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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석구석 사방팔방 아무 데도 없어!
개울 위에 놓인 다리를 건너 마을 한복판으로 들어선 탄이. 작은 가게, 큰 가게, 의자 아래, 표지판 뒤, 덤불 속까지 샅샅이 뒤져 보지만 콩 통조림은 아무 데도 없다. 자판기는 품절, 가게에는 입고 예상일 미정 공지뿐, 아무리 둘러봐도 콩 통조림의 흔적조차 찾을 수 없다. 공장이 갑자기 문을 닫기라도 한 걸까? 나만 모르는 어떤 일이라도 일어난 걸까? 간절한 마음으로 걷던 그때, 탄이의 눈에 담장 위에 놓인 빈 통조림 통이 보인다. 엉뚱한 상상 + 골똘한 모색으로 탄생한 스펙터클 100% 동서남북 360°의 모험 늘 먹던, 그토록 찾던, 콩 100%의 콩 통조림 통이 분명했지만 낡고 찌그러진 깡통에는 스티커가 덕지덕지 덧붙어 있다. 마지막 할인, 특가 90%, 유통기한 임박! 네모난 손으로 스티커를 하나하나 떼어 내자 ‘구입처 및 제조원’이라는 글자가 드러난다. 탄이는 망설이지 않고 그곳을 향해 힘차게 발을 옮긴다. 가로세로 일정한 규격의 모듈을 기본으로 표현되던 이야기 속 세계는 여기서부터 조금씩 달라지기 시작한다. 빛이 섞여 들고 이미지를 이루는 단위는 더 작은 조각으로 흩어진다. 다음 장면부터는 책을 읽던 독자의 적극적인 참여가 필요하다. 시선의 방향을 따라 90도, 180도, 270도를 거쳐 한 바퀴를 돌면, 탄이는 마침내 목적지에 도착해 있다. 코끝을 간지럽히는, 저 따뜻하고 달콤한 세계의 문을 연다는 것 독자와 힘을 합쳐 도착한 그곳. 그러나 이어지는 전개는 우리의 예측을 가뿐하게 뛰어넘는다. 털썩, 엉엉, 꼴깍, 슬렁슬렁, 휘이이이익~ 탄이의 여정은 대체 어디까지 이어지는 걸까? 작가 모예진이 이야기 속에 차곡차곡 담아 둔 마음은 어렵지 않게 우리에게 닿는다. 의심의 여지없는 안정감과 행복은 무엇보다 소중한 삶의 조건이었지만, 익숙함에서 한 걸음 벗어나 맞닥뜨린 새로움은 나를 한층 더 크게 만든다는 것, 더 커진 나를 만나는 일은 지금껏 경험하지 못한 환희라는 것, 그런 일은 아무 때고 일어날 수 있다는 것, 그리고 그 여정에는 뜻밖의 동행이 있기도 하다는 것. 마지막 장면에서 둥글게 휘어져 올라간 탄이의 꼬리는, 그래서 우리의 삶이 기대할 만하다는 것을 말해 주는 듯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