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낡은 것은 가고 새것은 아직 오지 않은
신자유주의 헤게모니의 위기 그리고 새로운 전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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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목차

옮긴이의 말 - 우리가 알고 있던 세상의 종말
낡은 것은 가고 새것은 아직 오지 않은
대담 - 낸시 프레이저·바스카 순카라 “포퓰리즘이라는 숨은 선택지는 세상에 드러났다”
해제 - 위기의 미국 정치, 어디로 가는가

저자 소개 2

낸시 프레이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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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ANCY FRASER

미국의 정치철학자, 사회이론가. 뉴욕 뉴스쿨의 철학?정치사회이론 담당 교수로 있다. 독일 비판이론의 영향을 크게 받은 프레이저는 위르겐 하버마스의 공론장 이론을 계급과 젠더의 시각에서 비판적으로 재구성하는 작업을 펼쳤다. 국제적으로 그의 이름이 널리 알려지게 된 첫 번째 계기는 신자유주의가 확고한 지배 이념으로 자리 잡은 1990년대에 착수한 ‘정의’론 작업이었다. 그는 ‘분배’에만 초점을 맞추는 존 롤스식 정의론의 한계를 인정하면서, 1970년대 이후 급속히 발전한 여성운동, 흑인운동, 성소수자운동 등이 제기하는 또 다른 정의관, 즉 문화적 정체성의 ‘인정’을 중심에 둔 정의관
미국의 정치철학자, 사회이론가. 뉴욕 뉴스쿨의 철학?정치사회이론 담당 교수로 있다. 독일 비판이론의 영향을 크게 받은 프레이저는 위르겐 하버마스의 공론장 이론을 계급과 젠더의 시각에서 비판적으로 재구성하는 작업을 펼쳤다. 국제적으로 그의 이름이 널리 알려지게 된 첫 번째 계기는 신자유주의가 확고한 지배 이념으로 자리 잡은 1990년대에 착수한 ‘정의’론 작업이었다. 그는 ‘분배’에만 초점을 맞추는 존 롤스식 정의론의 한계를 인정하면서, 1970년대 이후 급속히 발전한 여성운동, 흑인운동, 성소수자운동 등이 제기하는 또 다른 정의관, 즉 문화적 정체성의 ‘인정’을 중심에 둔 정의관을 적극 수용해 이 둘의 공존과 상호작용을 중심에 두는 새로운 정의론을 제시했다. 이러한 그의 정의론은 악셀 호네트와 벌인 논쟁의 기록 『분배냐, 인정이냐?』에 잘 나타나 있다.

이후 프레이저의 정치사회이론은 부단히 진화했다. 그는 정의의 또 다른 축으로서, 분배와 인정의 측면에서 불의를 시정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정치적 ‘대표’의 측면에서 만인의 동등한 참여가 보장되어야 한다는 삼차원적 정의론을 발전시켰다. 또한 지구화 시대에 정치가 제 역할을 하기 위해서는 국민국가의 경계를 넘어서는 초국적인 공론장이 마련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지구화 시대의 정의』는 그의 이러한 정의론 작업을 결산한 저작이다.

경제 위기와 극우 포퓰리즘의 창궐, 기후 급변 등으로 어지러웠던 2010년대에 프레이저는 이제까지의 이론적 토대 위에서 다른 어떤 사회이론가보다 더 맹렬히 현실에 개입하면서, 신자유주의 이후의 대안을 찾는 많은 이들에게 용기와 영감을 주었다. 그는 정체성 정치만 강조하며 분배 요구를 등한시한 사회운동들을 비판했고, 최근 극우 포퓰리즘이 상당수 대중에게 대안으로 선택받는 근본 원인이 여기에 있음을 통렬히 지적했다. 특히 페미니즘의 대중적 확산에도 불구하고 힐러리 클린턴에 대한 ‘비판적 지지’ 식의 낡은 틀에 갇혀 있는 여성운동을 향해 자기 성찰과 노선 전환을 촉구했다. 그 결실이 『전진하는 페미니즘』 『99% 페미니즘 선언』(공저) 같은 저작들이다.

또한 그는 무엇보다도 사회운동과 좌파정치 전반이 환골탈태해야 함을 역설했다. 2020년 미국 대선 직전에 펴낸 팸플릿 『낡은 것은 가고 새것은 아직 오지 않은』에서 그는, ‘진보적 신자유주의’는 극우 포퓰리즘이 발호하도록 만든 원흉이기에 결코 대안이 될 수 없음을 분명히 했다. 즉, 극우 포퓰리즘에 맞설 수 있는 것은 오직 노동계급과 중간계급의 동맹에 바탕을 둔 ‘진보적 포퓰리즘’뿐이라는 것이다. 그리고 이를 위해 노동운동, 여성운동, 생태운동, 흑인운동 등이 굳건한 동맹을 발전시켜야 할 근거를 ‘자본주의’라는 토대 자체에서 찾아내려 한다. 다만, 이 ‘자본주의’는 더 이상 고전 마르크스주의자들이 이야기하던 그 ‘자본주의’와 같지 않다. 자본-임금노동 관계만으로 환원되지 않는, 더 복잡한 제도적 실체인 것이다. 그리고 바로 이 책 『좌파의 길: 식인 자본주의에 반대한다』에서 드디어 프레이저의 새로운 자본주의관은 그 전모를 드러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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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강대에서 영문학과 정치학을 공부했고, 콜로라도 대학교 정치학과 박사 과정을 수료했다. 현재 ‘자본주의라는 하나의 사회구성체가 어떻게 재생산되는가’를 고민했던 현대 정치철학자들과, ‘가부장제적 지배가 어떻게 유지되는가’를 고찰했던 급진 페미니스트 이론가들 간에 존재하는 기대 밖의 연결 지점들을 검토하는 박사논문을 준비 중이다. 옮긴 책으로 니나 파워의 『도둑맞은 페미니즘』(에디투스, 2018)이 있다. 일상생활을 위협하지 않는 시계를 고르는 데 도움을 주는 ‘생활인의 시계’ 유튜브 채널을 운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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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발행일
2021년 02월 05일
쪽수, 무게, 크기
96쪽 | 166g | 130*215*6mm
ISBN13
9791159315701

책 속으로

얼핏 오늘의 위기는 정치적인 위기처럼 보인다. 이 위기가 가장 극적으로 표현된 사례는 미국에서 찾을 수 있다. 도널드 트럼프라는 인물의 2016년 대선 승리와 대통령 재임, 그리고 그를 둘러싼 논란을 보라. 그러나 유사한 사례는 곳곳에 넘쳐난다. 영국은 브렉시트라는 파국을 겪고 있다. 유럽연합은 정당성을 잃어가고, 유럽연합을 옹호하던 사회민주당과 중도우파 정당들은 와해되고 있다.
--- p.13~14

트럼프가 등장하기 전 미국 정치를 지배하던 헤게모니 블록은 ‘진보적 신자유주의’였다. 진보적 신자유주의라는 말이 형용모순처럼 들리겠지만, 이 헤게모니 블록은 서로 어울리지 않아 보이는 두 세력의 실재하는 강력한 동맹이었다.
--- p.18

헤게모니적 틈새를 메울 수 있는 두 번째 기회는 ‘월 스트리트를 점거하라Occupy Wall Street’ 운동의 분출과 함께 2011년에 찾아왔다. 정치체제의 시정 조치를 기다리는 데 지쳐서 스스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나섰던 일부 시민사회는 ‘99퍼센트’의 이름으로 미국 곳곳의 광장을 점거했다.
--- p.28

그렇다면 우리는 단기적으로 무엇을 기대할 수 있을까? 확실한 헤게모니의 부재 속에서, 우리는 불안정한 공백 상태와 정치적 위기의 지속에 직면해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다음과 같은 그람시의 말은 진실로 들린다. “낡은 것은 가고 새것은 아직 오지 않았다. 이러한 공백 상태에서는 아주 다양한 병적인 증상이 출현한다.”
--- p.39

진보적 포퓰리즘 블록은 이러한 통찰을 스스로의 지침으로 삼아야 한다. 진보적 포퓰리즘 블록은 개인의 태도를 강조하는 진보적 신자유주의와 달리 현대 사회의 구조적·제도적 기반에 노력을 집중해야 한다.

--- p.46

출판사 리뷰

트럼프가 떠난 자리에 새로운 시대가 올 것인가?
정치를 ‘리얼리티 쇼’의 현장으로 만들며 임기 마지막까지 논란의 중심에 있던 트럼프의 시대가 끝났다. 46대 미국 대통령 조 바이든은 “가장 미국다운 내각”을 표방하며 부통령으로 아시아계 흑인 여성인 카멀라 해리스를 지명하면서부터 화제를 모았고, 인수위원회 시절 하마평에 오른 인물마다 트럼프 정부와 차별됨을 강조했다. 그 면면은 굳이 전임 정부와 비교하지 않더라도 높은 기대를 받고 있다.
이제 미국 정치와 세계는 4년 전으로 되돌아가는 것일까? 바이든 체제에서 미국은 다시 ‘정상적인’ 나라가 될 수 있을까? 낡은 트럼프가 떠난 자리에 새 시대가 찾아올 수 있을까?
이 책은 바이든의 당선 이전에 출간되었지만, 프레이저는 트럼프의 퇴진이 바로 새로운 시대가 될 수 없음을 이미 논구하고 있다.

‘진보’와 ‘신자유주의’의 위험한 동맹
프레이저 사상의 핵심은 사회의 정의(justice)를 ‘분배’와 ‘인정’이라는 두 측면으로 나눈 것이다. 분배는 사회의 자원과 재화를 어떻게 배분하느냐의 문제로, 정의의 사회경제적 측면을 나타낸다. 인정의 차원은 어떤 집단의 정체성과 소속이 사회에서 어떻게 인정되는가의 문제로, 정의의 문화적 차원이라고 할 수 있다.
이 둘을 분리함으로써 어떤 차원에서는 진보적인 세력이 다른 차원에서는 진보적이지 않을 수 있음이 드러난다. 예컨대 모든 차별을 철폐하자는 진보적 인정 정치를 추구하는 세력이 극도로 불평등한 신자유주의적 분배 정치와 모순 없이 결합할 수 있다는 것이다.
미국에서 이는 두 세력의 ‘위험한 동맹’으로 드러났다. 동맹의 한 축은 새로운 사회운동의 주류인 자유주의적 분파(페미니즘, 반인종주의, 다문화주의, 환경주의, 성소수자 인권 등)가 담당했고, 다른 한 축은 미국 경제에서 가장 역동적이고 고급스러우며 ‘상징적’이고 부유한 부문(월 스트리트, 실리콘밸리, 할리우드)가 담당했다. 이것이 프레이저가 말하는 ‘진보적 신자유주의’다.

신자유주의 헤게모니의 위기
‘진보적 신자유주의’는 경제적으로는 신자유주의를 추구하지만, 차별 철폐와 사회 다양성 추구 등 매력적인 가치를 띠고 있기에, 기존의 근본주의적 신자유주의보다 더 큰 맹위를 떨칠 수 있었다. 프레이저는 이를 “세계가 별안간 황홀한 모습으로 보이기 시작했다”라고 묘사한다.
문제는 지난 수십 년간 진보적 신자유주의의 헤게모니 아래서 미국 사회의 부의 불평등은 점점 더 심화되고, 노동계급과 중산계급의 삶의 수준 역시 계속 하락했다는 사실이다. 서민들을 노리는 약탈적인 대출이 증가하고 좋은 일자리는 점점 사라져갔으며 제조업의 주요 중심지들이 붕괴해간 것이다.
트럼프는 이렇게 유권자들 사이에서 기존의 정치가 자신의 삶을 더 낫게 이끌어주리라는 기대가 완전히 붕괴한 상황에서 등장했다. 즉 트럼프의 등장은 위기의 시작이 아닌 위기의 결과다. 단순히 트럼프가 물러간 자리에 새 시대가 올 것이라고 낙관할 수 없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2016년 선거에서는 우리 둘 중 한 명이 출마했더라도
트럼프는 이겼을 겁니다”

책의 2부 격인 바스카 순카라와의 대담 또한 프레이저의 논고 못지 않게 흥미롭다. 힐러리 클린턴으로 대표되는 ‘진보적 신자유주의 세력’에 대한 생생한 비판을 포함해 심도 있는 질문과 답변이 이어진다.
이 책은 짧은 정치 팜플렛 형식이지만, 21세기의 중요한 사상가 중 한 명인 프레이저에 대한 입문서로도 기능할 수 있다. 분배와 인정이라는 두 핵심 개념을 중심으로 풀어가는 프레이저의 논고는 물론, 대담과 상세한 옮긴이 해제를 통해 프레이저의 사상에 대해 빠르게 접근할 수 있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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