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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프롤로그2. 우연히 닿는 것3. 여기가 어딘가4. 민들레 홀씨 하나5. 스물세 번째 타-칠(작은 식물, 3월)의 달6. 부락 탐방의 시작과 끝7. 긴 여정8. 스물세 번째 닐-치-쪼(큰 바람, 11월)의 달9. 피드질10. 내 슬픔을 함께 짊어지고 가 줄 사람11. 도정(道程)의 시작12. 해원(解寃)13. 마음으로 쓰는 편지14. 토템 폴15. 에필로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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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대의 희생양이 된 유랑민들의 슬픔 이 작품은 여성의 몸으로 미국으로 건너가 나바호 인디언 부족 추장의 자리까지 오르게 된 한국 여인의 이야기를 기둥 줄거리로 삼고 있다. 그러나 이 작품은 한 여성의 파란만장한 삶을 영웅적으로 그린 이야기가 아니다. 오히려 이국땅에서 뿌리를 내리지 못하고 살아가는 소외된 사람들의 이야기다. 네헤마는 나바호 인디언의 말로 '우리들의 어머니'란 뜻이다. 동시에 그들의 추대로 추장이 된 한국인 여성의 인디언 이름이다. 네헤마의 본명은 김순이. 가족과 가부장적인 한국사회에 소외된 채 미국으로 이주했다. 그러나 버림받고 이주한 공간이 어떠한 곳이든 상관없이 주어진 삶의 무게 역시 똑같이 무겁기만 하다. 더구나 그 삶의 현장은 미국이라는 거대 자본주의 사회가 만들어낸 문명에서 철저하게 소외되어 있는 인디언 보호구역이라는 제한된 공간이었다. 아이러니하게도 한국의 가부장제와 너무나도 닮아있는 미국 정부의 인디언에 대한 억압과 차별에 맞서 네헤마는 부족의 권리를 위해 분투한다. LA에서 여행사를 운영하는 김두산은 우연히 나바호 부족의 한 자치구에서 추장으로 추대된 네헤마를 알게 된다. 여행상품화라는 목적과 호기심으로 접근하게 된 네헤마의 존재는 의외로 두산의 삶에 점점 크게 자리 잡게 된다. 어머니에게 버림받고 자발적으로 한국을 떠나온 그녀의 삶이 반정부운동 인사로 낙인찍혀 조국에서 버림받은 두산 자신이 한국을 떠나온 사실과 닮아 있다고 느끼는 한편, 네헤마에게서 가부장적인 제도의 희생양이 되었던 자신의 누이의 모습을 투영하게 된다. 48년이라는 짧은 생을 조국으로 돌아가지 못한 채 마감한 네헤마는 신분증도 없고 미국에서의 신분조차 불분명한 인물이었다. 두산은 네헤마가 세상에 존재했었다는 사실을 지상에 남겨주고 싶은 마음과 가족을 찾는 그녀의 바램을 간직한 채 한국에 있는 그녀의 가족 찾기를 계속한다. 그것은 동질감을 가지고 연민을 품은 그녀의 슬픔을 함께 짊어지고 가고 싶어서이다. 나바호어로 친구란 “내 슬픔을 함께 짊어지고 가 줄 사람” 이라는 뜻으로, 그는 네헤마의 죽음 이후에도 계속 그녀의 진정한 친구가 되고자 한다. 이 작품은 모국이라는 곳에서 뿌리가 뽑힌 채 사막을 굴러다니는 텀블링 브러시처럼 결국 인디언 보호구역의 한 구석에서 모국을 그리워하다 그곳에 뿌리내릴 환경인자를 갖지 못한 채 일찍 요절한 사람의 비애가 감미로울 정도로 아름답게 묘사되어 있다. 더불어 나바호 인디언들의 깊은 사상과 철학을 엿볼 수 있는 재미도 있다. 하지만 무엇보다도 이 작품은 슬픔을 딛고 여자라는, 인디언이라는, 이방인이라는 약자의 입장에서 소리 없이 강하게 주어진 생을 살아냈던 여인, 베-나-아리-쪼시(째진눈)이라 불리다 네헤마 (우리들의 어머니)라 불리게 된 여인에 대한 서정적인 기록이라 할 수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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