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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의 말
제1부 나에게 하는 말 여미는 옷깃 | 부지불식간에 | 하마터면 잊을 뻔한 | 바람의 길 | 마음먹기 나름 | 파안대소 | 막다른 골목 | 풍경소리 | 나에게 하는 말 | 끝은 또 다른 시작이다 | 뉘우치다 | 알아차렸을까 | 생각지도 않게 | 일상 | 마음을 다하다 | 아무쪼록 건투를 빈다 제2부 미처 깨닫지 못한 뒤돌아보다 | 지금 나는 | 장미꽃이 지다 | 먹장구름 | 경로 이탈 | 몽니 궂다 | 망연자실 | 손바닥의 크기 | 공염불空念佛 | 엇박자 | 밤을 패다 | 미처 깨닫지 못한 | 텅 비우다 | 바람살 | 머물던 자리 | 야단법석 제3부 잊은 듯 잊힌 듯 어지간하면 그냥 두세요 | 속삭임 | 한순간 | 가을이 다 갈 무렵 | 안부를 묻다 | 잊은 듯 잊힌 듯 | 사무사思無邪 | 하루 또 하루 | 바람의 행방 | 애면글면 | 적막에 들다 | 장맛비 | 겨울 오솔길 | 그 여름의 끝 | 정남진에서 | 이별 그 이후 제4부 그렇게 한결같이 나의 모습 | 비밀이 하는 말 | 꽃잎처럼 비가 내리고 | 어느새 가을 | 꽃은 | 봄을 담아 나르다 | 제철을 만나다 | 능소화 | 소리 내어 읽다 | 그렇게 한결같이 | 허공을 담다 | 생존 | 터미널에서 | 시름없는 생각에 잠겨 | 외톨이가 된 구두 | 모순에 빠진 착각 제5부 고독한 용기 시인 | 혼자만의 생각 | 언덕에 서서 | 비로소 | 쳇바퀴 돌 듯 | 놀이터에는 어린이가 없다 | 삼복더위 | 처서 그 즈음 | 날 저물어 어두워진 뒤에 | 다짐을 두다 | 낯선 풍경 | 간절함으로 | 소소한 이야기 | 매 순간 새롭게 | 오늘 | 고독한 용기 한성근의 시세계 존재와 관계양식의 영성적 상상력 | 유한근(문학평론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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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지금 어디쯤을 걷고 있는 것일까//조금은 헐거워진 시간의 한 모퉁이에서/누구도 가보지 못한 날들을 본 것처럼//언제나 없이 행간을 읽어 내려가는/거침새 없는 작은 꿈 떠올려 보며/벌판에 홀로 남겨진 듯이 서 있다//기억의 내면이 뚜렷하게 기록해 둔/내가 없는 날들의 위태로운 모습을/이렇게밖에 생각할 수 없다는 것은//너무 낯설어 이르지 못해 분별없어진/찰나의 나락에서 차라리 숨을 고르자//어디가 시작이고 끝인 줄 몰라 가뭇없어진/수많은 숲 속 나무들의 틈바구니 사이로//쉼 없이 빠르게 가는 것들을 두려워하며/언젠가는 평행한 두 선이 한 점에서 만나는/가던 길 마음 놓고 마음 붙여 가 봐야 할 텐데//살아온 날들 뒤로한 채 한 걸음 나아가서/다가갈수록 까마득히 자꾸만 멀어져가는/상앗대질하며 날 세우는 손가락이 없고//불행히도 변명만 하는 양심도 없으니/한바탕 뛰놀다 가는 것이 아니라면/길이 흔들릴 때마다 두 손 꼭 잡고서//넘어진 몸을 일으켜 앞에 세우고/길에서 길을 물으며 바람의 길을/날마다 여는 수밖에/어찌할 별난 도리가 없을 듯싶다
--- 「바람의 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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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디에도 머물지 않는 바람의 속성을 통해
삶과 죽음, 자아 본체를 탐색하는 청결한 영혼의 기록 우리는 매일 길 위에 선다. 길 위에서 바람을 맞으며 한 발자국씩 앞으로 나아간다. 그러다가 그 길 위에 부는 바람이 어쩌면 나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한다. 우리는 저마다 크거나 작거나 무겁거나 가벼운 길 위에 있다. 그 길이 직장을 향한 길일 수도, 면접을 보러 가는 길일 수도 있지만 체육복에 슬리퍼 차림으로 집 앞 편의점을 가는 길일 수도 있다. 그렇게 우리 모두는 인생이라는 길 위에서 저마다의 바람과 맞닥뜨린다. 가슴을 후벼내는 듯한 날카로운 바람 끝을 헤치며 우리가 도달할 곳은 어디일까? 과연 내가 갈 곳이 있기는 한 것일까? 좌절과 고통 속에서도 앞으로 나아가야 하는 이유는 우리가 살아 있기 때문이며 살아가야 하기 때문이다. 한성근 시인은 은행에서 삼십여 년간 근무하면서 실오라기 같은 희망을 부여잡으며 살아가고자 하는 이들과 그 실오라기마저 없어 스러져야 하는 많은 이들을 보며 바람을 떠올렸다. 그리고 한성근 시인 스스로 바람을 닮은 시인이 되었다. 그리고 그의 세 번째 시집 《바람의 길》 시인의 말에서 “어디가 시작이고 끝인 줄 몰라 날마다 길에서 길을 물으며 바람의 길을 여는 수밖에 어찌할 별난 도리가 없을 듯싶다”고 했지만 “잉게보르크 바하만은 〈만하탄의 선신〉에서 “오늘의 결론은 결론이 아니다. 결론을 내릴 수 있는 사람은 자살자에게 한한다”라고 말한 바 있다. 이 말이 의미하는 것은 그 누구도 자신의 삶에 대해서조차도 결론을 내릴 수 없다는 말이며, 진리의 역동성 혹은 유동성을 의미하는 것으로 진리에 대한 모반을 유도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수시로 어떠한 소결론이라도 내리고 살아야 한다”는 유한근 문학평론가의 말처럼 그의 시를 하나씩 읽다 보면 어디든 가 닿는 바람처럼 우리 가난하고 여린 이들의 길 위에도 굳은 바람이 도착한 것을 알 수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