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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이의 삶을 변화시키는 결정적 순간들] 사계절아동문고 100권 기념 작품집이 『정의로운 은재』와 『다이너마이트』로 동시 출간 되었다. 어린이들을 이전과 다른 '나'로 만드는 사건, 시공간, 사람에 관한 이야기를 작가 13인의 단편으로 담아냈다. 저마다 다른 결정적 순간들을 통과하며 성장하는 오늘의 어린이들을 위한 책이다. - 어린이MD 김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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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는 글
정의로운 은재 _오하림 그날 밤, 홍이와 길동이 _진형민 골목이 열리는 순간 _황선미 살아 있는 맛 _전성현 손톱 끝만큼의 이해 _최나미 바이, 바이 _강경수 오늘의 어린이에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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黃善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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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이 쉽게 변하지 않는다는 걸 은재는 알았다. 모두 똑같은 잘못을 반복하겠지. 양동이가 없는 다른 곳에서. 그렇다면 지금껏 은재가 한 일은 뭐였을까? 은재의 속만 시원해질 뿐 아무것도 달라지는 게 없다면…… 그러면……. 이게 다 무슨 소용이지?
--- p.26, 「정의로운 은재」 중에서 홍이는 엄마 따라 하늘 나라에 가지 않기를 잘했다고 생각했어. 얼굴에 스치는 바람이 참 시원하고 좋았어. 길동이도 홍이 옆에 있으니까 마음이 차츰 환해졌어. 당분간 아버지를 잊고 힘껏 살 수 있을 것 같았어. 홍이와 길동이는 그날 밤 그렇게 집을 떠나 세상 속으로 첫발을 내디뎠어. --- p.61, 「그날 밤, 홍이와 길동이」 중에서 그런 애가 있다면 내가 평생 친구로 인정할 거야. 그런 애면 돼, 내 친구는. 진짜로 봤으면 어떻고, 상상이면 어때. 나한테는 다를 게 없는걸. 어차피 세상은 알 수 없는 것투성이잖아. 나는 내가 본 걸 믿을래. 그때 분명히 가슴이 막 설레고 행복했단 말이야. 그걸 본 애가 하나도 없다면, 그때 행복해질 권리는 나한테만 있었던 거야. --- p.72, 「골목이 열리는 순간」 중에서 어두운 거리와는 달리 집집마다 불이 환하게 켜져 있었다. 집집마다 안에서 사람들이 분주하게 오갔다. 그 모습을 바라보고 있으니 실과 수업 때 봤던 닭장과 돼지 사육장이 떠올랐다. --- p.114, 「살아 있는 맛」 중에서 그동안 할머니와 아빠가 수없이 싸웠어도 크게 걱정하지 않은 이유는, 눈에 보이지 않는 고무줄 같은 것으로 두 사람이 이어져 있다고 믿기 때문이었다. 팽팽하게 늘어났다가도 제자리로 돌아올 수 있는. --- p.140, 「손톱 끝만큼의 이해」 중에서 나는 다시 몸을 일으켜 세웠다. 잠이 오지 않는 밤이다. 계속해서 배가 고파 왔다. 무언가를 먹고 싶었다. 그게 스테이크나 햄버거, 떡볶이라도 좋았다. 강아지도 포함해서. --- p.163, 「바이, 바이」 중에서 |
「정의로운 은재」
하루 세 번, 나쁜 아이들에게 투명 양동이로 물을 끼얹을 수 있는 모임 ‘정의의 양동이’ 회원이 된 은재와 승연이. 남에게 상처 주는 아이들이 너무 많아서 쉴 틈이 없지만, 은재는 단호하게 심판을 내린다. 그런데 정의로운 은재에게 정의의 양동이가 날아들다니! 「그날 밤, 홍이와 길동이」 선녀의 딸 홍이는 함께 하늘 나라로 가자는 엄마의 제안을 마다하고 친구 길동이를 찾아간다. 그런데 길동이 아버지가 툭하면 아들을 구박하고, 이번에도 광에 가두었다는 것! 홍이와 잔소리쟁이 사슴, 떡 좋아하는 호랑이는 길동이를 구하기 위해 머리를 맞댄다. 「골목이 열리는 순간」 리나는 하굣길에 늘 다니던 골목이 열리더니, 빨간 가방을 멘 고양이가 두 발로 걸어나오는 것을 목격한다. 어젯밤에는 3년 전 연재가 중단된 《아름다운 가면》의 후속편이 인터넷에 올라왔는데, 리나 말고는 아무도 본 아이가 없다. 이 신기한 일을 함께 나눌 수 있는 아이가 한 명이라도 있다면, 평생 친구가 될 텐데! 「살아 있는 맛」 신종 바이러스 때문에 학교도, 놀이터도 갈 수 없게 되었다. TV에선 바이러스의 숙주가 어떤 동물인지 추측하고, 온라인 수업에선 식용 동물들은 안심하고 먹어도 된다는 인터뷰가 나왔다. 민재는 문득 의문을 느낀다. 사람들이 가둔 동물들이, 이번엔 사람들을 가둔 게 아닐까? 「손톱 끝만큼의 이해」 늘 투닥거리던 아빠와 할머니는 할머니가 나라를 위한 집회에 나가면서 더욱 나빠졌다. 할머니가 집회에 나갔다가 다치고 돌아오자, 아빠는 할머니 친구분들게 따지겠다며 집을 나가는데…. 조금도 양보하지 않는 두 사람 사이에서 주홍이는 답답함을 느낀다. 「바이, 바이」 아침에 학교에 가기 위해 집을 나섰던 ‘나’는 어느 순간 폐허가 된 도시를 헤매고 있음을 깨닫는다. 그러다 강아지 한 마리와 친구가 되지만, 금세 이 강아지가 왜 곁에 있는지조차 생각나지 않는다. 말과 행동은 점점 더 느려지고, 강렬한 배고픔만 느껴진다. 나에게 무슨 일이 일어난 것일까? |
내가 알고 있는 것만이 ‘진짜’라고 할 수 있을까? -『정의로운 은재』 범죄 뉴스를 보며 ‘나한테 힘이 있었더라면!’ 하고 주먹을 불끈 쥐어 본 적이 있을 것이다. 「정의로운 은재」의 주인공 은재에게는 정말로 그런 힘이 생겼다. 하루 세 번, 나쁜 짓을 한 아이에게 투명 양동이로 찬물을 끼얹을 수 있는 ‘정의의 양동이’ 회원이 된 것이다. 남을 위협하고, 밀치고, 악담하는 아이… 은재는 나쁜 아이들을 단호히 응징한다. 그런 은재가 친구의 옷차림에 대해 진심으로 ‘충고’한 순간, 정의의 양동이는 은재를 향한다. 데뷔작 『순재와 키완』을 통해 ‘인류의 미래와 한 인간의 미래 중 무엇이 더 중요하다고 할 수 있는가’를 고민하게 한 오하림 작가는 신작 「정의로운 은재」에서 ‘우리가 알고 있는 정의’란 무엇인지를 묻는다. 남의 물건을 빼앗는 것과 외모를 평가하는 것, 둘 중 무엇이 더 나쁘다고 할 수 있을까? 누구에게 양동이를 써야 할지 한 번도 고민해 보지 않은 은재처럼 스스로가 정의롭다고 자신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그런가 하면 황선미 작가의 「골목이 열리는 순간」은 ‘리나’가 두 발로 걷는 고양이와 마주치며 시작된다. 친구는 필요 없다고 생각하던 리나는 그 마법 같은 이야기를 나눌 ‘단 한 명의 친구’를 간절히 바라게 된다. 오늘의 어린이에게 ‘이야기가 왜 필요한가’를 생각하게 하는 매력적인 판타지다. 『정의로운 은재』의 단편들은 옛이야기에 어린이의 현실을 절묘하게 투영하고(「그날 밤, 홍이와 길동이」, 진형민), 장년층과 노년층의 갈등을 편견 없는 어린이의 시점으로 바라보며(「손톱 끝만큼의 이해」, 최나미), 바이러스로 인해 활동이 제한된 사람들과 사람이 우리에 가둔 동물들을 비교하는(「살아 있는 맛」, 전성현) 시도를 통해 우리가 잘 알고 있다고 믿었던 세계에 의문을 제기한다. 하지만 불안해할 것 없다. 익숙한 세계를 무너뜨리고 새로운 세계로 떠날 용기, 전복적인 상상력은 어린이의 성장을 북돋우는 힘이기 때문이다. 나와 세계가 맞닥뜨린 변화의 순간에 주목하다 1991년 ‘남북어린이가 함께 읽는 전래동화/창작동화’ 시리즈로 출발한 사계절아동문고가 30년 만에 100번째 책을 내놓는다. ‘시대정신을 담은 어린이책’을 모토로 삼은 사계절아동문고는 세계 30개국으로 번역 출간된 『마당을 나온 암탉』, 생태동화의 시작점으로 불리는 『생명이 들려준 이야기』, 동화에서 전형적인 역할을 맡아 온 ‘엄마’의 삶을 생각하게 한 『엄마의 마흔 번째 생일』 등 10대에 접어든 어린이부터 어른까지 모든 세대가 함께 읽고 사유할 수 있는 어린이문학을 출간해 왔다. 사계절아동문고 100권을 기념하여 내놓는 두 권의 작품집 『정의로운 은재』와 『다이너마이트』는 ‘지금, 우리, 삶’에 주목한다. 그중에서도 특히 누구나 살면서 한 번쯤은 겪었을 ‘삶이 변화하는 순간’을 포착한다. 누군가에게는, 아마도 오늘을 살아가는 많은 이들에게 이번 코로나19가 삶의 큰 전환점이 되었을 것이다. 팬데믹 이전, 우리를 둘러싼 지구 환경, 재난 등으로 삶이 통째로 변해 버린 이들이 있을지도 모른다. 삶이 변화하는 순간은 꼭 이런 현실적인 상황에만 국한되지도 않는다. 미지의 존재, 미지의 시간, 미지의 공간 역시 우리에게 그런 영향을 끼치기도 한다. 그 ‘변화’는 꼭 부정적인 것만은 아니어서, 삶의 변곡점을 겪어 내며 우리는 또 한 번 자라나는 순간을 맞이한다. 과연 오늘날 어린이들의 삶은 어떤 순간으로 인해 변화할까? 그 변화는 어린이와 세계를 어떻게 만나게 하고, 어떻게 불화하게 하며, 그리하여 어떤 삶을 살아가게 할까? 저마다 오롯한 작품 세계를 지닌 13명의 어린이문학 작가들이 『정의로운 은재』와 『다이너마이트』를 통해 이 질문에 대한 흥미로운 대답을 보내 왔다. 이 대답은 불안한 시대의 어린이에게 보내는 공감과 위로의 목소리이기도 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