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혜리와 슬비는 뭐든 함께하는 단짝이다. 두 아이 사이에는 비밀이 하나 있다. 주문을 외우면 서로 무엇이든 바꿀 수 있는 ‘막강 우정의 힘’이다. 유치원 시절부터 시작된 막강 우정의 힘은 초등 2학년이 된 혜리와 슬비에게 앞니를 바꾸어 준다.
그런데 한 번 시작된 바꾸기는 멈추지 않는다. 머리카락, 피부색, 손과 발까지 - 바뀔 때마다 두 아이는 서로의 몸이 되어 보는 낯선 기분을 느끼고, 바꾸는 대상은 점점 몸의 더 깊은 곳으로 옮겨 간다. 사실 혜리가 부러워한 건 슬비의 얼굴이 아니라, 어디서든 사랑받는 슬비라는 존재 자체였다. 하지만 그 마음을 솔직히 꺼내 놓지 못한 채, 혜리는 자꾸만 몸의 일부를 바꾸자는 말로 진짜 마음을 숨긴다. 바꿀 때마다 두 아이 사이에는 만족과 불안, 설렘과 실망이 번갈아 스치고, 서운함과 질투와 우정이 뒤섞이며 마음은 점점 복잡해진다. 마침내 두 아이는 배꼽까지 바꾼다. 가장 깊고 은밀한 그곳마저 바꾸기로 한 날, 뜻밖의 일이 벌어진다. 두 아이의 엄마들이 배꼽을 보고 자기 딸이라고 주장한 것이다. 혜리와 슬비는 ‘막강 우정의 힘으로!’를 외치고, 결국 모든 것이 제자리로 돌아온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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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정과 갈등을 이겨내는 우정의 힘
앞니를 바꾼 첫날의 장난스러움은 머리카락과 피부색을 지나 마침내 배꼽까지 넘보면서, 서서히 다른 무게를 갖는다. 바꿀 때마다 두 아이의 마음에는 부러움과 만족, 불안과 실망이 번갈아 스치고, 그 감정들은 고스란히 혜리와 슬비가 각자 내린 선택의 무게로 되돌아온다. 흥미로운 건, 두 사람을 흔들어놓은 바로 그 ‘막강 우정의 힘’이 결국 갈등을 풀어내는 열쇠가 된다는 점이다. 사실 혜리가 부러워한 건 슬비의 얼굴이 아니었다. 친구가 많고 사랑받는 슬비, 그 존재 자체였다. 정작 그 마음을 솔직히 꺼내 놓지 못한 혜리를, 슬비는 다그치지 않고 기다린다. 혜리가 스스로 제 마음을 들여다볼 때까지. 부러움이 진짜가 되는 순간 『나랑 바꿀래?』에서 바꾸기는 놀이도, 상상도 아니다. 앞니 하나로 시작한 장난이 몸 구석구석으로 번지는 동안, 이야기는 "정말 가능할까?"라는 의심조차 끼어들 틈을 주지 않는다. 작가가 궁금해하는 건 이 설정의 개연성이 아니라, 겉모습이 닮아 갈수록 오히려 더 엉키는 두 아이의 마음이다. 서운함과 질투와 우정이 한데 뒤섞이는 그 지점에서, 판타지는 가장 현실적인 심리극이 된다. 비현실적이라서 더 강하게 느껴지는 두 아이의 마음. 부러움이 진짜가 되는 순간, 독자는 느끼게 된다. 그래서 정말 행복하게 된 걸까,라고. 바꿀 수 없는 것 - 우리가 끝내 지켜야 할 것 배꼽을 바꾼 날, 두 아이의 엄마는 낯선 걸음으로 다가와서도 결국 자기 딸을 알아본다. “우리 혜리 배꼽이랑 엄마 배꼽이 이렇게 연결되어 있었잖니.” 엄마와 아이를 잇는 그 흔적만은, 무엇으로도 바꿀 수 없었다. 엄마들의 이 한마디에 두 아이는 당황스럽지만 한편으로는 극도로 안도감을 느낀다. 그리고 그 순간 혜리와 슬비는 동시에 ‘막강 우정의 힘으로!’을 외친다. 결국 두 아이의 배꼽도, 피부색도, 모든 것이 제자리로 돌아온다. 이제 두 아이는 더는 아무것도 바꾸고 싶지 않다. 애초에 두 사람 사이의 ‘막강 우정’만은 바꿀 필요가 없는 것이었으니까. 닮아 가려 애쓰던 끝에 두 아이가 발견한 건, 바뀌지 않는 자기 자신과 그걸 지켜 주는 우정이었다. 심순 작가는 〈지은이의 말〉에서 이렇게 적는다 - 세상 모든 것이 서로 같아진다면, 오히려 재미없는 일이 될 거라고. 책장을 덮을 때쯤, 부럽던 친구보다 있는 그대로의 나를 조금 더 아끼게 되기를 바란다고. 『나랑 바꿀래?』는 바꾸기 이야기 같지만, 실제는 정말 바꿀 수 없는 것들에 대한 이야기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