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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튼, 피아노

아무튼, OO-048이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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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출간일 2022년 03월 31일
쪽수, 무게, 크기 172쪽 | 190g | 110*178*13mm
ISBN13 9791188343539
ISBN10 118834353X

이 상품의 태그

카드 뉴스로 보는 책

책소개 책소개 보이기/감추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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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것은 건반으로부터 시작된다”
『아무튼, 피아노』
나는 피아노를 배움으로써
돌이킬 수 없는 세계를 가진 인간이 되었다


“당신에게는 생각만 해도 좋은 한 가지가 있나요?” [아무튼 시리즈]가 마흔여덟 번째로 던진 물음에 작가 김겨울은 ‘피아노’라고 답했다. 지금까지 네 권의 단독 저서를 펴낸 작가로서뿐 아니라 유튜브 채널 ‘겨울서점’ 운영자, MBC ‘라디오북클럽’의 디제이 등 책을 중심으로 다양한 활동을 이어나가고 있지만, 그의 정체성 일부분은 피아노와 피아노에 얽힌 무수한 이야기로 이루어져 있다.

『아무튼, 피아노』는 그런 저자의 피아노를 향한 지극한 발라드이자 “그것을 속속들이 싫어하고 낱낱이 사랑하게 된” 성실한 기록이다. 다섯 살 때 처음 피아노의 세계로 뚜벅뚜벅 걸어 들어간 순간에서 시작된 이야기는 그 낯선 세계가 삶을 가득 채웠다가 갑자기 썰물처럼 빠져나갔다가 다시금 밀려들어와 온몸을 적신 과정을 아우른다.


목차 목차 보이기/감추기

모든 것은 건반으로부터 시작된다

걸어 들어가기

피아노의 몸

피아노의 영혼

찾아 들어가기
+ 클래식 음악을 위한 스트리밍 서비스

그게 다 음악

시행착오

무한히 변주되는 약속

나와 너의 등이 겹칠 때

음악-추기
+ 발레 클래스에서 사용하는 음악

음악-읽기

듣는 일

에필로그

저자 소개 (1명)

책 속으로 책속으로 보이기/감추기

향유하는 사람보다 참여하는 사람이 그것을 더 사랑할 수밖에 없다. 사랑하지 않고서는 온몸으로 참여할 수가 없다. 혹은 온몸으로 참여하면 더 사랑하게 된다. 그리하여 그것을 속속들이 싫어하고 낱낱이 사랑하게 된다. 글을 읽을 때보다 쓸 때, 춤을 볼 때보다 출 때, 피아노를 들을 때보다 칠 때 나는 구석구석 사랑하고 티끌까지 고심하느라 최선을 다해 살아 있게 된다. 글이 어려운 만큼 글을 사랑하게 된다. 춤이 힘든 만큼 춤을 사랑하게 된다. 피아노가 두려운 만큼 피아노를 사랑하게 된다. 나는 피아노를 사랑하기 때문에 피아노가 두려운 것이다. --- 「모든 것은 건반으로부터 시작된다」 중에서

사실 그 콩쿠르 무대보다 더 생생히 기억나는 건 그 뒤에 있었던 일이다. 연말에 있을 학원 발표회에서 콩쿠르 때 연주한 곡을 포함해 몇 곡을 연주하기로 했다. 레슨을 받느라 선생님 앞에서 신나게 연주하고 있는데 오른쪽에서 나를 물끄러미 보고 있던 선생님이 갑자기 웃었다. 왜 웃냐고 물었지만 선생님은 대답하지 않았는데, 나는 선생님이 왜 웃었는지 안다. 내가 온 힘을 다해 열정적으로 연주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 작은 두 손과 두 발, 온몸을 다 써가면서, 온갖 표정을 지으면서, 피아노에 다가갔다가 멀어졌다가 하면서. 선생님이 그때 웃으면서 “이런 거구나”라고 말했기 때문에 나는 그것을 알고 있다. 프로페셔널 피아니스트처럼 온몸으로 집중해서 연주하던 아홉 살 어린이가 그것을 기억하고 있다. --- 「걸어 들어가기」 중에서

나의 세계는 소리로 가득 차 있다. 다섯 살 이래로 음정은 언어의 자리에 슬며시 밀고 들어와 등나무처럼 결합했다. 나는 평생 소리와 함께 살았고, 지금도 무수한 소리를 듣는다. 소리는 음이 되고 음이름이 되어 뇌에 잠시 머물렀다 사라진다. 그것은 색이 되어 잠시 뇌를 물들이고 사라지기도 한다. 이 모든 것은 피아노의 유산이다. 나는 피아노를 배움으로써 돌이킬 수 없는 세계를 가진 인간이 되었다.
--- 「피아노의 몸」 중에서

나는 클래식 음악이 내가 가진 마지막 벽이라고 느낀다. 내가 가진 유일한 마음의 집이 활활 타올라 서까래마저 불타 없어져도 홀로 불타지 않는 벽. 노래에도, 말소리에도, 대화에도, 그 어떤 것에도 기댈 수 없을 때 지친 몸을 끌고 가서 털썩 주저앉으면 기댈 수 있는, 푹신한 소파는 못 되지만 결코 무너지지는 않는 든든한 벽. 거칠고 두꺼운 벽에 머리를 기대면 나보다 먼저 기쁘고 슬펐던 이들이 온갖 소리로 나를 지탱해준다. 이 벽은, 적어도 아직까지는, 나를 배신한 적이 없다. --- 「무한히 변주되는 약속」 중에서

하도 많이 펼쳐서 다 헐어버린, 황테이프를 덕지덕지 붙이고도 너덜거리는 하농 악보를 한 장씩 넘겨본다. 초등학교에 들어가기도 전부터 쓰던 하농이다. 이걸 능숙하게 치던 때의 내가 있었고, 그 시절로부터 나는 꽤 먼 길을 떠나왔다. 아르페지오며 화음 연습곡까지 다 쳐놓고 아직 어려서 옥타브 연습곡만 못 치던 때로부터 레슨에서 옥타브 연타를 연습하고 있는 지금까지. 아르페지오 연습곡 페이지에 별것 아니라는 듯이 ‘레가토’라고 쓰여 있던 때로부터 아르페지오 레가토를 연습하기 위해 손가락으로 끙끙대야 하는 지금까지. 그 손과 이 손은 다른 손이다. 그 어린이와 지금의 나는 다른 사람이다. 물론 같은 사람이지만, 그렇게 생각하는 편이 좋다. --- 「나와 너의 등이 겹칠 때」 중에서

음악과 언어의 유사성은 너무나 명확하게 드러나 있어서 언급하는 것이 새삼스럽게 느껴진다. 단어, 짧은 구절, 문구, 문장, 문단, 글은 각각 음표, 이음줄로 연결된 음들, 동기(motif), 프레이즈, 주제, 곡에 대응한다. 글이 쓰인 책은 악보가 기록된 악보집에 대응한다. 책을 처음부터 끝까지 순차적으로 읽듯 악보도 순차적으로 읽으며, 책을 그렇게 읽는 것을 거부할 수 있는 것처럼 마찬가지로 악보를 읽을 때도 순차성을 거부할 수 있다. 음악은 언어 없는 언어, 잘게 쪼개진 의미를 실어 나르는 대신 감정을 열어놓는 언어다. --- 「음악―읽기」 중에서

이제 나는 말을 멈추기란 도통 쉽지 않다는 것을, 억지로 누군가가 말을 멈추게 해야 겨우 뭔가를 들을 수 있다는 것을, 그리고 혼자서도 그렇게 할 줄 알아야 한다는 것을 안다. 말하는 일이란 다른 사람에게 나의 일부를 떼어내 전달하는 일이고, 그 이전에 침묵의 시간만이 나를 정의할 수 있으며, 듣는 시간만이 나를 겸손하게 만든다. 듣기를 멈추지 않아야 하고, 듣기 위해 침묵해야 하며, 침묵의 힘으로 말해야 한다. 더 자세히, 더 세심히, 더 온전히 들어야 한다. 나 자신의 소리도, 다른 누군가의 소리도. 고립이 끝난 후에야 나는 그 사실을 알았다.
--- 「듣는 일」 중에서

출판사 리뷰 출판사 리뷰 보이기/감추기

오직 피아노만을 위한 지극한 발라드

“당신에게는 생각만 해도 좋은 한 가지가 있나요?” ‘아무튼 시리즈’가 마흔여덟 번째로 던진 물음에 작가 김겨울은 ‘피아노’라고 답했다. 지금까지 네 권의 단독 저서를 펴낸 작가로서뿐 아니라 유튜브 채널 ‘겨울서점’ 운영자, MBC ‘라디오북클럽’의 디제이 등 책을 중심으로 다양한 활동을 이어나가고 있지만, 그가 몇 장의 앨범까지 발표한 싱어송라이터라는 사실을 아는 이는 생각보다 많지 않다. 음악은 책과 함께 지금의 김겨울을 만든 원천이고, 그 중심에는 피아노라는 악기가 자리하고 있다.

『아무튼, 피아노』는 그런 작가의 피아노를 향한 지극한 발라드이자 “그것을 속속들이 싫어하고 낱낱이 사랑하게 된” 성실한 기록이다. 다섯 살 때 처음 피아노의 세계로 뚜벅뚜벅 걸어 들어간 순간에서 시작된 이야기는 그 낯선 세계가 삶을 가득 채웠다가 갑자기 썰물처럼 빠져나갔다가 다시금 밀려들어와 온몸을 적신 과정을 아우른다.

“피아노에 대한 나의 성실은 느슨하지만 끊어지지 않는 성실로, 매일 네 시간씩 바칠 수는 없지만 그렇다고 네 달 이상 쉬지도 않는 종류의 것이다. 다섯 살 때부터 열세 살 때까지, 그리고 스물여덟 살 때부터 지금까지 그래 왔다.”

피아노 건반 위로 흐르는 생의 아이러니

『아무튼, 피아노』는 피아노에 대한 깊은 애정을 드러내는 동시에 그 이면에 드리운 복잡다단한 감정에 집중한다. 다섯 살 때 처음 배운 피아노가 지금까지 작가와 어떤 방식으로 연결되어 있는지가 책 전반에 걸쳐 나오지만, 그렇다고 이야기는 일상의 테두리 안에만 머물러 있지 않는다. 김겨울은 다음과 같은 고백으로 책의 문을 연다.

“건반을 누르면, 소리가 난다. 이것이 다이다. 그래서 피아노는 시작하기 쉬운 직관적인 악기이다. 누구나 시작할 수 있고 누구나 연주할 수 있다. 나를 두렵게 하는 것은 이것이 다가 아니라는 사실이다.”

“절망적인 짝사랑에 빠졌다”는 토로처럼, 그에게 피아노는 다가갈수록 점점 더 멀어지는, 알아갈수록 점점 더 모르겠는 존재이다. 또한 “이것이 다가 아니라는 사실”은 무언가를 오랫동안 들여다본 자만이 발견하고 획득할 수 있는 깨달음이기도 하다. 하여 그 미지의 세계에 대한 두려움은 역설적이게도 지독한 사랑으로 읽힌다. 피아노를 듣는 일에서 출발해 치는 일을 거쳐 보고 읽는 일에까지 다다른 뒤 다시 듣는 일로 돌아오는 순환은 그가 즐겨 듣는 쇼팽 발라드 4번의 선율처럼 “삶은 이렇게 넘실대다가 끝나는” 것을 인식하는 일로 확장된다.

“모든 게 멈춘 것 같은 왈츠의 시간이 지나고 마지막의 격렬한 코다까지 마무리되고 나면 곡이 끝났음을 받아들이지 못하고 다시 처음부터 시작하고야 마는 것이다. 영원히 그 시간에 멈춰 있고 싶지만 음악이 흐르려면 시간 또한 흘러야만 한다는 아이러니에 아쉬워하면서.”

이렇듯 『아무튼, 피아노』에는 피아노의 고유한 세계 안에서 길어 올린 다양한 감각과 지각들로 가득하다. 작가가 전작들에서 보여준, 책에 대한 깊이 있는 시선과 성실한 태도는 피아노에도 고스란히 묻어난다. 그래서 그의 피아노 이야기는 ‘피아노의 기쁨’이자 ‘피아노 안에서 유영하기’이며 ‘피아노의 말들’에 다름 아니다. 독자들은 이 책을 통해 더욱 깊고 단단해진 ‘김겨울’이라는 세계를 만날 수 있을 것이다.

회원리뷰 (5건) 리뷰 총점9.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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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매 아무튼, 피아노 내용 평점5점   편집/디자인 평점5점 YES마니아 : 골드 스타블로거 : 블루스타 s*******t | 2022.05.22 | 추천0 | 댓글0 리뷰제목
피아노에 특별한 애정이 있는 것은 아니지만 좋아하는 북튜버의 신간이기에 구매했습니다. 아무튼 시리즈를 즐겨 읽기도 하고요. 깔끔하면서도 수려한 문장으로 털어놓는 피아노와 음악에 대한 애정이 무척 와닿아서, 다 읽고 나니 저자가 언급한 곡들을 하나하나 찾아서 듣게 되네요. 무언가를 잘 하고 싶지만 오래 노력해도 큰 성과가 나지 않는 것이 힘들고, 스스로에게 재능이 없다는;
리뷰제목

피아노에 특별한 애정이 있는 것은 아니지만 좋아하는 북튜버의 신간이기에 구매했습니다. 아무튼 시리즈를 즐겨 읽기도 하고요. 깔끔하면서도 수려한 문장으로 털어놓는 피아노와 음악에 대한 애정이 무척 와닿아서, 다 읽고 나니 저자가 언급한 곡들을 하나하나 찾아서 듣게 되네요. 무언가를 잘 하고 싶지만 오래 노력해도 큰 성과가 나지 않는 것이 힘들고, 스스로에게 재능이 없다는 생각에 번민하면서도 끝내 내려놓지 못하는 대상이 있다면 누구라도 공감하며 읽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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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아노를 치고 보고 읽고 듣고 추는 일에 대하여 - [아무튼, 피아노]를 읽고 내용 평점5점   편집/디자인 평점5점 스타블로거 : 블루스타 흙******에 | 2022.05.18 | 추천9 | 댓글2 리뷰제목
피아노를 치고 보고 읽고 듣고 추는 일에 대하여 <아무튼, 피아노>를 읽고       한 사람이 많은 관객들의 박수를 받으며 무대 위에 마련된 피아노 앞에 앉는다. 심호흡을 한 번 하고 나서 피아노 건반을 누르기 시작하자 그의 달뜬 마음을 실은 소리가 울려 퍼진다. 어쩌면 그를 클래식 공연장의 연주자로 상상해볼 수도 있겠으나 내가 그린 사람은 바로 영화 『보;
리뷰제목

피아노를 치고 보고 읽고 듣고 추는 일에 대하여

<아무튼, 피아노>를 읽고

 

 

  한 사람이 많은 관객들의 박수를 받으며 무대 위에 마련된 피아노 앞에 앉는다. 심호흡을 한 번 하고 나서 피아노 건반을 누르기 시작하자 그의 달뜬 마음을 실은 소리가 울려 퍼진다. 어쩌면 그를 클래식 공연장의 연주자로 상상해볼 수도 있겠으나 내가 그린 사람은 바로 영화 『보헤미안 랩소디』의 프레디 머큐리다. 2018년 개봉한 영화는 국내에서만 천 만 명에 육박하는 관객 수를 기록하며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고, 그동안 생소했던 '싱 어롱(sing along)'이라는 관람문화를 선보이기도 했다.

  당시 N차 관람을 통해 소심한 싱어롱에 참여하면서도 한 가지 풀리지 않는, '플레이 어롱(play along)'에 대한 욕구가 있었음을 고백한다. 살아오면서 단 한 번도 피아노를 배워본 적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영화 속 라이브 에이드 공연에서 프레디가 피아노로 연주한 「보헤미안 랩소디」의 멜로디를 직접 연주해보고 싶었던 것이다. 무작정 유튜브에서 피아노 연주 영상들을 보며 (곡을 섭렵했으면 더할 나위 없었겠으나) 악보 위에 계이름만 달달 외우고 아이의 장난감 피아노로 연습을 거듭 한 끝에 내 나름대로의 만족을 얻었다.

 

향유하는 사람보다 참여하는 사람이 그것을 더 사랑할 수밖에 없다. 사랑하지 않고서는 온몸으로 참여할 수가 없다. 혹은 온몸으로 참여하면 더 사랑하게 된다. 그리하여 그것을 속속들이 싫어하고 낱낱이 사랑하게 된다. 글을 읽을 때보다 쓸 때, 춤을 볼 때보다 출 때, 피아노를 들을 때보다 칠 때 나는 구석구석 사랑하고 티끌까지 고심하느라 최선을 다해 살아 있게 된다. 글이 어려운 만큼 글을 사랑하게 된다. 춤이 힘든 만큼 춤을 사랑하게 된다. 피아노가 두려운 만큼 피아노를 사랑하게 된다. 나는 피아노를 사랑하기 때문에 피아노가 두려운 것이다.(13쪽)

 

  그때의 추억을 다시 소환시켜준 책 한 권이 드디어 나왔다. 몇 년간 출간 소식만 무성해서 하마터면 <아마도, 피아노>가 될 뻔한 '아무튼 시리즈'의 마흔 여덟 번째 책인 <아무튼, 피아노>는 북튜버로 잘 알려진 김겨울 작가의 '오래된' 신작이다. 책날개에 쓰여진 저자 소개를 보면 '(피아노를 치고) 글을 쓰고 영상을 만들고 라디오를 진행하는' 그야말로 N잡러의 삶을 사는 작가임을 알 수 있다. 이밖에 발레와 K-POP 댄스에도 능한 춤꾼으로서의 모습이 작가가 만든 책이나 유튜브 영상에서 목격되곤 한다.

  이토록 다양한 활동을 선보이는 저자가 아무튼 시리즈의 슬로건인 '나에게 기쁨이자 즐거움이 되는, 생각만 해도 좋은 한 가지'로 '피아노'를 선택했다는 건 그만큼 피아노에 대해 진심이고, 그것과 관련해 하고 싶은 얘기가 많다는 것이리라. 물론 혹자는 북튜버답게 '책'에 관한 책을 써야하는 게 아니냐고 물을 수도 있다. 감히 유추해보자면, 이미 출간된 『책의 말들(2021년작, 유유출판사)』이라는 책과 현재 운영중인 유튜브 채널 '겨울서점'을 통해 그 답을 대신할 수 있지 않을까 싶다.

 

현대의 어느 쪽방에서, 중세의 수도원에서, 고대의 왕실에서 책을 읽던 사람의 등과 우리의 등이 겹쳐지므로 우리는 조금 덜 외로워진다.

(205쪽, 『책의 말들』 중에서)

 

  <아무튼, 피아노>의 차례를 훑어보던 가운데 유독 「나와 너의 등이 겹칠 때」라는 챕터 제목에서 눈길을 거둘 수 없었다. 앞서 언급한 『책의 말들』의 한 문장이 떠오르면서 말이다. 책의 물성 중 하나인 책등의 '등'과 과거의 누군가가 현재 혹은 미래의 다른 누군가와 서로 '등'을 맞댄 채 고전을 비롯한 수많은 책들을 함께 읽는 모습이 상상된다. 이번 책에서도 저자는 같은 결의 이야기를 들려준다. 비록 피아노 의자에는 등받이가 없지만, 일단 앉아서 연습하고 연주하는 과정 전체가 원곡자, 또 다른 연주자, 청중이 소통하고 교감하는 시간과 다르지 않음을 일깨워준다.

  "모든 것은 건반으로부터 시작된다"는 책의 부제이자 첫 번째 챕터의 제목이기도 하다. 처음 피아노를 배우고 대회에서 잇따른 수상을 하며 자신감이 충만했던 어린 시절부터 입시라는 현실과 피아니스트라는 이상의 괴리에서 일찌감치 피아노와 거리 두기를 했던 학창 시절을 거쳐 여러 시행착오 끝에 현재에 이르기까지, 인생의 결정적 순간마다 늘 피아노와 함께 했던 것이다. 피아노 건반에서부터 모든 것을 시작한 저자는 먼훗날 피아노 잘 치는 할머니를 꿈꾸며 건반 위의 인생을 살고 있다.

  지금까지 그가 피아노와 지내며 쌓은 다양한 경험과 지식을 유감없이, 또 유려하게 풀어낸 흔적들이 책 곳곳에서 발견된다. 단순히 피아노를 치는 것으로만 그치지 않고, '피아노 (연주에 임하는 사람)를 보고, 피아노 (연주를 위한 악보)를 읽고, 피아노 (완곡을 향한 연습 과정에서의 소리)를 듣고, 심지어 피아노 (연주에 맞춰 발레)를 추는' 일에 대해 많은 생각과 더불어 자신만의 지론을 펼치는 저자의 모습을 엿볼 수 있는 몇 대목을 옮겨본다.

 

공연에 가서는 피아노 소리를 유심히 듣고, 피아니스트의 손과 팔, 페달 밟는 발을 집중해서 본다. 어떤 소리를 내기 위해 어떻게 움직이는지를 보는 즐거움이 있다.(62쪽)

 

연습은 이런 식으로 계속된다. 일단 치고 싶은 곡의 악보를 천천히 연습하며 손에 붙이고, 어느 정도 익숙해지면 곡이 어떻게 들리길 원하는지 고민한다.(124쪽)

 

피아노를 연주하려면 들어야 한다. 내가 만드는 소리를 내가 들을 수 있어야 한다. 그 소리가 정확히 어떤 소리인지 알아야 한다. 흘러나오는 소리가 마치 내 것이 아닌 것처럼 듣는 동시에, 완전히 내 것이라는 생각으로 들어야 한다. 전자는 흘러가고 있는 음악을 듣는 것이고 후자는 내가 만들고 있는 연주를 듣는 것이다.(159쪽)

 

피아노곡에 맞춰 몸을 움직이는 일도 즐겁다. 몸을 움직이는 걸 좋아해 운동도 춤도 좋아하는 나에게 발레는 꼭 맞춤한 취미다. 피아노와 발레만큼 붙어 있는 음악과 춤이 있을까. 발레 클래스에서 사용하는 음악은 거의가 피아노곡이다. 원하는 모양대로 몸을 움직이는데 심지어 피아노 소리에 맞출 수 있다니.(135쪽)

 

  읽는 내내 책속에 음악의 리듬과 선율을 활자로 묶어내고 피아노에 대한 얽히고설킨 기억의 실타래를 글로 풀어내는 작가의 손가락이 그 무대를 옮겨 피아노 건반 위를 종횡무진하기도 한다는 사실이 퍽 흥미롭다. 어느 때는 피아노 교습소를 열어 건반 하나하나를 어떻게 쳐야하는지 짚어주고, 또 어느 때는 공연장으로 데려가 손과 더불어 온몸을 던져 피아노와 대화를 주고받는 연주자를 보여주면서 음악 소리 너머에 그의 숨소리와 허밍까지 듣는 법을 알려주기도 한다.

  저자는 바란다. 글을 통해 자신의 리듬을 온전히 독자에게 실어 나를 수 있기를. <아무튼, 피아노>의 건반 뚜껑 아니, 책장을 덮으며 적어도 내게는 그 리듬이 충분히 전해졌다는 생각이 든다. 나처럼 피아노가 낯선 사람에게는 피아노의 이모저모를 소개하며 조금씩 낯이 익도록 해주고, 피아노와 친숙한 사람에게도 피아노를 낯설게 하여 또 다른 새로움을 찾아보게끔 만들어주는 책이라고 말할 수 있겠다. 나는 바란다. 연주자가 피아노 악보를 보고 무수한 변주를 만들어내듯이 이 책을 통해 독자마다의 방식으로 피아노와 관계를 맺어 삶의 희노애락을 표현하고 공유하는 시간을 누려보기를!

 

"그 소리를 내기 전에 먼저 머릿속에서 들어야 해."

 

댓글 2 9명이 이 리뷰를 추천합니다. 공감 9
아무튼 피아노, 김겨울 내용 평점4점   편집/디자인 평점4점 스타블로거 : 블루스타 심*이 | 2022.04.30 | 추천2 | 댓글0 리뷰제목
유년 시절을 돌이켜 봤을 때 아쉬운 점이 있다면 피아노를 대강 배운 것이다. 지금도 치고 싶은 가요는 대부분 칠 수는 있지만 그런 거 말고, 정말 잘 치고 싶을 때가 있다. 현란한 손놀림으로 악보 없이 좋아하는 곡을 ‘완곡’할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나의 오랜 꿈 중 하나는 쇼팽의 발라드 1번을 완곡하는 것이다. 지금도 악보를 보면 처음부터 끝까지 칠 수는 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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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년 시절을 돌이켜 봤을 때 아쉬운 점이 있다면 피아노를 대강 배운 것이다. 지금도 치고 싶은 가요는 대부분 칠 수는 있지만 그런 거 말고, 정말 잘 치고 싶을 때가 있다. 현란한 손놀림으로 악보 없이 좋아하는 곡을 ‘완곡’할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나의 오랜 꿈 중 하나는 쇼팽의 발라드 1번을 완곡하는 것이다. 지금도 악보를 보면 처음부터 끝까지 칠 수는 있지만 그건 연주라고 부르기엔 너무 조악하다. 곡을 충분히 분석한 뒤 확신을 가지고 만족할 만한 속도로 치는 일을 ‘완곡’이라고 부르고 싶다.

 

김겨울, 아무튼, 피아노 중

 

그래, 이런 완곡 말이다.

 


 

어릴 때는 왜인지 모르게 피아노가 싫었다. 연습할 때 바를 정자를 그어나가는 그 지루한 과정이 싫어서 한 번 치고 두 번 긋기를 반복했다. 짜릿한 스릴과 경미한 죄책감에 시달리며 수업을 이어가던 중 하루는 눈이 나빠져서 더 이상 악보가 보이지 않는다는 허무맹랑한 거짓말을 했다. 얼마나 치기 싫었으면 이런 말까지 할까 싶었던 엄마는 별 꾸중 없이 피아노를 그만 배우라고 했다. 그땐 좋았다. 이후 내 방의 4분의 1 정도를 차지하던 커다란 피아노를 가끔 열어서 500원짜리 노란 악보를 열고 유행하는 가요들을 열심히 쳤다.

 

계속 배웠으면 얼마나 좋았을까 생각한 건 최근의 일이다. 중국판 하트 시그널을 보는데 어떤 여자 출연자가(그중 내가 제일 매력 없다고 생각한) 갑자기 집 구석에 덩그러니 있던 그랜드 피아노를 열더니 유려하게 치기 시작했는데 너무 멋져 보였다. 없던 매력 지수 마구 생성. 남자 출연자에게 선택받지 못한 외로움이 묻어나서인지 연주는 더욱 감성을 자극했다.

 

최근 보고 있는 중국 드라마 <心居>의 능력 있는 여자 주인공도 어릴 때 자신에게 피아노 연주를 해 주던 남자 친구를 못 잊어서 다른 이를 만나지도 않고 10년 가까이 기다렸던가. '어린이라는 세계'의 저자 김소영 작가도 글이 안 써질 때는 피아노를 친다고 했다. 만화가이자 에세이스트인 '마스다 미리'(그녀의 작품을 정말이지 사랑한다)도 늦은 나이까지 피아노를 배웠다. 피아노 수업을 다시 시작할 때 그녀가 학원에 요청한 사항은 딱 하나였다. '시간은 아무 때나 좋은데요, 저… 선생님이 혼내거나 짜증을 내거나 하는 것 정말 싫은데, 거기서 가장 착하고 가장 성격이 느긋하신 선생님한테 배우고 싶어요.' 선생님의 혼을 무서워하는 할머니라니 너무 귀여워서 쿡쿡 웃음이 났다.

 


 

음악을 진심으로 사랑하고 언젠가는 자신만의 곡을 만들어보고 싶다는 심이에게 피아노는 필수일 것 같아서, 잠시 쉬고 있었던 수업을 다시 시작했다. 우리의 귀국 시기와 맞물려 심이 학교 바로 앞에 새로 오픈한 <그레이스 피아노> 브로셔를 아주 우연히 보게 됐고, 편의점 앞에서 아주 우연히 (브로셔를 들고 있던) 원장님과 인사를 하게 되었다. 여러 개의 우연이 겹치면 운명이라고 했던가? 꽤 오래된 역사를 자랑하는 다른 피아노 학원들이 주변에 참 많았는데, 이곳을 선택하고 싶었다.

 

상담을 받아보니 이곳은 송지혜 박사의 ‘아이콘 주법’이라는 색다른 교습법으로 가르치는 곳이었다. 음악의 본질은 ‘소리’라고 믿으며 좋은 소리를 낼 수 있는 바른 자세와 움직임의 원리에 대해서 배운다. 거북이 등, 아이콘 스티커 등 다양한 도구를 이용해서 직관적이다. 팔 모양 뼈 모형이 피아노 위에 있는 모습이 처음에는 생소했지만 믿음이 갔다. 좋은 소리를 들을 줄 아는 사람만이 좋은 연주를 할 수 있을 테니까.

 

최근 김겨울의 <아무튼, 피아노>를 읽었다. 한때 피아노 전공을 꿈꿀 만큼 피아노를 잘 치고, 사랑했구나 싶어서 놀랐다. 피아노 연주가 때로 그녀를 일으키는 든든한 동력임을 알 수 있었다. 자신의 일 이외의 분야에서 이런 동력을 가진 사람은 회복 탄력성이 좋을 수밖에 없다.

 

이것이 어쿠스틱 피아노의 매력이자 나의 두려움이다. 내가 상상하는 소리를 내기 위한 힘과 속도와 터치의 온갖 조합이 가능하다는 것. 내가 소리를 띄우고 싶으면 위로 퍼져 나가는 소리가, 깊게 깔고 싶으면 바닥에 깔리는 소리가 정직하게 난다는 것. 가끔은 도망치고 싶을 정도로 솔직한 악기라는 것. 나의 확신 없이는 희미한 소리만 웅얼대리라는 것.

 

향유하는 사람보다 참여하는 사람이 그것을 더 사랑할 수밖에 없다. 사랑하지 않고서는 온몸으로 참여할 수가 없다. 혹은 온몸으로 참여하면 더 사랑하게 된다. 그리하여 그것을 속속들이 싫어하고 낱낱이 사랑하게 된다. 글을 읽을 때보다 쓸 때, 춤을 볼 때마다 출 때, 피아노를 들을 때보다 칠 때, 나는 구석구석 사랑하고 티끌까지 고심하느라 최선을 다해 살아 있게 된다. 글이 어려운 만큼 글을 사랑하게 된다. 춤이 힘든 만큼 춤을 사랑하게 된다. 피아노가 두려운 만큼 피아노를 사랑하게 된다. 나는 피아노를 사랑하기 때문에 피아노가 두려운 것이다.

 

사랑하는 이는 또한 성실해야 하다. 성실하지 않고서는 사랑을 표현할 수가 없다. 혹은 성실하게 표현되지 않는 사랑은 사랑이라고 부를 수가 없다. 나는 사랑은 성실로 증명된다는 원칙에 복무하기 위해 사랑하는 온갖 것에 나의 성실을 바쳐왔다. 어떤 성실은 배신당했고 어떤 성실은 사랑과 함께 증발했고 어떤 성실은 멀어졌다가 다시 돌아왔다. 피아노에 대한 나의 성실은 느슨하지만 끊어지지 않는 성실로, 매일 네 시간씩 바칠 수는 없지만 그렇다고 네 달 이상 쉬지도 않는 종류의 것이다. 다섯 살 때부터 열세 살 때까지, 그리고 스물여덟 살 때부터 지금까지 그래왔다.

 

부디 심이가 피아노에 '느슨하지만 끊어지지 않는 성실한 사랑'을 가지게 되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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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아노 치는 지인한테 생일선물로 구입했어요^^ 사진보다 사이즈가 작아서 흠칫했지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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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 2022.07.23
구매 평점4점
기대했는데 생각보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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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ES마니아 : 플래티넘 T*****E | 2022.06.16
구매 평점5점
믿고 읽는 겨울님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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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ES마니아 : 로얄 오**시 | 2022.06.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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