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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어가는 글 / 책을 권하는 즐거움에 이끌리다
1. 책방에 대한 환상과 기대 2. 책방을 지키는 사람들 3. 북큐레이션과 북큐레이터의 역할 4. 책방을 살린 프로그램 5. 시행착오를 거친 프로그램 6. 책방의 연간 계획 7. 책방을 드나드는 사람들 8. 출판사와 작가, 유통과 책방 9. 책방과 함께 움직이는 책들 10. 책방의 진화 11. 책과 함께하는 굿즈 12. 책방의 유혹들 13. 개성 있고 다양한 지금의 책방들 14. 함께 가는 책방 15. 오래 가는 책방이 되려면? 후기 / 문턱 낮고 책 잘 골라주는 곰곰이 책방 |
남편과 처음 책방 이름을 지을 때 나는 소박하고 부르기 좋은 한글 이름으로 하자며 두세 글자면 더욱 좋겠다고 했다. 남편은 며칠을 생각하더니 ‘곰곰이’라는 이름이 어떻겠냐고 했다. 정겹고 ‘곰곰이 생각한다’라는 뜻에서 온 거라 괜찮다고 했다. 소박하고 부르기 쉬운데 가끔은 곰돌이 아니냐고 하는 분도 있었고, 우리 부부가 곰 두 마리 같은지 “Bear Bear Two"라고 부르는 아이들도 생겼다.
--- p.25 곰곰이를 처음 시작할 때는 책방지기가 우리 부부 둘밖에 없었다. 그러다가 책방이 활성화되면서 식구가 한 명씩 늘어났다. 곰곰이에서 책방 일은 책방 관리 업무와 북클리닉 업무, 독서 강좌 업무 이렇게 세 부분으로 나뉜다. 세 업무가 바쁘게 돌아가 한 달 계획을 짜면 시간 안에 결정해야 하는 일들이 많다. 책과 아이들에 대한 애정 없이 출근한다면 얼마 못가서 그만둘 수밖에 없을 테다. 책에 대한 질문과 아이들에 대한 질문을 손님이나 부모들에게 늘 받기 때문에 애정이 없으면 스트레스가 쌓이기 때문이다. 어린이 책방이든 청소년 책방이든 책과 사람들에 대한 관심과 애정이 있어야 오래 함께할 수 있다. --- p.39 처음 방문하는 분들을 위해서는 그동안 책을 어떤 방식으로 봐왔는지 상담한다. 그리고 책 고르는 방법과 좋은 책은 어떤 과정으로 출판되는지 설명해 드린다. 손님이 곰곰이 책방 추천 책이 마음에 들면 곰곰이 북클리닉을 신청해 집에 있는 책들을 점검해 개인 파일을 만들어 전문적으로 상담한다. 곰곰이 북클리닉 제도는 개인 상담을 해서 곰곰이 북큐레이터가 매달 책을 다섯 권 이상 선정해주는 프로그램이다. 곰곰이 책방이 살아남을 수 있던 것은 곰곰이 책방만의 북큐레이션이 독자들에게 감동을 주고 있어서라고 생각한다. 우리가 지닌 책에 대한 애정이 북큐레이션에 담겨 있다는 것이 독자들에게 전달되는 그 날까지 이 일을 즐겁게 할 것이다. --- p.54 곰곰이 북클리닉 회원제는 같은 나이라 하더라도 집집마다 목록이 다르고 개인 성향에 맞게 선정한 책들이다. 책 선정은 양심적이어야 하고 섬세해야 한다. 많은 책방들이 북클럽을 시도하는 이유는 고정적으로 나가는 책을 통해 안정적인 수입을 바라기 때문이다. 하지만 상담 전화를 받다 보면 한두 시간이 금방 지나가고 책 선정은 개개인별로 다양해야 만족 한다. 책값 결제가 미리 되지 않아 책 대기 상태가 오래 갈 수도 있다. 어떤 회원 제도가 자리 잡기까지는 계속 대화를 나누어야 하고 불합리한 부분은 바꿔나가야 한다. 그렇기에 책방지기들은 계속 고민을 한다. --- p.81 책방을 하면서 좋은 것은 나이가 들어도 자신의 일에 대한 애정과 가치관이 순수한 이들을 만나서 힘이 난다는 것이다. 때로는 유통이나 책방들이 문을 닫게 되어 손해도 크고 힘들 때도 많지만 잘 견디고 다시 일어나는 모습을 보여줘 애잔할 때도 있다. 하지만 출판사에서 만들고 있는 책 이야기가 나오면 눈이 빛날 정도로 애정을 가지고 이야기한다. 출판사 대표들에게는 책이 자식이나 마찬가지다. 그래서 한 권 한 권이 소중하다. 그 책들이 책방에 올 때는 애정 어린 눈으로 봐주려고 하고 그 책을 만든 작가의 마음을 이해하려고 한다. --- p.162 |
도서정가제가 강화된 이후 최근 몇 년간 저마다의 개성을 뽐내는 동네책방들이 전국 곳곳에서 생겨나 우리 책문화를 풍성하게 해주었다. 그러나 어느새 하나 둘 문을 닫기 시작해 동네책방들이 다시금 우리 곁에서 사라지고 있다.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책방인 포르투칼의 ‘베르트랑’(1732년~), 1779년에 문을 연 영국의 ‘해처즈’ 같은 책방들이 오래도록 사랑받을 수 있었던 비결은 무엇일까? 우리나라에도 이렇게 오래 사랑받는 동네책방이 생길 수 있을까? 오래 사랑받는 책방이 우리 곁에도 있었으면 저자는 2000년 2월, 남편과 함께 ‘곰곰이’라는 이름의 책방을 시작했다. 장사라고는 해본 적도 없이 아무것도 모르고 그저 책이 좋아서 책방을 차렸다. 하지만 현실은 생각만큼 낭만적이지 않았다. 신경 쓸 곳은 많았고 고민은 늘어갔다. 처음 하는 책방 일은 시행착오의 반복이었다. 그럼에도 저자가 책방을 운영을 계속할 수 있었던 이유는 책방을 찾아온 독자들이 주는 보람과 즐거움 때문이었다. 그렇게 저자는 20년 넘게 부산 해운대에서 곰곰이 책방을 운영 중이다. 책방을 열 당시만 해도 전국의 어린이 책방은 120곳이 넘었다. 그러나 그 중 2021년 현재 남아 있는 책방은 채 20곳이 되지 않는다. 곰곰이 책방은 80%가 넘는 폐업률 속에서 살아남은 셈이다. 책방은 허가제가 아니라 신고제이므로 누구나 차릴 수 있다. 하지만 좋은 마음으로 시작한 책방 공간을 유지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동기야 어떻든 책방은 엄연한 판매업이다. 단순히 ‘책이 좋아서’ 혹은 ‘좋아하는 책을 남들과 공유하고 싶어서’와 같은 낭만적인 이유로는 책방 운영을 지속할 수 없다. 오래가는 책방의 책방지기가 되고 싶다면 책방의 운영 원칙들을 지키고 유통사와의 관계를 신경 써야 하며 더불어 손님인 독자들과 소통하고 북큐레이터의 역할도 해내야 한다. 20년 북큐레이터가 들려주는 책방 이야기 곰곰이 책방의 운영 노하우 몇 가지는 다음과 같다. 첫째, 책방은 책방지기의 서재가 아니다. 책방지기의 취향대로 책을 들여 놓다가는 책은 서가에 쌓이고 유통 결제액만 늘어날 것이다. 둘째, 매입과 매출은 매일 기록해야 한다. 번거롭고 귀찮더라도 매입 매출을 매일 기록하여 책방이 안정적으로 유지되도록 해야 한다. 셋째, 손님이 오도록 기다리지 말고 손님이 오고 싶게끔 해야 한다. 독자층을 잘 파악하여 행사 기획과 계절별 환경정리를 하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한다. 넷째, 서가 정리와 신간 작업을 부지런히 해야 한다. 안 팔리는 책들은 수시로 점검하고 반품한다. 서가에는 한계가 있으니 신간 작업을 꾸준하되 조심스럽게 하고 구간도 늘 점검해야 한다. 다섯째, 책방은 상업공간이다. 가끔 책방을 도서관처럼 생각하고 들어오는 손님이 있다. 그럴 때는 부드럽지만 단호하게 책방 이용하는 법을 설명해주는 것이 좋다. 여섯째, 책방지기는 공인이므로 약속이나 규칙을 잘 지켜야 한다. 문을 열고 닫는 시간, 요일을 변동 없이 지켜야 한다. 사람들에게 신용을 잃어서는 안 된다. 일곱째, 음식물 반입 금지, 사진 촬영 금지 등 책방에서 손님이 지켜야 할 약속들은 책방지기도 지켜야 한다. 여덟째, 책방지기는 책방을 오는 사람들에게 친절한 아저씨일 수도 때로는 언니나 아줌마일 수도 있다. 당황스러워하지 말고 기분 나빠할 필요도 없다. 책방지기로서의 자부심을 강조하다가는 주위에 오만하다는 소리를 들을 수도 있다. 지속 가능한 미래의 서점을 곰곰이 꿈꾸다 지금처럼 인터넷이 활성화되지 않았고 정보를 찾기도 힘들던 20년 전. 저자는 좋은 책만 가져다 놓으면 책방이 유지될 거라 믿고 있었다. 그러나 책방을 여는 것부터가 난관의 시작이었다. 책방 내부의 설계부터 어떤 책을 서가에 꽂아야 할지, 홍보는 어떻게 해야 좋을지. 아무도 알려주지 않았기에 저자는 부지런히 발품을 파는 수밖에 없었다. 답을 찾기 위해 고민한 시간과 시행착오가 늘어나는 만큼 곰곰이를 찾아오는 사람들은 점점 많아졌다. 그렇게 20년이 지난 지금, 저자에게 지난 경험들은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귀중한 자산이 됐다. 책방은 쉴새 없이 움직이고 있다. 책의 주인인 독자들에게 딱 맞는 책을 찾아주기 위해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