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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의 말
제1부 경외 /낙엽 하나 /입추立秋 /도깨비바늘·1 /빨래 /꽃등 /산길 /음력 4월 /흔적 /봄마중 /숫자 /담 결리다 /부연동 고갯길 /변주變奏 /시샘 /통각분산痛覺分散 /어머니의 뜨개질 제2부 경옥언니 /다행이다 /꽃샘추위 /풍경 /씨앗 /돌탑 /선인장 /눈 /첫눈 /징검다리 /비오는 날 /대설경보 /사랑 /한파 /허기 /흔적·2 /그들은 다시 돌아오지 않는다 /딸기 꽃 제3부 사랑을 얼리다 /화상침 /징검다리에서 /기도 /진부하다 /산책 /쑥뜸 한 장 /종로에서 /꼬리 /홀딱벗고새 /침시 /한강 /좋은 날 /폭염주의보 /꽃이 참 예쁘다 /길 /도깨비바늘·2 /어머니의 노래 /산길을 쓸다 제4부 밥 /인조손톱 /흙길 /고향집 /콜록콜록 /연등 /빛 /화악산華岳山 /간절함 /울었다 그리고 웃었다 /동요 /버스 정류장 /파리 /에그머니나 /깃털 /쑥뜸 이나경 시세계 포에트(poet)로서의 면모 | 유한근(문학평론가) |
이정자
이나경의 다른 상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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앓고 있는 나의 어머니 /바람이 불지 않아도 /무르익어 저절로 떨어지는 /고운 단풍잎이 되기를 빌어 본다 /나의 언어가 /처음에는 작은 초승달 모양이었지만 /반달이 되고 /둥근달이 되어 /어두운 세상을 밝히는 꿈을 꾼다
---「흔적」중에서 날갯짓으로 바위를 닳게 하는 겁의 인연 /동그라미가 그려진 숫자도 그만큼 /고추잠자리 날아오른다 /꼬리에 달려서 올라오는 물방울 /그 물방울 따라서 /누워 있던 나무 일어선다 /가을이 선다 ---「입추立秋」중에서 다른 것은 심을 수 없다 선인장 키웠던 밭 //갈아엎어야 하나 /꽃피면 귀하다는데 /키워야 하나 ---「선인장」중에서 숫자를 세면서 나는 /친구의 아파트 평수가 떠오르고 /나이가 떠오르고 /부자 친척들의 재산이 떠올랐다 /예순 /갑자기 손자가 물었다 /예수님이랑 똑같아요? /나는 갑자기 어안이 벙벙해서 /한참을 있었다 /내 마음속에 /세속의 숫자가 가득할 때 /다섯 살 어린이의 마음에는 /예수님이 와 있었다 ---「숫자」중에서 비가 그쳤다 /사람들은 우산을 접고 걷는다 /나는 우산을 편 채로 그냥 걷는다 /젖은 우산을 말리고 싶다 /내가 꺼내 주지 못한 이야기가 /너무 많이 쌓여 있다 /우산에서 /묵은 냄새가 난다 ---「비오는 날」중에서 어느 해보다 더 화사하게 /어느 해보다 더 향기 그윽하게 /병을 앓아 죽는 이들이 /마지막 남겨진 순간에 반짝이듯이 /날아온 새들 노래를 부른다 /더 청아하게 /더 아름답게 햇빛 화사한 날 /봄바람 살랑이는 벤치에서 /떨어지는 꽃잎 손바닥에 받아주던 이여 /목련이 피기도 전에 /그렇게 바삐 떠나갔는가 한 집 한 집 /불이 꺼질 때마다 /툭툭 떨어지는 목련꽃 /다시 새봄이 와도 /이제 이곳에서는 피지 못하리 /이제 이곳에서는 노래 못하리 ---「그들은 다시 돌아오지 않는다」중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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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머니가 되었어도 인생은 어려워
여전히 혼란스럽지만 매 순간 깨닫는 삶 쉽게 읽히지만 오래 기억될 따뜻한 손길 이나경 시인은 초등학교, 중학교 시절 무수히 참가했던 백일장에서 시를 썼다. 그리고 오랫동안 시인의 꿈을 안고 살았다. 퇴직을 한 뒤에야 문학공부를 시작한 그는 수필가로 등단하고 여러 권의 책을 냈지만 여전히 시인의 마음이 사그라지지 않았다. 20여 년을 차곡차곡 모았던 시들을 어루만지며 쉽게 읽히지만 오래 기억될 따뜻한 손길을 내민다. 이나경 시인은 지고 나면 다시 보지 못할 낙엽처럼 바스러지기만 하는 어머니와 바라보기만 해도 가슴 뛰게 하는 손주들 속에 자신의 갈망과 흔적이 녹아 있음을, 그들에게서 또 다른 새로운 인생을 배우고 있음을 보여준다. 그렇다. 고단한 인생길 위에서 많은 이야기들이 겪으며 할머니가 되었지만 아직 세상을 다 모른다. 여전히 혼란스럽고 매 순간 깨닫는다. 선인장을 키우던 밭을 보며 이나경 시인은 생각한다. 선인장을 키우던 밭을 갈아엎고 나면 땅에 묻힌 선인장은 살이 썩지만 가시는 더 홀쭉해지고 뾰족해진다. 그러니 선인장을 키우던 밭에는 다른 것을 심을 수 없단다. 그래서 고민한다. 그리고 욕심도 생긴다. 선인장에 꽃이 피면 귀하다던데 하고 말이다. 그런 그가 손주에게 숫자를 가르치며 친구의 아파트 평수를 떠올리고 부자 친척들의 재산을 질투하는 사이 숫자는 예순에 이르렀는데 정작 손주는 예수님과 같냐고 물어본다. 시인의 마음 가득 세속의 숫자가 가득할 때 다섯 살 어린이의 마음에 예수님이 와 있다는 기적 같은 순간을 일상적이고도 친근한 문장으로 담담히 써내려갔다. 때로 엉뚱하고 조금은 허당스러운 할머니 이나경 시인은 시인의 말에서 “이렇게 훌쩍 할머니가 되어 시집을 내니 감개무량합니다. 눈물이 났습니다. 하느님께 두 손 모아 감사기도를 드렸습니다. 중랑천다리를 걷다가 가장자리 틈새에 핀 분홍빛 작은 메꽃 한 송이를 보았습니다. 그 꽃처럼 삶의 도리를 지키는 시詩 사람人이고 싶습니다.”라고 말한 것처럼 솔직하고 담백한 문장으로 담아낸 그의 시편들 속에서 우리는 오래 기억될 따뜻한 순간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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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는 우리의 살아가는 모습이 투영되어 그 삶의 본질과 정체성을 밝히는데 그 미시적 의미가 있기도 하지만, 거시적으로는 현실적인 삶을 초월하여 신비체험, 그 성스러움의 공간 속으로 들어가기 위한 상상력을 요구할 때가 있다. 이런 관점에서 볼 때, 이나경 시는 어머니로 표상되는 가족이나 친지 그리고 현실 인식을 통해서 전자의 것을 성취하고, 후자의 것은 동·서양의 사상과 자연친화사상으로 구현하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그런 점에서 담대하고 선명한 작가이며 혼돈의 정서를 간명하게 질서화 시키고, 작가가 말하고자 하는 바 메시지를 빈틈없이 전달하는 이지理智의 작가인 이나경 시인은 문학 원론적 개념으로 영어인 포에트(poet)의 역할을 다하고 있음을 이 시집을 통해 보여주고 있다. 더 이상 무슨 말이 더 필요할 것인가. - 유한근 (문학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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