인 양 당당했고, 로봇 태권 브이처럼 강했다. 대통령이 죽자 군인들은 권력 쟁탈전을 벌였고, 12.12 쿠데타도 생겼다. 해가 바뀌어 1980년 봄엔 사북항쟁에 이어 5.18 광주항쟁이 일어났고, 광주는 핏빛으로 물들었다. 이어 삼청교육대로 이어진 검거령 하에선 모두가 숨죽였고, 강토는 두려움에 떨었다. 권력자들이 기획한 시나리오를 알 턱이 없는 시골 사람들에게 정보를 제공하는 건 신문과 방송뿐이었다. 장꾼들이나 바람이 전해오는 소문이 없진 않았지만 늘 늦었고, 그 소문이 당도할 즈음이면 새로운 사건이 나타나 뜬소문을 덮었다. 고등학교 1학년과 2학년 시기를 그렇게 보냈다. 청춘의 시기이고 반항의 시기이고 학업에 열중할 시기를 전쟁통처럼 지냈다. 쌕쌕이가 무시로 날고 먼데서 포 떨어지는 소리를 들으며 살았던 사람들 마냥 공포를 느끼며 그렇게 살았다. 주인공 민철을 비롯해 송희, 미친소, 주기동, 처남, 왕창, 정님, 국어 선생 윤미옥, 막스, 미친소 삼촌 등 소설에 등장한 인물들은 모두가 불행의 길을 걸은 듯 보이나 그 시절엔 누구나 그렇게 살았다. 지금 생각해도 독한 시절이었다. 지금으로부터 40년 전은 죽음과 저항의 시대였다. 그 시절을 별 일 없이 살아낸 사람들은 꽃길만 걷거나 용하거나 운이 좋거나 착하다 못해 순진한 사람이거나 지나치게 행복한 사람들이었다. 2020년 가을 강기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