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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 시대는 케이팝처럼 온다
아시아적 관점에서 보면 한국이 다르게 보이고 동남아가 다르게 보인다
정호재
눌민 2020.11.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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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목차

들어가며 | 아시아 시대는 케이팝처럼 온다 5

1부 아시아 그리고 케이팝
뜨거운 양곤에서 동토의 서울로 23
한류의 미래와 아시아 그리고 우리의 자세 31
샤이니 종현의 죽음, 스포티파이, BTS 37
왜 동남아는 블랙핑크에 열광할까? 45
케이팝의 사상: 공정거래, 복제권장 53
레드벨벳의 즐거운 도발과 한류의 생산력 61
팬덤 비즈니스: 진정한 시장 왜곡자는? 69
케이팝과 케이드라마는 상품인가 문명인가? 77

2부 동남아의 사회 · 경제
싱가포르 로컬 접근방법과 시계 중고거래 89
홍콩과 싱가포르의 묘한 관계 95
좁은 사회 싱가포르의 단점들 101
싱가포르에서의 담바꼬 스트레스 109
싱가포르의 이중 삼중 가격: 타밀 117
NTU, 호끼엔, 조주, 광둥, 호랑이약 123
중립국 싱가포르: 정치적 자유 131
가사노동, 이주노동자, 싱가포르와 한국 137
미얀마의 부동산 광풍(2012~2015) 145
삥우린, 메이묘, 무슬림 화교 미얀마인, 교차로 153
아시아의 부동산 가치: 투기와 공공성 161
동남아의 수도 몰빵: 미얀마, 보르네오 169
시민권의 가치: 동남아시아의 사례 177

3부 아시아의 영웅 혹은 빌런?
아웅산 수찌를 위한 변명 187
미얀마와 한국의 공통점: 유엔사무총장 195
아시아의 평행세계: 여운형과 아웅산 201
양곤 게스트하우스, 필리핀 386, 사법개혁의 중요성 209
아시아에서 공화정의 의미, 탁신의 실패 217
지리地理의 비극: 캄보디아의 삼랑시 225
국가영웅의 세대교체도 중요한 이유: 호세 리살 233
싱가포르: 헹스위낏 vs 니콜 시아 239
싱가포르, 말레이시아, 적과의 동거, 고속철도 전쟁 247
위대한 인간의 시대적 한계: 마하티르 255
아시아의 귀족주의: 나집 라작, 박근혜 263
더 레이디 수찌, 딴쉐, 비타협 정치의 본질 271

4부 동남아와 한국 · 중국 · 일본
싱가포르, 왜 한국을 주시하나? 283
싱가포르에서 만난 중국의 혁명적 젊은이들 289
동남아에서의 한중일 스타일 295
일본의 20세기 발명품: 원 아시아 303
아웅산: 일본 군복의 비밀 311
최대치, 무다구치 렌야, 임팔작전, 밀림 319
동남아의 군부 vs 한국 사법부 327
전두환, 아웅산 테러, 북한이 우민화된 배경 335
이리, 칭다오, 광저우, 스마랑, 양곤 343
싱가포르, 북한, 트럼프, 일본 언론 351
아시아에서 일본이 작아지는 이유 359
아베 신조에 대한 단상: 역대 최악의 정치인 367
중국의 영토야욕에 대처하는 방법 375

5부 아시아 문명론과 한류의 진정한 의미
아시아의 정치 스트레스: 한국의 기회 385
한국의 해외선교와 문명교류 393
퍼니발의 복합사회이론과 식민주의 후폭풍 401
싱가포르의 미래 그리고 타이완 409
홍콩: 초국적 아시아의 종말? 417
중국 문명과 온라인 훌리건, 한류의 도전 425
국가의 불완전성 인정하기(ft. 일본) 433
국뽕과 야심의 근본적 차이: 샘 오취리 441
세계적 아시아인에 대한 꿈: 손흥민과 봉준호 449
국경을 뛰어넘는 문명의 힘 그리고 식민지근대화론의 한계 457

맺는말 | 아시아 칼럼을 마치며 465

저자 소개 1

전북 익산에서 태어났다. 고려대학교 경영학과 학사와 경희대학교 경영대학 석사학위를 받았다. 언론사 기자 생활을 짧지 않게 경험하며 그 과정에서 만난 다양한 내국인과 이방인, 주류와 경계인, 그리고 예술인과 야심가 들을 통해 한국(K-)의 어두운 면과 밝은 면을 동시에 경험했다. K가 지닌 해묵은 숙제를 푸는 또 하나의 방법으로서 ‘아시아’라는 개념에 주목, 이후 한·중·일을 넘어 동남아시아를 포함한 여러 아시아 국가들을 답사했다. 그 과정에서 탁신, 마하티르 등의 주요 인사들을 만나기도 했다. 현재 싱가포르국립대학교에서 아시아학 박사과정을 마쳤고, 싱가포르와 미얀마를 오가며 아시
전북 익산에서 태어났다. 고려대학교 경영학과 학사와 경희대학교 경영대학 석사학위를 받았다. 언론사 기자 생활을 짧지 않게 경험하며 그 과정에서 만난 다양한 내국인과 이방인, 주류와 경계인, 그리고 예술인과 야심가 들을 통해 한국(K-)의 어두운 면과 밝은 면을 동시에 경험했다. K가 지닌 해묵은 숙제를 푸는 또 하나의 방법으로서 ‘아시아’라는 개념에 주목, 이후 한·중·일을 넘어 동남아시아를 포함한 여러 아시아 국가들을 답사했다. 그 과정에서 탁신, 마하티르 등의 주요 인사들을 만나기도 했다. 현재 싱가포르국립대학교에서 아시아학 박사과정을 마쳤고, 싱가포르와 미얀마를 오가며 아시아 미디어와 문명론을 연구하고 있다. 지은 책으로 『아시아 시대는 케이팝처럼 온다』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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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발행일
2020년 11월 09일
쪽수, 무게, 크기
472쪽 | 652g | 151*217*22mm
ISBN13
9791187750383

책 속으로

필자는 신사역에서 나와 반대편 언덕 쪽 허름한 빌라촌 사이를 헤매고 있었다. 프로듀서 방시혁 씨와 어렵사리 인터뷰가 성사된 것이다. 당시 그는 MBC 《위대한 탄생》이라는 오디션 프로그램에서 날카로운 독설로 유명세를 타고 있었다. 그런데 비즈니스 현실은 녹록지 않았는지, 쉽사리 위치를 파악하기 힘들 정도로 강남에서 가장 구석진 건물 한구석을 본거지로 삼아 연습생 트레이닝 공간이자 자신의 사무실로 활용하고 있었다. 아마도 JYP 엔터테인먼트에서 독립한 후 첫 작품인 걸 그룹(팀명: 글램) 멤버 선발과 트레이닝에 매진하던 시기였지 싶다.
--- p.7

비교아시아학은 쉽게 말해 ‘일국주의一國主義 관점’을 극복해보자는 지역학의 한 방법론이다. 놀랄 만큼 새로운 방법은 아니지만 한국사회에 꼭 필요한 변화의 출발이라고 생각했다. 과거엔 지역학이 국경선을 중심으로 중국학, 베트남학, 태국학, 한국학 등으로 나뉘었다면, 이제는 그런 국가체계 중심으로 쪼개서 보지 말고, 연결-비교-종합의 관점에서 지역을 바라보자는 얘기다.
--- p.28

벌써 10년도 더 된 일이지만 케이팝은 이미 흥미로운 학문적 분석의 대상이 되었다. 특히 문화사회학, 인류학, 미디어학 학생들이 케이팝을 소재로 다양한 논문을 쓰고 있다. 2018년경 필자도 케이팝 관련 영어 논문을 전부 검색해서 찾아본 적이 있는데, 정말 다양한 나라, 다양한 학문 분야의 학생들이 열악한 환경에서도 케이팝을 소재로 논문을 써내고 있어서 깜짝 놀랐다. 특히 아시아를 주제로 삼은 연구자들에게 케이팝은 반드시 통과해야 할 의례와도 같다.
--- p.34

케이팝이 위대한 또 하나의 이유는 국적을 뛰어넘는 범아시아적 발상에 있다고 본다. 앞서 언급한 (여자)아이들이라는 걸 그룹은 한국인 3명, 태국인 1명, 중국인 1명, 대만인 1명으로 이루어졌다. 무척이나 상상하기 어려운 조합인데, 이 젊은 외국인 친구들이 2~3년 만에 상당히 뛰어난 수준의 한국어를 완성해, 국내 활동은 100퍼센트 한국어로만 한다. 6명이 각자의 개성을 발휘하고 서로의 단점을 보완한다. 태국인 멤버 민니는 음악성이 뛰어난 음색장인이고, 중국인 멤버 우기는 털털한 예능감이 일품이고, 대만에서 온 슈화는 꽤나 돋보이는 청순미와 개그감으로 존재감을 발휘하는 방식이다.
--- p.58

싱가포르는 시스템이 잘 갖춰졌고 변호사와 회계사 인력 충원도 원활하지만, 증권시장이 턱없이 약하다. 미디어를 전공한 내 관점에서 싱가포르는 자본시장이 발달하기 힘든 사회다. 자본시장은 루머와 오보를 스스로 걸러내는 자정작용이 중요하다. 즉 뛰어난 미디어 시장이 있어야 한다. 하지만 태생적으로 싱가포르는 그것이 힘들 거라고 본다. 외국계 언론사 허용은커녕, 국내 미디어 활동도 자유롭게 놓아두지 못하기 때문이다.
--- p.99

언젠가 나보다 10살쯤 어린 박사과정생 하나가 싱가포르에서 보낸 자신의 30년 인생을 이렇게 요약한 적이 있다.
“유치원, 초등학교, 중고등학교, 대학교 친구는 물론이고 당시 선생님들, 썸타던 친구, 사귀다 헤어진 연인, 대시하다 차인 이성, 나를 못살게 굴던 나쁜 놈들…… 과거와 현재에 만난 이 모든 사람 또는 미래에 만날 모든 사람이 우리 집 반경 1~5킬로미터 안에 있는 현실을 외국인인 당신이 이해할 수 있을까요?”
으아, 그 이야기를 듣고는 등골이 오싹해졌다. 게다가 그 친구들과 선생님이 당신의 전국 석차까지 정확하게 알고 있다고 생각해보라. 거의 미저리급이다. 물론 싱가포르 내에서도 이사를 갈 수 있다. 그런데 튀어봤자 벼룩이다.
--- p.105

1910년대에 양곤의 화교사회에서 탄생한 제품이 바로 ‘호랑이약Tiger Balm’이다. 호끼엔 출신의 양곤 거주 한의사가 개발해 1920년대 이후 세계적인 대히트를 기록했다. 이 호랑이약이 미얀마에서 개발된 이유가 있다. 바로 사계절 내내 창궐하는 모기와 벌레들 때문이다. 어떻게든 가려움증을 진정시키고 강력한 향으로 벌레를 쫓을 필요가 있었던 것이다. 그리고 실제로 효력이 있자 이 호랑이약은 동남아를 중심으로 폭발적으로 팔려나갔고, 개발자인 호Aw 씨 일가를 동남아 최대의 부자 반열에 올려놓았다.
--- p.129

필자가 방콕이라는 도시를 너무나 사랑하면서도 방콕을 포함한 태국의 미래를 어둡게 보는 이유가 바로 수도 이전을 논의의 대상으로 삼을 수조차 없을 만큼 꽉 막힌 태국의 정치지형 때문이다. 방콕은 이미 300년간 너무도 권력화되어 개혁 자체가 불가능한 공룡이 되어버렸다. 왕당파와 옐로셔츠가 방콕을 포기하지 못하기 때문에 태국은 더더욱 현재의 교착상태를 개선할 수 없다. 이른바 방콕의 딜레마다.
--- p.174~175

가본 사람은 알겠지만, 싱가포르에서는 담배와 관련된 수많은 경고를 듣게 된다. 아무 데서나 담배를 피우면 안 되고, 꽁초도 버리면 안 되고, 1갑 이상 밀수도 안 되고, 껌도 안 되고…… 벌금이 대충 60만 원 이상 나올 수 있다는 위협도 따라붙는다. 그런데 정작 싱가포르 사람들은 어디서나 자연스레 담배를 피우고, 꽁초도 아무렇게나 버린다. 외국인인 내가 놀라서 “야, 그래도 괜찮아?” 하고 걱정하면 황당한 답이 돌아오기 일쑤다. “응, 나는 괜찮은데 너는 괜찮을지 모르겠다. 흐흐흐, 난 시민권자잖아.”
--- p.179

35세에 요절한 호세 리살의 이상을 이어받은 사람이 보니파시오(1863~1897)라는 영웅적 투사와 아기날도(1869~1964)라는 귀족 집안 출신 독립투사였다. 1897년 보니파시오가 같은 독립군Katipunan 내 경쟁자인 아기날도에게 처형을 당하면서 필리핀의 역사는 귀족 중심으로 굳어진다. 혁명가를 출신계급으로 구분하는 건 어폐가 있지만, 그게 바로 필리핀의 현실이었다. 엇비슷하게 30세 전후였던 이 두 혁명가는 스페인과의 싸움 도중 노선투쟁을 벌이게 되고, 초대 지도자이자 하층민 출신인 보니파시오가 귀족 출신 아기날도에게 급작스레 밀리며 죽음으로 파국을 맞이했다. 생몰연대를 봐도 충격이지만, 이후 아기날도는 95세까지 장수하며 미국의 식민지 경영과 필리핀의 독립을 모두 목격한 뒤 평화롭게 영면했다.
--- p.236

한참 지난 얘기가 되었지만 김대중의 개혁개방 노선은 입에는 쓰지만 한국경제의 미래를 바꾼 ‘신의 한 수’가 되었고, 마하티르의 ‘아시아적 가치’와 ‘국가통제 자본주의’는 잠깐 반짝이다가 후배들에 의해 완벽하게 왜곡돼버린 비운의 선택이 되고 말았다. 지도자는 본인의 의지도 중요하지만 방향 설정이 더 중요하다는 것을 함축하는 대목이다. 그러나 필자는 이런 결과와 무관하게 마하티르를 아시아 현대사에서 가장 중요한 인물로 꼽는 데 주저함이 없다. 시대적 한계를 맞닥뜨렸을 뿐, 본인의 비전과 실행력만큼은 창대하고 드높았기 때문이다.
--- p.257

1969년에 사망한 박순동 작가는 우리가 꼭 한번 재평가해볼 인물로 보인다. 전남 순천에서 태어나 서울 중동고를 수석 졸업한 그는 1940년대에 일본 도쿄로 유학을 갔다가 강제 징집된다. 용산에서 6개월간 군사훈련을 받고 1944년 버마전선에 투입된 것이다. 임팔작전 도중 부대에서 이탈한 그는 인도군의 도움으로 영국군에 투항해 뉴델리 포로수용소로 보내진 뒤, 거기서 미국의 OSS 대원들에게 포섭돼 태평양과 하와이를 오가며 조선반도 상륙작전을 준비한다. 《여명의 눈동자》에서 박상원이 분한 장하림이 바로 또 다른 그다. 최대치와 장하림은 결국 박순동을 쪼개어 인물화한 것이다. 그는 하와이 포로수용소에서 조선의 독립 소식을 들었는데, 그때의 비통함을 회고록 세밀하게 묘사했다.
--- p.323

회담이 끝난 직후 교도통신과 아사히신문 등 일본 유명 언론사 기자들과 맥주파티를 할 기회가 있었다. 일본 기자들은 예상 외로 순박하고 솔직하고 술을 좋아한다. 필자도 평소에 궁금한 게 많아 여러 가지를 물었고, 그들은 매우 세련된 어법으로 답해주었다.
하지만 그들의 한계는 뚜렷했다. 한반도 통일에 대한 일본 3040 지식인들의 의견은 종합 정리하면 ‘무기력함’이었다. 그들은 명확한 의견이 없었다. 비전도 없고, 모든 것을 아베 탓으로 돌리기만 하면 되는 눈치였다. 정부가 제시한 가이드라인을 넘어설 용기가 없어 보였다. 기껏해야 자국의 이해득실이나 따지고 있었다. 평화에 대한 비전이 부재했다. 바보 같은 녀석들, 그런 식으로 평생 한반도 분단의 콩고물만 주워먹다가는 결국 중국 대륙과 통일 한국에 밀려 2류 국가로 추락할 거라는 게 당시 술자리를 마친 필자의 솔직한 심정이었다.
--- p.355~356

홍콩 문제를 단순히 중국 내부의 문제로 보는 건 아시아에 대한 인식이 턱없이 부족하기 때문일 수도 있다. 1930년대의 스페인 내전을 스페인만의 문제로 치부한 것처럼. 그렇게 유럽 각국이 자국의 영토 보존에만 집중한 결과가 스페인의 프랑코 독재, 그리고 나아가 독일과 이탈리아의 파시즘과 세계대전으로 이어진 것처럼, 아시아 국가들이 중국의 야욕에 제동을 걸지 못하면 홍콩과 위구르에 대한 탄압에만 그치는 게 아니라 장기적으로는 한반도와 남중국해에도 동일한 일이 반복될 것이 명약관화하다.
--- p.380

2016년 촛불시위 당시 동남아시아와 중국은 굉장히 당혹스러운 표정으로 우리를 지켜보았다. 기존의 틀로 해석이 불가능했기 때문이다. 마찬가지로 그들은 케이드라마나 케이팝에서 느껴지는 자유와 창의, 도전적인 모습에는 환호하지만, 그것이 어떤 과정을 통해 확산되었는지 잘 모를 때가 많다. 필자는 앞서 언급한 ‘쫄지 마’ 자세를 살짝 자랑하고 싶다. 수많은 청춘과 보통 사람들이 권력 앞에 쫄지 않고 사회의 금기를 하나둘씩 깨부수며 전진하는 것이 한류의 참모습이 아닐까 하는.
--- p.391

필자는 감히 그 차이가 도덕적 완벽함이라고 생각한다. 한국의 문화가 문명 수준으로 도약하기 위해서는 국경 내부에서만 통용되는 지역적 윤리parochial ethics에서 벗어나 세계적 수준의 윤리적 감수성과 제도적 진보성을 갖춰야 한다고 주장하는 것이다. 케이팝이 연습생과의 노예계약을 일소함으로써 세계적 팝 시장의 대열로 도약했다는 필자의 주장은 상당한 역사적 근거에 뒷받침된 주장이기도 하다. 결국 인류의 역사는 노예제도를 극복하는 역사였고, 국가라는 위대한 제도와 더불어 강한 개인을 만들어내는 경쟁을 하고 있는 셈이기 때문이다.

--- p.447

출판사 리뷰

케이팝 열풍에서 새로운 아시아 시대를 감지하다

장면 #1
2019년 1월 19일, 싱가포르에서 5만 석 규모의 스타디움에서 방탄소년단의 콘서트가 열렸다. 티켓 가격은 14만 원부터 시작이다. 표는 금세 동이 났다. 리세일 사이트에서 가장 싼 표 두 장을 구하려면 한화로 수수료 포함 60만 원 가까이 든다. 공연 당일 공연장은 싱가포르는 물론 동남아 전역에서 몰려온 팬들로 북새통을 이뤘다. 입장에만 6시간이 걸렸다. 입장 절차도 복잡하고 무대와 객석이 너무 멀기도 했지만 팬들은 진정으로 즐기고 잊지 못할 추억을 안고 돌아갔다.

장면 #2
블랙핑크의 리사는 한국 메이저 엔터테인먼트 회사에서 데뷔한 첫번째 태국인 (여성) 가수다. 리사는 4,000 대 1의 치열한 방콕 오디션을 뚫고 케이팝 무대에 올랐다. 리사에 대한 태국 팬들의 애정은 대단하다. 리사의 소속사뿐만 아니라 방송에서 블랙핑크의 다른 멤버보다 리사를 소홀히 대하지 않나 깐깐하게 감시하고 견제한다. 다른 동남아 국가의 젊은이들도 리사와 같은 기회를 얻기를 희망한다. 블랙핑크가 동남아에서 큰 인기를 끌고 있는 데에는 태국 팬들이 리사에 보이는 관심과 애정이 큰 몫을 담당했다. 한국 무대에서 활동하는 것 자체가 동남아를 비롯해 더 넓은 세계무대로 나아가는 지름길이 된 좋은 사례다.

장면 #3
최근 일본에서는 니쥬NiziU라는 10대 걸그룹이 선풍적인 인기를 끌고 있다. 니쥬는 박진영이 이끄는 JYP엔터테인먼트의 프로페셔널한 기획이 만들어낸 큰 성과다. 그런데 한국 팬덤의 일부에서는 일본으로 케이팝의 기술이 유출되고 있다고 비판한다. 한국에서 만든 뮤직비디오의 안무, 패션스타일, 헤어스타일까지 유출로 이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는 케이팝이라는 플랫폼이 외국에서도 성공적으로 적용될 수 있다는 점을 시사한다는 점을 강조하는 사람들도 있다. 한편 한국의 뮤직비디오는 베트남, 인도네시아, 태국 등지의 좋은 모델이 되고 있기도 한다.

전 세계적으로 방탄소년단, 블랙핑크, 엑소 등으로 대표되는 케이팝 그룹의 인기가 날마다 새롭다. 이제는 한국을 넘어서 각국의 수많은 재능 있는 청년들이 케이팝의 일원이 되어 무대에 서기를 꿈꾼다. 케이팝은 세계 무대로 나아가는 지름길이 된지 오래다. 케이팝은 학문적 분석의 대상이 되고 있으며 매년 수많은 논문이 쏟아져 나오고 있다. 이만하면 한국인으로서 민족적 자부심을 가질 만하다.

저자는 이른바 “국뽕”에 만족하지 않고 케이팝 열풍에서 좀더 보편적인 가치를 발견한다. 위의 장면 #1, #2, #3에서 알 수 있듯이, 바로 케이팝 열풍은 전 아시아에 적용가능한 문화 플랫폼이며, 전 지구적 문화교류와 교차의 산물이자 국적을 뛰어넘는 범아시아적 발상의 결과라는 점에서 그 가능성을 찾는다. 케이팝에서 보이는 합리적인 시스템, 계약 관계의 혁신, 미디어의 개방성과 공유, 자유로운 표현, 공정한 경쟁, 세계적 수준의 도덕적 감수성 등이 더해져 뚜렷한 문화적 보편성을 획득하고 있는 것이다.

저자는 이를 “아시아 시대의 징후적 현상”이라고 명명한다. 전 아시아를 묶을 수 있는 문명(사)적 관점으로 아시아를 바라보고 있는 것이다.

아시아는 있다? 없다? 아시아의 정치적 · 문화적 · 경제적 거인들로 본 아시아

전 세계 미디어에 노출되는 한국은 늘상 전쟁 위험, 부패 사건, 투쟁으로 점철된 “하드보일드 원더랜드”에 가까운 편이면서도 스포츠, 음악, 영화 분야에서의 눈부신 성과를 내는 “이상향”에 가까운 “멋진 신세계”이기도 하다.

어째서 한국이 스포트라이트를 받는 주인공이 되었을까? 저자는 “개인이 국가와의 대결에서 굴복하지 않고 어느 정도의 자율성을 획득했기 때문”이라고 단언한다. 다양한 개인들이 국가의 감시와 통제를 이겨내고 창의성을 발현하고, 자신의 (신체적, 예술적) 재능과 아이디어를 실현하고, 합리적인 미디어 시스템을 구축하고, 국적을 뛰어넘어 호소할 수 있는 시야를 가졌기 때문인 것이다.

언뜻 보기에 케이팝 열풍과 동남아의 반부패, 반독재, 반군부 민주화 운동과는 큰 관련이 없는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저자는 이 두 가지 큰 사회적 현상에서 공통점을 발견한다. 동아시아의 역사는 국가 권력과 부를 독점하는 세력(군부, 귀족 가문 등)과의 투쟁을 통해 점진적으로 문명사적인 보편성을 나누고 있다는 것이 저자의 주장인 셈이다.

이에 저자는, 식민지 시대 이후 아시아에서 두각을 나타낸 거인들을 하나씩 소개한다. 미얀마에서의 아웅산 수찌의 비타협 운동과 딜레마, 태국 왕정 질서에 대해 반기를 든 공화주의자 탁신(의 의미 있는 실패), 필리핀 독립의 아버지 호세 리살, 캄보디아 가족 정치의 희생양이 된 삼랑시, 싱가포르의 구태의연한 정치 체제를 뒤흔든 니콜 시아 등의 이야기를 전하며, 동남아에서도 부패하고 정체되어 있는 독재와 군부 정치에서 한걸음 더 나아가는 시도와 노력이 언제나 있(었)음을 전한다.

케이팝이 스타들과 팬덤이 음악과 엔터테인먼트를 공유하고 각종 통제와 제약에 저항하며 국제적인 시장을 일구어냈듯이, 동남아의 정치가들 또한 민중과 더불어 권력 기관에 저항하고 (때로는 유연하게 대처하면서) 자유와 민주주의를 점차로 획득하고 있는 것과 마찬가지인 셈이다.

아시아적 가치를 이끌어나가는 진정한 한류 열풍

저자는 미얀마 독립운동의 영웅 아웅산과 몽양 여운형을, 아시아에서 유이한 유엔 사무총장 우 딴뜨와 반기문을, 귀족주의 정치의 대명사 나집 라작과 박근혜를, 그리고 한국 경제의 미래를 바꾼 개혁개방 정책을 수행한 김대중과 국가 통제적 자본주의의 마하티르를 비교하면서 같은 시대에 식민지 경험을 공유하고 군부 독재와 국가 통제를 벗어나 민주주의를 일구어나가려 했던 아시아의 역사를 다룬다. 이들을 비교하면서 한국이 동남아의 중요한 모델이 될 수 있음을 간파한다. 그것은 한국이 위대한 거인들과 민중의 호흡을 맞춰 반독재, 반군부, 반부패 운동에 성공해나가고 미디어의 자율성과 개인의 자유를 획득하면서 동시에 경제적으로 성장했기 때문이다.

과거 동남아와의 경제적 협력 관계를 독점하다시피 한 일본이 무기력하고 소극적이며, 현재에 만족하는 안일한 태도와 자국 중심의 이기주의에 물들어 있고, 막강한 화교 네트워크를 자랑하고 급성장한 경제력을 지닌 중국이 안하무인의 제국주의적 성향을 보이고 영토에 대한 집착을 드러낼 때에 민주주의의 가치와 윤리적 감수성과 제도적 진보성을 획득해나가고 있는 한국이 동남아의 가장 중요한 파트너로 선택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일본과 중국의 틈바구니에서 독자적인 정체성을 갖고 정치적 · 경제적 발전을 이루고 있으며 시민사회와 개인의 자율성과 자유가 보장되어 있는 한국이야말로 아시아에서 진정한 거인들을 생산해내는 가능성을 내포한다. 케이팝의 스타들과 합리적인 시스템이 이를 방증하고 있는 셈이다.

이 책은 한국의 경제 성장과 한류 열풍의 달콤한 열매에 만족하지 않고 한국을 넘어 아시아와 세계로 좀더 멀리 내다보는 시각을 획득하고자 하는 이들에게 깊은 시사점을 던져주는 좋은 책이 되리라 믿는다.

추천평

방탄소년단, 봉준호, 손흥민, 그리고 K-방역까지! 신인류 글로마드Global Nomad가 주도하는 새로운 아시아를 기대한다. 코로나 시대, 기존 질서의 해체와 통합의 방향을 제시할 내용이 담겼다.
- 김홍구 (부산외국어대학교 총장)
동남아를 현미경으로 들여다보는 듯하지만 큰 산에서 내려다보듯 조감을 잃지 않았고, 그가 몸담았던 저널리즘에 충실하지만 지금 몸담고 있는 아카데미즘을 놓지 않은, 그래서 동남아에 대한 균형을 달성한 책이다. - 박번순 (고려대학교 경제정책학부 교수, 『아세안의 시간』 저자)
최근까지 대한민국의 사건 현장과 대중을 파고들었던 그가 이번엔 아시아의 오늘을 입체적으로 분석했다. 조금은 뒤늦게 떠난 아시아 유랑의 첫번째 결과물이 탁월하고, 그래서 더 많은 이들께 권하고 싶다. - 홍권희 (전 동아일보 논설위원, 뉴욕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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