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 소장하고 있다면 판매해 보세요.
|
곰의 부탁 ... 7
12시 5분 전 ... 41 헬멧 ... 73 람부탄 ... 109 언니네 집 ... 141 자물쇠를 채우지 않은 날 ... 175 그 뒤에 인터뷰 ... 207 작가의 말 ... 236 |
진형민의 다른 상품
|
“세상이 구석구석 또렷했다.
우리가 여기에 있다는 사실이 너무나 명백해서 오히려 할 말이 없었다.” _「곰의 부탁」에서 표제작 「곰의 부탁」의 ‘나’는 해를 그릴 때면 빨간색으로 칠해 왔다. 아무 의심 없이 자신 있게 그럴 수 있었던 것은 해를 한 번도 자세히 본 적 없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새벽녘 겨울 바다에 선 ‘나’의 눈앞에 서서히 모습을 드러낸 해는, 빨간색이 아니라 “눈부신 노란색”이다. 작가는 바다나 해처럼 “여기에 있다는 사실이 너무나 명백”함에도 많은 이들이 제대로 들여다보려고 하지 않았던 존재들을 각 이야기의 무대 중심에 세웠다. 배달 노동을 하며 “돈 생각 좀 안 하고 살고 싶”다고 말하는 아이, “쉬쉬 숨겨야 하는” 사랑을 하는 아이, 예민한 마음으로 콘돔 봉투를 처음 뜯는 아이, 타국의 골목에서 “세상에 없는 듯” 살아가야 하는 아이까지. 이 아이들은 “숨겨야” 하거나 “자꾸자꾸 설명해야 하는” 상황에 처하지만 실은 “할 말 없음이 가장 솔직한 내 심정”이라며 설핏 속내를 내비친다. 세상이 지레 넘겨짚거나 심지어 없는 취급을 할지라도, 이들이 눈부신 노란색으로 존재하고 있다는 것은 더 보탤 말이 없을 정도로 명백한 사실이므로. “거기 있음을 아는 것이 나의 시작”이라는 작가의 말에는 누구든 자신의 존재를 해명하거나 증명하지 않아도 괜찮기를 바라는 마음이 담겨 있다. “어설픈 위로도, 섣부른 희망도 차마 입에 담을 수 없어 나는 숨죽여 소설을 씁니다. 너는 괜찮아? 짧은 인사를 남기기로 합니다. 거기 있음을 아는 것이 나의 시작입니다.“ _‘작가의 말’에서 「람부탄」의 세디게는 머리칼을 가려 주는 히잡을 꼭꼭 여미고, 「12시 5분 전」의 영찬은 가방 속에 숨긴 것을 어른들 앞에선 꺼내지 않는다. 「자물쇠를 채우지 않은 날」의 지용은 문에도 마음에도 언제나 자물쇠를 단단하게 걸어 잠그고 다닌다. 괜찮음과 괜찮지 않음 사이를 수시로 오가면서도, 모두 속엣말을 쉽사리 꺼내지 못한다. 이들은 “내가 괜찮은지 아닌지가 뭐 그렇게 중요”하냐고, “괜찮은지 생각해 본 적 없다”고, 아니면 “자신이 괜찮은지 아닌지 생각할 기운이 없”다고 말한다. 그러나 사실은 “어디서 어떻게 울어야 할지 몰라 억지로 참고 있을 뿐”이다. 『곰의 부탁』은 긴 터널 같은 계절을 지나고 있는 이들에게 건네는 말-괜찮냐는 질문이자 괜찮아 달라는 부탁이다. 또한 섣부른 위로의 말을 건네기보다 먼저 “서로의 괜찮음을 물어도 되는 사이”가 되어 옆에 있어 주려 하는 마음 그 자체이기도 하다. 그러다 이따금씩 조심스럽게 “울어도 괜찮다고, 지금이 그때라고, 자그마한 어깨를 내민다.”(송수연) 이 책을 읽다 문득 ‘내 등짝에 가만히 와 닿는 손바닥 두 개’가 느껴지는 순간, 마음속 문에 걸린 자물쇠는 잠시 풀릴지도 모른다. 돈이 없으면 기분이 더러워요. 편의점에서 음료수를 하나 사 먹을 때도요, 꼭 더 싼 걸 집게 돼요. 그러면 또 혼자 막 생각해요. 나는 처음부터 이 음료수를 마시고 싶었다고, 절대 돈 아끼려고 그런 게 아니라고. 그런 생각을 자꾸 하다 보면요, 제가 처음에 뭘 좋아했는지 점점 헷갈리게 돼요. _「그 뒤에 인터뷰」에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