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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정한 실패

단정한 실패

: 정우성 요가 에세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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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21년 07월 19일
쪽수, 무게, 크기 296쪽 | 384g | 128*188*17mm
ISBN13 9788937419386
ISBN10 893741938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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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소개 (1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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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저 일상이, 인생이 내 상투를 쥐고 흔드는 것 같았다. 끌려가면서도 그런 줄 몰랐다. 그게 행복이라고 믿으면서 기꺼이 갔으니까 옳고 그름을 판단할 일도 아니었다. 자잘하고 불길한 징후 같은 건 무시하고 걸었다. 끄떡없을 것 같아서였다. 불안이 나를 잘근잘근 씹어 삼키려는 즈음, 나는 심지어 오만했다.”
--- p.22

“혼자가 된 감정은 다시 자유를 찾는다. 자유를 찾은 감정은 마침내 내 것이 된다. 좋은 흐름이었다.”
--- p.54

“과로는, 어쩌면 이런 시대를 혼자서 생존해야 하는 사람의 아주 기본적인 생활 패턴일 수도 있다. 하지만 과로에도 리듬은 필요하다. 몸이 감당할 수 있는 만큼. 일주일에 세 시간 정도의 요가 수련을 할 수 있는 만큼. 몸의 피로가 정신을 황폐하게 만들지 않을 정도여야 한다는 기준이 나한테는 있었다. 수년간의 대책 없는 과로를 통해 그걸 깨달았다.”
--- p.95

“하고 싶은 일 중에도 나를 해하는 일이 있었다. 해야 하는 일들이 나를 위한다는 결과로 이어지는 경우도 많았다. 그런 채 닥치는 대로 바쁘게만 살았다. 멈추는 방법도 몰랐고 나를 아끼는 방법도 몰랐다. 요가는 삶도 수련도 그렇게 무턱대고 하면 안 된다고 지속적으로 권하는 목소리였다.”
--- p.98~99

“일과 건강 사이, 요즘은 무조건 건강을 선택한다. 일과 가족, 일과 사랑, 일과 관계 사이에서도 후자를 선택한다. 일은 아무리 많아도 어떻게든 해낼 수 있지만 다른 모든 것들은 그때가 아니면 누릴 수 없기 때문이다. 도리 없이 잃기 때문이다. 한번 잃은 것들은 웬만해선 되찾을 수 없기 때문이다.”
--- p.103

“열심히 하는 것만이 나의 미덕이라고 생각했다. 그에 비하면 잡지사 마감은 아주 가벼웠다. 야근은 즐기면서 했다. 그 생활이 지금까지 이어진 것이었다. 남들이 보면 어떻게 그렇게 사느냐 싶은 일상을 아무렇지도 않게. 매일이 그랬다. 전날 새벽에 퇴근했다가 오전에 출근해 종일 일했다. 무리해 왔고, 무리하고 있다.”
--- p.187

“조바심의 진짜 얼굴은 사실 두려움이었다. 나는 이제 쉬어야 할 때 쉴 수 있을까? 아무것도 하지 않는 방법을 배울 수 있을까? 그것도 수련의 일부일까?”
--- p.190

“나는 매트 위에서 남자도 여자도 아니었다. 뼈와 근육, 신경과 살이었다. 최대한 섬세해지고자, 할 수 있는 한 강해지고자, 내 몸을 수련의 대상으로 삼는 요가 수련생일 뿐이었다.”
--- p.207

“요가 스튜디오에서의 쾌락은 자유에 닿아 있었다. 폭력이 폭력인 줄도 모르고 익숙하게 굳어 있던 대상화의 세계로부터의 자유. 타인이 내 몸을 판단하고 평가하는 그 무례하고 지긋지긋한 시선으로부터의 자유. 내가 내 몸을 그들의 기준에 맞춰 판단하고 평가하는 데 익숙했던 그 모든 에고로부터의 자유. 내가 아닌 모든 것들과 나 자신으로부터 벗어날 수 있는 가능성으로서의, 그 무한하고 짜릿한 자유.”
--- p.208

“요가 수련 좀 한다고 갑자기 세상이 아름다워지는 것은 아니다. 갑자기 나에 대한 사랑이 샘솟는 것도, 그 복잡한 자의식들이 깔끔하게 사라지는 것도, 나를 남과 비교하는 그 오래된 습관이 불현듯 증발해 버리는 것도 아니지만…… 적어도 이런 순간은 만나게 된다. 실낱 같은 명료함 정도는 체험할 수 있다. 내 몸과 마음이 한 시간 전보다 조금은 맑아졌다는, 아주 사소하고 귀한 사실과 마주하게 된다.”
--- p.229

“일상의 거의 모든 시간을 일로 채우면서 그걸 성공이라고 생각했다. 관계와 스트레스가 엄연했는데 그게 나를 망치고 있다는 걸 알면서도 모르는 척했다. (……) 맑고 깨끗한 상태를 지향하는 쾌락이 있다는 건 까맣게 잊은 채, 매캐하고 피곤한 상태의 즐거움에 익숙했던 밤들.”
--- p.2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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