품목정보
발행일 | 2022년 06월 08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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쪽수, 무게, 크기 | 388쪽 | 606g | 152*225*30mm |
ISBN13 | 9791164844173 |
ISBN10 | 1164844172 |
발행일 | 2022년 06월 08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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쪽수, 무게, 크기 | 388쪽 | 606g | 152*225*30mm |
ISBN13 | 9791164844173 |
ISBN10 | 1164844172 |
들어가며 Ⅰ. 판도라 Ⅱ. 이오카스테 Ⅲ. 헬레네 Ⅳ. 메두사 Ⅴ. 아마존 전사들 Ⅵ. 클리타임네스트라 Ⅶ. 에우리디케 Ⅷ. 파이드라 Ⅸ. 메데이아 Ⅹ. 페넬로페 결론 감사의 말 더 읽을 책들 및 출처 미주 |
나탈리 헤인즈와 이 책 "판도라는 죄가 없다"를 접하지 못했다면, 그리스 신화에 대한 나의 기억은 헤라클레스와 테세우스, 페르세우스, 아킬레우스 정도 수준에 머물러있었을 것이다. 그만큼 그리스의 신화들은 남성 중심적이고, 영웅 중심적이며, 그들의 폭력성과 성관념에 기울어 있다. 이는 상대적으로 그리스의 신화들이 갖는 여성 차별과 여성 혐오를 고스란히 드러낸다. '고스란히'는 사실 어폐가 있다. "판도라는 죄가 없다"를 읽기 전까지는 그리스 신화의 텍스트 안에서 한 번도 여성이 받는 차별과 혐오를 읽어낸 적이 없기 때문이다.
저자 나탈리 헤인즈는 그리스의 희곡들을 면밀히 분석하여 신화 속 여주인공들이 어떤 곡해와 조작으로 희대의 악녀, 요물, 골칫덩어리로 전락했는지 추적한다. 저자는 25백 년 전에 쓰인 에우리피데스의 희곡에서 시작하여 근세의 회화들과 오페라, 현대의 영화들까지 두루 살펴본 후 용감하고 지적이며 모성애 가득한 신화 속 여성들이 오히려 문제아(판도라), 전쟁의 불씨(헬레네), 괴물(메두사), 악녀(클리타임네스트라) 등으로 전락했다며, 그 원인인 남성/영웅중심적인 세계관, 편파적인 작가들, 대중의 오락성을 날카롭게 비판한다.
앞에서 언급했듯이 저자는 고대 그리스의 희곡 작가 에우리피데스에 많은 부분을 의지하고 있다. 소포클레스, 아이스킬로스, 호메로스, 오비디우스 등의 작품도 자주 언급되지만 유독 에우리피데스가 중심인 이유는 그가 기존의 다른 작가들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여성의 목소리를 잘 표현하였기 때문이다. 저자의 지적이 아니었다면 그리스 희곡 작가들이 갖고 있는 폭력성과 어긋난 성관념은 눈치도 못 챘을 것이고 에우리피데스가 창조한 여성들의 참모습도 깨닫지 못했을 것이다. 나탈리 헤인즈를 통해 에우리피데스를, 그리고 그의 희곡을 알게 된 것도 큰 수확이다.
독서는 생각보다 쉽지 않았다. 그리스 신화에 대해 기본적인 지식을 갖고 있다고 자부했지만 독서하는 내내 등장인물과 가계도가 실타래처럼 꼬여갔다. 저자의 화려한 문체도 독서를 어렵게 하는 요소가 됐다. 원어로 읽었다면 꽤 아름다운 문장들이었을 테지만. 처음엔 번역이 부족하다고 생각했는데 소리 내어 읽어보니 원문의 문체가 워낙 유려하고 은유적이다. 가장 아쉬운 점은 삽화와 사진의 부재이다. 본문 내용에 등장하는 그 많은 그림, 도자기, 동상들을 검색하지 않고 건너뛰면 책을 절반만 읽는 셈이다. 다소 시간이 걸리더라도 검색해 보시길 권유 드린다.
다양한 그리스신화 관련 책을 읽었지만, 그중 가장 창조적이며, 지적이면서도 울림이 큰 책이다. 좀 세게 말한다면 '기존의 신화는 잊어라'로 정리할 정도이다. 페르세우스와 테세우스는 돌려세우고 이제 메두사와 헬레네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여보자.
YES24 리뷰어클럽 서평단 자격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여기 고대 신화 속 새롭게 재탄생한 10명의 여성 인물이 있다. 우리에게 익숙한 판도라와 헬레네, 메두사 외에 이오카스네, 아마존 전사들, 클리타임네스트라, 에우리디케, 파이드라, 메데이아, 페넬로페이다.
대표적인 인물로 판도라는 열지 말라는 상자를 열어 희망 외에 모든 재앙을 인간 세계에 퍼뜨린 여성으로 알려져 있다. 그 속의 진실이 이 책 속에 나온다. 상자라는 말 자체가 항아리였다는 사실. 역사가와 작가에 따라 다르게 번역되어 내려오고 바뀌는 내용들. 제우스의 끔찍한 선물(프로메테우스가 불을 훔친 것과 제물의 고기로 장난친 것에 대한 대가)로 인해 판도라의 책임으로 재앙이 나왔다는 이야기들이 흥미로웠다.
그리고 헬레네. 트로이아 전쟁의 도화선이 된 여성. 호메로스의 <일리아드>, <오딧세이아> 에서는 그리스와 트로이아의 전쟁에서 막대한 피해를 입은 것에 대해 그 주범으로 비난하고 있다.
그러나 혼란스러운 혈통, 다툼의 여지가 많은 어린 시절, 여러 번의 결혼 생활 등. 또한 파리스와 도망쳤다는 내용은 거짓말이라는 것. 전쟁이라는 비현실적인 상황은 그녀를 더욱 나쁘게 몰아만 간다.
메두사 또한 두 가지 이야기가 전해진다. 고대 작가들은 바다신과 바다 괴물의 자손으로 나타나고, 헤시오도스에서부터는 메두사가 아름다운 여인으로 삶을 시작했다고 한다. 헤시오도스에 의하면 눈이 부시게 아름다운 머리카락을 가졌다고 하고, 포세이돈에게 성폭행을 당했다고 한다. 아테나는 자신의 신전에서 그러한 일이 일어나자 메두사의 머리카락을 뱀으로 만들어 버리는데, 이것이 우리가 아는 메두사의 모습일 것이다. 이후 페르세우스에 의해 목이 잘리는 메두사의 이야기까지. 여기에서 여성 혐오의 시선과 영웅 심리에 대한 내용까지 덧붙여서 작가는 이야기하고 있다.
우리가 알던 신화 속에서 그림의 절반만 이해했다면, 이 책은 저자가 그 나머지 절반의 여백을 채우려는 시도로서 글을 썼다고 밝히고 있다. 이 책 속에서도 클리타임네스트, 메데이아의 악당적 모습과 에우리디케, 페넬로페의 희생자로서의 모습, 메두사처럼 문자 그대로 괴물로 그려지는 것 같이 결코 간단하지 않다. 복잡하고 잔인하고 어려울 수록 흥미롭게 느껴지는 것처럼. 다양한 인간의 모습처럼 신화 속 여성들도 그렇다고 그러한 존재였음을 이 책은 밝히고 있다.
"YES24 리뷰어클럽 서평단 자격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판도라 하면 떠오르는 이미지가 있다. 궁금증을 참지 못하고 상자를 열어버린, 얼굴은 예쁘지만 참을성이 없던 이미지의 그녀. 최초의 인간이라고 불리는 그녀임에도 긍정적인 이미지를 가질 수 없던 그녀가 벌인 일이 왜곡되어 있다면 어떨까?
책 속에는 신화 속 부정적 이미지를 가진 그녀들이 등장한다. 판도라, 이오카스테, 헬레네, 메두사, 아마존 전사들, 클리타임네스트라,에우리디케,파이드라,메데이아,페넬로페까지...왜 하필 그녀들은 이런 오해 속에 살게 되었을까? 제목이 상당히 의미심장하다. 판도라는 죄가 없다?!
책을 읽으며 떠오른 한 명의 여인이 있었다. 프랑스 루이 16세의 왕비인 마리 앙투아네트. 그녀 하면 떠오르는 사치와 함께 이어지는 빵이 없으면 케이크를 먹으면 되지 않느냐는 말. 정말 철없고 대책 없는, 국민들을 이해조차 못 하는 왕비였던 그녀에게 붙은 이미지는 진실이 아니었다고 한다. 이후 소설 등의 창작물에서 만들어진 이미지라니 놀라울 따름이다.
판도라 역시 비슷하다. 판도라 하면 떠오르는 상자부터 해석의 오류가 있다. 우선 그에 앞서 판도라가 만들어진 배경을 볼 필요가 있다. 신의 것인 불을 훔쳐다가 인간에게 갖다 준 프로메테우스는 제우스로부터 독수리에게 간을 쪼이는 고통을 받는다. 불을 활용하는 인간의 모습에 화가 난 제우스는 인간에게 고통을 주기 위한 의도로 아들인 헤파이토스를 시켜 인간 여성을 만든다. 제우스가 그런 의도로 만들었기에 그랬을까? 판도라에게 주어진 선물들 중에는 고약한 것들이 상당하다. 특히 헤르메스가 준 선물이 압권이다. 그렇게 만들어진 판도라는 프로메테우스의 동생인 에피메테우스의 아내가 된다. 형의 경고를 무시하고 판도라를 아내로 맞은 이유는 판도라가 아름다웠기 때문이다. 제우스의 불순한 의도로 보내진 판도라이기에, 그녀가 상자를 열어 세상의 온갖 추악한 것들을 내보내는 것은 정당한 것일까?
하지만 판도라는 호기심에서든, 혹은 악의로든 상자를 열지 않았다.
실제로 그 상자는 헤시오도스가 그리스어로 시를 쓰고 난 지
2000년이 훨씬 지난 16세기에 이르러서야 등장한다.
책에는 우리가 익숙하게 알고 있는 사실들에 대한 검증이 없이 받아들일 때 범하게 되는 편견에 대해 이야기한다. 남성에 비해 여성이 부정적인 이미지로 그려진 경우가 많긴 하지만, 성차별에 대한 이야기를 언급하는 것은 아니다. 잘못 알려진 것을 바로잡고, 더 나아가 왜 그런 편견들이 발생하게 되었는지에 대한 이야기를 하는 것이다. 책 속에 등장하는 인물들을 하나하나 만나다 보면, 설령 의도를 가지지 않고 창작된 이야기라고 하더라도 어떻게 받아들이냐에 따라 진실이 아닌 왜곡된 모습으로 굳어질 수 있겠다는 생각 또한 들었다.