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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열도 전체가 불경기에 허우적거리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제조업 분야만큼은 건실할 수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 이는 바로 시공을 초월한 '장인정신'이 살아있기 때문이라고 생각된다. 따라서 일본인들에게 있어 상품의 질은 생명 그 자체이며, 자기가 만든 물건에 대해서는 자부심도 남다르다. 또한 그들은 물건을 만듦에 있어서도 타협을 모른다.
우리는 흔히 일본인들의 장인정신이라고 하면 '가업(家業)의 대물림' 정도로만 알고 있을 뿐, 장인정신의 실체에 대해서는 별로 아는 바가 없다. 한번은 이에 관한 책을 모조리 뒤지기도 하고 일본인 학자들에게 물업기도 했지만 '제 분수를 지키며 사는 것'이라는 평범한 대답을 들었을 뿐 별 소득이 없었다. 제 분수를 지키는 것을 일본 사람들은 '평상심(平常心)'이라고 하는데 사실은 이 평범한 말 속에 진리가 있다. 일본에는 '시니세(老)'라 하여 창업한 지 백년이 넘는 상점들이 즐비하다. 이들이 대를 물려가며 한 곳에서 같은 일에 종사할 수 있는 것은 눈앞의 이익이나 유행에 휩쓸리지 않고 자기 분수를 지키며 살아가는 바로 평상심이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들은 경제적으로 여유가 생기고 사회적 명성을 얻었다 해서 전혀 다른 업종에 함부로 손을 댄다든가 정치판에 뛰어드는 일은 좀처럼 없다. --- p.274-275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