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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그린 그림이 느린 영화나 소설 속의 한 장면처럼 읽히길 바랍니다.
--- 첫문장 혼자 있는 시간 타인을 대할 때 쓰던 가면을 벗고 느슨하게 풀어헤쳐진 모습 하루 종일 부여잡고 있던 긴장을 내려놓고 녹초가 되어 잠든 모습 누군가를 의식하지 않고 행하는 모든 움직임이 내게는 그림 재료로 다가온다 --- p.4 아주 가끔 사람이 그리운 날에는 작업실 블라인드를 살짝 올려본다 지나가는 사람의 다리만 보일 정도로 --- p.8 유년시절의 대부분을 외갓집에서 외할머니 손에 자랐다 엄마가 오기로 약속한 내 생일날 곰소초등학교 운동장에 있는 미끄럼틀 위로 올라갔다 거기에 올라가면 시내버스가 지나는 것을 볼 수 있었다 그날 하늘에 노을이 번질 때까지 엄마는 버스에서 내리지 않았다 --- p.12 누군가의 절망 앞에서 그 순간을 그림에 담고 싶은 욕구와 상대에 대한 죄책감이 충돌한다 --- p.50 누군가 나에게 기대한다고 느끼면 마음이 무겁다 기대를 만족시키는 것은 어렵고 기대에 못 미칠 때 실망하게 되는 것은 두렵다 --- p.77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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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군가의 첫 책
누군가의 첫 책은 말 그대로 첫 책을 응원하는 공(KONG)출판사의 프로젝트입니다. No. 2 〈혼잣말〉 한지민 그리고 쓰다 혼자 있는 시간 무심코 지나쳐 버릴만한 순간의 몸짓 하루 종일 부여잡고 있던 긴장을 내려놓은 채 녹초가 되어 잠든 모습 의식하지 않고 행하는 모든 움직임과 꾸밈없는 뒷모습은 소박하며, 너무 솔직하다 못해 때로는 힘들고 서글프기까지 합니다. 얼굴에 드러나는 표정은 진실일 때도 있지만, 쉽게 거짓을 만들기도 합니다. 내면의 숨은 진심을 그리는 한지민 작가의 그림과 담담하고 소박한 이야기가 어우러진 그림 에세이입니다. 한지민 작가의 그림에서 그림 안에 담겨있는 이야기가 느껴졌습니다. 전시회에서 만난 그림들은 볼 때마다 조금씩 다르게, 조금씩 선명하게 다가왔습니다. 그 이야기를 꺼내 세상에 선보이고 싶은 마음이 들었습니다. 책 출간 제안을 했을 때 많이 망설이던 한지민 작가의 마음을 돌린 건 ‘진심’이었습니다. “너무 뒷모습만 그리는 거 아니야?” “뒷모습은 거짓말을 하지 않으니까.” 누군가의 뒷모습에서 그 사람의 진심을 봅니다. 그림과 글은 비슷하면서도 많이 다른 작업입니다. 담담하고 간결하게 써 내려간 글에서 감정이 고스란히 전해집니다. 부족하지도 과하지도 않은 감정선이 책의 마지막까지 그림과 함께 이어집니다. 〈혼잣말〉의 첫 문장처럼 읽어주시길 바랍니다. “제가 그린 그림이 느린 영화나 소설 속의 한 장면처럼 읽히길 바랍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