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 쓰고 듣는 말이지만 생각해 보면 헷갈리는 말들이 있습니다. 가치와 값어치, 헤엄과 수영, 걱정과 근심 같은 말들이 그렇지요. “가치는 한자어이고 값어치는 우리말일 뿐 같은 말”이라고 하기에는 왠지 껄끄럽습니다. 모르긴 몰라도 다른 구석이 있는 것 같거든요. ‘가치 없는 물건’을 ‘값어치 없는 물건’이라고는 할 수 있지만 ‘가치판단’이나 ‘희소가치’를 ‘값어치판단’, ‘희소값어치’라고 할 수는 없습니다. 두 단어가 엄연히 다르기 때문입니다. 어떻게 다를까요? 이럴 때 보통은 사전을 찾습니다.
- 가치: 사물이 지니고 있는 쓸모 - 값어치: 일정한 값에 해당하는 분량이나 가치
차이가 명확히 느껴지시나요? 아마 아닐 겁니다. 두 단어의 차이는 ‘어감’으로 느껴지고, 어감이 다른 이유는 ‘속뜻’ 때문인데 사전의 뜻풀이에 속뜻까지 담겨 있는 경우는 드무니까요. 『우리말 어감사전』은 평생을 사전 만드는 일에 바친 사전 편찬의 장인이 국어사전에 다 담지 못한 우리말의 미묘한 차이를 조사해서 기록한 책입니다. 확실히 검증된 객관적인 의미만을 간결하게 수록하는 사전에서는 드러내기 어려웠던 편찬자의 고민과 생각을 알뜰하게 담아냈지요. ‘걱정’과 ‘근심’은 속뜻이 다르기에 쓰임과 말맛, 뉘앙스와 어감이 모두 다른데, 걱정은 “안심이 되지 않아 속을 태움”으로 근심은 “해결되지 않은 일 때문에 속을 태우거나 우울해함”으로 모호하게 정의해 온 것이 저자는 내내 안타까웠습니다. 그래서 뜻과 쓰임에 공통점이 있는 낱말을 찾아 모으고, 속뜻을 궁리하고 변별해서 더 명확한 뜻풀이를 붙였습니다. 언어는 말로 명료하게 표현할 수 있는 ‘명시적 지식’이라기보다 무의식에 내면화된 ‘암묵적 지식’이기에 우리는 이미 비슷한 단어를 구분해 쓰면서도 그 말들이 왜 다르며 무엇이 다른지 설명하지 못합니다. 이 책은 바로 이런 상황에서 명쾌한 답을 주는 지침서가 될 것입니다.
읽히는 사전이 필요하다! ‘이렇게 써야 맞다’고 가르치는 규범서가 아니라 ‘이래서 다르게 써 온 겁니다’라고 일깨우는 안내서
저자 안상순 선생은 1985년부터 30년 넘게 국어사전을 만드셨습니다. 가능한 많은 어휘를 채집하고자 노력했고 방치된 말을 찾아 뜻풀이를 붙였지요. 새로운 말을 만들어 쓰는 언중과 사전을 이용하는 독자에게도 꾸준히 귀를 기울였습니다. 현행 국어사전의 문제점을 비판하는 목소리가 들리면 누구보다 실상을 잘 알고 있으면서도 같이 비판하거나 그럴 수밖에 없는 이유를 해명하기보다 당장 손에 쥐고 있는 사전을 보완하고 더 좋게 만드는 데 매진했습니다. 사전의 진가는 항목 하나하나에 편찬자의 고민과 숨결이 얼마나 담겨 있느냐에서 확인할 수 있다면서요. 선생은 “사전은 언어 현실을 생생하게 비추는 거울”이어야 하기에 규범서가 되어서는 안 된다고도 강조하셨습니다. 그래서 ‘가치와 값어치는 이런 점에서 다르기 때문에 이렇게 구별해서 써야 한다’ 하고 바로잡기보다는 ‘우리는 이미 무의식중에 가치와 값어치를 구별해 쓰면서도 그 이유를 명확하게 설명하지 못해서 같은 단어라고 착각하곤 한다. 그런데 두 단어는 바로 이 지점에서 다르다’는 식으로 설명합니다. 즉 이 책은 지켜야 할 언어 규범을 가르치는 책이 아니라 머릿속에 있는 오래된 언어 지식을 일깨우고 불러오는 책입니다. 『사전 보는 법』의 저자인 웹 사전 기획자 정철은 검색이 사전을 대체하며 30년 전부터 대부분의 사전이 개정 작업을 중단할 수밖에 없었다고 이야기합니다. 그렇기에 이런 편찬자의 오랜 고민을 사전에 반영하는 것은 사실상 어려운 일이 되었지요. 하지만 믿고 볼 만한 사전은 여전히 강력한 도구가 될 수 있고, 사전을 꾸준히 사서 볼 만한 책으로 꾸리려면 ‘검색의 도구’보다는 ‘읽을 거리’로서의 사전이 필요하다고 주장했습니다. 기계적인 뜻풀이를 보려고 펴는 사전이 아니라 수록된 단어들을 한 번쯤 생각해 보게 만드는 ‘관점 있는 사전’이 만들어져야 한다는 것이지요. 이런 시대에 ‘최후’의 사전 편찬자였던 선생의 책은 우리말 공부를 제대로 해 보려는 독자는 물론, 앞으로의 사전 활용 방식을 고민하고 지켜 나갈 이들에게도 훌륭한 길잡이가 될 것입니다.
구매우리말 어감 사전 리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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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점5점
편집/디자인 평점5점YES마니아 : 로얄스타블로거 : 블루스타정***름|2022.08.29|추천0|댓글0리뷰제목
안상순님의 우리말 어감사전을 읽고 남기는 글입니다.
글을 쓸 때나 말을 할 때 단어, 낱말의 어감에서 오는 느낌과 실제 뜻이 다른 경우가 종종 있고 또 비슷한 뜻을 가진 것 같은 단어들이 있어 참 우리말이라는 게 어렵다고 느껴집니다. 제목에서는 사전이라 되어있지만 사전보다는 좀 더 친절하게 각종 단어들의 차이와 유사점에 대해 배울 수 있는 책인 듯 싶습니다. 대신 읽는 방;
글을 쓸 때나 말을 할 때 단어, 낱말의 어감에서 오는 느낌과 실제 뜻이 다른 경우가 종종 있고 또 비슷한 뜻을 가진 것 같은 단어들이 있어 참 우리말이라는 게 어렵다고 느껴집니다. 제목에서는 사전이라 되어있지만 사전보다는 좀 더 친절하게 각종 단어들의 차이와 유사점에 대해 배울 수 있는 책인 듯 싶습니다. 대신 읽는 방식은 사전 처럼 좀 더 흥미 있는 단어를 먼저 찾아보게 되네요. 재밌게 잘 읽었습니다.
구매우리말 어감사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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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점5점
편집/디자인 평점5점YES마니아 : 로얄d*******4|2022.04.18|추천0|댓글0리뷰제목
안상순님이 지으신 우리말 어감사전 : 말의 속뜻을 잘 이해하고 표현하는 법을 읽고 쓰는 리뷰입니다.
일평생 사전을 만드신분이 만든 책이라고 해서 구입해서 읽어보게 되었습니다.
이 책은 한번 주르륵 다 읽기보다는 밥 먹을때나, 시간날때 틈틈히 한 챕터씩 읽으면 좋을것 같습니다.
동의어에 대한 설명이 나와있는데 그 단어의 기원이나 유래까지 함께 설명되;
구매헷갈리는 우리말 이제 그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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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점4점
편집/디자인 평점4점YES마니아 : 플래티넘스타블로거 : 블루스타s*********c|2022.03.28|추천0|댓글0리뷰제목
한국어가 내 모어라는 것이 참 다행이다는 생각이 들 때가 있다. 이걸 외국어로 배우고 익히려면 참 힘들었겠다 싶어서다. 그래서 타일러를 비롯해 한국어를 꽤나 수준급으로 구사하는 외국인들을 보면 새삼 신기할 정도. 특히 단어의 적확한 사용 뿐 아니라 어감까지 제대로 파악하고 있다는 걸 볼 때면 스스로 반성을 느낄 필요까지 느낀다.
이 책은 그런 어감들을 잘 구분해서 사용하;
한국어가 내 모어라는 것이 참 다행이다는 생각이 들 때가 있다. 이걸 외국어로 배우고 익히려면 참 힘들었겠다 싶어서다. 그래서 타일러를 비롯해 한국어를 꽤나 수준급으로 구사하는 외국인들을 보면 새삼 신기할 정도. 특히 단어의 적확한 사용 뿐 아니라 어감까지 제대로 파악하고 있다는 걸 볼 때면 스스로 반성을 느낄 필요까지 느낀다.
이 책은 그런 어감들을 잘 구분해서 사용하는 방법과 특히 헷갈리기 쉬운 단어들을 일목요연하게 정리해서 일러준다. 이를테면 가면과 복면, 강의와 강연, 외로움과 고독 같은 단어들이다. 한국어가 모어인 우리들은 사실 직관적으로 구분이 가능한 부분들도 있다. 예컨대 '강의실'이라고 하지 '강연실'이라고는 하지 않는데, '강연장'은 또 널리 쓰이는 반면 '강의장'이라고는 하지 않는다. 그렇다고 강의보다 강연이 보다 큰 규모를 나타내느냐 하면 꼭 그런 아니다. 책에서는 이를 "강연은 정형화되지 않은 임의의 공간으로 공연장처럼 무대가 꾸며진 곳에서 이루어지는 경우가 많다"고 구분한다. 따라서 강의 무대라는 말은 틀렸다고까지 할 수는 없겠으나 적어도 잘 쓰이지는 않는 것.
이렇듯 직관적으로는 구분이 가능하다 하더라도 구체적으로 어떻게 다른지를 설명하기 애매한 단어들을 골라서 정리해 놓았다는 점에서 이 책의 효용성은 꽤 크다고 본다. 전자책으로 구입하길 그래서 잘했다는 생각도 들고.
아무쪼록 올해는 한국어 감각도 더 익혀서 작년보다는 그래도 나은 쪽글들이라도 쓸 수 있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