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 Editor’s letter10 News From Nowhere20 philosophy 모험과 변화의 문턱28 psychology 발붙인 자리에서 살아내는 것36 society 정은경, 본질에 집중하는 리더십42 literature 여성 순례자50 psychology 말하는 사람의 몸56 solidarity 그때 N은 출국을 앞두고 있었다64 literature 최선을 다한 다음 바통을 넘긴다는 마음으로80 ecology 레이첼은 침묵하지 않으리88 creative 다음 세대 창작자들이 누려야 할 권리104 psychology 걱정 많은 시대에 걱정 없이 사는 법112 philosophy 완전하게 쉬는 법 배우기120 sociology 왜 항상 남의 집 잔디가 더 푸릇해 보일까we are womankind: Indonesia128 voice 인도네시아에서 온 편지140 art 발리인의 탄생150 nature 대나무에 부치는 송가158 home 나의 두 번째 집 발리166 Books170 Poet
|
건강한 여성주의 목소리를 발견하는 《우먼카인드》vol. 12 : 변화를 마주할 용기불확실성 시대를 산다는 것 코로나 팬데믹으로 불확실성과 혼란이 마치 우리 삶의 규범이 된 듯하다. 그러나 아무리 험난한 변화와 위기의 파도 속에서도 우리가 일상을 살아간다는 사실만은 변함이 없다. 이번 《우먼카인드》는 우리가 마주한 변화의 문턱을 넘을 수 있는 힌트를 발견할 수 있는 자리로 만들었다. 위기가 닥쳤을 때 리더의 역할만큼 중요한 게 있을까. 정은경 질본부장은 자신의 역할을 충실히 이행하는 능력에 대한 신뢰를 보여준 리더다. 한국은 현재 ‘정은경 보유국’으로 설명 가능하다. 국내 코로나19 확진자 발생 이후 석 달여간 관련 취재에 투입되면서 매일 브리핑을 통해 그를 만난 박다해 기자로부터 ‘본질에 집중하는’ 정은경의 리더십, 그리고 그가 드높인 공적 가치를 짚어본다.(〈정은경, 본질에 집중하는 리더십〉, p.36) 사회학자 플로라 S. 마이클스는 변화의 시대에 다시 한 번 인생의 본질에 대해 질문한다. 익숙한 길, 알고 있던 길에서 벗어나는 것은 쉬운 선택이 아니다. 그렇다고 해서 모험과 변화를 거부한 채 제자리에 머물기만 할 수는 없는 게 삶이다. 새로운 질서를 만들고 적응하기 위해 우리는 어떤 삶의 태도를 견지해야 할까? 〈모험과 변화의 문턱〉(p.20)은 소소한 용기로 하루하루를 버티고 있는 우리에게 필요한 글이다. 트라우마와 상실 속에서 우리는 돌아갈 수 없는 과거를 그리워하기도 하고, 가까운 미래에 새로운 질서 속에서 모든 게 말끔히 해결되기를 바라는 기대감도 크게 품는다. 하지만 앞으로 인류가 맞이할 더 큰 난관을 예상하며 극심한 무력감과 절망감에 빠지기도 한다. 임상심리학자 제니퍼 쿤스트는 지금 우리가 처한 역경을 회복하는 과정에서 중요한 건 의도적으로 현재에 집중하는 것이라고 말한다. 〈발붙인 자리에서 살아내는 것〉(p.28)은 예상치 못한 난관이 닥쳤을 때 우리가 실제로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인지 알려준다. 스스로를 지탱할 힘과 자원을 발견하는 데 작은 도움이 될 것이다. 언택트 시대에 우리는 타인의 몸과 만나는 문제에 대해 좀 더 철학적인 질문을 하게 된다. 과연 타인과 온전히 접촉한다는 게 가능할까? 이수련 정신분석학 박사는 타인의 몸과 만나는 문제를 말하기와 연결한다. ‘말하는 사람의 몸’이란 무엇일까? 그 몸이 누릴 수 있는 즐거움의 가능성은 무엇일까? 이수련 박사의 글을 통해 나와 타인의 몸을 왜곡하지 않는 법에 대한 이해를 구할 수 있을 것이다.(〈말하는 사람의 몸〉, p.50) 뒤에 올 세대를 생각하며 정세랑 작가의 장편소설 《시선으로부터,》의 주인공은 우리보다 조금 앞서 산 여성 ‘심시선’이다. 우리는 늘 우리보다 앞서 산 사람들의 지혜와 용기를 통해 앞으로 남은 시간을 헛되어 보내지 않고 살 수 있는 방법을 알아간다. 최지은 기자는 정세랑 작가를 “현재가 아무리 막막하더라도 기어이 ‘다음’을 이야기하고 우리가 가야 할 방향을 향해 화살표를 그리는 사람”이라고 말한다. 정세랑 작가는 자신이 누군가로부터 건네받은 바통을 무사히 뒤에 올 누군가에게 건넬 때까지 세상이라는 레이스를 잘 뛰어야겠다고 자주 다짐하는 사람이다. 두 사람이 나눈 긴 대화를 통해 앞과 뒤를 연결하는 사람의 역할을 다하고자 하는 정세랑의 마음을 온전히 느낄 수 있을 것이다.(〈최선을 다한 다음 바통을 넘긴다는 마음으로: 정세랑 소설가〉, p.64) 이번 호에는 정세랑 작가 인터뷰 외에 한 개의 인터뷰가 더 실렸다. 카린 프랭클린은 40년 동안 패션업에 종사하며 소설가, 운동가, 교육자로 활동하고 있다. 그는 여성의 몸을 상업적으로 소비하기에 급급한 기업과 사회 구조에 맞서, ‘도달할 수 없는 이상적인 몸’이 아니라 ‘다양한 몸’에 대한 사고를 공론화하는 데 힘쓰고 있다. 그가 패션 종사자로서 페미니스트로서 다음 세대 창작자들이 누려야 할 권리에 대해 드높이는 목소리에 귀 기울여보기 바란다.(〈다음 세대 창작자들이 누려야 할 권리: 문제적 패션 애호가 카린 프랭클린〉, p.88) 환경학자 레이첼 카슨 또한 기득권의 공격과 세상의 무지에 맞서 뒤에 올 세대를 위해 용감하게 자신의 목소리를 냈던 사람이다. 생물학자 조 이미그는 자신이 존경하는 인물 레이첼 카슨에 대한 섬세한 이해를 나눠준다. 〈레이첼은 침묵하지 않으리〉(p.80)는 바이러스가 전 세계를 덮쳐버린 지금 레이첼 카슨이 반세기 전에 우리에게 했던 경고가 여전히 미완의 과제로 남아 있음을 깨닫게 한다. 살다 보면 자기 안의 무언가를 찾기 위해 큰 용기를 내야 할 때가 있다. 그럴 때 사람들은 종종 순례의 길을 떠난다. 역사적으로 순례와 방랑은 남성의 것이었다. 홀로 길을 떠나는 여성은 폭력과 죽음의 위험을 감수해야 했으니까 말이다. 심리상담 전문의 엘리자베스 올리버는 홀로 여행하기로 결정한 여성 순례자들을 이야기한다. 그들은 길에 오르기 위해 기꺼이 목숨을 걸었고 살아남았다. 홀로 순례하는, 방랑하는 여성들은 종종 생존자로 기록된다. 〈여성 순례자〉(p.42)는 순례를 젠더의 문제로 읽는 흥미로운 글이다. 앞으로 홀로 순례의 길에 오를 여성들이 갖은 위험에도 불구하고 그 결심을 포기하지 않기를, 자기 자신에게 집중할 수 있는 평온한 시간을 맞이하기를 바라는 선배 여성의 마음이 담겼다.we are womankind: Indonesia그래도 삶은 계속된다 《우먼카인드》 12호가 찾아가는 나라는 인도네시아다. 인도네시아는 지구상에 존재하는 화산의 약 75퍼센트가 밀집된 지역인 ‘불의 고리’를 따라 자리하고 있다. 지진과 쓰나미가 순식간에 삶을 송두리째 흔들 수 있다는 위험 속에 사는 사람들은 그런 위험이 지리적으로 덜한 지역에 사는 사람들과는 분명 다른 태도로 삶을 바라볼 것이다. 발리 출신의 예술가 부디 아궁 쿠스와라는 발리의 다양한 문화적 전통을 살려 사회 현실을 반영하는 작품을 선보이고 있다. 동남아시아에서 주목받는 젊은 현대 미술가 중 한 명인 그는 여러 지역 사회를 아우르며 소외된 집단과 함께 작업하고 있다. 독특한 시각이 담긴 그의 작품은 발리의 전통문화를 이해하는 단초를 마련한다.(〈발리인의 탄생〉, p.140) 〈인도네시아에서 온 편지〉(p.128)에서 자기 일을 개척하며 이혼 후에도 사회로부터 단절되지 않고 아이들을 홀로 키우는 세 여성을 만난다. 피피트 피트리아시는 고젝(인도네시아 전역에서 음식 배달 서비스 등을 제공하는 애플리케이션) 오토바이 기사로 일하며 생활의 안정을 찾아가고 있고, 리마 노비안티는 인도네시아에서 드물게 여성으로서 기업의 최고 경영진 자리에 올랐던 인물로 현재 식품 사업을 시작했으며, 차차 비나하티는 식물 사업가로 사회적 영향력을 넓혀가고 있다. 이탈리아 출신의 사진작가 이사벨라 지나네스키에게 발리는 두 번째 고향이다. 그는 1992년부터 1년에 석 달은 꼭 발리에서 지내고 있다. 대나무로 지은 그의 숲속 집은 발리를 사랑하는 사람들에게 잠시나마 휴식과 위안을 안겨줄 것이다.(〈나의 두 번째 집 발리〉, p.158)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